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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언제 읽어도 우선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 위선이나 불의에 대항하여 정의를 세우면서 인간성을 옹호하고 정신을 이끄는 따위는 다음 이야기입니다. 잔잔한 물결처럼 다가와 가슴을 파고드는 반취 이기윤의 소설들에는 독특한 향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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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설/ 이기윤의 실존적(實存的) 자유욕망론(自由慾望論)
「모퉁이 찻집에서 일어난 일」을 中心으로

이 수화 (시인/ 문학평론가/ 문협 & 펜클럽 원임부이사장)

이기윤 소설집 《모퉁이 찻집에서 일어난 일》은 ― 이른바 지나침도 모자람도 함께 경계하자는 그의 아호 반취(半醉) 정신으로 다진 세월 속에서 이루어 낸 결정(結晶)으로 ― 첫 소설집인 만큼 그의 중 단편 중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소설집에 주목하는 이유는 1981년부터 「군인의 딸」 「영혼의 춤」 등 일련의 전작장편소설을 발표했고, 이 전작들이 출간 때마다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장편문학의 부동의 중견작가 위치를 굳힌 뒤에 상재한 소설집이기 때문이다.
특히 표제작인 「모퉁이 찻집에서 일어난 일」은 통념상 중편문학이지만, 단편소설의 미덕 중 미덕인 캐릭터들의 선명한 이미지, 사건의 집중적 형상화. 그리고 텍스트의 생명력인 주제의 철학성을 잘 갖추고 있어 이기윤 문학의 캐리어성(性)에 더욱 두터운 신뢰를 갖게 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이 소설은 마치 후설(Husserl)이나 하이데거, 사르트르, 까뮈 등의 실존주의 철학의 컨텐츠나 창작텍스트처럼 어렵다. 왜냐하면 ‘죽음’을 문제로 삼으면서 이 죽음의 실존주의 형상화를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실존주의 철학가와 작가들의 죽음에 대한 기본 관점과 사상적 원리를 알아야 함은 물론이다.
실존주의 철학의 핵심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실존이 본질보다 앞선다는 것이고, 둘째는 어떤 행위도 자유 선택이라는 것. 셋째 세상은 불공평하고 부조리하다는 것이다. 부조리란 혐오감을 의미한다.
실존이 먼저라는 것은 존재가 먼저이고 본질이 나중이며, 자유 선택이란 죽음마저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인데 언제 어떻게 죽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 자유로워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자살을 가리키는 말은 아니다. 자살은 논리가 받쳐줄 수 없는 금기 행위이다. 따라서 자유선택의 죽음은 과정에 좌우된다. 즉 부조리한 상황이다.
실존주의 문학의 탄생배경은 전쟁이었다. 19세기 낭만주의 성향의 낙관주의는 인간 운명이 무한한 힘(이성·절대자·마음 등)에 의해 확실히 보장되어 있고 불가항력의 진보를 향해 나아간다고 믿었다.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 스페인 내전,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유럽에는 허무감과 좌절감이 팽배했다. 낙관주의는 더 이상 받아들이기 어려워졌다. 실존주의는 모든 인간 현실의 불안정과 위험을 강조하고 인간은 '세계에 던져져 있다'는 점과 인간의 자유는 그것을 공허하게 만들 수 있는 한계에 의해 제한되어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고통·타락·질병·죽음 등과 같이 19세기 낙관주의가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았던 실존의 부정적 측면들이 인간 현실의 본질적 특징이 되었다. 인간의 이성, 역사의 발전, 신의 권능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생겨났다. 작가들은 전쟁의 체험, 수용소에 갇혀 있던 사람들의 고발 및 증언 앞에서 허망과 절망을 철학적, 문학적 고찰의 출발점으로 삼지 않을 수 없었다.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는 절망감을 지성으로 극복하고 논리화하는 과정에서 실존주의 철학도 생겨났다. 우발적이고 허망한 세계에 내던져진 인간은 자신의 자유 의지에 모든 것을 걸고 이성으로 절망을 극복해야했다. 이성을 가진 인간과 비합리적인 세계 사이사이에 있는 모순이 부조리인데, 이 부조리를 논쟁화하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 긍정하면서 허무감을 이겨내고 휴머니즘을 재건하였던 것이다. 실존주의 문학은 카프카의 「변신」에서 출발하여 사르트르의 「구토」, 알베르 까뮈의 「이방인」「페스트」「시지프스의 신화」등으로 이어졌다.  
