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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가도 사람이 산다. 살아가는 근본 모습도 같다. 다만 역사와 환경이 다름에서 풍습과 생활형식이 다를 뿐이다. 여행의 참 목적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이해하는 것으로 상식을 넓히고 지혜와 슬기를 익혀 나름대로 구김살 없는 풍요한 삶을 구가하는 데 있다.

다양한나라 민족이야기
2002.02.02 05:08

다양한 나라 - 이탈리아 로마/ 살아있는 2천년 역사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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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예술 간직한 영원한 도시 로마 - 낙천자의 천국

"행복한 이탈리아여! 그곳에 가면 무엇이 사랑인가를 알게된다"
스땅달은 '롯시니의 생애'에서 그렇게 이탈리아를 노래했다. 먹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는 이탈리아인을 노래한 것이다. 와인은 그리스와 로마인에 의해서 더욱 더 널리 퍼뜨려 졌다. 에게문명이나 그리스 도시국가의 흥륭도, 또 로마인이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일어나 제패한 지중해 여러 나라와 유럽의 제국들도 모두 로마로부터 제공된 와인의 혜택을 입었다.

예수 그리스도는 "최후의 만찬"에서 제자들에게 빵을 나누어주며 "이것은 너희들에게 나누어주는 나의 몸"이라고 했고, 와인을 따라 주면서는 "이것은 너희를 위하여 흘리는 나의 피"라고 했다.

이로써 와인은 그리스도의 피가 되고 기독교의 보급과 함께 중요시되기에 이르러 성직자와 수도원들 사이에 포도의 재배나 와인 양조술의 연구가 성행하게 되었다.

밀라노 산타 마리아델레그라치에 성당 식당에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린 벽화는 그리스도가 12제자와 이별하는 "와인을 곁들인"만찬에서  배신자를 지적하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충격받은 제자들의 표정과, 체념하는 그리스도의 모습이 절묘한 대조를 이루는 위대한 걸작이다.

어쨌든 이 땅의 사람들과 와인의 만남은 예술이었다. 전설에 의하면 와인에 취한 최초의 인간은 구약성서 속에 나오는 노아이며, 본디 중앙아시아 지방에서만 재배되던 포도를 지중해 연안에 전파한 것은 주신 박카스다. 박카스는 원래 트라키아의 산에서 식물과 동물의  생명을 관장하는 신이었는데 하루는 표연히 길을 떠나 바다 건너  앗티카에 상륙하여 포도를 발견했다. 박카스는 곧 포도를 연구하여 그 재배법과 함께 와인 만드는 법을 그곳 사람들에게 가르친다. 이 일로 인하여 박카스는 주신(酒神)으로 숭앙받게 된다.    

박카스가 주신이 되자 그를 둘러싸는  일단의 여인들이 생겨났다. 그녀들은 와인에 흠뻑 취하여, 횃불을 들고 밤낮없이 국경을 넘어 산과 들을 헤맸다. 짐승을 만나면 잔인하게 찢어죽이며 그것을 즐겼다. 그러나 그녀들이 춤추고 놀다간 자리에는  꿀과 젖이 흐르고 와인이 솟아나욌다. 사람들은 감히 그녀들의 접근을 거부하지 못했다. 테베에 젊은 왕 펜테우스가 있어 그녀들의 입국을 허가하지 않았다. 그러자 박카스는 펜테우스를 곰으로 만들었고, 그녀들은 그 곰을  잔인하게 찢어죽였다.

로마제국은 이처럼 와인을 앞세워 지중해 연안과 유럽의 여러 나라들을 차례차례 점령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장엄한 예술로 승화시켰다. 황제들이 경쟁적으로 세운 개선문이 그것을 대표한다. 그리하여 도시들은 불멸의 예술로 가득한 영원한 도시가 되고 나라는 영원한 도시들을 품에 않은 역사의 보고가 되었다.

