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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가도 사람이 산다. 살아가는 근본 모습도 같다. 다만 역사와 환경이 다름에서 풍습과 생활형식이 다를 뿐이다. 여행의 참 목적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이해하는 것으로 상식을 넓히고 지혜와 슬기를 익혀 나름대로 구김살 없는 풍요한 삶을 구가하는 데 있다.

다양한나라 민족이야기
2005.01.22 18:30

다양한 나라 - 미얀마/ 불탑과 사원으로 가득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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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웅 산과 아웅 산 수지

인도차이나반도 서쪽에 있는 연방공화국 미얀마는 한반도의 3배쯤 되는 땅에 약 4천만명의 인구가 살고있는 나라이다. 고행을 섬기는 남방불교 최대 유적지의 하나로 꼽히는 곳으로 동쪽은 태국․라오스, 북쪽은 중국․티베트, 서쪽은 인도․방글라데시와 접하고 있는 미얀마는 우리에겐 버마(Burma)로 더 잘 알려졌다. 하지만 버마는 19세기 말 영국이 지배하면서 붙인 이름이요, 미얀마는 그 이전의 국호였다. 광복 후에는 사회주의 노선을 표방하면서 대외적으로는 엄정한 중립국이었는데, 여기 보안이나 치안의 허술함이 보태져 공산당 국제조직이 활동하기 좋은 나라이기도 했다.  

수도 양곤(Yangon:Ranggoon)에 있는 아웅 산 국립묘지에서 벌어진 83년 10월의 국제살인테러는 아직도 우리 기억에 생생한 사건이다. 우리나라 대통령의 아시아 5개국 순방길에 빚어진 일이었다. 대통령은 천만다행 화를 면했지만 수행했던 장관들과 비서들 중 상당수가 폭탄테러에 희생되었던 것이다. 세계가 경악했고 우리 국민들은 슬픔과 분노를 동시에 느껴야 했다. 다행히 버마 정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여 테러범은 붙잡혔고, 그들이 북한인이며 북한정권의 지시에 의해 저지른 행위임이 세계에 폭로되었다. 버마는 그날로 북한과 단교해 버렸다.

그 사건은 또한 아웅 산(Aung San)이라는 버마 독립운동의 지도자를 우리 귀에 익숙하게 해 주었다. 중부 마궤에서 출생한 그는 양곤대학 재학중 반영(反英)독립운동에 투신하여 학생운동을 지도하기 시작하여 1938년에는 독립을 목표하는 급진정당 타킨당에 입당하여 서기장이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직전 일본의 미얀마공작기관은 아웅 산이 이끄는 타킨당을 이용했다. 독립 원조를 약속하고 하이난섬(海南島;중국령)에서 이들을 훈련시켜 이들로 하여금 영국을 물리치게 하였다. 아웅 산은 일본군이 육성한 미얀마군의 초대사령관이었다.

그러나 영국이 물러가자 일본은 독립의 약속을 저버리고 군정을 실시하였다. 아웅 산은 곧 일본군에 대항하는 지하저항운동을 조직하였다. 44년 반파시스트기구를 결성하고 이듬해 미얀마 국군의 반일(反日) 궐기를 지휘하였다. 일본군이 패퇴하자 영국이 다시 복귀했다. 아웅 산은 다시 영국에 대해서 전국총파업을 배경으로 교섭을 계속하여 이윽고 47년 아웅산․애틀리 협정으로 독립의 실현을 보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는 독립을 눈앞에 두고 우익정치가의 총탄에 맞아 33세로 죽었다. 짧은 생애지만 그의 인생은 조국 독립을 위해 바쳐졌고, 그가 없는 오늘의 버마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를 추앙하는 국민들의 열기가 꺼지지않는 불꽃과 같은 것은 이 때문이다.

48년 1월 4일 독립한 버마는 광복 직후 정당․민족집단 등이 난립하며 대립이 격심해져 내전상태에까지 이르렀다. 그러자 군부가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해버렸다. 헌법의 효력은 정지되고 국회는 해산되었으며 혁명평의회가 조직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지내오는 동안 이리저리 헌법을 고치고 제도를 바꾸며 지내왔지만 어쨌든 군사정부에 의한 권위주의적 통제정치가 40년 가까이 계속되었다.  