독일의 실존철학을 대표하는 하이데거는 저서 《존재와 시간 Sein und Zeit》에서, 존재를 이해하는 유일한 존재자는 인간(현존재)이며, 현존재의 근본적 존재규정인 '관심'의 의미는 '시간성'에 의해 확정된다고 했다. 그의 사색은 존재 자체를 직접 묻는다. 존재는 개개의 존재자와 동렬(同列)에 있는 존재자가 아니라, 존재자들을 저마다의 존재자로 존재하게 하는 특이한 시간·공간이며, 인간은 거기에 나타나는 것으로 '개존(開存:Eksistenz)'이라고 했다.
인간은 자기 뜻에서가 아닌 세상에 내던져진 다자인(dasein)으로 피투자(被投者)이므로 존재에 특별한 의미가 없다. 이 아무 것도 아닌 존재의 삶과 죽음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이른바 실존적 불안(不安)인데, 이것을 극복하는 수단이 욕망(慾望)이라는 의지이다. 이른바 사물 대상에 대한 통각 작용과 파악작용이라는 지향성의 역동적 마음이다. 쉽게 말하면 자유선택이다. 이기윤의 중편 「모퉁이 찻집에서…」는 이러한 실존주의적 관점과 원리가 선명하게 서사와 묘사의 방법으로 문학의 형상화를 거두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그 예시적(例示的) 담론으로 들어가 보자.
소설 모퉁이 찻집에서 일어난 일은 주인공이 둘이다. ‘이 태호’라는 잡지사 취재부장과 ‘안 해만’이라는 고등학교 교사가 각각의 자유선택에 달린 실존적 양심의 현존재가 되고자 상쟁하는 내용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 흔히 낭만주의 소설, 혹은 통속소설에서의 헤로인(heroine)과 히어로(hero)가 스토리를 쌍끌이 하는 소설적 기법이 작용한다.    
월간지 취재부장 이 태호는 인간의 자연사(自然死) 문제를 다음 달 특집 주제로 제안, 회사의 승낙을 받는다. 그는 이 문제를 종교 의학 법조 언론 등 사회 각계 전문 인사를 초청한 간담회에서 우선 논의해 보기로 한다. 이 간담회 장소가 잡지사 인근 네거리 한쪽에 있는 모퉁이 찻집인데, 간담회를 가지기 직전 일이 벌어진다. 이 태호가 문제의 인물 안 해만을 간담회 직전에 만나기로 약속하는 것이다. 안 해만은 이 태호가 며칠 전 남한강유원지에 갔다가 카메라 후레임 안에 포착됐던 보트가 전복되는 걸 목격, 익사직전에 구출해준 인물로 헤로인(heroine)인 김 미숙 차장과의 대화 속에 잘 나타난다.    
“저런 요, 깊은 데였나요?”
“거긴 최소한 육칠 미터 깊이는 되는 곳이었지… 어쩌나 지켜봤는데 틀림없이 수영을 못하는 사람이었어”
“부장님은 수영 잘하시잖아요. 그래서 뛰어들어 구해주셨군요?”
“그랬지. 그러나 힘들었어. 하마터면 나까지 위험할 뻔 했어.”
“그 사람은 괜찮았구요?”
“내가 위기감을 느꼈을 정도니까 그 사람은 익사 직전이었지. 간신히 여주종합병원 응급실에 데려다 주고 왔지.”
“어마. 큰 일 하셨네요. 그게 저였다면 전 몸이라도 바치겠네요.”
김 미숙은 얼굴도 붉히지 않고 거침없이 말했다.
“그래? 후후후…”
이 태호는 장단 잘 맞춰주는 김 미숙이 이뻤다.
“하긴 고전소설에 보면 그런 경우 대개 몸을 바쳤지. 요즘에야 몸까지 바칠 여자가 있겠어?”
“생명의 은인에게 뭘 아끼겠어요.… 그런데 정말 여자였어요?”
“아냐. 남자였어.”
“아까 전화한 사람이죠?”
김 미숙은 정확하게 짚어냈다.
“맞아. 아까 전화한 게 그 사람이었어.”
“어머나. 그럼 큰 선물 가져오겠네요.”
“후후후. 그럴 지도 모르지… 하지만 대가를 바라고 한 일은 아니었어.”
“그런데 전화한 뒤 표정이 왜 그랬어요?”
“나도 모르겠어. 왠지 여운이 좋지 않았어. 고맙다는 표현도 없었구”
정말 그러고 보니 고맙다는 표현이 없었다. 이 태호는 통화 후 느낌을 다시 떠올려 보았다. 안 좋은 게 맞았다. 김 미숙이 그런 느낌까지를 알 리 없었다.