이탈리아에 발을 디디면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 없네" 소리가 절로 나온다. 도시는 누천년의 장엄한 역사를 보여주고 있는데  전설적인 영웅 호걸은 간데없는 것이다. 그런가운데 이탈리아인들은 일찌감치 즐겁게 사는 방법을 택했다.  현재의 그들은 정말  언제 어디서 만나도 낙천적이기만한 하다. 마치 모든 것을 가져본 뒤에 마음을 비운 득도자(得道者)들만 같다.

이탈리아는 그렇게 낙천주의자들의 천국이 되었다. 다만 하나 비우지 못한 것이 있다면 "캄파닐리스모"라고 하는 특유의 애향심이다. 그것은 그들 민족이 살아있는한 꺼지지않을 불씨인지 모른다. 낙천적인 기질 뒤에 숨어있는 무섭도록 강한 집단주의가 바로 그것이다.

어쨌든 이탈리아는 나라 전체가 미술관이고 역사 박물관이다. 고대로 마의 유적에서부터 르네상스,바로크 시대의 자취를 모두 간직하고 있다. 옛 에트루리아시대로부터 현대 미술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으며, 가는 곳마다 고대유적이나 역사적 건조물을 활용한 미술관 박물관이 있다. 디오클레티아누스 목욕탕 유적지에 건축되어 테르메(욕장)미술관이라 불리는 로마국립박물관에는 그리스 로마시대 조각이 진열되어 있다.

또 제국시대 종교행사가 자주 열리던 캄피톨리오 언덕의 카피톨리노 미술관은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것으로 로마시대 작품이 많다. 메디치가(家)의 사무소였던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에는 르네상스의 거장 S.보티젤리 및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등의 작품이 있고, 피티가(家)의 저택이었던 피티미술관에는 라파엘로 등의 작품이 있다. 또 나폴레옹시대인 1809년 개관된 밀라노의 브레라 미술관에는 룸바르디아 출신 작가들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이와같이 이탈리아 모든 도시에는 각각의 역사를 충분히 활용한 미술관 박물관 등이 있는데 하도 수효가 많아 관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비원 부족으로 귀중한 작품이 도난 당하자 일부 미술관을 폐쇄했던 경우도 있다. 이탈리아인들은 이와같은 환경에서 예술과 더불어 사는 것이  생활화되었고, 이것이 일상의 미의식을 고양시키는 바탕이 되었다.

극장은 로마의 오페라극장, 밀라노의 스칼라극장, 나폴리의 산 카를로 가극장, 팔레르모의 마시모극장 등이 유명한데, 관광철인 여름에는 로마의 카라칼라 목욕장유적지나 베로나의 고대 로마의 야외극장에서 오페라가 저녁부터 아침까지 철야 상연되고 시칠리아의 타오르미나에서는 그리스 인이 세운 야외극장에서 그리스 비극이 상연된다.오페라에 대해서도 국가가 적극 후원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이러한 역사 문화유산 못지않게 아름다운 자연경관도  갖추고 있다. 이탈리아의 자연을 가장 빛내주는 계절은 가을이다. 해변에서의 여름 피서가 끝나면 이탈리아인들 시골로 돌아가 전통과 민속을 즐긴다. 10월부터 시작되는 각 지방의 페스티벌은 11월까지  계속된다.

유명한 와인을 시음하는 기회를 가져보고 싶다면 추수 축제인 포도수확기간동안 와인이 생산되는 지역을 방문하자. 페스티벌은  이탈리아적인 화려함과 시원함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데, 무엇보다  와인의 시음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모든 길은 로마로...

로마는 이탈리아에서도 특별한 도시다. 로마하면 고대 로마를 연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로마의 지중해세계 지배체제 확립과 함께 로마시는 전 유럽의 정치적 중심이 되었고, 각국의 사절은 다투어 로마원로원을 알현하기 원하였으며, 이와 함께 "로마의 여신"은  해외 각지에서  종교적예배를 받기에 이르렀다.

