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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가도 사람이 산다. 살아가는 근본 모습도 같다. 다만 역사와 환경이 다름에서 풍습과 생활형식이 다를 뿐이다. 여행의 참 목적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이해하는 것으로 상식을 넓히고 지혜와 슬기를 익혀 나름대로 구김살 없는 풍요한 삶을 구가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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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즐거움이 여러 가지 있는데 먹는 즐거움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먹어야 산다"는 것은 생존의 기본이지만, 그러나 무엇을 어떻게 먹을 것인가를 선택할 수 있다는데서 즐거움은 꽃핀다.

기아에 허덕이는 사람에게 먹는 것은 본능이다. 60년대 우리 나라처럼 가난하여 "보릿고개" 같은 주기적 식량 빈곤현상을 겪는 실정에서는 "먹기 위해 사느냐" "살기 위해 먹느냐" 따위 갈등에 정도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고, 철학적 사색을 하기도 했다.

지금은 배경과 능력에 따른 소득 격차에서 오는 상대적 빈곤감은 있지만, 먹을 것이 없어 배를 주리는 사람은 없어졌다. 따라서 먹기 위해 사느냐, 살기 위해 먹느냐 따위로 고민하는 사람은 없어졌다.

속된 말로 배가 부르면 딴 생각을 하게 된다. "먹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는 욕구가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이다. 분위기 좋은 스카이라운지나 특정요리 전문 레스토랑을 찾는 미식가가 늘어나고, 음식을 맛있게, 즐겁게 먹는 식도락이 대중 속에 번지고 있다.

사실, 인생의 윤택한 경영에 있어 맛있는 음식을 멋있게 먹을 줄 아는 지혜를 갖는 것보다 더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쾌락이 있을까. 음식에 대한 풍부한 상식은 지성 세계에 이미 기본으로 들어앉았다. 우리 생활을 진실로 풍요롭게 하는 징검다리로 이보다 나은 것도 드물다.

인류의 문화 역사도 알고보면 먹을 것의 발견, 먹는 방법의 개발, 에서 출발한다. 삼황오제의 한 분인 신농씨가 불을 발견한 뒤, 그 불을 이용해 음식을 가공하기 시작한 시점이 문화역사의 시발점인 것이다.  

유목민족에게는 빵 같은 간편한 음식이 개발 전수되었고, 정주민족에게는 요리법이 다소 복잡한 음식문화가 생겨났다. 역사가 오랜 민족에게는 화려하고 다양한 식탁문화가 유산으로 남겨졌다. 음식 문화 정도로서 그 나라, 민족의 문화수준을 가늠해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전통 음식에 종류도 많고, 요리법도 다양하고, 맛에서 영양에서 세계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을 음식문화를 소유하고 있는 우리 나라는 위대한 문화민족(?)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그 후예답게, 세계를 돌며 곳곳의 음식을 고루 맛보고, 다양한 식생활문화(?)를 음미하고 노래할 수 있다면 얼마나 더 위대해 보일까.
유감스럽게도 지금 세계를 여행하는 한국인 실태는 그렇지 못하다.

우리에겐 아직도 음식에 대해 불합리한 관념을 있다. 서양의 식탁이 회의나 대화의 대표적 장소인 것과는 반대로  우리는 "밥 먹을 때 말하지 말라 ― 즉 밥 먹을 때는 밥만 열심히 먹어라 는 것이었다. 요리란 주방을 담당하는 부녀자의 손에서 손으로 전수되는 것이요 사대부가 알아둘 상식이 아니었다.

게다가 개화기 이후 많은 우리 음식이 어처구니없는 박해·수난을 당했다. 지금도 김치, 된장, 마늘 등은 국제 무대에서 냄새 풍기지 않도록 '지극히' 조심해야 하고, 족탕 꼬리탕 내장탕 등 외국인은 쓰레기통에 처넣는 것을 먹어온 것은 그만큼 가난했던 역사의 '간절한' 산물이요, 보신탕 따위는 두 말이 필요 없는 야만적 식문화유산이어서 쉬쉬― 하며 먹어야 했던 것이다.

내 나라 우리 음식에 자부할 것이 없는 사람들이 어찌 외국음식에 깊은 관심을 품겠는가. 여행할 때에 여행지 음식에 대해,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한마디 질문도 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지구촌 곳곳의 식당에서 한국인 때문에 웃음꽃이 피어나고, 신조어가 생긴다.

프랑스에서 스페인으로 가던 코리언 한 명이 국경지대 한 마을의 레스토랑을 찾았다.  종업원이 메뉴판을 갖다주니 이리보고 저리보고 한참을 말없이 들여다본다. 이윽고 고개를 들자 종업원이 주문 받을 채비를 한다. 그러나 손님은 이번엔 레스토랑의 실내를 두리번거린다. 한참만에 그는 옆자리 다른 손님이 먹는 음식을 가리키며 주문한다.
"댓스 스테이크 미투. 앤덴 비어 완"
한마디로 하면 "me too"다. 이것이 한국인이 제일 잘 시키는 메뉴이다.

조금 지나니 주먹만한 고기와 맥주 한 병이 식탁에 놓인다.  갈 길이 바쁜 여행자는 한 입에 고기를 먹고 맥주를 비우고 일어서서 계산대로 간다. 주인은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손님 주문하신 스테이크는 안 드십니까??"
"스테이크? 먹었잖아요"
"노. 그건 맥주 안주로 나가는 서비스에요"
"아 그래요"
그래서 고기 맛이 좀 짯었나?! 여행자는 얼굴을 붉히며 다시 앉는다.
잠시 후 주문한 음식이 나오자 꾸역꾸역 그것을 먹는다. 그렇게 먹어야만 하는 상황이요 신세였다.

유럽의 지방도시에는 식당을 겸한 자그마한 호텔들이 많다.  우리 나라로 치면 장급 여관이다.  그런 곳에서 단체 손님을 받으면 주방은 신경을 쓰게 마련이다. 한 한국인 여행팀이 그런 호텔에서 하루 묶게 되엇다.  마침 점심때라 도착하자마자 식당으로 모였다. 주방에선 귀를 기우렸다. 코리언은 어떤 음식을 좋아하나?!

그런데 한사람이 "비프스테이크"하고 주문하니 이십여명 되는 사람이 모두 "미 투" "미 투"하는 것 아닌가. 갑자기 모두 비프스테이크를 시키는 바람에 절절 매야했던 주방장, 그러나 아하, 한국사람은 "비프스테이크"를 좋아하는구나, 하고 알아차렸다.  그는 저녁때가 되자 맛좋은 비프스테이크를 재료를 잔뜩 준비했다.

이윽고 저녁때가 되어 한국인이 우― 관광을 마치고 들어왔다. 그런데 일행중 한사람이 이번엔 생선 요리를 주문했다. 그러자 또 사방에서 "미 투""미 투"하는 것이었다. 이를 지켜보던 주방장은 어깨에 힘이 빠졌다.
"그래, 그것도 미투지. 아이구 골치야."

이때까지 한국인을 가리키는 대표적 언어는 "빨리, 빨리"와 "이거 진짜예요 진짜"였다. 면세점이나 기념품 판매점 같은 데서의 유행어지만 어린아이도 다 아는 두 마디다. 그런데 지금은 하나가 더 늘었다.  
한국인이다 싶으면 "미투 미투, 어서오세요 미투" 하고 식당 종업원이 싱글싱글 반가와(?)하게 된 것이다. <1988년 월간 TT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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