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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가도 사람이 산다. 살아가는 근본 모습도 같다. 다만 역사와 환경이 다름에서 풍습과 생활형식이 다를 뿐이다. 여행의 참 목적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이해하는 것으로 상식을 넓히고 지혜와 슬기를 익혀 나름대로 구김살 없는 풍요한 삶을 구가하는 데 있다.

수상
2002.02.02 04:55

수상 - 관광과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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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보다 좋아하는 것이 낫고, 좋아하는 것보다 즐기는 게 낫다. 그야말로 공자님 말씀이다.(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
옛 성현의 말씀이 대개 그렇듯, 생각하면 할수록 진실을 음미하게 하는 지고의 명언이 아닐 수 없다.
일례로서 인생을 그 말에 접목시켜 보면 "인생을 알려고 하는 것보다는 좋아하는게 낫고, 좋아하는 것보다는 즐기는게 낫다"가 된다. 인생을 즐길수 있다면 그 이상 바랄 것이 있을까.

사람들이 저마다 부지런히 일을 하는 것도 모두가 잘 살기 위해서다. 일하는 그 자체는 결코 잘 사는 것이 될 수 없다.  일 끝에 즐길 수 있는 희망 - 그 희망이 이루어지는 때가 즐거움이요, 잘 산다는 표현에 비로소 어울리는 시간이다. 만약 그런 즐거운 시간을 갖지 못한다면, 어쩌면 인간다운 삶은 없는 것과 같을 지 모른다.

즐거움을 느끼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어떤 사람은 산에서, 어떤 사람은 낚시터에서, 어떤 이는 바다에서 나름대로의 인생을 즐길 테니까. 그러나 공통적인 것은, 더불어 어울릴 때 즐거움이 배가한다는 것이다. 종교에서는 금욕을 전파하고 철학자는 고독을 찬양하지만 사람은 혼자일 수 없기 때문이다.  누구든 같이 있어야 인간적일 수 있는 것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던가 미지의 세계를 여행하는 것도 즐거움 중 첫손에 꼽힐만한 귀한 것들이다.

여행과 식도락 - 이 두 개의 낱말은 읽는 것만으로도 우리들 가슴을 설레게 한다. 근래 들어 부쩍 소식(小食)하는 사람이 는 것은 그 자체가 음식을 즐기기 시작했다는 이야기와 같을 것이다.  
불과 한 시대 전, '하얀 이밥'만 보면 군침을 삼키던 시대는 지나갔다. 맛을 찾아 여행하는 사람들이 심심지 않게 눈에 뜨이니 너도나도 어느새 미식가가 되어버린 좋은 세상을 우리는 살고 있다.

한동안 우리 국민들은 그렇게 즐거운 여행을 제한 당해왔다.  아니, 한동안이 아니라 1989년이 되어서야 해외여행이 전면적으로 자유로워졌다.  만시지탄의 감이 있는 일이지만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국민들은 하도 이 조치가 반가와, 김포를 오가는 모든 비행기표를 몇 달분이나 매진시켰고 동남아 주요 관광지 호텔을 온통 차지해 버렸다.  
참으로 "이렇게 말 잘 듣는 국민이 지구상에 또 어디 있으랴"싶게 "여행을 가시오" 하면 우 - 다니고 "증권을 사시오" 하면 와 - 하고 증권을 사는 국민인 것이다. 한 걸음 떨어져소 보면 묘한 국민이다.

해외 여행은, 떠나는 사람 마음만 설레는 게 아니다.  보내는 사람도 이웃 사촌도 같이 들뜬다.  여행이 자유화되기 전에는 이런 현상이 더 심했다.  심리적으로 잔뜩 굶주린 여행의 즐거움을 친지나 이웃을 통해 조금이라도 덜어보고 싶어했던 까닭 아닐까?
"사촌이 여행 가는데 덩달아 기분이 들떠지는 이유"는,
지금은 예전과는 달라졌다.  요즈음은 "나도 곧 갈 거야" 하는 준비적 마음이 가세되어 들뜬다. "나는 이미 갔다 온 곳인걸" 하며 내가 못 본 것을 보고 오는 것을 희망 ― 혹은 시기 ― 하기도 한다.  

선물을 기대하는 마음은 많이 정화된 반면 생생한 여행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욕구는 전보다 몇 배 강해졌다.  "여행 자유의 종"이 울리고 문이 열리자마자 이렇듯 변화가 눈에 띄고 폭발적 붐이 조성될 수 있는 것은 즐거움에 대한 한국인의 욕구가 그만큼 본능적으로 강했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한가지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붐'에 유행의 굵은 줄기가 없다는 점이다. 여행의 자유화와 북진 정책이 한꺼번에 등장해서 동구권 여행의 문이 함께 열린 것은 대단히 환영할 만한 '쾌거'이지만, 이로 인해 여행업계나 동호인들은 모호한 시간을 보내야 했던 것 같다.  여행을 많이 한 사람이나, 한 번도 안한 사람이거나 간에 구별 없이 모두가 새로운 여행에의 꿈이 부풀고 마음이 분주했던 것이다.

