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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가도 사람이 산다. 살아가는 근본 모습도 같다. 다만 역사와 환경이 다름에서 풍습과 생활형식이 다를 뿐이다. 여행의 참 목적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이해하는 것으로 상식을 넓히고 지혜와 슬기를 익혀 나름대로 구김살 없는 풍요한 삶을 구가하는 데 있다.

기행
2002.02.02 05:03

기행 - 파키스탄 훈자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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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나무 무성한 세계 제일의 장수촌



누구나 오래 살기를 소망한다. 1953년 93세로 세상을 떠난 미국의 과학자 스폴딩(Barnard T Spalding)은 1894년 인도·티베트를 여행하던 중 초인(超人)·성자(聖者)들을 만나 3년 반을 함께 생활한 뒤 돌아가 "초인 생활(The life and Teaching of masters in far east)"이라는 책을 써 큰 관심을 모았다. 놀랍게도 그는 이 책에서 6백 세 이상 살고있는 히말라야 성자들의 생활과 교훈을 소개하고 있다.

로마에서는 요구르트를 불로장생약으로 여겼다. 페르샤에서는 요구르트를 먹으면 80노인 뺨이 복숭아 빛이 되고 검은 머리카락이 다시 난다고 하였고, 아랍의 전설적 명의 이븐시나는 요구르트가 성욕을 증진시킨다고 했다. 메치니코프도 같은 믿음을 가져 매일 대량의 요구르트를 먹었다. 그러나 그는 71세에 세상을 마쳤다.

사람의 수명은 포유류 중에서 가장 긴 것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통계에 의하면 고대 그리스에서의 평균 수명은 19세, 6세기 유럽에서는 21세였으며, 18세기까지만 해도 30세를 넘지 못 했다. 1900년을 전후하여 45∼50세로 연장되고 그 뒤 문명의 눈부신 발달과 함께 비약적으로 길어졌다. 날이 갈수록 더 오래 살기를 희망하고, 장수촌이 있다면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인간의 적정 수명이 120세라는 소리는 20세기 초 실크로드를 답사한 사람들에 의해 주장되었다. 장수촌이 발견되었는 데 120세 노인들이 건강하게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 대표적인 곳의 하나가 파키스탄령 잠무카슈미르주 북서부, 길기트 위에 있는 훈자(Hunja)밸리로, 이슬라마바드에서 북쪽으로 650km, 해발 2400m 지점이다.

그곳을 찾아간 것은 96년 6월이다. 훈자는 세계 3대 산맥이라는 힌두쿠시·히말라야·카라코람이 화살표처럼 만나는 꼭지점에 있다. 산악형 사막에 오아시스처럼 들어선 녹지대에 3천명 정도 인구가 몇 개 마을에 나뉘어 살고 있었는데 100세 이상 노인이 수십이었다. 아래 쪽엔 인더스강 상류의 한 줄기인 훈자강이 회돌이쳐 흘렀다.

힌두쿠시산맥에서 카슈미르 골짜기로 내려오다 만나는 목으로, 실크로드를 오가는 행인들의 숙박지 역할을 하였던 이 곳은 삼사십년 전만해도 왕국이었고 찾아가기 여간 힘든 곳이 아니었는데 73년 중국·파키스탄 합작의 카라코람 하이웨이가 완성되면서 이제는 차를 타고 갈 수 있었다. 아보타바드에서 시작되는 하이웨이는 실크로드를 기초삼은 것으로 4천m 고지에서 국경을 넘고, 티베트를 관통하여 시안(西安)까지 벋어있다.

이슬라마바드에서 훈자까지 약 650km라고 했지만 16인승 버스로 꼬박 이틀이 걸렸다. 인더스강을 끼고 지루하게 올라가는 동안 강물은 계속 급류였다. 좌우에서 토사가 흘러내려 걸죽하게 범벅된 흙탕물로 기분나쁜 잿빛이었다. 봄철 한 때 맑은 기운을 보인다고 하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상류로 올라가면 맑아지겠지, 하고 기대했으나 훈자에 이르러서도 잿빛은 여전했다.

길도 같은 수준이었다. 하이웨이라 불렀지만 산 중턱에 흠집내듯 만들어 놓은 비포장 군사도로 같았다. 위에서 무시로 바위가 굴러내려 길을 막힌 경우도 만난다. 형편을 알고서는 - 목숨을 걸거나 인샬라를 말하는 회교도가 되기전에는 - 가기 힘든 길이었다.

고생하며 찾아갈 때는 훈자를 무릉도원으로 기대했었다. 살구나무 무성한 가운데 맑은 물 흐르고 새들 지저귀는 그림같은 곳을 꿈꿨다. 백발 성성한 120세 노인들이 온화한 모습으로 맞아줄 것으로 여겼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훈자의 첫인상은 그렇지 못했다. 사막에서 간간 만나는 버블나무의 오아시스였다. 맑은 물도 없었다.

경사지를 이용한 계단식 논밭에 쿨(Kul)이라 불리는 수로를 만들고, 지하수를 이용하여 벼·옥수수·과일 따위 재배로 살고 있었다. 특히 살구가 풍성할 뿐이었다. 주민은 회교 이스마일파 신도가 대부분이며 전통적으로 파미르 지방과 밀접한 관계를 이어왔다고 한다. 장수비결에 대하여는 이견이 많으나 대체로 맑은 공기와 알맞은 기후, 살구씨의 효능일 것으로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 중심마을인 발디트에서 만난 노인들은 "문명과 단절된 생활"이 곧 장수의 비결이었다고 말한다. 욕심부릴 일 없어 마음 편히 산 것도 한 몫 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제 훈자도 한창 문명에 오염되고 있었다. 관광객이 밀려오면서 상가가 번성하고 호텔이 들어서면서 고유한 마을 분위기도 잃어가고, 장수 신화는 이제 사라지게 되었다. 20년 전만해도 청소년들이 50km 정도는 가볍게 걸어 심부름 했었는데 지금은 단 1km를 걷으려 하지 않는다. 훈자에도 자동차 오토바이 트랙터가 아황산가스를 내뿜으며 비탈을 오르내리게 된 것이다. 다만 사람을 반가워하는 인정만은 옛 그대로, 덜 오염된 것 같아 그나마 보람으로 여기고 돌아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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