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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가도 사람이 산다. 살아가는 근본 모습도 같다. 다만 역사와 환경이 다름에서 풍습과 생활형식이 다를 뿐이다. 여행의 참 목적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이해하는 것으로 상식을 넓히고 지혜와 슬기를 익혀 나름대로 구김살 없는 풍요한 삶을 구가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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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민족 이야기


호주 북부의 작은 도시 캐언즈(Cairns)는, 호주가 한겨울일 때도 열대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아름다운 곳이다. 주변에는 남태평양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원시섬이 산재해 있어 호화로운 유람선이나 헬리콥터를 타고 관광할 수 있다. 안개낀 산허리와 폭포를 지나가는 열차를 타고 열대우림속에 있는 원시마을 “쿠란다”까지 가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지난 여름 쿠란다에서 애버리지니(Aborigine)를 만났다. 본디 대륙의 주인이었으면서 지금은 소수민족으로 전락한 원주민들. 그들은 최소한 4만년에서 10만년으로 추정되는 유구한 세월을 이 땅에서 살아온 종족이다. 지금은 몇백명 남지않아 관광지에서 부메랑 던지기나 돌창던지기, 또는 코로보리춤을 보여주며 살아가고 있다.    

1788년 영국이 상륙했을 때, 그들의 수는 약 30만명이었으며 일정한 영역을 가진 50여 개 부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기후 변화가 적고 식량 구하기 쉬운 해안지대에 모여 풍족하게 살고 있었다. 부메랑, 막대기 창을 사용하여 물고기나 짐승을 수렵하거나 식물의 뿌리, 줄기를 채집하여 날 것으로 먹거나 구워 먹었다. 그러나 그들은 부족간에 서로 다른 언어(신호)를 사용하여 교류가 불가능했고, 문자가 없었기에 역사를 기록하지 못했다.

처음 애버리지니를 발견한 영국인 윌리엄 뎀피아는 “그곳에는 사람과 비슷한 유인원이 살고 있다. 농사를 짓거나 가축을 키우지는 않고 자연이 제공하는 먹이를 찾아 이곳 저곳 떠돌아 다니는 기생충 같은 존재들이다”고 본국에 보고했다.

호주를 식민지로 삼은 영국의 대 원주민 정책은 이후 180년 동안 놀랍게도 이 보고에 충실(?)했다. 애버리지니는 그야말로 그들에겐 사람과 비슷한 유인원이었다. 인구조사에 포함되지도 않았고 주민증이 발급되지도 않았다. 원주민 문화는 더더욱 조사 연구의 대상이 아니었다. 인간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애버리지니에겐 문화가 있었다. 역사학자나 인류학자의 말을 빌면 그들은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드문 평화, 박애주의자들이었다. 개인 소유없이 공유하는 삶의 방식에 가치를 두었고, 배가 부르면 더 이상 사냥하지 않았다. 노을 비낀 붉은 땅에 삥 둘러앉아 어린이들에게 조상의 얘기를 들려주곤 했다. 하늘은 아버지시고 땅은 어머니시니 우리는 그들의 축복으로 영원히 배가 고프지 않을 것이다. 끝없이 넓은 땅에 계절마다 온갖 열매 풍요롭게 맺히니 새로운 땅을 찾아다닐 필요가 없다. 더 많은 소유나 영토 확장을 위해 이웃 부족과 전쟁할 필요도 없고, 여긴 내 땅 거긴 네 땅, 구획지을 필요도 없다. 영적인 조상이 그들을 위한 영토를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그곳에서 나오는 일용할 양식을 감사한 마음으로 얻으면 그만이다.    

참으로 이상적인 공산주의였다고나 할까. 애버리지니에게는 소유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으며 사유재산이란 더더욱 의미가 없었다. 때가 되면 남자들은 사냥이나 물고기 잡이를 나갔고 여자와 어린아이는 열매를 따고 나무뿌리를 캤다. 노약자나 아픈 사람은 일하지 않았으나 음식은 똑같이 나누었다. 간혹 태풍 등으로 곤란을 겪을 때면 같이 겪었다. 이렇듯 애버리지니 삶의 방식은 백인 문명사회 제도를 능가했다. 진정한 의미의 더불어 사는 사회였다.

