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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가도 사람이 산다. 살아가는 근본 모습도 같다. 다만 역사와 환경이 다름에서 풍습과 생활형식이 다를 뿐이다. 여행의 참 목적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이해하는 것으로 상식을 넓히고 지혜와 슬기를 익혀 나름대로 구김살 없는 풍요한 삶을 구가하는 데 있다.

다양한나라 민족이야기
2005.01.23 13:16

다양한 나라 - 스리랑카 콜롬보 & 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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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만년의 유구한 역사, 그러나 정복당한 역사
  

물가고에 시달리는 남성에게 천국같은 이상향

늘 신기한 것의 하나가 우리나라 사람의 생활비이다. 도대체 월급만 가지고 살 수 없는 구조 속에서 용하게 살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우도 예외가 아닌 것이 4인 가족에 년 3천만원쯤 벌어도, 저축은커녕 툭하면 신용카드 서비스 대출을 이용해야 한다. 돈 가치가 떨어져 백만원을 우습게 보는 사람이 많아졌지만 필자의 감각에선 아직도 백만원은 큰 돈이다. 그런데 한달에 그 두배를 벌어다 줘도 아내는 대견해 하지 않는다. 중고등학교 다니는 두 아이 학원비 문제는 언제든 불만 붙이면 터질 집안의 폭탄이다.

그렇게 쫒기는 기분으로 사는 남자들에게 천국과 같은 이상향이 있다. 경제개발이 한창이지만 GNP가 우리의 10분지 1도 안되는 스리랑카이다. 불과 월 삼사십만원으로 부자행세를 할 수 있고, 월 십여만원만 던져주면 예쁘고 착한 여자를 얼마든지 선택해서 함께 살 수 있다니 그같은 천국이 지구상에 몇곳이나 남았으랴. 가난한 나라일수록 여성이 남성에게 싹싹하고 서비스 그만(?)인 것은 또 무슨 이치일까. 문명이 낙후하여 지혜보다 힘이 우선 요구되는 생존방식 때문일까?

한국 기업의 스리랑카 진출이 늘어나면서 “스리랑카 천국론”이 남성사회에 회자되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한국 기업의 스리랑카 투자는 80년대말부터 강화되어 현재 80여 업체가 가동중에 있고 투자액은 2억 5천만달러를 넘어섰다고 한다. 투자분야는 의류․가방․봉제완구․직물․전자․도자기․보석가공 등 노동집약적인 제조업으로 시작했지만 외국투자기업에 대한 우대조치가 완벽한데다 사회간접자본 시설확충에 대한 욕구가 커 앞으로는 도로 항만 통신에 대한 대기업의 진출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한국기업의 스리랑카 진출은 임금 문제로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으면서 시작되었다. 아리안족 후예들이 사는 스리랑카는 10분지 1도 안되는 돈으로 착하고 손재주 뛰어난 일꾼을 얼마든지 부릴 수 있는 나라였다. 마침 타밀반군의 위협때문에 다른 나라들은 투자를 망설이는 때였다. 여기 한국은 위험을 무릅쓰고 다수업체가 진출하여 스리랑카 정부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것이다.

지난해 8월 쿠마라퉁가 스리랑카 대통령의 방한 이후 투자는 더욱 확대되고, 대기업들의 진출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에 맞추기라도 하듯 인도․스리랑카를 주축으로 서남아시아 7개국이 남아시아자유무역지대(SAFTA)를 구축했다. 타밀반군과 평화공존에만 성공한다면 스리랑카는 빠른 속도로 눈부신 발전과 번영을 이룰 것이다.

타밀반군은 분리독립을 요구하며 무력투쟁을 벌이고 있다. 13년째 계속된 내전에서 이미 쌍방간 5만명 이상이 사망했을 정도로 그 정도는 심각하다. 한국기업의 투자가 유난히 활발한 것에 경고라도 하듯 지난해는 한국인 기업에 대한 테러 사건이 터져 모두 긴장해야 했다. 도로를 건설하고 있는 경남기업 근로자 한명은 해방군에게 희생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양쪽 다 내전의 불꽃이 경제 산업에까지 비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다.