해외로부터 온갖 약탈품이 반입되어 로마를 장식한 것은 물론이다. 고대 로마제국은 그렇게 유럽의 어머니로 군림하였기에 유럽의 역사와 문화는 모두 로마와 연결되어있어, 17세기 프랑스 시인 라 퐁텐은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노래했다.  물론 그 속에는  "진리는 하나"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지만, 그러나 여행자에게 있어 그 말은 "이탈리아를 보지않고 유럽을 말할 수 없다"는 격언으로 남는다.

그렇다고 이탈리아를 먼저 가는 것은 좋은 여행 방법이 아니다.  로마를 먼저 보면 유럽 여행의 흥미는 반감되고 말기 때문이다. 유럽 각지에 흩어져 있는 모든 과거의 유적과 예술품을 다 합친 것 보다 로마는 더 감동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곳에는 관광객을 즐겁게 하는 활발하고 유우머 가득한 이탈리아인들이 있고,년간 1천만명을 넘는 관광객들이 만들어 내는 온갖 유혹과 범죄와 해프닝의 이야기가 있다.

관광대국이지만 이나라에서는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사는 것을 즐기는 데는 익숙하지만 게으르기 때문이다. 영국인들은 이 점을 꼬집어 고개를 흔들며 입을 비죽거린다.

"이탈리아는 비난받아 마땅한 나라이다. 기차는 정시에 오지않고 더럽고 사람들은 귀찮게 달라 붙는다. 다만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즐겁게 사는 것만은 특별한 것 같다"
공자 어록에 지불여호 호불여요(知不如好 好不如樂: 알려고 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게 낫고 좋아하는 것보다 즐기는 게 낫다)라는 말이 있는데 되도록 복잡하게 생각하지않고  즐겁게 사는 이탈리아인들이야말로 공자가 말하는 그 대상이요, 일찌감치  인생의 진리와 참 멋을 터득한 현자(賢者)들일 수 있는 것이다.

로마를 "제멋대로 사는 운수좋은 여자"에 비유하는 시인도 있다. 스스로는 그 무엇 하나 생산해 내지 못하지만 언제나 확실한 Patron이 있어 2천년 동안 역사와 문화의 안주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여자다. 그녀는 이젠 상당히 나이가 들었는데도  장래를 위해 저축을 한다던가 노후 설계를 고려하는 일이 없다. 도대체 아무런 걱정이 없는 여자 -그런 낙천적이고 자유분방한 여자의 모습이 로마와 같다는 말이다.

그녀가 로마 제국에 의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기 전에는 7개의 낮으막한 언덕에 둘러싸인 구릉지대에 불과했다. 한 언덕엔 라틴인이 살고 있었고 또 한 언덕엔 사비니인이 모여 살아던 정도였다. 가장 먼저 부락이 형성되었다는 장소는 팔라티노 언덕이었다. 그러던 것이 로마제국의 등장과 함꼐 북으로는 영국으로부터 남으로는 북
부아프리카, 서쪽으로는 스페인, 동쪽으로는 중근동에까지, 그 위세를 떨치고 대제국의 부가 결집되는 중앙으로 화려하게 부상했다. 콜로세움을 비롯하여 여러 황제들의 개선문,신전, 경마장 등은 이러한 부와 힘의 지배를 대변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여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분수이다. 로마시의 독특한 특징 중 하나가 많은 분수라 할 수 있는데, 고대 사회의 분수는 미적 효과보다는 공공시설로서의 역할이 더 컸었다. 그러므로 대부분 분수들은 인파가 모이는 장소에 설치되어 공동우물로 이용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도시 장식물로서의 의미가 더 커지게 되었다.

BC 19년 로마에 공급되는 수로가 끝나는 지점에 설치된 트레비 분수를 포함하여 거북이 분수, 보트 분수, 트리토네 분수,  바오로 샘의 분수등이 로마의 대표적인 분수들로 하나같이 극치의 조형미를 보여준다.    

제국의 멸망 이후 새로운 파트론으로 등장한 것은 제국을 무너뜨린 가톨릭이었다.  바티칸이 베드로의 후임자이며  예수의 대리인인 교황의 거주지가 되고, 아울러 그리스도교의 수도가 되면서 전세계 가톨릭 교도들의 순례 행렬이 이어지게 되었고 헌금이 쏟아져 들어왔다.