그러나 바로 그 점이 호주 대륙을 아무 저항없이 영국인에게 내어주는 결과가 되었다. 누구도 호주를 내 땅이라고 주장하지 않았다. 소유를 증명할 역사기록이나 자료도 없었다. 영국으로선 전쟁할 필요가 없었고 대가를 지불할 필요도, 협상이나 조약도 필요없었다.
한술 더 떠 영국인은 호주 원주민을 인간으로 분류하지도 않았다. 원숭이류 중 가장 진보한 오랑우탄 정도로 취급했다. 남의 땅을 조건없이 빼앗은 약점을 피하기 위한 꾀일 수도 있었다. 어쨌든 당시 호주에 상륙한 영국인들은 “호주는 사람이 살지않는 빈땅”임을 주장했다.      

영국인 아래서 그들은 문화말살 종족말살의 위기를 맞았다. 엄연한 주인이면서 유인원 취급 당하다가, 미개인으로 약간 격상해서는 멸시의 대상이 된 나머지 백인 뒷전에서 알콜과 마약에 취해 비틀거려야만 했다. 수명도 자꾸 낮아져 인구는 급속히 줄어들었다. 수만년 이땅에서 평화롭게 살아온 그들은 2백년전 백인이 상륙한 후 그야말로 멸종을 향해가고 있었다.

그들의 신 아버지 하나님은 그냥 두고보지 않았다. 술에 취하지 않는 원주민을 내려보내 “그들도 인간”임을 외치도록 했다. 호주 최초의 원주민 작가 오저루 누누칼이 그였다. 그녀는 쉼없이 노래하여 애버리지니의 존재를 세계에 알렸다.
우리는 과거 속으로 가네/ 사냥과 즐거운 놀이/ 떠도는 모닥불들/ 우리는 가켐바의 번갯불이라네/ 빠르고 무섭게/ 번갯불 뒤에서 호령하는 천둥이라네/ 우리는 모래톱 저편으로/ 조용히 밝아오는 여명이라네/ 모닥불이 낮게 빛나는 동안/ 뒷전으로 기어 다니는 그림자 유령이지/ 우리는 자연 그 자체였으나/ 지금은 모두 흩어져버린/ 과거 속의 길이라네/ 가시덤블 사이 키 작은 사람들/ 그날의 사냥도 가고/ 웃음소리도 가고/ 그날의 독수리는 어디로 갔을까/ 이뮤와 캥거루도 그곳에는 없으리니/ 바람소리에 흔들리던 종소리/ 코로보리 춤마저 사라진지 오래다/ 그리고 지금/ 우리 모두는 떠나가고 있다네…

이는 누누칼의 대표작으로 호주 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되었다. 그녀는 백인들에게 이땅의 원주민 애버리지니를 기억하라고 외치다가 1992년 죽었다.
성스러운 사람의 말씀이/ 불쌍한 검은 이교도들아/ 우리는 가르칠 것이다/ 죄의 의미와 지옥의 무서움을/ 신의 공포와 지도자의 권위를/ 신의 법과 물질의 법 앞에서 복종하도록/ 너희들을 가르칠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대답했다/ 더 이상 허튼 수작 하지마라/ 당신들이 진정 빛을 가르치고 싶다면/ 그 무엇보다 먼저 읽고 쓰는 법을 가르쳐 다오…
  오저루 누누칼은 불꽃같은 여인이었다. 존재를 알리기 위한 그녀의 투쟁은 원주민 토지 소유권 쟁취운동에서 절정을 이루었다. 싸워서 이겼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승소판결은 그녀가 죽은 후에 내려졌다. 죽음 직전 그녀가 눈물을 비치며 읽은 시는 “이제 부메랑은 없다(No More Boomerang)"였다.
더 이상 부메랑은 없습니다/ 더 이상 돌멩이 창은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문명인인걸요/ 화려한 술집과 맥주들/ 더 이상 코로보리춤도 없습니다/ 신나는 춤과 떠들썩한 노래가 있을 뿐/ 우리는 갱영화를 보기도 하는 걸요/ 정말로 우리는 돈을 내고 그곳에 간답니다/ 더 이상 더불어 함께 살 수는 없습니다/ 아직도 사냥을 떠나기는 하지요/ 그러나 돈을 벌기 위한 사냥일 뿐입니다/ 그 돈으로 무엇인가를 사기 위해서…

그녀의 죽음은 애버리지니에게 새로운 시작의 동기였다. 잠자던 애버리지니는 꿈틀거림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을 누르고 있는 백인사회는 紂羈?기미가 없다. 풍요의 땅 호주에도 소수민족의 아픔은 있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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