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어디를 가도 사람이 산다. 살아가는 근본 모습도 같다. 다만 역사와 환경이 다름에서 풍습과 생활형식이 다를 뿐이다. 여행의 참 목적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이해하는 것으로 상식을 넓히고 지혜와 슬기를 익혀 나름대로 구김살 없는 풍요한 삶을 구가하는 데 있다.

기행
2002.02.02 05:04

기행 - 파키스탄 라호르 포트

조회 수 803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천년 영화의 주인공 무무타즈 마할



행복은 살아있는 사람만 누리는 것일까. 죽음이 삶의 연장이라면 인생은 한순간의 유희요 죽음이 불멸의 본체(?)일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호사를 누리다가 먼저 가는 게 영원한 행복을 얻는 지름길이 된다. 그 실증을 무무타즈 마할에게서 본다.

인도 아그라 시 아무나 강변에서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는 타지마할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빛나는 하얀 돔은 신비롭기까지 한 꿈의 풍경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여성에겐 일생에 한 번은 가보고 싶은 성지 아닌 성지이다. 궁전처럼 지어졌지만 그것은 사실 유택(幽宅/무덤)이다. 무굴왕조 제5대 왕 샤·자한의 비 무무타즈 마할(본명:아르주만드 바스베가무)이 그 안에 잠들어 있다.        

뜨겁게 사랑한 왕비가 죽은 것은 1631년이다. 비의 죽음을 슬퍼한 샤 자한은 건축광답게 무굴제국의 국력을 다 기울여서 타지마할을 건설하였다. 오로지 사랑의 힘이었다. 귀하다는 석재는 다 수집하고 최고의 기술자를 모아 22년 만인 1653년 완성하였다.

샤 자한은 강 반대쪽에 검은 대리석으로 자신의 유택까지 건설하여 다리로 연결하는 계획까지 세웠다. 이슬람 가르침에 세상의 종말이 오면 모든 무덤에서 죽은 자가 되살아나 알라의 심판을 받는다고 하였는데, 그날이 오기까지 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누웠다가, 심판날에 함께 일어나 낙원으로 갈 것을 꿈꾸었다. 그러나 그는, 그가 선왕(先王) 자한기르에 반란을 일으켜 왕위에 오른 것과 마찬가지로 아들에게 유폐 당하였다. 그가 죽을 때, 그의 꿈을 이루어줄만큼 그를 사랑한 사람은 세상에 없었다. 겨우 베풀어진 것은 타지마할의 왕비 옆에 눕게 한 자비였다.  

무굴제국(1526∼1858)은 인도사상 최대의 이슬람 왕조였다. 나중에 델리로 천도하였지만 아그라가 수도였다. 그러나 묘하게도 샤 자한과 무무타즈 마할이 아그라를 찾은 것은 죽은 뒤요, 살아서는 권력을 휘두를 때는 라호르에서 세상에 없는 호사를 누렸다. 라호르는 현재 파키스탄 동부, 인도 국경에 가까운 고도(古都)로 환경이며 기후가 아그라보다 못한 곳이다. 그럼에도 샤 자한은 라호르를 더 좋아했다. 열악한 자연조건을 광적인 건축술로 이겨내는 재미가 있었기 때문일까.  

라호르에 남아있는 샤 자한 시대의 대표적 건축물은 샬리마르 정원과 라호르 포트이다. 하나같이 여행자의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어졌다. 샬리마르 정원은 터키와 페르샤 식의 절충이다. 모든 건물과 분수대가 고급 대리석으로 만들어졌고 연못과 수로가 기하학적으로 잘 배치되어 있어 규모가 있음에도 균제미가 돋보인다. 왕실전용이지만 1년에 두 번, 라마단과 이드 축제 기간에는 일반백성에게 개방되었다. 큰 연못의 터키식 십자로에서는 흥겨운 가무가 펼쳐졌다.

라호르 포트의 건축술과 섬세한 조형미는 현대 건축에서는 이미 불가능한 지경의 것이다. 포트의 중심 건물은 44개의 방으로 되어 있는데 하나하나가 전혀 독특하고 과학적으로 꾸며져 있다. ▲터키식 욕실 ▲작은 뜰에 호수를 만들고 그 속에 달을 담아 감상하며 밤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된 연회실 ▲잘 세공된 다이아몬드같은 다면각 보석이 반구형(半球形) 천정에 촘촘히 박혀있어 성냥불만 켜 들어도 온통 찬란해지는 별빛 방이 있는가 하면 ▲거울 궁전의 기둥과 벽면을 화려하게 수놓은 섬세한 문양은 상감기법인데, 100% 이 지역 특산물인 루비·가네트 등 보석을 박아 연결하였다. 전체 대리석 바닥 밑에는 흐름이 원만한 거미줄 수로(水路)가 깔려있어 한 여름 무더위도 아랑곳 없이 지낼 수 있으며 바람 또한 막힘없이 모든 방을 고루 통과하도록 설계되었다. 아무리 재력가라도, 절대권력의 뒷받침없이는 불가능한 건축예술이 아닐 수 없다.  

17세기 한 여인은 이곳에서 한 남자의 극진한 사랑을 받으며 세상에 없는 호사를 누렸다.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먼저 죽음으로써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유택을 얻었다. 그렇다면 진정한 행복은 받은 쪽일까, 준 쪽일까.

왕과 왕비가 나란히 누어있는 타지마할의 아름다움은 달빛을 받으면 더욱 황홀하게 빛난다. 특히 보름달 아래 자태는 볼수록 불가사의함을 느끼게 한다. 사진을 통해 보아도 생명력이 느껴진다.

반면 살아서 호사를 누린 라호르 포트는 유령의 요새가 되어버렸다. 거울궁전에 화려하게 상감된 보석들은 영국이 진출하면서 영국 군인들이 모두 파 가 버렸다. 곱게 보석만 파간 것이 아니라 거칠게 파 간 바람에 섬세한 문양까지 뭉개져 버렸다.

한순간의 유희인 인생의 끝에서 생각하는 영원한 안식처는 유택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라호르 포트에서 진하게 하게 된다. 피라밋이며 황제의 묘, 미이라, 토우군상에서부터 가족묘까지 떠올리며 인생이란 어쩌면 유택을 마련하기 위한 과정일지 모른다는 느낌도 가져본다. 그러나 너무 허무한 결론 아닐까. 되새겨보면 유택 역시 죽은 자 보다 산 자를 위한 것이라는 여운을 남긴다.  
?

List of Articles
번호 카테고리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 기행 기행 - 런던 피카딜리 서커스 광장 반취 2002.02.02 7612
7 기행 기행 - 파리 몽마르뜨 언덕 반취 2002.02.02 7535
6 기행 기행 - 오스트리아 비나발트(빈의 숲) 반취 2002.02.02 9682
5 기행 기행 - 파키스탄 훈자밸리 반취 2002.02.02 8072
» 기행 기행 - 파키스탄 라호르 포트 반취 2002.02.02 8037
3 기행 기행 - 최초의 불교대학 졸리안 유니버시티 반취 2002.02.02 7047
2 기행 기행 - 이르쿠츠크, 바이칼호/ 크고 맑고 깊은 시베리아의 푸른 눈 반취 2002.02.02 7110
1 기행 기행 - 겨레의 정기 담은 민족의 영산 - 백두산의 일몰 반취 2005.02.17 13895
Board Pagination ‹ Prev 1 Next ›
/ 1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2012 Banchui

Powered by Xpress Engine

abcXYZ, 세종대왕,1234

abcXYZ, 세종대왕,1234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