이렇게 세계에서 가장 작은 영토의 나라 바티칸 시국이 들어앉은 지역은 기원 초 "아게르 바티카누스"라는 경기장이 있었던 자리이며, 네로황제가 기독교인들의 처형장으로 사용했던 거대한 정원이 있던 곳이다. 당시 처형당한 순교자들 중에 성 베드로도 있었는데,  그는 예수와 같은 모습으로 최후를 맞이할 자격이 없다면서 십자가에 거꾸로 달려 죽기를 원했었다.

이 시기에 로마 성문 밖 여러곳에 지하공동묘지(카타콤베)가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단순한 묘지였으나 후에 순례지로 변했다. 순교자들의 묘지 주위에서 순례자들의 흔적까지를 볼 수 있게 되었다.

3세기에 이르러 그리스도교가 공인을 받게 되자, 성 베드로가 묻혔던 무덤 주위로 그리스도교의 성당 중 가장 거대한 성당이 건축되었다.이것이 저 유명한 베드로 성당이다. 그리고 이 성 베드로 성당을 시작으로 로마에는 세계최고의 성당들이 속속 들어서기 시작한다. 이 두번째 파트론과는 상당히 오랫동안 밀월관계를 유지했다. 제국 시대에 세워졌던 대리석의 둥근 기둥들과 조각은 비교가 안될 정도의 회화와 건축이 로마 전체를 화려하게 장식하게 했다.

그리고 로마는 현대를 맞는다. 현대의 파트론은 단연 관광객들이다. 그들에겐 로마제국이나 가톨릭만큼 그녀를 가꾸어줄 부(副)나 능력은 없지만, 그러나 이들이 있어  로마는 아직 유럽의 화려한 중심 자리를 훌륭하게 지키고 있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로마는 항상 외국인들로 성시를 이뤘다.  홍콩이나 뉴욕보다 더 다양한 인종이 모여 웃고 떠들고 즐기면서 살았다. 로마 사람들은 이런 모습까지를 즐겼다. 이런 것이 로마가 타고난 숙명일까? 로마제국이 유럽의 중심이었을 당시에도 로마에 로마인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다. 해외 각지에서 수송되어온 노예들의 수가 로마인의 10배나 될 정도로 많았다. 이후 노예들은 속속 해방되면서 로미시민이  되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톨릭시대에 보면 역시 또 세계각지에서 모여드는 교인들로 인해 이탈리아인의 비중은 많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인 것이 년간 1천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이 도시를 채우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평균 2일을 체류한다고 보면 로마에는 어느 날이고  70만명 내외의 외국인이 있는 셈이 되고, 평균 3일 정도 체류한다고 보면 1백만명 이상이 상존한다고 보아야한다. 로마시 인구를 3백만으로 볼 때 이 숫자는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닌 것이다.

