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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가도 사람이 산다. 살아가는 근본 모습도 같다. 다만 역사와 환경이 다름에서 풍습과 생활형식이 다를 뿐이다. 여행의 참 목적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이해하는 것으로 상식을 넓히고 지혜와 슬기를 익혀 나름대로 구김살 없는 풍요한 삶을 구가하는 데 있다.

수상
2002.02.02 04:57

수상 - 여행편력, 이성편력

조회 수 7529 추천 수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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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길 물 속은 알 수 있어도 한 뼘 사람 속은 알 수 없다는 속담이 있다. 정말 사람이란 속을 알 수 없는 존재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태도를 바꿀 수 있다.

여행을 동경하는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돌아다니고 또 돌아다녀도 못 가본 땅이 많은 이상 더 다니고 싶어진다. 그런데 어느 날 여행하는 자기 자신을 생각한다. 다니고 또 다녀보지만 어디를 가도 결국 사람 사는 곳이요, 내나라 만 못하지 않은가 반문해 본다. 그후부터 그는 아무 곳도 가지 않고 내 나라에서 내 땅 사랑하며 열심히 산다. 불평도 불만도 없다. 종이 한 장 뒤집듯 어느 날 가볍게 생각을 바꾼 것이 그의 변화의 전부였다.

한 젊은 여성은 연애를 했다. 상대는 학벌 좋고 인물 좋고 집안 좋은 나무랄 데 없는 청년이다. 주위로부터 너무 잘 어울린다는 평을 받았다. 그들은 혼전이지만 함께 자기도 했다. 마치 결혼한 부부처럼 행동했다.

어느 날, 둘이 책방에 갔다. 청년은 3천 원 짜리 책을 고르고 5천 원권을 냈다. 책방의 여점원은 당연히 2천 원을 거슬러주어야 했는데, 바쁘다보니 착각을 했다. 그녀는 책을 싸 주고 7천 원을 거슬러 주었다. 남자는 그것을 슬그머니 그냥 받아 쥐고 나왔다.  

밖에 나오자 그는 '히히히…'하고 웃으며 커피 값이 생겼다고 덜렁댄다.  
순간 여자는 당황한다.
'저런 남자를 어떻게 믿고 평생을…'  
갑자기 혐오감이 일며 그 남자가 싫어진다.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고받던 사이지만 갑자기 거리감이 느껴진다. 그녀는 그 길로 헤어져 다시는 그 남자를 만나지 않았다.

또 어떤 이는 한창 가정을 꾸릴 때인 30대 후반에 고스톱에 미쳐 크게 낭패를 겪었다. 자신의 경험인 만큼 자식들에게는 절대로 화투를 하지 못하게 했다. 고스톱의 병폐를 이리저리 분석해주며 설득시키고자 무진 애를 썼다. 그러나 장성한 자식은 역시 고스톱을 즐겼다. 아버지의 쓰라린 옛 경험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것이다. 아들은 아버지와 같은 쓰라림을 직접 경험하지 않는 한 - 그 재미있는 고스톱을 그만둘 수 없다고 했다.

온통 개방된 속에서의 선택이라면 아주 좁은 공간에서도 얼마든지 만족하고 즐겁게 시는 게 사람인 것 같다. 반대로 규제 속에서는 아무리 많은 것을 주어도 만족을 모른다. 마음대로 먹으라면 한 주발의 밥도 채 비우지 못할 사람이, 배급이라면 두 공기를 먹고도 빈 그릇을 내미는 청개구리 같은 생리를 갖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 한국인은 여행의 자유 없이 좁은 땅에서 우글우글, 우물안 개구리처럼 살았다. 각종 매스미디어를 통해 지구촌 곳곳의 소식이 전해지기는 했지만, 직접 돌아다니며 경험하거나 진위를 가려볼 자유가 없었다. 사실을 보여줘도 그것을 사실처럼 여기자 않았고, 우리의 삶이 선진국 못지 않다고 해도 그것을 믿지 않았다.  가져도 부족하다 했고, 해외를 돌아다니는 건 견문을 넓히기 보다 하나의 위세였다.

그것은 우리의 윤리개념과 같았다. 수없이 많은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영화를 보면 우리 나라는 완전히 성이 개방된 나라다. 심야도 아닌 저녁시간 안방의 TV극장에서 키스씬 베드씬이 '눈가리고 아옹' 식으로 얼마든지 벌어진다. 유부녀 유부남의 삼각관계 등 퇴폐적 애정행각을 그린 드라마도 심심치 않다. 아니 안방 드라마의 반 이상이 그런 것들이다. 돈 때문에 배신을 서슴지 않는 청춘물도 드물지 않다.