특히 중국이나 소련 여행은 가히 경쟁적이었다. 마치 남보다 먼저 다녀오지 못하면 낙오자라도 되는 것 모양.  그렇게 호기심에 들뜨다 보니 그만, 여행자유화 초년에 굵은 줄기의 유행 하나 만들어내지 못하고 혼탁함만 보여준 것이 우리 여행업계라면 지나친 혹평일까?

자유에 무슨 유행이냐고 반문할 사람도 있겠지만, 정말로 자유로움 속에서 탄생하는 유행이라면 그것이 바로 대중이 만들어내는 즐거움의 본체요, 자유 속에서 생성되는 민주적 질서· 규범일 수 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흐름의 내용은 필요한 것이며, 어느 한 패턴의 뚜렷한 선호가 없는 여행풍토는 조심스러울 수 있는 것이다.

한때 월간지 '여행'의 편집국장을 지낸 덕분에 나는, 사실은 아마츄어에 불과한데 곧잘 여행 전문가로 오인된다. 아마츄어이기 때문에 쓸 수 있는 말 '나는 여행인'이라는 표현도 전문가적인 뉘앙스를 풍기는 것으로 오해되곤 한다. 한 번은 어떤 모임에서 그룹여행의 장단점에 대해 이야기를 했더니 이십오륙세쯤 된 여성이 엉뚱하게
"여행 전문가들도 단체여행을 가느냐"는 질문을 했다.
"여행이란 혼자 다니는 게 참 멋" 아니냐는 말이었다.  
말이 나온 김에 그 자리에 있는 분들에게 차례로 물어 보았다. 그랬더니 대개가 '단체여행은 관광' '개인, 혹은 아주 소수가 함께 다니는 것은 여행'이라는 식의 개념을 갖고 있었다. 그러면서 모두 '관광 아닌 여행을 하고 싶다'는 견해를 보였다.

내친김에 국어 사전을 펼쳐보니 '여행'이란 볼일, 또는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에 가는 일 이고 '관광'이란  다른 나라의 토지의 상황, 주민의 풍속 따위를 유람함  풍광(風光) 경치를 구경함 으로 되어 있었다.  '여행'과 '관광'의 뜻에 명확히 구분이 없었던 것이다.

'관광'이라는 말보다 '여행'이라는 단어를 더 고급스럽게 간직하고 있는 사실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예는 일간신문이나 주간지 헤드라인에서도 나타난다. 올 수 있다.  때리고 파헤치고 비판하는 기사를 쓸 때면 의례 '관광객이 어쩌고 어쩌고…'하는 반면, 계절적으로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본능을 부추길 때면 '가을 여행… 운운' 하며 시인(詩人)의 자세로 기사를 써댄다.  

여행의 여(旅)자는 '무리 여'이다. '벌린다' '늘어선다'는 뜻도 있다. 따라서 '여'은 '무리지어 다니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많은 사람이 집을 떠나 무리 지어 다니는 대표적인 것은 군대였다. 군대의 한 편제를 가리키는 말에 여단(旅團)이 있는 것은 아주 오래 전부터였다.
'여행'을 군사용어로 흔히 쓰다보니 행오(行俉)행렬, 행진, 행군 등 행(行)자에도 쩨?군사적인 의미가 붙어 다니게 되었다.  이런 고사(故事)를 참고하면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라는 조심스러워지지 않는가?

나는 진짜 여행을 좋아한다. 나는 혼자보다는 무리 지어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까닭이다. 내겐 어디를 여행했느냐가 중요하지 않다. 누구와 여행했느냐에 따라 잊지못할 여행이 되곤 한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큰 즐거움은 더불어 누리는 것이다.

해외여행 자유화 초년에 난 단체여행의 물결이 밀물과 썰물처럼 들고 났으면 싶었다. 처음에는 되도록 많은 도시와 지역을 돌아보는 것이 좋다. 주마간산이면 어떤가. 다음 여행 때 그 중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을 선택하여 심도 있게 관광하는 것이 좋지 않은가. 혼자 다니는 것은 그 다음에 고려해 보도록 하자.

현지인 친구를 사귄다던가 이역만리에서 의기투합할 수 있는 동포를 만나는 것도 매우 큰 즐거움이다. 혼자 무작정 떠나는 고독한 관광을 너무 장조하지 말자.

아는 것보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보다 즐기는 것을 원한다면 관광보다 행락(行樂)이 더 나은 것이 된다. 그런데 써놓고 보아도 아리송하기 짝이 없다. 글자는 맞는데 순서가 잘못된 것 같다.

아무렴 어떠랴.  일하는 가운데도 찾아보면 즐거움이 가득한 것을, 여행도 행위 자체를 즐기면 되는 일이겠지. 즐거움이란 느낌이요, 항상 내 안에 있는 것일 게다
<1988년 TT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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