비록 고물 자동차에 코끼리까지 무질서하게 섞여 지나다니는 도로를 함께 달리는 여행이지만 주요 산업 및 관광도시는 안전하고 아름다워 사업하기도 좋고 여행자에게도 좋은 인상을 주는 곳이다.

스리랑카의 두 얼굴 콜롬보와 캔디  

턱에 밥풀 하나 묻은듯 인도반도 남동쪽에 매달려있는 있는 실론섬. 크기(약 6만5천㎢)는 남한의 3분지 2쯤 - 타이완의 두배쯤 - 되는 것이 생긴 모양은 서양화가 K씨의 물방울을 연상케한다. 여기 총 1천 7백만명쯤이 살고 있는데 콜롬보와 주변도시에 1백만명이 모여살뿐 나머지는 산지와 밀림지대에 흩어져 살고 있다. 제2의 도시 캔디라해야 15만명 미만이며 타밀족의 중심도시 자프나 또한 인구 15만명쯤이다. 도시 집중화가 덜 되었다는 것은 문명화․기계화 사회가 아직 덜 되었음을 뜻한다. 이나라의 정식명칭은 스리랑카민주사회주의공화국. 하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은 실론이라 부르며 홍차와 불교와 나른함과 한적함을 연상한다.

북위 6도에서 10도 사이에 있어 열대의 나라로 보이지만 해양성 기후여서 쾌적한 편이다. 콜롬보의 경우 년 평균기온은 27℃에 불과하다. 고산에 둘러싸인 고원도시 캔디는 더 아름답고 선선하다. 작은 섬이지만 2524m의 피두루갈라산을 최고봉으로 애덤스산(2243m)도 있고 1500~2000m 봉우리는 수두룩한 가운데 역사의 숨결을 간직하고 있다.

스리랑카의 얼굴은 위에 거론한 콜롬보와 캔디이다. 콜롬보는 유럽풍의 도시이고, 캔디는 2천3백년간 계속된 싱할리왕조 문화를 간직한 향기로운 도시이다. 여기 두 곳을 추가한다면 총인구의 18%를 차지하는 타밀족의 중심도시인 북부 자푸나를 꼽을 수 있고, 이천년 고도(古都)이자 불교의 성지 아누라다푸라를 들 수 있다.

오래되고 다양한 역사

흔히 “역사”라고 하면 우리는 유럽만을 생각한다. 그것은 정복자의 문화로 생생하게 남겨졌고 다듬어졌으며 역사와 함께 살아 숨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세계 사학계가 인정했듯, 실제는 아시아가 인류문명의 발상지요 더 깊고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패배자요 정복당한 문명으로 그 빛을 잃었을 뿐이다.    

스리랑카도 우리나라 못지않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아리안계인 싱할리족 이전에 베다(Vedda)족이 살았다고 전하니 최소한 반만년 이상의 민족사가 숨쉬는 땅이다. “베다”는 “밝다”로 동방민족을 뜻하며, 브라만의 중심사상이자 인도 최고(最古)의 성전(聖典)인 베다(Veda: 지식을 뜻함)를 만들었을 것으로 추측되는 민족이다. 베다는 타고난 재능을 가진 시인들이 통찰력으로 만들었다고하여 천계문학(天啓文學)이라 칭송되며, 사상가들이 저술한 성전문학(聖傳文學)과 비교된다. 그렇다면 이섬의 선조들은 시를 쓰는 신선들이었을지 모른다.  