87년 가을 학생․승려․시민․공무원에 일부 군인까지 합세한 격렬한 민주화 운동이 전국적으로 일어나 군사정부를 무너뜨렸다. 그러나 1년 뒤 군부에 의한 친위 쿠데타가 다시 성공하여 수천 명의 희생자를 낸 채 좌절되고 말았다. 이후 민주화 운동의 기수로 등장하는 것이 아웅 산의 딸 아웅 산 수지이다. 마치 독립은 아버지에게 주어진 명제요 민주화는 딸의 사명처럼 되어버린 형국이다. 한 살 때 아버지를 잃은 수지(Sukyi)는 주인도대사가 된 어머니를 따라 뉴델리에 살면서 학교를 다녔다. 15세때 영국으로 건너가 옥스퍼드대학에서 정치학 등을 공부하고 88년 4월 귀국하였는데, 이때 국민들의 반독재 시위가 군부에 의해 너무 잔혹하게 탄압받는 것을 목격하고 민중혁명을 주도하게 되었다. 그해 가을 군부에 의한 친위 쿠데타가 성공하자 신군부는 국가법질서위원회를 설치하고 대량학살 등을 통해 민주화운동을 저지했다. 그러나 시민의식이 예전같지 않았다. 집권을 하려면 유화정책을 병행해야만 했고, 이에 수지는 계속적인 투쟁을 전개하여 다당제선거 실시의 성과를 거두었다.

신군부는 한 발 물러나면서도 수지를 가택에 연금했다. 그러나 그녀가 창설한 국민민주연맹(NLD)은 90년 5월 총선거에서 총의석 485석 중 396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두어 국민의 뜻이 민주화에 있음을 입증하였다. 91년 한림원은 그녀에게 노벨 평화상을 수여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일련의 상황과 과정에는 동병상련의 아픔을 느끼게 하는 부분도 있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격렬한 시위와 잔혹한 진압이 우리에게도 있었기 때문이다.    

신군부는 나라 이름을 본래의 미얀마(Myanmar)로 되돌리고 사회주의공화국이란 꼬리도 떼어버렸으며 외국인에 대한 비자도 재발급하는 등 표면적으로는 개방과 민주화 조치를 취해가고 있다. 그러나 민주화는 국민이 선택한 정부여야 한다는 기본을 저버리고 성립될 수 없는 것이기에 정치적으로 여전히 불안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미얀마를 찾는 여행자의 발길은 많지 않다. 그런데 막상 미얀마를 돌아본 여행자들은 하나같이 자기 눈을 의심하게 된다. 밖에서 느끼던 혼탁(?)한 모습은 볼 수가 없는 것이다. 사람들은 친절하고 순박하고 신앙심이 깊을 뿐이다. 그리고 불탑과 사원으로 가득한 도시는 나른할 정도로 한적하고 평화스럽다. 언론이 붙인 한 줄 헤드라인 - “Crazy Goverment. Nice People"이 정말로 실감나는 현장인 것이다.
  
미얀마의 도시는 남방불교의 성도

대승(大乘)불교의 이념은 중생을 전도하여 불국토를 건설하고 참선과 수행으로 깨달음을 얻어 성불하는 데 있다. 반면 소승(小乘)불교의 스님들은 오로지 불법의 계율대로 행함으로서 해탈의 경지에 이르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고행을 섬기는 것은 그 때문이며 소승(小乘)이란 명칭부터가 저 한사람밖에 탈 수 없는 수레를 뜻한다. 따라서 소승불교의 스님들은 생활이 단순하여 하루에 한끼만 탁발(托鉢)하여 먹는 것으로 일과가 끝난다. 이들에게 “중생을 전도한다”든가 사원을 재건하는 “불사” 따위는 중요한 일이 아니다. 폐허가 된 사원에서도 그대로 사는 것이 더 나은 것이다.

미얀마의 불교는 이런 소승불교이다. 태국 실론 캄보디아 라오스 등이 모두 같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소승(小乘)불교”란 대승불교 측에서 대승(大乘)에 대하여 붙인 별칭이고 공통의 바른 부름은 “테라와다 불교”이다. 테라와다 불교의 특징은 지극히 개인주의라는 데 있다.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생사가 무한정 거듭되는 윤회의 세계로 보면서, 이 윤회의 세계에서 벗어나(解脫) 열반(涅槃)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을 최고의 이상(理想)으로 여긴다.

승려는 이 열반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하여 계율을 엄수하고 명상에 힘써야 하는데 그 실천방식이 초세속적이다. 삭발하고 승복을 걸치며 227가지 계율을 지켜야 한다. 이중에서 특히 강조되는 4가지는 ▲성적 교섭을 해서는 안된다.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치면 안 된다. ▲살생을 해서는 안된다.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등이다.

엄격하게 계율을 잘 지킨 승려는 이 세상의 성스러운 존재이며 불타(佛陀)의 대리가 된다. 신도들은 승려에게 되도록 시주를 많이하여 공덕을 쌓아야 하며 공덕을 많이 쌓은 사람은 내세에 보다 신분이 높아지고 행복해진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양곤은 세계의 수도 중에서 가장 숲이 많은 도시이다. 불탑과 사원이 많은 양곤 시내를 아침에 산책하다보면 도처에서 승려들이 검은 바투(바리대)를 들고 탁발(托鉢)에 나선 모습을 만나게 된다. 태국의 스님들은 황의가 보편적인 치온(僧服)인데 반해 미얀마 스님들의 승복은 붉은 색이다. 공손히 합장하고 머리를 조아리면서 그들에게 꽃과 음식을 공양하는 서민들 - 이런 모습은 너무나 성스럽게 보여 불교신자가 아니라도 저절로 경건한 자세를 갖게 한다.