나는 건전한 여행자인가

관광 차 들린 로마에서 빨간색의 오픈카를 몰고 관광객을 유혹하는 멋진 여성에 매료되어 따라갔다가 소지품을 모두 털리고 여권만 달랑 건진 경험자들은 예상외로 많다. 그들의 말을 빌면 대개 재미(?)는 충분히  본다는 것인데, 재미보는 사이에 소지품이 털리고 원칙적으로  매춘을 금지하는 법률(가톨릭의 영향)때문에 항의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말할 수 없는 낭패감에 젖어 소지품이 아무 것도 없는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고 처량하게 문을 열고 나올때 그녀가 조소와 함께 건네주는 빈여권... 순간 관광객은 엉뚱한 다짐을 가슴에 새기기도 한다.
"다음에 보자. 다음에는 모든 소지품을 호텔에 두고 꼭 필요한 최소한의 경비만 넣고 올테니까"
그러나 이 무슨 부끄러운 다짐인가.  여자에게 당한 경우는 그래도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여장한 사내들의 유혹이 더 매혹적이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남성들만이 타켓은 아니다. 여성 관광객을 노리는 집시들도 로마에는 많다. 거리에서 관광지도를 펼쳐들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면  집시들이 나타나 에워싸고 길을 가르쳐주는 척 하며 지갑을 슬쩍 한다. 그렇게 들치기나 소매치기를 당했다는 여행자들이 유럽의 어느 도시보다 많은 것이 로마인 것이다. 로마에서도 특히 치안이 나쁜 곳은 테르미니역 주변이다. 그런데 그런 것을 두고 무조건 이탈리아를 나무랄수만은 없다. 범법자들 대부분이 역시 관광객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모두 외국인일 경우의 특징은 신문에 대서특필될만큼의 큰 사건은 별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본인만정신차리고 한눈 팔지 않는다면 아무 일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로마에서는 그렇게 수시로 "자기를 돌아봐야" 한다. 언어에 자신이 없고 이곳 풍습과 지리에 자신이 없다면 조심하는 자세로 유혹을 이겨내야 한다. 헤픈 미소를 흘리며 끈질기게 접근하는 사람이 있어, 귀찮은 심정에서 일지라도 한두마디 건네는 것을 우습게 여기다가는 그들 페이스에  말려들게 되고 낭패한 일을 경험하기 십상인 것이다.

한아름 추억 안겨주는 도시들

로마를 보았으면 다음은 나폴리다. 로마에서 철도를 이용, 2시간 반이면 남이탈리아 제1의 도시이자 세계 3대 미항의 하나인 나폴리에 도착한다. 고대 로마의 황제를 비롯하여 수많은 예술가들을 매료시켰던 땅. 감청색의 바다, 푸른 하늘, 웅대한 베수비오산의 풍경은 지금도 감동을 자아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푸른 동굴로 유명한 카프리 섬과 온천 섬인 이스키아가 나폴리만의 양끝을 지켜주고 있는가 하면, 산마루에는  폼페이,에르콜라노의 유적이 펼쳐지는 곳이다. 무엇보다 밝은 얼굴로 자유분방하게 사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한데, 그것을 고대의 낭만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은 무리일까?  

1900년 전의 어느 날, 베수비오산의 대분화로 일순간에 죽음의 재로 덮힌 도시 폼페이. 발굴된 폼페이의 길에는 급수와 배수에 쓰이던 연관과 수레바퀴자국, 도로표지 등이 당시의 그대로 남아 있다. 카운터가 있는 술집의 창엔 벌꿀과 와인을 넣은 항아리가 늘어서 있고 그옆에는 동전을 크기에 따라 넣을 수 있는 작은 구멍이 뚫려있는 등 우리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여러 상황을 만나게 된다. 생활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2천년의 시간이 흘렀다지만 그때에 비해 현재가 그다지 진보된 것이 아님을  실감하게 한다.

그렇다면 그 때 사람들의 낭만 역시 지금과 별로 다를 것 없는 거 아닐까. 북부로 가서 물의 도시 베네치아를 보면 또 다른 감동을 만난다.  바다로 돌출한 개펄 위에 건설된 도시. 저 옛날에는 "아드리아해의 여왕"으로 그 이름을 떨쳤던 베네치아다.  우리에게는 마르코 폴로의 고향으로서 더 친숙한 곳이며 4계(四季)의 작곡가 비발디의 고향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그의 곡을 들으면 이탈리아적인 밝음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물의 도시이니만큼 곤돌라를 타고 노 젓는 사공의 노래를 들으며  베네치아의 여정을 만끽해 보는 것도 멋진 추억이 된다. 세계적인 관광도시가 되다보니 사시사철 지겨울 정도로 인파가 끓는다는 아쉬움이 있지마는 밤까지 계속되는 이탈리아 사람들의 노래소리, 웃음소리가 오래도록 베네치아를 기억하게 한다.

밀라노를 중심으로 상공업이 발달한 롬바르디아주도 북쪽의 알프스산들과 그 산록에 흩어져있는 호수가 보석처럼 빛나는 곳이다. 또한 꽃의 도시 피렌체에는 지금도 르네상스 시대의 모습 그대로, 그 영광에 빛나는 건축과 회화가 남아있다.