아리안족은 페르샤족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아리아(ãrya)란 범어에서 “고귀함”을 뜻하니 고귀한 민족 - 즉 귀족 집단이다. 그러나 페르샤족 역시 중앙아시아에 뿌리를 둔 유목민족이다. 이들이 인더스강 지역에 침입하여 토착민족을 정복하고 남아시아 일대에 정주세력을 확대해 나간 것이다. 현 태국왕가도 아리안족이며, 힌두교 카스트제도에서 브라만이 곧 아리안의 자손일 정도로 그들 영역은 넓고 확고했다. 집시는 이때 생겨났다. 제땅에서 쫓겨난 인더스강변의 토착민족이 세계에 분산, 집시의 조상이 되었다. 아리안계 싱할리족이 실론섬으로 건너온 것은 BC 500년 경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후 1815년까지 무려 2300간 왕조를 이어왔다.

현재 내전을 벌이고있는 남인도 타밀족과의 인연도 이 기간 내내 계속되었는데, 때론 동반자였고 때론 전쟁의 상대국이었다. 포크해협을 넘나들며  천년동안은 사돈지간으로 밀월관계였다. 그러다 관계가 악화되어 11세기에는 타밀족을 무찌르고 싱할리문화의 황금시대를 열었는가 하면 13세기에는 타밀족에게 정복되어 많은 소국으로 분열되기도 하였다.

스리랑카의 진짜 수난은 1505년 포르투갈인의 상륙으로부터 시작되었다. 13세기 타밀족에게 정복되어 여러개의 소국으로 분리되었다가 북부는 자푸나왕국으로, 서부는 코테왕국으로 이원화된 시기였다. 철저하게 선교사를 앞세운 포루투갈은 콜롬보를 건설하고 이슬람교도를 추방, 유럽문화를 전파하였다. 나아가 코테의 왕 다르마팔라를 가톨릭으로 개종시켰으며 16세기 말에는 코테왕의 영토를 포르투갈 왕에게 기증하게 하였다. 콜롬보는 그 뒤 1656년까지 포르투갈령, 이어 1796년까지 네델란드령, 1948년까지 영국령 실론의 식민지 정청 소재지가 되었고, 독립 후에는 실론의 수도가 되었다.

콜롬보가 포르투갈령이 되자 싱할리족은 서부에서 쫒겨나 중앙산지에 캔디왕국을 세웠다. 고원도시 캔디가 중심이었다. 네델란드 진출 때도 유럽세력은 콜롬보로 만족하는듯 했다. 그러나 영국은 잔인했다. 늦게 등장하여 알짜배기 이익을 챙기면서 여러민족을 이리저리 이주시켜 섞어놓는 죄악을 저질렀다. 스리랑카에도 남인도 타밀족을 대량 이주시켜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남겼다. 오늘의 내전도 원인은 영국이 제공한 셈이다.

영국은 절묘하게도 캔디왕국의 내분을 틈타 우방을 가장하고 1815년 상륙, 실론섬 전체를 식민지로 삼았다. 그리곤 2300년간 계속된 싱할리왕조를 멸망시켜 버렸다. 영국은 산지를 개간, 커피농장을 개척하면서 남인도로부터 타밀족은 대거 이주시켰다. 그러나 실론의 커피산업은 빛을 보지 못했다. 그 다음에 이식된 미얀마 원산의 차나무(Assam種)가 전국에 번지면서 커피나무는 절멸해 버렸다.

가볼만한 곳 - 독특한 향기는 캔디에서

콜롬보(Colombo)에 가면 이같은 오랜 역사를 두루 볼 수 있다. 싱할리어 옛 문헌에서 콜롬보는 “항구”를 뜻하지만, 포르투갈에 의해 건설되어 “콜롬버스” 이름을 딴 것일 수도 있다.

포르투갈이 진출하여 성을 쌓았다고 하나, 천연의 항구요지로 10세기에 이미 아랍 상인들 거류지가 생기고 14세기에는 싱할리 왕신(王臣)에 의해 자야와르데네프라 성채가 축조되었고, 15세기에는 싱할리 왕이 이곳으로 천도(遷都)하기도 하였던 곳이다.

