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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가도 사람이 산다. 살아가는 근본 모습도 같다. 다만 역사와 환경이 다름에서 풍습과 생활형식이 다를 뿐이다. 여행의 참 목적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이해하는 것으로 상식을 넓히고 지혜와 슬기를 익혀 나름대로 구김살 없는 풍요한 삶을 구가하는 데 있다.

다양한나라 민족이야기
2005.01.22 18:44

다양한 나라 - 인도 델리 & 뉴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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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숲에서 울리는 구원의 소리 나마스테… 신과 신앙의 나라

신과 신앙의 나라 인도에 가면 어느 곳에서나 힌두의 신을 만나게 된다. 사원에는 시바신, 버스에는 평화를 지켜주는 비슈누신, 레스토랑에는 부자(富者)가 되게 하는 코끼리 얼굴의 가네샤신, 꽃시장에는 아름다움의 상징인 락슈미신이 있다. 가정에는 물론 여행안내소까지 신을 모셔놓고 있다. 모든 사람 사는 곳이 곧 신앙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신화 속의 신은 서민사회 영웅이기도 하고 부와 명예와 아름다움의 상징이기도 하다. 원형이 다른 다양한 사람들의 오만가지 소원을 들어주려니 신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사람들”하면 인도가 세계에서 으뜸이다. 오죽하면 인도를 가리켜 인간의 숲이라고 했을까. 국토면적은 미국이나 캐나다의 3분의 1에 불과하지만 인구는 미국의 3.5배, 캐나다에 비교하면 무려 31배나 된다. 인구 많은 나라의 상징인 중국이 959㎢에 11억 5천만 명인데 비해 인도는 328㎢에 8억 5천만 명이니 얼마큼 인간의 숲이 울창한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 많으니 인종과 언어와 풍습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인도엔 이런 교훈이 있다.

…숲에서는 숲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깊은 숲을 걸을 때 나무의 속삭임이나 새들의 지저귐에 귀를 기울이며 자연에 동화될 수 있다면 그는 행복을 누릴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하고 독사와 마주칠 것을 두려워하여 마음이 항상 불안하다면 그 자체가 뱀을 자극하는 결과가 되어 정말로 무서운 독사에게 물리게 된다…

인도 여행은 인간과의 만남      

인도 여행은 인간과의 만남이다. 온갖 인간 원형이 모여 제각기 개성을 보이며 시끌벅적 살고 있는 나라다. 성인과 성인에 가까운 사람부터 굴절된 삶을 살아온 인간들, 고행을 사서하는 신도들과 비루한 하층민들이 어울려 살고 있다. 모래먼지, 땀 냄새, 인간 소음, 강한 햇빛- 경이롭게도 그 가운데 보석처럼 빛나는 천진난만한 노인들이 있다. 맑은 눈빛, 마냥 순박하기 만한 미소, 릭샤를 끌고 경쾌하게 뛰어가는 앙상한 노동자의 순진한 정성 - 마음을 어떻게 가지면 백발노인이 어린아이 같을 수 있을까. 그들 중에는 자기 이름조차 쓰지못하는 문맹이 의외로 많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인도에는 상상력만으로는 모자라는 온갖 유형의 인내와 포용과 베품이 엉켜있다.

그들은 만날 때나 헤어질 때나 “나마스테(Namaste)"하고 인사한다. 끝에 ”지“를 붙여 ”나마스테-지“하면 더욱 친절하고 예의바른 인사가 된다. 힌두교 인사법이지만 종교에 관계없이 모든 인도인이 이 인사를 한다. ”당신을 존경합니다“는 좋은 뜻의 인사이다.

한두 마디에 의기가 통하면 손을 잡고 흔들거나 어깨를 치며 부둥켜안기도 한다. 물론 남자 사이에나 벌어지는 일이지만 존경이 금세 애정으로 바뀌는 것이다. 그러나 이때 왼손을 내밀거나 왼손으로 상대를 건드리면 상황은 순식간에 최악으로 돌변한다. 왼손은 부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나마스테”의 미소는 사라지고 눈빛엔 분노가 이글거린다.