유감스럽게도 마피아와 더불어 귀에 익숙해진 시칠리아섬도 사실은 태양과 올리브의 섬이다. 아몬드의 향기로운 꽃이 앞다투어 피고 오렌지열매가 풍성한 곳으로 지중해 문명의 교차점 역할을 해 온 곳이다. 시칠리아섬의 중심인 팔레르모를 두고 괴테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 했다. 붉은 원지붕과 아랍풍의 회랑에 남구의 아름다운 식물로 정원을 갖춘 에레미테 교회를 보면 이 말을 납득할 것이라고 한다. 이에 힙입어서인지 이곳 사람들은 팔레르모가 피렌체를 10개 모은 것만큼의 가
치가 있는 도시라고 주저없이 말한다.

아름다운 도시 팔레르모

이렇게 이탈리아는 독자적 문화와 역사를 가진 여러개의  코무네(자치도시)로 이루어졌다. 크게 나누면 피렌체 문화, 베네치아 문화, 나폴리 문화 등으로 나눌 수 있다.

피렌체는 메디치가(家)가 중심이 된 가부장적 분위기와 경제발전의 뒷받침이 된 르네상스 문화를, 베네치아는 동서 무역을 바탕으로 동양색이 짙은 문화를, 나폴리는 지중해를 터전으로 역사를 반영시킨 문화를 각각 형성해 왔다. 이탈리아 문화는 이런 여러 코무네의 고유문화가 집합되어 성립한만큼 향토주의가 두드러지고 지방마다 독자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남부와 북부는 역사적 변천만 다를뿐인데도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북부 사람은 키가 크고 금발이 많은데 반하여 남부 사람은 머리가 검고 키가 작은 사람이 많다. 북부 사람은 성실하고 부지런한데 남부 사람들은 낙천적이며 게으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부모 자식 관계나 친족관계 결속은 매우 강하며 가족 전원이 모여 식사하는 것을 엄격한 관습으로 즐긴다. 영화 "대부"를 떠올리면 그 속에서 이탈리아인들의 독특한 생활양식을 엿볼 수 있다.

그들은 도시에 자기 집을 갖기보다 교외에 별장을 먼저 마련하고 주말이나 휴가를 별장에서 지낸다. 일과 사생활을 엄격하게 구분할 수 있을때 가능해지는 일이다. 그들은 또 스포츠에도 적극적이다. 펜싱 테니스 등에도  대단한 관심을 보이지만 국민스포츠는 역시 축구이다. 각 도시마다 프로축구팀이 있어 평화를 구가하는 시대, 이것으로 특유의 향토주의를 만끽하고 있다.

여행정보

관광객이 연간 1천만명 이상이 되는 나라이니만큼 호텔이나 식사 교통 등에 있어 크게 우려하고 신경써야 될 것은 없다. 여유가 있으면 있는대로 풍요롭게, 가난하면 가난한대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나라다.

비행기를 타고 가면 레오나르도 다 빈치 공항으로 도착되는데, 2개월 이내의 관광여행이라면 비자도 필요없고 입국수속도 간단하다. 다만 환전을 하면서 일시 당황하게 되는 것이 큰 숫자를 읊어대야  하는 리라화(貨)의 가치이다. 100리라가 우리돈 65원 내외이니 환산해보면 별것 아닌데 공연히 큰돈 쓰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곁들여 제대로 된 점심 한번 먹으려면 5만리라 안팎을 예산해야 한다. 또 구두한켤레에 보통 150,000리라씩 한다. 우리와 비슷한 수준임을 알게 되면서 물가나 화폐단위에는 물론 곧 익숙해 진다. 이탈리아에서 싼 것은 식료품이나 식사 교통비 정도. 양복이나 악세서리 구두 등은 품질이 좋은만큼 가격도 만만치않다.

