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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가도 사람이 산다. 살아가는 근본 모습도 같다. 다만 역사와 환경이 다름에서 풍습과 생활형식이 다를 뿐이다. 여행의 참 목적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이해하는 것으로 상식을 넓히고 지혜와 슬기를 익혀 나름대로 구김살 없는 풍요한 삶을 구가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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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행정이 어수선한 탓이든, 운수업자가 아귀 같은 탓이든, 시민의식의 불성숙 탓이든 간에 종류는 많고 질서는 없고 서비스는 엉망인 택시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한마디 더 하자면, 정말 서울의 택시처럼 비도덕적이고 불친절하고 무 경우 한 영업은 세계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도 없다.

외국 택시의 불친절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두세 가지 유형은 내 눈에도 띠었었다. 미터기가 있는데도 요금흥정을 별도로 원하던가 손님의 모양새에 따라 탑승 거부를 하는 경우였다.

한번은 마닐라시티에서 택시를 탔는데, 미터기 요금이 '달러요금'이라고 우겨대는 강도 같은 기사를 만났다. "마닐라 폐소가 곧 유에스 달러 아니냐"고 조크를 던지니 기사는 웃으면서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어쨌든 그들은 일단 합의가 되어 승객으로 태웠으면, 중간에 불편을 주는 일없이 목적지까지 편히 모시는 기본예의는 지키고 있었다.

서울의 택시는 어떤가. 편하고 쾌적하고 바삐 가려고 택시를 타는 것이데 대개의 경우 결과는 그렇지 못하다. 양해를 구하는 일도 없이 손님을 또 태우고 3중으로 태운다. 차라리 처음 탄 손님의 낯이 뜨거워지고 만다.

버젓이 달릴 수 있는 길도, 합승을 시키려는 기사 욕심 때문에 갓길로 천천히 가며 멈칫거리기 일쑤인데, 시간 거리 병산제 이후에는 그 멈칫거리는 시간에 대한 요금조차 손님의 당연한(?)부담이 되었다.

80년대는 합승을 하면 다만 이삼백원이라도 요금을 덜 받는 염치(?) 같은 게 있었는데 이제는 그것도 없어졌다. 또 합승을 시키더라도 기왕 탄 손님 자리를 옮기게는 말아야 하는 데 웬걸,
"손님. 앞으로 좀 옮겨 앉으실 까요?"가 예사다. 미안하다는 표정은 어디에도 없다. 우리도 먹고 살려고 이러는 겁니다. 하는 식이다.

이것저것 귀찮아서 아예 처음부터 앞좌석에 타면 운전기사는 더욱 의기양양해 합승객을 찾는다. 참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사람들이 서울에서 택시를 이용하는 사람이다,

이런 "철면피"랄까 "날강도"같은 영업행위에 대해, 무슨 때가 되면 신문 방송이 일제히 필주(筆誅)를 가한다. 그럴 때면 꼭"일부 몰지각한 기사들의 악덕 행위"라는 단서를 붙인다. 점잖은 분들의 글이니 다 그런 식이어야 하겠지만, 그러나 서울 사람들은 다 안다. 그것이 결코 일부가 아니라는 현실을.

얼마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외국에 갔다 오는 길인데, 김포공항에서 혜화동 집까지 택시를 탔다. 김포가도→성산대교→금화터널→중앙청→창경원→혜화동으로 이어지는 단조로운 코스였다.  택시를 타면서 나는 "혜화동로타리"라는 말만 했다.

공항을 빠져 나오면서 기사는 "어디갔다 오십니까"하고 말을 걸었다. 50 전후로 보이는 기사는 택시 경력이 많은 능구렁이 같았다. 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러자 기사는 백미러를 흘끔거렸다. 그의 눈에 내 국적이 의심스러웠던 모양이다.
"니혼진데스까?"
그는 용기를 내어 또 물어왔다.
"어이구, 내가 일본사람 같아 보입니까?"
나는 더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 택시 기사의 반응이 역겹다.
"그러면 그렇지. 내 느낌이 틀릴리가 없는데…"
혼잣말처럼 우물거린 기사는 고개를 돌려 퉁명스럽게 말했다.
"같은 방향 가시는 분 있으면 좀 모시겠습니다."
"예? 예… 그러시죠 뭐…"
얼결에 말더듬이가 되어 양해는 했지만, 그러나 대체 이게 무슨 경우인가.  외국인이면 그냥 달리고 내국인이면 합승 하겠다는 것인가. 귀국의 즐거움이 일시에 깨진다. 택시 탄 것이 후회가 된다.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말았으면 어땠을까…

이런 이상한 풍토가 공공연히 묵인되는 데는 까닭이 있지 않을까. 손님은 깊은 생각 없이 운전사를 욕하지만(안 듣는데서) 기사들은 사납금 제도를 방패로 삼으며 아귀 같은 차주에게 그 욕을 돌린다. 차주는 차주대로 그렇게 해봤자 대당 3천만원이나 홋가하는 투자에 비해 2부 이자도 안나온다고 펄펄 뛴다. 진짜 죄인은 누구란 말인가.  
근본원인은 딴 데서 찾아야만 할 것이다.

하긴, 개인택시 면허문제 하나만 놓고 봐도 그렇다. 몰라서 하는 소리인지 모르나 우리네 쉬운 생각에는, 면허를 받을 수 있는 자격자를 순위대로 등록해 놓고 시에서 공정하게 관장하며 순서대로 내 주면 문제도 안 생길 것이요, 개인택시에 그렇게 엄청난 프리미엄이 붙지도 않을 것이다.

본인이 하다가 사정이 생겨서 못하게 되면 그 면허를 시에 반납하고, 그러면 대기 중인 또 다음 사람이 순위에 따라 받고… 이렇게 하면 얼마나 질서 있고 합리적일까.
해당 기사에게도 여유가 생길 테니 친절해 질 것은 물론, 악착같이 합승을 해 대려는 무경우도 생겨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간단한 것을 간단하지 않게 처리하는 것이 이상한 나라 소리를 듣게 한다. 새로운 제도를 하나 만들 때면 입안 때부터 어떻게든 그것을 아는 사람들이 한탕 이용해 먹을 수 있게끔 요리조리 아리송한 특혜제도를 기술적으로 만들어 놓는 것이 우리네 관료요 정치가들이라면 과언일까. 그래서 알짜는 새로운 제도가 막 시행되는 초기에, 알만한 사람들이 먼저 다 빼먹고, 그리고 나서 부풀려진 모습으로 우리의 자랑스런 "자유 경제사회"에 던져지는 것 아닐까.

옛 성현 말씀에 정치의 세계 만큼은 전문가나 기술자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정치는 앞서 가서도 안 되는 것이요, 뒤를 쫓는 것도 아니요, 민의의 중심에서 함께 가야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우리 나라 모습은 어떤가. 앞서가는 정치인 , 정치 전문가, 정치 기술자들이 수없이 들끓는 이상한 풍경이지 않은가.

                  <1988년 TT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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