헤어질 때도 “나마스테” 하면 되지만 현지인의 그런 인사는 일상적인 의례에 불과하다. 만나서 하나도 반갑지 않았다는 뜻이다. 가까워지려면 그들 품(방식)에 안겨야 한다. 그러면 헤어질 때 인사가 “피르 미렌게지(다시 만납시다)”로 바뀐다. 서로 친구가 되자는 인사이다.

서로 대립하는 양극의 공존

유럽과 비슷한 넓이를 가진 인도에서 단일의 문화나 국민성을 발견한다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인도의 자연이 한랭과 혹서, 건조와 습윤이라는 양극단을 공유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도의 문화 역시, 서로 대립하는 양극이 기막히게 공존하는 모순을 - 혹은 조화를 - 보여준다.

간디의 무저항주의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인도의 종교 사상을 통해서 가장 강조되는 특징은 불살생 비폭력 정신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종교축제는 피비린내와 광기로 번득인다. 힌두교 샤크티파(性力派)사원의 제사에는 하루에도 수십 마리의 염소가 제물로 바쳐진다. 저 옛날 인신(人身)이 공양되던 바로 그 제사이다.

자이나교에서는 무욕 무소유에 철저한 고행까지 강조되고 있지만 다른 한편인 카마수트라(Kamasutra)에서는 철저한 애욕(愛慾)의 추구가 인정되고 있다. 카쥬라호(湖) 힌두사원 외벽에는 보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뜨거워질 정도의 남녀 교합상이 가득히 들어차 있다. 고도로 추상적인 철학교리는 놀랍게도 현세의 이익을 바라는 주술적 의례(儀禮)와 공존하고 있고, 현세(現世)는 환상임과 동시에 엄연한 실제(眞)이다. 색(色)과 공(空), 동(動)과 정(靜)이 모두 이곳에서는 불이(不二)의 존재이다.

선과 악, 밝음과 어둠 같은 명확한 이원 구조조차 서로 대비시키지 않는다. 빛이 닿는 곳에 그늘이 생겨나고, 탄생이 있는 곳에 죽음이 있고, 남자와 함께 여자도 있는 것처럼 극단의 양자는 서로 보완적인 관계이거나 동전의 양면이라는 논리로서 가볍게 하나로 수렴하는 것이다. 힌두교가 “일원적 다신교”라는 것은 이런 원리에서이다.

이러한 사조(思潮)는 생과 사의 윤회관, 영겁(永劫)의 시간관념 등 종교․철학에서는 물론 생활의 모든 국면에서 같은 방식으로 인식되어 인도의 독자적인 문화와 풍습을 형성했다. 여러 이질적인 문화를 거부하기보다 적극 수용하며, 그 가운데서 독자적 문화의 틀을 발전시켜 온 것이다.

역사를 조금만 살펴봐도 이 특징은 쉽게 이해된다. 유목적이고 추상적인 사고를 특징으로 하는 아리안 문화의 유입을 시작으로 그레코로만 문화가 들어왔고 이어 페르시아, 중앙아시아, 이슬람 등의 문화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근세에는 영국을 비롯한 유럽문화가, 또 동방으로부터는 티베트 및 미얀마계 문화까지 받아들였다.

그러나 인도의 구조에 맞지않는 것은 수용되지 못했고, 받아들인 것은 모두 인도화 했다. 이문화의 공존은 허용하지 않은 대신 가능한 것은 적극 수용하여 흡수 동화시키면서, 독자적 문화의 내용을 더욱 풍부하게 했다. 좀 더 구체적인 예를 들면 2백년 영국 영향에도 불구하고 인도의 음계에 맞지 않는 피아노 같은 건반악기는 정착이 안되었고, 바이올린도 호궁처럼 세워서 인도악기처럼 연주하는 형태로만 받아들여졌다. 온갖 문명과 유행이 드나드는 가운데서 인도의 여성들은 지금까지도 민족의상(사리:Sari)만을 고집하고 있고, 음식에 있어서도 어쨌든 “카레”로 한정하고 있다. 온화한 미소 뒤에 감추어진 이 특유의 고집 - 이것이 인도의 자존심 아닐까.