시 중심가인 포트지구는 관청 및 상업거리로 대통령 관저도 있고, 1873년 등대로 건조된 시계탑. 은행 등이 있다. 그 남쪽에 베이라 호수가 있는데 운하로 항구와 이어진다. 3, 40척의 배가 기항할 수 있는 항구에서는 오늘도 중계무역이 한창 이루어지고 있다.  

포트지구 동쪽의 페타지구는 이슬람 상인과 타밀인의 바자르(시장)로 보석가게 청과물 시장이 있다. 남동부 시나몬 가든은 고급주택가이고 그 부근에 콜롬보박물관, 시청사, 국제회의장 등이 있다.

국회의사당과 관청도시는 중심부에서 동남쪽에 있고 동쪽으로 11km쯤 가면 불교성지 켈라니아, 남쪽으로 13km쯤 가면 휴양지로 유명한 마운트라비니아에 닿는다. 북쪽에 있는 콜롬보 국제공항은 자동차로 30분 정도 거리(34km)이다.

스리랑카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은 고원도시 캔디(Kandy)와 고도(古都) 아누라다푸라(Anuradhapura)이다. 인구 15만명쯤의 캔디는 콜롬보에서 북동쪽 95km쯤 떨어진 곳에 있다. 실론의 젖줄인 마하웰리강이 흐르고 근처에 1806년 건설된 인공호수가 있다. 상업중심지로 차와 쌀 등 곡물을 생산하는 인구가 조밀한 농경지대에 둘러싸여 있다. 왕궁과 고대 지배자들의 무덤이 있고 석가모니 치아를 안치한 불치사 “달라다 말리가와 사원”이 있어 사철 관광객이 끓고 피서지로도 유명한데, 매년 8월이면 불치를 제사지내는 대제사가 10일간 계속된다. 근처 페라데니야에 실론대학과 세계적으로 유명한 열대식물원이 있다.

고도 아누라다푸라는 콜롬보 기준 북쪽으로 170km쯤에 있다. 싱할리족 불교 문화의 중심지로 BC 3세기부터 흥망을 되풀이하며 번성하였다. 스리랑카 최대의 원형 불탑을 비롯하여 많은 불교유적, 사적이 있는 관광의 중심지다. 고도의 기술로 수로를 만들어 물을 이용한 흔적이 있다. 타밀족의 침략으로 한때 황폐했으나 19세기에 복구되었다. 그러나 현재는 또 타밀족과의 내전으로 관광이 조심스런 곳이 되었다.

스리랑카는 지금 농업 일변도인 식민지형 경제구조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고 있다. 96년 자료에도 취업인구의 43%, 국민총생산의 40%가 농업일 정도로 아직 1차 산업에 매여있다. 경작지의 3분지 2가 차․천연고무․코코야자일 정도이다. 이중 차(실론티)는 타밀족 노동자에 의해 개척된 대규모농장에서 생산되는 플랜테이션(Plantation) 작물이다. 해발 고도 600~1200m 산지에서 재배되어 “하일랜드 티”라고도 불리는 데, 시장에서 비싼값에 팔린다. 생산량은 인도․중국에 이어 세계 3위를 자랑하며, 이에 힘입어 “실론티”는 홍차의 또다른 이름으로 고유명사화 되었다. 인도나 중국은 자체 소비가 많아 수출물량이 적은 반면 실론차는 대부분 수출되기 때문에 세계시장 점유율도 25%를 상회한다. 차 생산이 많으면서 차를 잘 마시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신토불이 산물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하에 있지만 이 나라의 미래는 매우 밝게 보였다. 교육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국민소득이 710불(1995년)에 불과하지만 의무교육은 9년이며 공립․사립․불교학교 등 각급 교육기관이 희망을 주고 있다. 대학도 각지에 있는데 캔디 교외에 있는 실론(페라데니야)대학이 정치 경제 문화 형성의 중심적 인재를 키워내는 중심역할을 하고 있다. 국어는 싱할리어이지만 유창한 영어가 널리 통용되는 것 또한 이 나라의 밝은 미래를 엿보게 하는 일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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