기후

이탈리아의 기후는 온화하고 4계절의 구별이 뚜렷한데 평균적으로는 우리나라보다 약간 덥다. 중부지방을 여행할 때는 우리나라에서와 같은 복장으로 여행할 수 있다. 다만 여름에는 좀 건조하고 겨울에는 비가 많이 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남부와 북부의 기온차이는 큰 편이다. 5월을 예로 들면, 시칠리아 섬에서는 해변에서 일광욕을 즐기는데 북부 마을에서는 잔설 위에서 스키를 즐긴다.  

음식

북쪽지방에서 남쪽 지방에 이르기까지 맛있고 특색있는 요리로 가득한 이탈리아. 이탈리아에 왔다면 돈 생각 말고 그 나라 국민들처럼 즐겁게 먹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그래봐야 크게 비싼 것은 없으니까. 스파게티도 피자도 본바닥인만큼 그 맛이 다르다. 여행의 즐거움은 그 나라 요리를 먹는데도 있다.

와인을 맛보고 싶다면 이탈리아 와인의 등급 정도는 알고있는게 좋다. 와인의 종류는 수백가지에 이르지만   테이블와인(Vino da Tavola) 통제원산지호칭(D.O.C)와인   통제보증원산지호칭(D.O.C.G)와인의 3가지로 나뉘어 라벨에 표시된다. 이것은 가격 분류를 위한 것이다. 그러나 값이 싼 테이블와인이라도 이탈리아 것은 다른 외국산 와인을 섞지않은 이지방 고유의 것이어서 맛있는 것이 많다. 정부가 보증하는 가장 좋은 와인은 D.O.C.G 와인이다.  

교통

유럽을 여행한다면 이곳에서도 역시 유레일 패스를 이용한 철도가 편리하다. 그러나 이탈리아만을 돌아다닌다면 "이탈리아 인투어리스트 티켓"이 경제적이고 편리하다. 이탈리아 국철 어느 열차에나 승차할 수 있으며 추가요금이 일체 없다. 여정을 걱정할 필요도 없고 역의  매표소 앞에 서 있을 필요도 없다.    

이탈리아 중세도시의 대부분은 언덕 위에 성곽을 쌓고 도시를 형성한 곳이 많다. 또 북부의 산악지대 마을에는 철도가 다니지 않는 곳이 많다. 이런 경우는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버스는 항상 여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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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다양한나라 민족이야기 다양한 나라 - 노르웨이 오슬로/ 장엄한 피오르드와 빙하와 백야 반취 2002.02.02 7677
23 다양한나라 민족이야기 다양한 나라 - 스페인 마드리드/ 강렬한 태양과 짙은 그림자 반취 2002.02.02 7298
» 다양한나라 민족이야기 다양한 나라 - 이탈리아 로마/ 살아있는 2천년 역사 문화 반취 2002.02.02 6622
21 다양한나라 민족이야기 다양한 나라 - 독일 프랑크푸르트/ 고성의 숲에서 느끼는 중세의 숨결 반취 2002.02.02 6774
20 기행 기행 - 최초의 불교대학 졸리안 유니버시티 반취 2002.02.02 7047
19 기행 기행 - 파키스탄 라호르 포트 반취 2002.02.02 8037
18 기행 기행 - 파키스탄 훈자밸리 반취 2002.02.02 8072
17 기행 기행 - 오스트리아 비나발트(빈의 숲) 반취 2002.02.02 9682
16 기행 기행 - 파리 몽마르뜨 언덕 반취 2002.02.02 7535
15 기행 기행 - 런던 피카딜리 서커스 광장 반취 2002.02.02 7612
14 수상 수상 - hot dog와 보신탕 반취 2002.02.02 7071
13 수상 수상 - 고향, 그 정다운 이름 반취 2002.02.02 6491
12 수상 수상 - 어서 오세요, 미투 미투 반취 2002.02.02 7834
11 수상 수상 - 지구촌, 이대로가 좋지 않은가 반취 2002.02.02 7035
10 수상 수상 - 제16대 대통령 반취 2002.02.02 7349
9 수상 수상 - 우리 나라 이상한 나라 (2) 반취 2002.02.02 6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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