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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가도 사람이 산다. 살아가는 근본 모습도 같다. 다만 역사와 환경이 다름에서 풍습과 생활형식이 다를 뿐이다. 여행의 참 목적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이해하는 것으로 상식을 넓히고 지혜와 슬기를 익혀 나름대로 구김살 없는 풍요한 삶을 구가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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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남부의 철강도시  

유럽만큼이나 넓은 국토를 가진 미국을 요약할 수는 없다. 일반적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미국은 뉴욕․워싱턴 중심의 동부와, 캘리포니아 중심의 서부일 것이다. 관광객에겐 나이아가라 폭포가 볼거리이고, 유학파 중에는 미시간이나 일리노이도 선호된다. 그런데 남부에 대한 관심도나 교류는 적은 것 같다. 미국의 남부는 남북전쟁 시의 남부를 가르킨다. 미국지도 중앙에 열십자를 그으면 동남부가 곧 그들이 말하는 남부이다.

전쟁 패자의 생존에너지는 자존심이다. 승자는 모든 것을 갖고 누리되 패자 자존심만은 지켜주는 아량이 필요하다. 만약 그것까지 밟는다면 미구에 복수극으로 이어진다. 미국은 이런 격언에 충실한 편이다. 남부인의 자존심이 유난히 강하고 보수적인 이유는 여기 있는 것 같다.

지난 해 버밍햄을 다녀왔다. 앨라바마주 제2의 도시로 인구라야 30만에 불과하다. 주변 주거단지 인구까지를 합한다면 백만명 내외가 생활하는 중심이다. 이 작은 도시에서 세계화의 일환으로 1951년 시작하여 꾸준히 이어오는 독특한 행사가 관심을 끈다. 한 해 한 나라씩을 선정하여 그 나라의 역사․문화․예술․풍습․스포츠 등을 소상히 알려주는 것이다. 지난해는 46번째로 한국의 해였다. 헤드라括?Festival of Arts Salute to Korea!(대한민국에 경의를!)였다.  

모든 기획은 실용주의를 제일로 여기는 미국식으로 진행되었다. 형식에 치우치거나 전시효과를 얻으려는 따위 어설픈 구석을 볼 수 없었다. 행사는 1년 내내 계속된다. 년초가 되면 우선 각급 교사들이 한국을 배우고, 이어 필수교양과목으로 학생들에게 한국이 소개된다. 봄이 되면서 행사는 많아진다. 역사․문화․예술이 중심이다. 국악․무용․가곡의 밤이 공연되고, 한국화․서예․도자기들이 여기저기 전시된다. 태권도 시범이 펼쳐지고, 공원에선 한국요리 축제도 벌어진다. 야구 배구 친선경기도 가졌다.  

한국의 해 안에 한국의 달이 있고 한국주간․한국의 날까지 있다. 자연 한국주간은 축제가 된다. 문화 예술 공연팀은 이때 집중적으로 초대되어 열기가 한층 고조된다. 한국의 날 거리 퍼레이드에는 앨라바마 거주 한국전 참전용사까지 모여 함께 행진한다. 한편에서는 상공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상호무역증대 방안을 모색한다. 한국의 해로써 손색없는 진행이었다.

버밍햄에서의 일이 새삼 생각나는 이유는 우리 세계화 운동 현주소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우린 장(長)이 바뀌면 모든 게 바뀐다. 임기 중에 모든 걸 시작하고 결과까지 얻어낼 듯 소란을 피우지만, 지나면 흐지브지 되기 일쑤이다. 세계화 운동에서 생명력있게 심어진 제도나 행사가 무엇일까.

버밍햄은 미국 남부의 철강중심지였다. 도시가 한 눈에 보이는 언덕에 세워진 발칸(Vulcan:뷸과 대장일의 신)동상이 상징일 정도였다.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제철업과 금속가공업이 발달, 수송용 기기와 건설용 자재 생산으로 부를 누리면서 상업도 활발해진 주의 경제중심이었다. 관문인 모빌항에서 부산․인천까지 정기항로가 있을만큼 알고보면 교류도 깊다. 인연이란 묘한 것이 버밍햄은 포항제철이 등장하면서 쇠퇴한 도시였다. 행사에 초청받은 필자는 한창 포철신문에 지구촌 기행을 연재할 때였다.

만나본 시민은 말했다. “행사를 치루면 그 나라는 확실히 알게 됩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값진 지식을 주는 일이죠” 때문에 시가 부르면 언제라도 자원봉사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한다. 시민들은 자녀를 앞세워 행사를 참관하고, 행사요원은 거의 자원봉사였다. 물론 그중엔 교민도 있고 앨라바마대학 의학부(기초의학의 명문) 유학생들도 있다. 행사가 고조에 달한 한 자리에서 한국의 해 조직위원장 찰스 맥칼룸 박사는 눈물을 보였다.

“46년동안 행사 진행해 왔습니다. 금년은 너무나 아름다운 해입니다…”
넓은 미국 땅, 별처럼 많은 도시 중 한 곳에서의 일이었다. 이 일은 애틀란타올림픽에 가려 별로 알려지지도 못했다. 관광측면에서도 버밍햄은 올란도 디즈니월드와 마이애미비치에 가려 특별히 마음먹기 전엔 가기 힘든 도시다. 그런 버밍햄에서 본 것은 미래를 설계하는 사람들의 단면이었다. <1997년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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