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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가도 사람이 산다. 살아가는 근본 모습도 같다. 다만 역사와 환경이 다름에서 풍습과 생활형식이 다를 뿐이다. 여행의 참 목적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이해하는 것으로 상식을 넓히고 지혜와 슬기를 익혀 나름대로 구김살 없는 풍요한 삶을 구가하는 데 있다.

수상
2002.02.02 04:57

수상 - 행복한 봉변

조회 수 6857 추천 수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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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이야기는 실화이다.

G그룹 관리부 직원 춘규(가명)가 홍콩 출장을 갔다. 외모가 출중한 그는, 보는 이에 따라서는 성적매력을 강하게 풍기는 멋진(?)남성이다.
마침 홍콩 지사에는, 입사동기인 정남이 있어 여러 가지 기대가 만발한다. 춘규에게 이번 출장은 첫 해외출장이기 때문이다. "오늘 내가 간다" 하고 춘규가 팩스를 보냈더니 정남은 "어서 와라. 끝내 줄게" 하고 답해 왔다.

홍콩 국제공항에 도착하자 묘령의 아리따운 홍콩아가씨가 춘규를 영접했다. 그녀는 춘규의 신분을 알고 마중 나왔기에 의심하지 않았다. 그녀는 춘규가 원하면 관광 안내에 그치지 않고 내일 아침까지 같이 있겠다고 했다. 내일 아침이라, 그러면 밤도 포함된다. 여자는 눈짓을 했다. 그 이상은 묻지말기.  

그냥 즐기자는 소리에 춘규는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이 친구가 이런 대접도 할줄 아네. 하고 고마워 했다. 홍콩 여인은 그를 번화한 곳으로 안내하며 일편에선 교태스런 몸짓으로 춘규를 한껏 유혹했다.
춘규는 그녀가 이끄는 대로 보고 즐기고 먹고 마시다가, 이윽고 화려한 게스트 하우스로 행복하게 끌려갔다. 그리고 이국의 여인과 환상과도 같은 하룻밤을 보냈다.

조명이 유난스럽게 밝고 화려한 넓은 방에서, 방 한가운데에 놓여있는 호화로운 침대 위에서, 홍콩 여인의 지칠줄 모르는 요구에 혀를 내두르면서, 그는 새벽녘에야 녹초가 되어 잠에 빠졌다.

이튿날 해가 중천에 솟았을 때 잠에서 깨고 보니, 그는 혼자였다. 아무리 살펴봐도, 잠에서 깨어난 곳은 어제밤의 그 화려한 침실이 아니었다. 혹시 싶어, 황급히 가방을 열어 보고 주머니를 뒤져보니, 모든 것을 그대로 있었다.
'착각인가? 취했었나?'

아침에 일어났을 때 함께 있던 하룻밤 여자가 가버리고 없는 것은 흔한 일이어서 별로 이상히 여기지 않았다. 어쨋든 그녀는 친구가 보내준 여인이니 뭘 훔쳐갈 여자는 아니었지. 하며 춘규는 샤워를 한 뒤 거리로 나와 택시를 타고 지사로 갔다.

지사에 도착하니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지사 친구는 조금 늦게 공항에 나갔다가 못 만났다는 것이다. 저녁 늦게까지 사무실을 지키며 전화를 기다렸는데 왜 이제 오느냐는 것이었다. 춘규는 마치 유령에게 유혹됐던 사람 꼴이 되었다.

"진짜야, 이게 진짜 어제 밤 있었던 일이라구!"
그날 저녁, 친구와 술을 마시며 춘규는 어제밤 이야기를 했다. 묘령의 여인과의 미스터리를 적나라하게 털어놓았다.
정남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싱글싱글 웃었다. 서울 가본 사람하고 서울 안 가본 사람하고 싸우면 안 가본 사람이 이긴다더니, 이 친구야말로 어디 와서 이따위 엉터리 같은 소리를…

정남은 춘규의 그런 말을 다르게 이해했다.
"이 친구가 오입 하고 싶어서 저러는 거지 아마"
하는데 생각이 미치자 정남은 묘수를 찾아냈다.
옳지. 뒷골목의 무허가 포르노 하우스나 구경시켜 주자.

