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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가도 사람이 산다. 살아가는 근본 모습도 같다. 다만 역사와 환경이 다름에서 풍습과 생활형식이 다를 뿐이다. 여행의 참 목적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이해하는 것으로 상식을 넓히고 지혜와 슬기를 익혀 나름대로 구김살 없는 풍요한 삶을 구가하는 데 있다.

수상
2002.02.02 04:56

수상 - 인정과 돈

조회 수 7472 추천 수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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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과 돈의 함수관계처럼 오묘한 것도 없을 것 같다.  돈이 인생의 전부일 수는 없는 일이지만 요즘 돈 없이는 한발자국도 문밖을 나갈 수 없다.  어느 정도 돈이 우리를 지배하는가 하면, 사람의 능력은 물론 지식이나, 심지어 생명까지 돈으로 환산된다.
'돈이면 다냐' '돈이 전부냐' 따위 소리는 없는 자의 공허로운 외침일뿐 실제는 '돈이면 다 되는' 황금만능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런데 생각할수록 묘한 것은 돈이 많은 곳에서는 인간이 없어 인간을 찾고, 인정 넘치는 곳에는 돈이 없어 쩔쩔매는 현상이다. 이것도 돌고 도는 원리의 하나일까?
가난한 나라를 여행하면 훈훈한 인정미를 하나 가득 추억에 담는 반면, 부자 나라를 다니면 너무 삭막해서 여운이 씁쓸할 때가 많다.

살펴보면 돈은 그 돈을 지니고 있는 사람의 성품에 따라 의미를 달리 한다. 사람이 돈을 지니는 과정은 대개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안 먹고 안 쓴다 할 정도로 피나게 절약하여 모으는 사람, 둘째는 부동산 투기니 증권이니 따위로 땀 한방울 흘리지 않고 큰돈을 만지는 사람, 셋째는 검소한 생활이 원칙이지만, 그래도 꼭 써야 할 곳은 써가면서 오랜 시간 천천히 저축하여 모으는 사람이다. 조상을 잘만나 유산을 두둑이 받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은 성격상 둘째에 포함된다.

이들의 훗날을 보면 대개  첫째 사람은 크게 인색하여 돈이 있음으로 해서 인심을 잃는 경우가 많다.   둘째는 돈의 가치조차 모르고 흥청거리다가 인생까지 그르치는 경향이 많고  셋째만 그런 대로 슬기로운 삶을 산다.

평생을 고생하며 절약하여 큰돈을 모은 할머니가 어느 날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자선단체에 몽땅 기부하는 일이 간혹 신문에 나기도 하는데, 이것은 두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첫째에 해당하는 경우다. 돈 때문에 심성이 너무 메말라져, 인간도 잃고 극도로 소외당하다 보니, 마치 자살이라도 하는 심정으로 돈을 버리게 되는 것이다.  세상은
"훌륭한 할머니, 평생 모은 돈 장학금으로 내놓다" 어쩌구 하면서 대서특필하지만, 평생을 돈 모으는 재미로 살던 사람이 갑자기 돈을 다 내어놓는 것이 어찌 자살과 다를까. 그리고 보면 돈도 너무 집착할 것은 아니다. 순리대로 살며 조금 덜 쓰고 덜 가지면 어떤가.

재미있는 것은 이와 같은 돈의 속성이 여행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사실이다. 많은 돈을 쓰는 여행이 무조건 즐거울 수는 없다.  너무 가난한 여행을 하다보면, 자칫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을 수도 있다.

여행은 본능적인 것으로 누구나 동경하는 이상이기에 어디를 가든 여행자에게 관대한 것이 지구촌 인간사회의 풍습이지만, 그것을 악용한다 할만큼 지나친 절약여행은 글세, 예의에도 어긋나지 않을까. 젊은이에게는 낭만이요 매력적인 모험으로 부각될 수도 있겠지만, 산지식을 넓히고 인생을 풍요롭게 하자는 여행이 오히려 반대효과를
가져와 상처가 된다면 이는 재고함이 옳을 수도 있다.

그러면 적절한 여행비는 어떻게 계산될까. 국내여행이라면 쉽겠지만 국외여행에선 답이 간단하지가 않다.  한국사람이니 만큼 우리 돈을 기준해서 계산해보면 해餠【?입을 벌일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동경의 허름한 가게에서 우동 한 그릇 시키면 8백엔 - 우리 돈으로 8천원…으와, 이런 걸 먹어야 되나?  라면을 먹자 차라리. 그런데 라면도 한 그릇에 오백엔, 즉 오천원이다. 밥 먹기가 도무지 편하지 않다.

잠자는 사정은 또 어떤가. 우리의 장급 여관은 이삼만원이면 충분한데 그곳의 여인숙은 욕실도 없는 방이 8천엔 만엔이다. 그것이 대체로 싼 방에 속한다. 우리 돈으로
팔만원? 십만원? 으와! 이건 호텔비 아닌가.

동경은 세계에서도 유별나게 여행비가 많이 드는 곳이지만 LA도 만만치 않다. 도무지 환율을 계산하면 먹고싶은 것도 없어지고, 잠자는 것도 체면불구, 그냥 공원벤치나 심야극장을 이용하고 싶어진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도 구구셈을 중얼거리며 우리 돈으로 환산해 보는 버릇은 나만의 것일까. 가난에서 벗어난 지 얼마 안 되는 대개의 한국인은 가 같을 것 같다. 돈이 좀 있다해도 돈에 대해 관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행은 하고 싶고 돈에 대해 관대하지는 못하고… 그러다가 반쪽 여행밖에 못하고 돌아오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이
안타깝게도 요즈음의 여행풍토는 아닐런지.

여행 할 때 절대 그런 속셈은 절대 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환율만 있는 게 아니라 그 나라 물가도 있는 법이니, 적절한 여행비 산출방법은 현지 물가를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하루에 얼마가 필요한가를 계획하여 체류기간만큼 그쪽 나라 돈으로 환전해서 지니면, 보다 즐겁고 알찬 여행이 된다.

돈이란 경제활동의 수단이기 이전에 인간사회의 엄연한 질서임이 인식되어야 한다.  너무 부자스런 여행만 지탄의 대상이 아니라, 너무 가나한 여행도 삼가는 것이 좋을 듯 싶다. 넘치는 젊음이 있어 돈대신 낭만을 뿌리고 다닐 자신이 있거나, 김삿갓처럼 온통 유우머로 가득한 발길이라면 예외가 되겠지만 말이다.
<1988-89년 월간 TTJ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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