짧게든 길게든 인도를 여행하며 문화의 특질을 정리하다 보면 “관용(寬容)”이라는 두 글자가 단연 돋보인다. 그러나 인도의 관용은 - 앞에 지적했듯 - 이질적인 것을 그대로 둔다던가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다. 먼저 자신의 틀에 맞춘 뒤 적극 소화시키는 “수용성 관용”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그들을 대하면 합장하고 미소지으며 “나마스테”하는 것이 인사이기보다 “특유의 관용”을 위한 절차나 수단으로 보인다. 천진한 얼굴에 온화한 미소를 띠고 “나마스테(당신을 존경합니다)“하고 인사하는 앞에 당신이라면 어떤 답례를 취할까. 도리없이 같이 합장하고 미소지으며 ”나마스테“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간과해서 안될 것은 여행자의 “나마스테”는 의례적인 인사에 불과할 것이지만 그들의 “나마스테”는 인도를 지켜 온 정신이라는 점이다. 그것은 간디주의와 직결된다. 사회 정치적 종교철학적 독트린이라고도 할 수 있는 간디주의 - 즉 외세문화에 대한 불복종(不服從) 비협력(非協力) 비폭력(非暴力) 무저항(無抵抗)의 4대 정신을 바탕에 깔고 있는 것이다.

가 볼만한 곳  

인도는 세계에서 7번째로 큰 나라이다. 동서 유럽을 합한 것과 같은 넓이다. 짧은 일정으로 몇 곳 둘러보고 다 보았다고 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그런 “인도의 색깔”은 북부지방에 모여 있다.

가장 기본적인 코스는 델리에서 캘커타를 연결하는 북인도 여행이다. 인도의 관광명소는 대부분 이 부근에 있다. 델리로 입국하여 아그바, 바라나시, 가야, 부다가야을 거쳐 캘커타에 이르는데, 최소한으로 잡아 바쁘게 움직인다 해도 7일 이상 걸린다. 인도를 처음 여행하는 사람의 90%가 이 코스에 만족한다.

델리는 역사적으로 여러 왕조가 흥망을 거듭한 고도(古都)이면서 현재도 정치의 중심지이며, 인도의 미래를 이끄는 수도이다. 영국의 인도 지배 본거지였던 탓에, 영국에 대항하는 애국독립항쟁의 주무대이기도 했다. 야무나 강변 붉은 성벽의 랄 칼라(델리城)와 거대한 모스크 자마․마사지드가 무굴제국 시대의 상징으로 남아 있고, 랄 칼라를 중심으로 강 아래쪽에는 국부 간디를 추모하는 성소 라지 카트가 있다. 또 도로 건너에는 간디 기념 박물관이 있다. 그리고 강 위쪽에 라다크 불교사원이 있는데 이 네 가지는 델리의 상징으로 꼽힌다.  

뉴델리는 영국 지배시절 건설된 신시가지이다. 하늘의 별을 관측하던 쟌타르만타르, 비슈누신 부부가 사는 락슈미 나라안 사원, 푸라나 칼라(오래된城), 이슬람 성지, 영국 군과 싸우다 간 용사의 넋을 추모하는 “인도 게이트” 등이 있고, 인도 문명보고인 국립박물관이 있다.

인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타지마할이다. 타지마할은 아그라에 있다. 기차를 타고 2시간쯤 달려가면 아그라(Agra)인데 역시 야무나 강변이다. 무굴 황제 샤 쟈한이 사랑하던 왕비를 위해 지은 타지마할. 이름은 마할(궁전)이지만 실제는 무덤이다. 낮에도 아름답고 찬란한 위용이 여행자를 압도하지만 보름달이 뜨는 밤에는 더욱 환상적이다.