안 해만은 고등학교 국어선생으로 사리(事理)를 가르치는 지식인이었다. 그러나 모퉁이 찻집에 나타난 그는 간담회를 위해 모인 각계 전문인에 둘러싸인 자리에서 이 태호에게 고맙다는 인사는커녕 어떻게 책임지려고 나를 구했느냐고 윽박지른다. 이 태호가 배은망덕(背恩忘德)이라고 개탄하며 주위의 도움을 청하자 일단의 사람들에 둘러싸이는데, 안 해만은 굽히지 않고 집요하게 요구한다. 내용을 보자.    

그는 일어나 탁자 옆에 서서 그 자리의 여러 사람을 둘러보며 공개적으로 원하는 것을 주문했다.  
“저 사람이 나를 구함으로서 얻으려고 했던 것, 그것을 저 사람이 제게 주도록 해 주십시오. 그럼으로써 액막이 하듯 내 운명과 저 자의 운명이 엉키는 것을 예방하고자 합니다.”
이 태호는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몇 번이나 말해야 되겠소. 아무 것도 원한 것이 없다고!”
“정녕 원한 것이 없었다고?”
“정말 없었소. 정녕 없었습니다.”
“내게서 고맙다는 말을 들을 것조차 기대를 안 했다고?”
“……?”
순간 이 태호는 입을 벌리고 말을 잃었다. 이 태호가 답을 못하자 안 해만 선생은 비웃었다. 그리고 신부를 향해 말했다.
“신부님. 저도 더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 사람이 제게 엎드려 사과하게 하십시오.”
“……”
신부도 말을 잃었다. 이 태호는 앙탈했다.
“나보고 엎드려 사과를 하라고?… 당신을 구한 것을 잘못했다고?… 난 못 합니다. 내가 왜 사과를 해야 합니까!”
이 태호는 너무나 억울해 말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안 해만은 느린 몸짓으로 이 태호에게 다가가 속삭이듯 말했다.
“솔직해야지! 그것이 당신이 원했던 것 아니던가? 내가 당신 앞에 엎드려 고마움을 표시해 주기를?”
“선생은 정말… 이건 너무 잔인합니다.”
이 태호는 얼음덩어리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 되어 말조차 더듬거렸다.
“그런 기대조차 안 품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그건 통념이고 객관적이고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당연한 기대 아닌가요? 너무 잔인한 청이군요. 선생의 청은… 아아, 모르겠습니다.”
이 태호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눈을 감았다.
곽 신부가 일어나서 말했다.
“아무래도 여러분이 이 판단을 도와주셔야 될 것 같습니다. 인간의 존재의미와 자유선택의 문제는 우리 모두의 일이니까요. 어떻습니까? 이 태호 부장이 안 해만 선생 앞에 엎드려 사과를 해야만 하겠습니까?”

소설은 이렇게 끝난다. 보트가 뒤집혀 죽게 된 안 해만을 이 태호가 구해주었는데 고마워하기는커녕 목숨을 구해준 은인에게 되레 무릎 끓고 사과를 받으려 하는 것이다. 이 소설을 이해하려면 다시 후설이나 하이데거, 사르트르, 까뮈 등의 실존주의로 돌아가지 않을 수 없다.
실존주의의 기본 주장은 ▲실존은 항상 특수하고 개별적이다. ▲실존은 존재양식에 대한 문제이기에 존재 의미에 대한 탐구이기도 하다. ▲존재 의미에 대한 탐구는 끊임없이 다양한 가능성에 직면하며 인간은 이 가능성들 가운데서 선택하고 이 선택에 몸을 맡겨야 한다. ▲이 가능성들은 인간과 다른 사물 및 타인과의 관계에 의해 구성되기 때문에 실존은 항상 세계 내 존재이다. 즉 실존은 선택을 제한·제약하는 구체적 상황 속에 존재한다. 그래서 인간은 현존재(Dasein)라 불린다. 등이다.
이상의 주장들로 인해 실존주의는 첫째, 인간을 절대적이거나 무한한 실체의 현현(顯現)으로 보는 견해와 대립하며 의식·정신·이성·이데아 등을 강조하는 관념론 대부분의 형태에 반대한다. 둘째, 인간을 주어진 완성된 실재로 보고 이 실재의 요소를 분석해야만 인간을 인식할 수 있다고 여기는 학설과도 대립한다. 그래서 실존주의는 외적 사실의 실재성을 강조하는 객관주의나 과학주의의 모든 형태에 반대한다. 셋째, 모든 형태의 필연주의와 대립한다. 넷째, 유아독존(나만이 존재한다)이나 인식적 관념론(인식대상은 정신적인 것이다)과 대립한다. 실존은 다른 존재와의 관계로서 항상 자기 자신을 넘어서는 초월이기 때문이다.
