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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가도 사람이 산다. 살아가는 근본 모습도 같다. 다만 역사와 환경이 다름에서 풍습과 생활형식이 다를 뿐이다. 여행의 참 목적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이해하는 것으로 상식을 넓히고 지혜와 슬기를 익혀 나름대로 구김살 없는 풍요한 삶을 구가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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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로 접어들면서 부쩍, 통일이라는 두 글자가 어디서나 화제다.  독일 장벽이 어느 날 무너졌듯 한국의 통일도 우려처럼 요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유럽이 화폐를 통일한 데 이어 정치적으로 연방을 만든다면 그 역시 유럽 대 통합이다. 지구촌 한가족이라는 말이 명실상부해 질 것 같다. 에스페란토語를 배우는 학생 수가 엄청나게 늘고 있다는 외신도 새롭고, 인터내셔널 매너스쿨이 있어 세계적으로 상류계층 인사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하니 "매너와 에티켓의 통일"도 머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막상 그렇게 획일화된 세상이 우리 앞에 펼쳐진다면 그때 세계를 여행하는 사람의 기분은 어떨까. 미지의 세계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들, 야성(野性)과 행운에의 기대, 두려움이 살짝 깔린 스릴, 모험 등등. 아마도 지금의 여행자들이 즐기는 쾌감은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이다.  반면 어디를 가도 언어며 매너가 낯설지 않아 마음 편한 면도 있을 것이다. <1988년 월간 TTJ 연재>

하지만 피부가 다르고 풍습이 다른 이민족간에, 조금도 어색하지 않게 같은 말을 쓰고 같은 몸짓을 해 보인다면 좀 우습지 않을까, 사람 사는 모양이란 게 어디를 가도 사실은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그렇게까지 "특색 없는 하나의 지구"가 된다면 재미없을 것만 같다.

교통이 불편했던 이삼십년 전에는 서울에서 대구나 부산가는 것도 대단한 여행이었다.  방언도 심하고 풍습도 달라 쓸 것도 많았다. 그런데 전국이 일일 생활권화 되면서 어떻게 변했는가. 광주엘 가도, 부산엘 가도 다 그저 그런, 개성이 없는 세상이 되었다. 아예 "국내 여행"이라는 단어부터 시시해졌다.

지구촌은 이대로가 좋지 않을까. 말이 안 통해서 손짓발짓 고민하고, 민족마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상반돼서 희비가 일고 풍습이 달라서 실수하고 당황하고 하는 것들이 얼마나 유쾌한 추억거리인가.

여행을 하는데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부분은 차비, 즉 비행기값이며 지상에서의 호텔, 식사비가 그 다음. 실제 구경 값은 별로 안든다. 그러나 즐거움을 느끼는 순서는 정반대이다.  즐거움이란 것이 돈 씀씀이와 비례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그런 여행의 즐거움 중에서 쾌감에 가까운 하나가 말이 안 통하는 외국인과 열심히 말씨름 할 때이다. 여러 나라를 다닌 사람 중에는 특히 공항에서의 출입국관리와 입씨름한 경험담을 늘어놓는 경우가 있는데 공항 풍경도 알고 보면 나라마다 독특하고 재미있다.

일본인은 누구나 두 개 이상의 얼굴을 갖도록 육성되는 것 같다. 저희들 아쉬울 때는 영어도 잘하고 한국말도 더듬거리며 잘 한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가 되면 꼭 저희 나라 말 만을 사용한다. 그런 일본의 공항 세관원 사이에 한때 한국의 김(해태)이 유행이었다. 맛있는 김을 한국인 입국자의 짐 속에서 얻어내는 꾀는 저마다 달랐다. 있지도 않은 규정을 들먹이며 50장 이상은 갖고 들어갈 수 없다 라든가, 엉뚱한 트집을 잡는 것이었다.

그들의 수작을 익히 알고 있는 한 한국인 교수는 김을 얼마나 갖고 왔느냐는 세관원의 질문에 기다렸다는 듯 김을 꺼냈다. 김 중에서도 특상품 김을 가지고 간 그는 세관원 코밑에 김을 바짝 들이대고 한장 또 한장 하고 세었다.  그러자 자기속셈을 들켰다고 깨달은 세관원. "스미마셍, 도오모 스미마셍(정말 미안합니다)"하며 머리를 조아렸다.