여행 중 운 좋으면 볼 수 있는 것이 어린 사내아이들의 불교 입문식이다. 미얀마의 남자 어린이는 누구나 6,7세에 불교에 입문하게 된다. 그리고 일생에 한번은 병역의무와도 같이 승원에 들어가 엄격한 승려생활을 해야 한다. 입문식은 어린이에게 화려한 예복을 입히고 의관을 씌워서 말에 태우고 긴 양산을 높이 쳐들어 수행을 하며 마을을 돌고나서 지정된 사원까지 행진하는 것이다. 행진을 할 때는 축제처럼 나팔과 꽹가리까지 동원된다.

약 60여년간의 영국 식민지시대에 무역항으로서 발전한 도시 양곤이지만영국식의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한 항만과 스탠드 거리 등 도시 중심의 일부 번화가를 제외하면 양곤은 한 나라의 수도라기보다 한 종교의 성도(聖都)라는 게 더 어울릴 것 같다.
    
파간의 불탑은 세계 3대 불교유적의 하나

미얀마는 소승불교국 중 가장 원형이 잘 남아있다고 이 방면의 학자들은 말한다. 경제적으로 낙후하고 개발이 덜 된 것이 이런 면에서는 다행이라는 것이다. 4천만 미얀마 인구는 티베트에서 발원하여 국토의 중앙을 관통하여 흘러 안다만해로 나가는 길리 2,090km의 이라와디강의 중심으로 살아가고 있다. 미얀마의 주요 도시가 모두 이 이라와디강을 끼고 있음은 물론이다.

미얀마는 이 이라와디강이 바다와 만나는 지점에 있는 현재의 수도 양곤과 양곤에 인접해 있는 페구를 보고, 중부(中部)로 날아가 버마 최초왕조 의 수도 파간과 최후 왕조의 수도 만달레이, 그리고 그 주변을 돌아보면 훌륭한 여행이 된다. 양곤과 페구는 80km 정도 떨어져 있어 버스로 가능하지만 파간과 만달레이는 비행기로 가야 한다. 비행기로는 1시간에 불과하지만 도로사정이 나빠 버스로는 16시간 이상을 가야하기 때문이다. 파간과 만달레이는 비행기로 30분 걸리는 거리이다.  

고도(古都) 파간(Pagan)은 불탑이 하도 많아 해가 탑 속에서 뜨고 탑 속으로 지는 곳이다. 20년전(1975) 대지진으로 절반이상의 탑이 피해를 입었다고 하는데도 현재 남아있는 탑이 2,500여 개에 이른다. 이 파간의 불탑은 인도네시아의 보로부두르, 캅보디아의 앙코르와트와 더불어 세계 3대 불교 유적의 하나로 꼽힌다. 미얀마 최초의 통일 왕조는 이 파간에 번영했던 버마족 왕조였다. 그들은 선주민인 몬족의 문화를 흡수하고 불교를 수용하여 수많은 불교건축물을 남겼다. 이를 멸망시킨 것은 13세기 몽골이다. 이후 샨족 몬족 등 각 민족이 대립항쟁을 되풀이하는 분열상태가 수백년간 계속되는 사이 한때는 몬족이 득세하여 페구(바고:Bago)를 중심으로 바고왕조를 번영시켰었다. 바고는 파간보다 앞서 6세기 무렵에 생겨난 역사 깊은 도시이지만 이 때에 번영을 보았다. 바고왕조는 수코타이(태국)와 교류하였고 아유타야와는 전쟁을 계속했다.

그러나 16세기로 들어와서 버마족 왕조가 재기하여 영토를 확대하는 등 세력을 넓혔고, 이윽고 1757년 알라웅파야왕은 국토를 통일하여 최후의 버마왕국인 콩바웅왕조를 건설하였다. 알라웅파야왕은 강이 바다와 만나는 지역을 “전쟁의 끝”이라는 의미의 “양곤”으로 개명했다. 그 이전에 이 지역은 “다고온”이었고 “슈에다곤 파고다”를 찾는 순례자의 발길이나 가끔 있는 한적한 어촌이었다.    

미얀마 최후의 왕조가 있었던 도시 만달레이(Mandalay)는 제2차 세계대전 말기 英․印연합군, 버마독립의용군과 일본군 사이에 격심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아른다운 고도는 이때 잿더미로 변하고 왕궁도 불타버렸다.  그러나 불탑과 사원만은 도처에 남아있어 이 나라의 뿌리깊은 불심에 다시한번 고개를 숙이게 한다. 만달레이 근교에 아마라푸라(Amarapura) 아바(Ava) 사가인(Sagain) 밍구온(Minguon) 메이묘(Maimyo) 등 아름다운 도시가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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