실존주의는 이와 같은 토대에서 출발하지만 그 방향은 여러 가지일 수 있다. 실존(existence)과 관련해 존재(being)의 초월성을 강조하고 이 초월성이 실존의 기초 또는 기원이라고 주장함으로써 유신론적 형태를 취할 수도 있고, 인간 실존은 절대적 자유로서 자신을 기투(企投)한다고 주장함으로써 급진적 무신론의 형태를 띨 수도 있으며 인간 실존의 유한성, 즉 기투와 선택의 가능성에 내재한 한계를 강조함으로써 인문주의의 형태를 띨 수도 있다.

이기윤의 중편 「모퉁이 찻집에서…」는 이렇게 실존의 여러 측면에 초점을 맞추며 전개된다. 인간 상황의 부정적 현상으로서, 이를테면 사물·타인과의 관계에 매달려 있는 인간을 지배하게 되는 관심이나 선입견, 죽음·고통 등 넘을 수 없는 한계상황으로 인한 자학이나, 상황의 반복에서 오는 권태 등을 논하고 있다. 내재하는 상호주관성에서 보면 이것은 둘 ― 타인 또는 신 ― 사이의 인격적 관계일 수도 있고, 익명의 군중과 개별 자아 사이의 비인격적 관계일 수도 있다. 일상에서 빠지기 쉬운 미혹과 타락에서 인간 실존을 해방, 그 실존이 본래성을 향하도록 이끌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안 해만은, 인간 상황의 부조리의 표상인 이 태호가 물에 빠져 죽기 직전의 안 해만을 구조한 것은 보상을 기대하는 욕망이 깔려있는 행위이며, 자신이 그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에 분개한다. 아무런 기대가 없었다는 주장은 세상의 보편화되고 관습화 된 보상심리가 낳은 부조리 양태의 하나로 자기기만이 되고 만다. 두 사람을 둘러싼 각계 전문가들은 보편적 인간행위라는 포퓰리즘에 영합하는 부조리한 타락적 인간들로 그려진다.
이 부조리의 질곡
에서 이 태호는 결코 보상을 기대하지 않았다고 저항하며 빠져나오려하지만 인명구조에 따라다니는 사회 관습적 칭송의 덫에서까지 자유로울 수가 없다. 이 태호의 이 저항 양식은 시시포스(Sisyphus)의 ‘산정에 바위 굴려 올리기’와 같은 반복적 저항일 수도 있으나 그보다는 안 해만의 죽음(無)에의 자유 욕망을 간섭한 사실에서 이 태호 또한 시지프스 적 실존주의의 부조리에 저항하는 인물이 된다. 결국 안 해만과 이 태호는 실존주의가 낳은 일란성 쌍둥이에 다름 아닌 것이며, 따라서 서로 잘못을 사과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부조리한 인간들 자신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라는 명언이 새삼스러워 진다. 소경이 지팡이만으로 길을 건널 때 이 태호 형 인간은 소경의 팔을 잡아 건널목 횡단을 도와줄 것이고 사람들은 이 태호형 인간을 착하고 선량한 모범시민의 하나로 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소경에게는 쓸데없는 간섭이요, 남에게 보이기 위한 위선적 행위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문제의 답은 이 태호가 그런 행위를 할 수 있는 어떠한 사회적 자격을 갖추었는가에서 찾아질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가신성(可信性)을 갖추고 세상의 부조리에 맞서 저항하는 실존주의적 인간형이어야 휴머니스트로 불릴 수 있음을 설득력 있게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작가 자신의 실존적 자유욕망일 수도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문제작 「모퉁이 찻집에서 일어난 일」은 우리 현존재(인간)들의 삶의 자율과 인간애를 아름다운 구조적 형상물로 완결시켜 독자로 하여금 부조리한 세상에 정정당당하게  대결하도록 자세를 가다듬게 해준다는 점에서 감동을 주고 있다. 한마디 덧붙이면 소설 미학의 제요소, 특히 구성의 희곡성이 돋보이는 점이나, 스피디하고 리드미컬한 대화로 스토리를 이끌고, 죽음이라는 형이상학의 문제를 종교적 사회과학적 시각에서 총체적으로 정리해가는 문체 등은  독창적 세계를 형상화하는 결정적 기법이 되고 있다. 이는 이기윤 소설의 축적된 미학 작업의 자연스러운 귀결로 보이며, 그의 불퇴전의 작가정신의 결정이란 점에서 더 나은 전망을 기대하게 하는 현상으로 보인다. 의료 문제를 다룬 또 하나의 중편 「정리없는 끝」이나 여타 연작 단편과 장편(掌篇)에 대한 언급은 지면(시간) 관계상 다음 기회로 미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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