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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맑게 하고 소화를 돕는 차. 차는 인간에게 무한한 활력을 주며 오묘한 사색의 숲으로 인도한다. 성품이 부드러워 늘 마셔도 부작용이 없는 인생의 반려. 색향미를 음미하며 눈을 감으면 나도 모르게 조금씩 용서와 이해와 조화의 심미안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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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인(茶人)



종교에서는 미래가 우리 삶의 배후에 있다고 봅니다. 반면, 예술에서는 현전(現前) 그 자체에 영원이 존재한다고 보았습니다.
다인(茶人)들은 말하기를, 예술이란 그 예술을 실생활에 반영할 수 있는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하여 다인들은 다실에서 도달할 수 있었던, 고도로 세련된 정신을 가지고 일상생활마저 규제하려는 노력을 했습니다.
그들은 어떠한 경우일지라도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고자 하였습니다. 일상의 대화도 주위와의 조화를 손상하지 않도록 했으며, 옷의 모양이나 색, 자세, 걸음걸이 까지 예술적인 사람됨을 나타내려고 했습니다. 어느 것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가르쳤습니다.
사람은 스스로를 아름답게 가꾼 다음에야 비로소 아름다움에 접근할 수 있다고 가르쳤습니다. 다인은 단순한 예술가 이상의 것, 결국 예술 자체가 되려고 노력했던 것입니다.

그야말로 심미주의의 선이 아닐 수 없습니다.「완전함」이란 인정하려고만 하면 도처에 존재합니다. 리큐[利休]는 기꺼이 다음과 같은 노래를 인용했습니다.
「화려한 꽃만 기다리는 사람에게, 눈 녹은 산촌에 움트는 풀을 봄의 징표로서 보여주고 싶구나.」
다인은 여러 방면의 예술 발전에 공헌하였습니다. 전통적인 건축의 실내장식을 완전히 개혁했으며, 다실의 장에서 설명한 것처럼 새로운 양식을 세웠는데 그것은 16세기 이후 세워진 궁전이나 사원에까지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만능의 재간을 타고 난 고보리엔슈[小握遠州]는 계리궁(桂離宮), 나고야성(名古屋城), 이조성(二條城), 고봉암(孤蓬庵) 등에 그의 천분(天分)을 십분 발휘하였습니다.
일본의 이름 있는 정원 또한 거의 다인들의 설계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일본의 도기도 다인의 영감이 작용했기 때문에 그처럼 우수한 품질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본의 도공들은 다인들이 요구하는 다탕(茶湯)의 도구를 만들기 위해 모든 창의와 정혼(精魂)을 경주(傾注)하였습니다.
엔슈[遠州]의 7요(窯)로 알려져 있는 각지의 토질을 살린 도예는 일본도예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겐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직물에도 가끔 색이나 문양을 고안한 다인의 이름이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회화와 칠기 분야 역시, 다인들이 많은 노력을 하였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일본 회화에 있어서도 가장 큰 유파는, 다인이면서 도사(塗師), 도예가(陶藝家)로 유명한 혼마미고오에쓰[本阿弥光悅]에서 그 물줄기가 시작됩니다. 그의 작품 앞에서는 그의 손자인 고오포[光甫], 생질인 고오린[光琳]이나 겐산[乾山] 등의 대표작도 빛을 낼 수 없었습니다.
세상에서 고오린파[光琳派]라 불려지는 모든 그림이 사실은 다도의 한 표현입니다. 이 유파의 굵은 선에는 자연 그대로의 활력이 맥맥이 흐르고 있습니다.

다인들은 이와 같이 예술의 각 분야에 걸쳐 그 천분(天分)의 발자취를 남겨놓았습니다. 그러나 실제의 일상생활에 끼친 영향에 비교한다면 그런 것은 별로 큰 것이 못됩니다.
고아(高雅)한 사교계의 의례뿐 아니라 우리들 가정에 있어서의 작은 관습마저도 모든 것이 다인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일본적인 맛이나 색이 짙은 요리도, 또 시중드는 방법도 다인의 고안에서 나온 것이 수없이 많습니다.
다인들은 수수한 색상의 옷을 입도록 가르쳤고 또 꽃을 가까이 하는 바른 정신을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또한 그들은 항상 간소한 것을 애호하도록 이끌었고 겸양의 아름다움을 시범하여 주었습니다. 차(茶)는 다인들의 가르침을 통하여 민중의 생활 깊숙이 착실하게 침투되었습니다.

인생 ― 이라 부르는 이 우둔하고 거세게 휘몰아치는 해원에서는, 끊임없이 자기 생활을 바로 잡아주는 비결이 필요합니다. 이것을 모르는 사람은 보이기 위한 행복과 만족이나 공허 속에서 추구하는 ― 결국은 보잘 것 없는 짧은 인생을 마치고야 맙니다.
마음의 안정을 유지하려고 하면 더욱 비틀거리고 수평선에 떠 있는 구름은 하나 같이 폭풍전의 징후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그 거세게 몰아치는 파도가 영겁을 향하여 전진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면, 거기에는 환희와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물결치는 파도에 정(精)을 몰입하고, 열자(列子)와 같이 열풍을 타보지 않으시렵니까.