후진국 공항에는 아직도 여행객의 카메라를 이리 만지고 저리 돌려보며 이것이 얼마짜리냐, 어디서 산 것이냐 하며 군침을 삼키는 사례가 많다. "하나 밖에 안 갖고 다니느냐?" "이걸 내게 팔 수 없느냐"하는데 밀수꾼이거나 도망다니는 법법자가 아닌담에야 그런 소리에 대답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  

혼자 좋아서 쓰다듬고 어루만지다가 정신이 들면 머쓱해 하는 것이 때론 애처롭게 보인다. 우리네 생활 수준이 어느덧 국제적으로 상위권에 올라섰다는데 대한 긍지로 흐뭇해질 때도 있다. 선진국 라인에 진입하면 또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다.

비행기 내에서도 느끼는 것은 승객으로서의 권리주장이 참으로 대단하다. 출발이 늦어져 점심때를 지나면 비행기 회사가 승객에게 점심값을 주도록 되어있다. 가방이 분실되어 여행객이 하루 이틀, 낯선 곳에 머무르게 되면 그 체재비도 보상해 준다. 그런 정도로 항공사는 다양한 보상제도를 가지고 있다. 선진국 사람들은 열심히 찾아 먹는다. 그러나 한국인이 찾아먹는 예는 극히 드물다. 선비 정신 때문일까. 언어가 딸려서 그럴까.

선진국 국민보다 더 극성을 부리는 집단은 필리핀 사람들이다. 그들은 항공사 약관을 참 잘 외우고 다닌다. 1백%가 아니라 1백5십% 보상을 받아내 영어권의 항공사들에게 경계의 대상이 되어있을 정도다. 필리피노들이 그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영어를 국어처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잉그리쉬가 아닌 필그리쉬로 품위는 떨어지지만 말이 얼마든지 잘 통하는 것이다. 우리도 그렇지 않은가. 빌미가 생겼을 때 저질 언어로 거품 물고 대들면 150% 주어 버리는 게 낫지…

한국인 입국시 선진국 출입국 관리들이 제일 경계하는 것은 대개 부식물의 반입이다. 김치 된장 따위인데 직감이 여간 예민한 게 아니다. 하지만 한국사람은 내남없이 그것을 악착같이(?) 갖고 다닌다. 관리가 물으면 아무 것도 없다고 시침을 뗀다. 그래서 옥신각신하는 경우가 흔한데, 이때의 풍경을 보면 한국인 영어는 벙어리가 말하는 것 같다. 설득이나 화해 유모어가 아닌 직설이어서 끝내는 짐을 풀기에 이른다. 그러다 진짜 의심했던 게 나오는 날에는, 크- 점잖은 한국부인의 그 망신스러운 모습.

이렇게 나라마다 특성이 다른 공항을 어디서나 쑥쑥 잘 빠져나가는 친구가 있어 그 방법이 궁금했다. 사람들은 그가 보기보다 언어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쇼핑을 할 때 보면 "이게 얼마냐" 소리도 함들게 하는 그였다.

하루, 술자리에서 그가 무난하게 공항 통과하는 비결을 공개했다. "나는 말은 못합니다. 하지만 어려울 게 하나도 없어요. 입국 수속 때 가급적 빨리 가서 앞에 섭니다. 차례가 되면 관리 앞에 서지요. 무엇을 물으면 그냥 웃어줍니다. 귀를 갖다대고 되물어봤자 알아듣지 못하니까 그냥 웃어주는 겁니다. 뭐라고 물으면 빙그레 웃어주고, 또 뭐라고 물으면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끄덕해 줍니다. 그러면 관리가 손을 듭니다. 등을 두드리며 빨리 가라고 합니다. 그건 잘 가라는 표시예요."

어디를 가도 웃는 얼굴에 침 뱉는 관리를 못 보았다는 게 그의 변이다. 언어의 통일이란 유창할 때만 가능한 것이 아님을 느낀다. 침묵이나 웃음도 훌륭한 통일의 한 수단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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