두 사람은 그 길로 포르노 하우스로 갔다. 갑니다. 포르노 하우스란 그런 필름을 보여 주는 곳인데 가끔은 새롭고 신선한 필름도 있다. 까짓 포르노 필름이 새롭고 신선해봐야 거기서 거기지만.

"주로 어떤 필름이야? 재미있어?"
춘규가 물엇다.
"어떻게 선택되는 사람들인지는 몰라, 다만 몰래 찍어대는 것만은 분명해. 그런 게 신선한 거지. 직업 배우들 섹스가 아니니까. 이것도 홍콩에서만 볼 수 있는 풍물인 셈이야"
정남은 아는 대로 친절하게 설명했다.

좁고 어두운 실내엔 관광객이 가득했다. 모두 맥주나 양주는 술잔을 들고 기다렸다. 이윽고 필름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실내는 조용해졌다. 그런데 저게 뭐지? 아악! 저, 저건…

춘규는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전날 밤 그 여인의 모습이 화면에 보였다. 그녀의 상대자는 바로 자기였다. 어제 밤 이야기가 너무 생생하고 드라마틱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지구는 한정된 생활공간이지만 다양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여행을 다니면 다닐수록 가본 곳이 많아지는 데, 호기심이 줄어들기는 커녕 더 커지는 것은 왜일까. 홍콩도 갈수록 호기심이 더 자극된다.

홍콩의 바(클럽) 에선 한국인 관광객이 밥이다. 현금 소지율이 높고, 언어는 서툴기로 유명한 탓이다. 그러면서도 혼자 다니기를 좋아하는 특수한 국민들. 억지라도 꼬투리를 잡아 화내고 욕하고 험하게 욱박지르면 맥주 한 잔에 US$100 불도 거뜬히 받아낼 수 있다는 게 그들이 호언장담이다.
실제 그렇게 빼앗기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사실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다. 이야기하면 놀림거리가 된다.
"에이, 뭔가 재미가 있었을 테지… 어디를 만졌든가, 보았든가…"
당한 사람으로서는 참으로 분통터질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차라리 냉가슴을 앓고 말아야지…"

홍콩 구룡 반도에는 한국인이 경영하는 술집도 많고, 한국 여성도 많다. 여성의 반 이상은, '하도 영계만 밝히는 강남의 돈 많은 주객들이 보기 싫어서' 떠나온 호스티스다. 21살만 되면 영계로 쳐주지 않으니까 밖에서 살 길을 찾는 것이다. 25세 전후 여성이 구룡반도에 넘고 처진다. 술 따라주고 고향얘기 들려주고 홍콩 얘기도 나누고… 얼마나 적절한 호스티스인가…

그런데 한국인 관광객은 그런 곳은 안 간다.  모처럼 외국에 나왔는데… 하는 기분 때문이란다. 그렇다고 홍콩식 바아나 서양식 바아를 찾는 것도 아니다.  대개는 일본어가 병기된 간판을 보고 가거나, 일본 여인의 호객행위에 끌려 들어가 그런 꼴을 당한다. 나이가 지긋한 사람은 몇 마디 지껄이기도 한다. 한국인을 밥으로 노리는 바가지 바아는 이런 점을 포착, 일본 여인들을 고용해 문간에 세워 놓는다.

어렸을 때 누나와 이런 이야기를 나눴었다.
"여자 목욕탕은 어떻게 생겼을까?"
"여자 목욕탕은 별거니? 남자목욕탕이나 똑같지."
"에이구, 그러는 누나는 남자탕에 들어가 봤수?"
그 소리에 누나는 얼굴을 붉혔었다.

홍콩의 술집이나 한국의 술집이나 같다. 요상한 짓 하는 술집도 있고 건전한 곳도 있다. 당하고 안 당하고는 스스로 처신하기에 달린 문제 아닐까? 내 견해로는 음탕한 것에 대한 끝없는 호기심에서 언제나 문제는 생긴다. 아니라고 반박할 사람 있을까.
<1989년 월간 TTJ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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