아름다운 것과 더불어 살아온 사람만이 아름답게 죽을 줄 압니다.
위대한 다인들의 마지막은 그 생애처럼 영묘전아(靈妙典雅)한 것이었습니다. 우주의 위대한 리듬에 실리려고 노력한 그들은 어느 때라도 죽음의 세계에 진입할 수 있는 각오가 되어 있었습니다.
「리큐[利休]의 최후의 다회」야 말로 빛나는 비극의 일단으로 영원히 이야기되어 전하여질 것입니다.

리큐와 다이꼬오[太閣] 히데요시[秀吉]와는 친분이 상당히 두터웠습니다. 히데요시는 특히 리큐의 차를 대단히 높게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음모와 배신이 난무하여, 육친이라 할지라도 신용하지 않는 시대였습니다.
리큐[利休]는 그저 비위만 맞추는 부하는 아니었기에 다혈질의 무서운 후원자(後援者)인 다이꼬오[太閣] 히데요시[秀吉]와 의견 충돌이 가끔 있었습니다.
이러한 감정의 엉킴 때문에 두 사람 사이가 냉각되는 기간이 있었는데 평소 리큐[利休]를 시기하던 자들은 그 틈을 노렸습니다. 그들은 히데요시를 독살(毒殺)하는 음모에 리큐가 관여(關與)되어 있다고 꼬여 바쳤습니다.
어느 때고 리큐가 대접하는 차에 히데요시를 죽게 할 독약이 들어 있을 것이라고 귓전에 전했습니다.
일본을 통일하고 최고의 권력을 두 손에 거머쥔 히데요시는 누구라도 혐의만 있으면 즉각 처형할 수 있었습니다. 히데요시는 격노했고, 리큐[利休]는 노기 찬 군주 앞에 순종하는 것 이외에는 길이 없었습니다.
히데요시는 과거의 정리를 생각하여 사형수가 영광스럽게 스스로 생명을 끊을 수 있도록 은전을 베풀었습니다.
정해진 자해(自害)의 날이 되자 리큐[利休]는 아끼는 문인들을 최후의 다회에 초청했습니다.
약속된 시간에 손님들은 슬픔에 잠긴 채 대합실에 모였습니다. 로지(露地)를 바라보니 정원의 나무들은 떨고 있었습니다. 나뭇잎이 팔랑거리는 가운데 집 없는 망자의 속삭임이 들려오는 것 같았습니다. 거뭇거뭇한 석등용(石燈籠)은 천국의 보초병인양 엄숙하게 서 있었습니다.
묘한 향(香)의 훈훈함이 다실에 감돌았습니다.
「들어오십시오!」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손님들은 차례로 들어와 자리에 앉았습니다.
도꼬노마[床の間]에 걸린 것은 고승의 묵적(墨跡)으로 만물의 부질없음을 설파해놓은 것이었습니다.
화로에 올려진 솥에서는 마지막 가는 여름을 무한히 슬퍼하는 매미 울음처럼 끓어오르는 물소리가 들렸습니다.
주인이 들어왔습니다. 이윽고 한사람 한사람에게 찻잔이 돌려졌습니다. 손님들은 묵묵히 마셨으며 최후로 주인 스스로도 잔을 비웠습니다.
정해진 작법에 맞추어 손님들은 도구를 배견(拝見)하길 원하였습니다. 리큐는 벽에 걸린 것을 비롯하여 다실 안의 모든 도구를 손님 앞에 내놨습니다. 손님들이 그 도구의 아름다움을 칭찬하니 리큐는 그 하나하나를 손에 잡아 한사람 한사람에게 기념으로 나누어 주었습니다. 이윽고 그가 마셨던 찻잔만이 그의 손에 남았습니다.
「불행한 자의 입에 더럽혀진 이 찻잔은 두 번 다시 다른 사람이 써서는 안 돼!」
리큐는 찻잔을 산산조각으로 때려 깼습니다.
다회가 끝나자 손님들은 눈물을 참으면서 최후의 이별을 고하고 다실을 나왔습니다. 리큐는 오직 한 사람, 각별했던 분에게 최후를 지켜봐주길 부탁하였습니다.
둘 만 남자 리큐는 다회 옷을 벗었습니다. 그러자 이제까지 가려져 있었던 순백(純白)의 수의(壽衣)가 드러났습니다. 리큐는 자기 생명을 끊을 단도의 번쩍임을 유연(悠然)히 바라보며 다음과 같은 마지막 말을 남겼습니다.
人生七十 刀圍希咄  吾這寶劒 祖佛共殺
영원한 도검이여 자 -- 오너라. 불타도 달마도 나처럼 너는 쳐들어온 것이다.
그러면서 리큐는 만면에 웃음을 띤 채 영원한 나라로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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