물론 전체적인 사회분위기는 그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자꾸 그런 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부추기면서, 일각에서는 윤리 도덕 정의를 요구한다. 이런 이상한(?) 규제 속에서 살다가 또 하나의 세상을 접하게 되면 상황이 어떨까. 눈이 뒤집힐 수도 있다. 신대륙 발견이나 새로운 오르가즘의 경험은, 뭔지 모르게 이제껏 속아서 헛되게 살아온 것만 같은 충격을 준다.

어쩌다 해외에 나간 사람이 반국가적인 사람으로 돌변하고, 어쩌다 바람 한 번 피운 사람이 그 일시적인 감흥에 취해 가정을 버리는 극단적인 사태는 충분히 예견되는 일들이 아닐까.

나라마다 특징이 있겠지만 일본처럼 여행을 장려하고 즐기는 민족도 드물다. 일본처럼 결혼 전과 결혼 후의 성 개념에 뚜렷한 차이를 보여주는 나라도 드물다. 일본의 젊은이들이 일찍부터 세계 구석구석을 여행하고 다니는 것과, 일본여성들이 처녀시절 마음껏 남성을 즐기는 사실은 이제금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성년이 뒨 뒤 그 경험들은 풍부한 지식이 되어 비지니스에 탁월한 실적이 되고, 강한 조국애로 변모한다. 미혼남녀들의 이성편력도, 혼전의 많은 경험이 결혼 후의 생활을 오히려 안정되게 해주는 것으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성 교제란 처음 한 두 사람, 혹은 서너 사람 사귈 때까지는 각각의 개성이 뚜렷해 보이게 마련이다. 그러나 보다 많은 사람을 사귀어보면 '아무리 점잖아도 남자는 늑대, 아무리 수줍어도 여자는 여우'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결국 '본 바탕은 다 같다' 라는 결론에 이르면 그 이상 이성에 대한 호기심은 없어지는 것이다.

여행도 마찬가지인 것이 처음 한두 번 해외를 여행할 때의 기분은 가히 환상적이다. 늘 집과 직장의 언저리를 맴도는 일상성에서 벗어나, 새롭고 넓은 터로 나아가 새로운 리듬의 세계를 경험하는 것이니 얼마나 멋진 일인가. 돌아다니며 실수를 해도 기분이 좋고, 망신을 당해도 별로 창피하지가 않다. 그러나 여행을 거듭하다 보면 어디를 가도 사람 사는 곳이요, 사람 사는 기본은 같다는 결론을 얻는다. 이윽고 내 나라처럼 살기좋은 나라가 없음을 깨닫는다. 여행을 통해 애국자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너도나도 해외 여행을 한다. 그 동안 닫혔던 문을 생각하면 지금은 그저 호기심에 들떠 막 나가 돌아다녀도 좋다. 앞으로도 한동안 그래야 한다. 삼십년 전 깃발을 들고 몰려다니던 일본인 흉내를 낼 수도 있고, 곳곳에서 실수와 망신을 연출할 수도 있다. 어쨌던 훗날을 위해서는 다 좋은 일이다.

그런데 일부 매스콤이 한국인 여행자의 어두운 면만을 들춰댄다.  문이 닫혔던 시대에 실컷 해외를 다닌 지체 높고 점잖은 분들이, 처음 해외를 나가는 여행자들의 서툰 매너를 손가락질한다.  과연 바람직한 일인가. 손가락질을 받는 사람이나, 하는 사람이나 따지고 보면 모두 해외여행 자유 시대를 함께 살고 있는 것임을 왜 생각하지 못할까. 누가 누구에게 눈살을 찌푸리며 비웃음을 던질 수 있다는 말인가. 남을 헐뜯고 비판하기보다는 우리 모두 당분간 자유로움 속에서 나름대로 여행을 즐겼으면 싶다. 평가는 최소한 일이십년 뒤에 하기로 하자. 나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편력(遍歷)이란 인생을 여러모로 살찌게 해주는 것이다. 특히 즐거움이 따른 여행 편력, 이성 편력은 약간쯤 넉넉히 경험했으면 싶다. <1988년 월간 TTJ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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