바라나(Varanasi)는 3천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힌두교 성지이다. 인도문화의 첫째가는 중심지요 민족정신의 본향이다. 12세기 모슬렘 세력 아래에서 빛을 잃었다가 1738년 힌두교 지배로 되돌려진 후 옛 활기를 되찾았다. 순례자들은 이곳을 “빛으로 충만된 도시”라하여 카시(Kashi)라고 부르는 반면 영국인들은 “베나레스”라고 불렀다.

성스러운 강 갠지스(Ganges)도 이곳에서는 강가(Ganga)라 부른다. 히말라야의 정기를 모은 강가가 유유히 평원을 가로질러 시바신의 이마에 걸린 초승달 모양의 구부러진 곳으로 흘러드는 곳에 바라나시가 있다. 힌두 신앙에 의하면 강가의 성스러운 물에 목욕을 하면 모든 죄가 씻기고, 이곳에서 죽어 그 재를 강가에 흘려보내면 “최고의 이상”인 ”윤회로부터의 해탈(벗어남)“을 얻는다고 한다. 실제로 이곳을 찾는 순례자 중에는 여기서 죽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도 많다. 강가에서 목욕하는 여행자도 심심찮게 눈에 띤다.

바라나시에서 서쪽으로 400km쯤 떨어진 곳에 카주라湖가 있고 동쪽으로 400km쯤 떨어진 곳엔 부다가야가 있다. 카주라호는 에로틱한 조각으로 유명한 사원이 있는 곳이다. 힌두 사원의 외벽을 장식한 천녀상과 미트나상(남녀교합상)은 상상을 초월할만큼의 관능적인 조각작품이다.

부다가야의 석가모니 발자취는 정신적 배경에 지나지않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흔적은 별로 없다. 수많은 불교유적 중 4대 성지로 불리는 곳은 석가모니 탄생지인 룸비니, 깨달음의 땅 부다가야, 처음 설법을 행한 사르나트, 입적(入寂)지 쿠시나가르이다.

캘커타는 동인도에 속한다. 서뱅골주의 주도(州都)이며, 인도에서 삶의 냄새가 가장 진한 도시의 하나이다. 일찍부터 영국의 지배를 받아 서양사상의 흡수도 빨랐지만 민족운동이 본격적으로 전개된 곳도 여기이며 힌두교 개혁도 이곳에서 시작되었다. 불멸의 시성 타고르와 19세기 독립운동의 기수 찬드라 보스를 탄생시킨 곳이며 지금도 인도를 이끌어가는 사상과 운동의 진원지로 주목받는 곳이다.
  
시간이 있다면 북인도만 한달 잡아도 지루하지 않다. 갠지스강 물줄기를 따라 배를 타고 내려오며 힌두교 성지를 순례하는 것도 좋은 여행이고, 불교 유적지도 4대 성지에 그칠 것이 아니라 8대 성지를 돌아보는 게 진미이다. 동인도로 넘어와 뱅골만의 해변도시와 거대한 태양사원이 있는 코나라크까지 보면 주요 볼거리는 다 본 것이 된다.

인도의 “4대 도시” 하면 북쪽의 델리, 서쪽의 봄베이, 남쪽의 마두라스, 동쪽의 캘커타이다. 비행기로 옮겨가며 간단하게 여행할 수 있는데 그래도 15일은 잡아야 한다. 북부와 남부는 언어도 음식도 다르다. 북부에 있는 것이 “온화한 미소”라면 남쪽에는 다소 원시적인 “따뜻한 인정”이 있다. 기후도 해양성이라 생각보다 시원하다. 봄베이를 기점으로 고야에서 해변휴양을 즐기고 야자나무 무성한 물길을 따라 배를 타고 남하하면 또다른 인도 여행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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