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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가도 사람이 산다. 살아가는 근본 모습도 같다. 다만 역사와 환경이 다름에서 풍습과 생활형식이 다를 뿐이다. 여행의 참 목적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이해하는 것으로 상식을 넓히고 지혜와 슬기를 익혀 나름대로 구김살 없는 풍요한 삶을 구가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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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은 됨직한 옛날 이야기인데, 한때 나는 '우리 나라 이상한 나라'라는 제목의 시리즈 칼럼에 집착한 적이 있었다. 여러 가지로 안목도 좁고, 사회적 지명도도 적었으며 글도 미숙할 때의 발상이라 끝내 발표해 보지는 못했지만, 곱씹어 생각할수록 그것은 좋은 제목처럼 여겨졌고, 우리 사회 발전을 위해 절실히 필요한 내용들을 얼마든지 다룰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질서의식, 시민의식, 공동체의식 등등 의식구조에 관한 기본적인 것부터 교육을 포함한 사회제도나 정치현상 언론의 실태에 이르기까지 소재는 너무나 풍부했다. 우리보다 잘사는 선진국의 자유분방한 삶의 이런저런 모습들을 매스미디어를 통해 생생하게 접할 때면, 부러움과 함께 우리는 왜 그렇게 살지 못하느냐, 하는 식의 반문이 강하게 일곤 했던 것이다.

그것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애초부터 독설로 가득한 비판으로 일관하거나, 경제적 여건을 무시한 문화의 직접비교 따위를 고집할 만큼 어리석지는 않았다.

어쩌면 당시의 언론들이(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여차하면 일본 사회를 들먹이고 여차여차 하면 미국 사회와 견주어 보는 일을 예사로 하는 것부터가 '우리 나라 이상한 나라의 한 토막 소재'일 수 있었다.

저희들 스스로 미국보다 30년 뒤졌네, 일본보다 20년 뒤떨어졌네 하면서, 민주역량이나 문명비판 따위 운동적이고 자극적인 부분은 유난스레 직접 비교하며 문제 제기를 서슴치 않으니 그렇다면 우리 국민은 하나같이 황새를 쫓는 뱁새꼴이 되어야 할 판인가?

어떤 선진국이 모든 면에서 30년을 앞섰다고 인정한다면 자유에 대한 견해나 사회적 문제 역시 그 나라의 30년 전과 오늘의 우리를 비교해야 마땅하다. 조금 발전지향적인척 한다면 한 20년 전쯤을 비교하는 정도는 애교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치러지는 우리 나라 대통령 선거가 미국의 대통령 선거처럼 민주적이지 못하다고 제나라 국민의 의식구조를 개탄스럽게 여기는 태도는, 분열과 갈등과 혼란의 불씨로서나 사회에 역으로 기여(?)할까, 의미 없는 일로 보이는 것이다.

나의 흥미는, 정치 사회 이야기가 아니라 생활주변 이야기다. 이를테면 가장 시민이용도가 높다는 지하철의 실내풍경이다. 걸터앉는 의자를 양쪽에 쭉 배열하고 그 앞에 바짝 손잡이를 달아 놓았으니 사람들은 바짝 그 앞에 서 있을 수밖에 없다. 아주 복잡할 때는 이것저것 생각할 게 없지만 조금 한가할 때는 그 모양이 영 마음에 안 든다.  

청소년이 앉아 있는 바로 앞에 노인이 손잡이를 잡고 서 있다.  이것은 극단의 대립일 수 있다. '자리를 양보하느냐, 주위의 시선을 무릅쓰고 낯두껍게 앉아 있느냐'
여론은 물론 양보해야 한다고 할 테지만 소년이 지친 상태일 수도 있다. 대중 교통수단을 이용하면서 어째서 이런 극단의 대립을 해야만 할까.

그건 자리만 양보하면 되니 아무 것도 아닐지 모른다. 젊은 아가씨가 앉아 있고 그 앞에 건장한 청년이 다리를 버티고 서 있다. 그녀가 반듯이 앉아 정면을 응시하면 어디가 보이는가. 바로 배꼽 아래 남자의 한 가운데다. 남자가 앉아 있고 여자가 서있어도 마찬가지다. 필자의 속이 엉큼해서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일까.

아마도 설계자들은 옛날 입석 버스에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가장 많은 사람을 실을 수 있는(태우는 게 아니다) 장점(?)만 살렸을 것이다. 지하철 입구에 한사람씩만 통과할 수 있는 게이트가 설치되었을 때도 머리를 스친 것은 옛날 버스 출입구에 달았다는 계수기였다. 왜 우리는 좀 더 너그럽지 못할까… 불쾌함이 심하게 느껴질 때는 몸이 떨리기도 했다.

외국엘 다녀보니 그런 식의 게이트는 동경 뉴욕 홍콩 파리가 다 같았다.  
"그러면 그렇지. 지하철 선진국을 모델로 한 것이군."
세상 형편도 모르고 불신감을 앞세운 내가 부끄러웠다. 그러나 다음 순간 전동차 내부에 들어서면 다시 배신감이 고개를 든다.

파리의 전철처럼 기차식 좌석까지는 기대하지 않더라도 입석 승객이 붙잡는 손잡이나, 기댈 수 있는 지주대가 한 가운데 있는 홍콩의 지하철 정도는 얼마든지 고려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라도 되었다면 앉아 가는 승객 바로 코앞에 다리에 힘주고 다른 승객이 서 있지 않아도 될텐데… 전동차 설계자나 결정권자들이 한없이 미워지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나라 이상한 나라는 택시 영업 실태에서도 잘 드러난다. 마닐라시티나 방콕의 택시 기사들이 관광객을 상대할 때면 곧잘 바가지를 씌운다고 하지만 그건 상대가 외국인일 때 한정되는 일이요 시비가 생기면 자국민 보호 우선 측면에서 처리된다는 정책적 배려를 뒷받침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사람에 따라 약간 바가지를 씌운다고는 하지만 일단 승객을 태우면 편안하게 목적지까지 모셔다 주는 서비스 정신은 있다.  
나도 무수하게 경험했다. 양심이라는 게 작용하는 탓인지, 내 경험에 비춘다면 바가지를 씌운 만큼 더 친절을 베푸는 순진함을 어디서나 엿볼 수 있었다.

바가지를 씌워 약간의 공돈이 생기게 된 것이 즐거운 듯, 혼자 히죽거리기도 하는데 어떤 때는 그런 모습에서 인간의 어쩔 수 없는 벌거벗은 진실을 보는 듯 해 차라리 푸근함을 느낀다. 영업용 택시의 종류도 한두 가지 정도이지 그리 많지가 않다.
우리는 어떤가. 이상한 나라답게 종류부터 참 많다. 일반 택시가 있고 중형 택시가 있고 콜택시, 호텔 택시가 있는 외에 외국인 전용 콜택시는 또 따로 있다. 모범도 있다. 중형이나 일반 택시는 1일 2교대하는 회사 택시와 개인택시로 분류되고, 또 한시 택시도 있다. 렌트카는 렌트카대로 움직이고 한편에서 자가용 불법 영업도 기업처럼
버젓하다.

택시비도 저마다 다르다. 기본요금도 7백원짜리, 8백원짜리, 3천원짜리, 5천원짜리 등 헷갈릴 정도다. 대체 비행기가 김포에 내리기 직전, 기내에서 관광객들에게
나누어주는 '코리아가이드'에는 서울에서의 택시 이용법을 어떻게 안내하고 있을까?
<1988년 월간 TTJ에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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