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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가도 사람이 산다. 살아가는 근본 모습도 같다. 다만 역사와 환경이 다름에서 풍습과 생활형식이 다를 뿐이다. 여행의 참 목적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이해하는 것으로 상식을 넓히고 지혜와 슬기를 익혀 나름대로 구김살 없는 풍요한 삶을 구가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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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와인 음미하며 꿈결같은 왈츠에 젖어보는 곳  



빈(Wine)은 숲과 음악의 도시이다. 카프카에 필적하는 오스트리아의 소설가 헤르만 브로흐는 작품에서 "이 도시는 꿈이었다"고 쓰고 말았다. 나치에 쫓겨 미국에서 망명생활을 해야만 했던 그에겐 악몽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이든, 모짜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브람스, 슈트라우스… 유명한 음악가는 대부분 이 도시에서 공부하고 배출되었다. 프로이트와 크라우스의 고향이며 아돌프 히틀러도 빈의 작품이다. 현대음악과 모더니즘적 건축의 탄생지이기도 하여 인상적인 궁전과 성당들은 영광스런 제국 합스부르크를 연상시키지만 나찌 협력자들의 활보는 아직 지우지 못한 금세기 악몽이다. 위대한 히틀러 개선을 환영한 1938년 빈의 군중집회는 반나찌주의자들에게는 가위눌림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그 비극은 푸른 다뉴브 강과 낭만이 숨 쉬는 울창한 숲. 우아한 극장과 즐거운 카페들로 차단되어 여행자에게까지 전달되지는 않는다. 도심의 많은 공원도 하나같이 훌륭한 숲이지만,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숲은 10배나 되는 면적을 자랑하고 있다.

알프스 동쪽 삼림지대에 자리잡고 있는 2천년 역사의 고도 빈 가장 아름다운 때는 봄으로 예술제도 5∼6월에 열린다. 가로수에 푸른 잎이 돋아날 때면 도시 가운데에선 소년합창단의 노래 소리가 번지고 숲에서는 슈트라우스의 왈츠가 들려온다.

하지를 넘기면서 활기는 사라지고 7∼8월은 텅빈 도시가 된다. 대부분의 시민이 보다 낭만적인 쉼터를 찾아 어디론가 휴가를 떠난다. 텅빈 도시는 이방인 관광객으로 채워진다. 주인없는 도시임을 알고나면 관광은 맥이 빠진다. 문화의 향기는 사람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숲과 건물, 시가지 모습은 그대로라도 주인없는 도시에 진정한 향취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관광객이 가장 들끓는 시기는 이때여서 예약하지 않고는 하룻밤 묵을 방도 구하기가 어렵다. 년 1700만명이나 되는 관광객 중 3분의 1 가까이가 7∼8월에 몰린다. 9월이 되면 다시 시민들로 활기를 띠다 해가 짧아지면 겨울 준비에 들어간다.

여름에만 텅 비는게 아니라 주말이나 축제일에도 빈은 곧잘 빈도시가 된다. 모두 근교의 숲으로 가기 때문이다. 숲에는 포도를 재배하는 취락이 있어 시민들의 휴일 산책지가 되고 있다. 왈츠를 생연주로 즐기며 "올해의 와인"을 음미할 수 있는 것이다.

빈의 숲이라면 빈을 둘러싸고 있는 숲 전체를 일컫는 것이지만, 시민들이 많이 찾는 숲은 서북 쪽에 있는 카렌베르크 언덕이다. 약 480m 높이로 빈 시가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이 언덕을 중심으로 호이리겐으로 유명한 그린찡(Grinzing), 베토벤 하우스가 있는 마을 하이리겐슈타트가 있다. 전차와 버스를 이용하여 쉽게 갈 수 있다.

호이리겐(Heurigen)이란 "올해의 와인"을 뜻하는데, 넓게는 "와인을 직접 만들어 파는 농가"를 의미한다. 합스브르크 시대 마리아 테레지아 여황제가 지방 포도재배업자에게 그들의 와인을 집에서 일년 중 일정기간 팔 수 있도록 허용한 데서 비롯되었다. 축제 스타일을 택했기에 생연주가 곁들이게 되었다. 와인의 라벨이나 용어는 후일 빈의 숲에 한정하는 것으로 규정받았다. 문 앞에 소나무 가지를 꺾어 매단 집이 호이리겐인데, 매년 11월 11일을 기준일로 올해의 와인 축제가 열리며, 전년 것은 올드와인이 된다.  

그린찡은 마을 전체가 호이리겐으로 주말이면 축제가 열리는 것 같다. 집 모양은 독일의 비어홀과 비슷하지만 내용이나 클래식한 분위기는 오스트리아 고유의 멋과 맛에 흠뻑 젖게 한다. 생음악 연주를 들려주는 곳이 많은데 주종은 역시 요한 슈트라우스의 왈쯔.이다. 왈쯔를 들으면서 와인을 마시고, 흥이 나면 어울려 왈쯔를 즐기는 한 때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막힌 정경이 아닐 수 없다.

애초부터 이곳에서의 멋진 시간을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세 가지 상식을 미리 갖추고 가길 권한다. 음악과 춤(특히 왈쯔)·와인의 세 가지이다. 가정이나 대중 레스토랑에서는 서민적인 와인을 만나고, 고급 레스토랑이나 포멀(Formal)한 연회에서는 우아한 격식 갖춘 귀족적인 와인을, 예술을 감상하듯 음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린찡 옆 마을 하이리겐슈다트에는 베토벤하우스가 있다. 베토벤이 31살 때 자살하려고 찾아와 유서까지 썼던 곳으로 안에 들어가면 유서를 비롯 악보·피아노 등이 전시되어 있다. 그러나 정원에서는 슈트라우스가 연주되는 것이 보통이다.

베토벤은 빈에 사는 동안 60번 이상 이사를 다녔다. 후세 사람들은 이를 두고 베토벤이 이사광이었다고 하지만 주인이 내쫓았던 경우는 없었을까. 베토벤에게도 빈은 악몽의 도시였을 것 같다. 빈을 세계적인 도시로 만든 음악의 천재들은 중앙묘지에 함께 잠들어 있다.

빈의 숲을 이곳 사람들은 비나발트(Wienerwald)라고 부른다. 빈이 초행인 사람들은 거리에서 비나발트 가는 길을 물어볼 수 있다. 그럴 때 빈의 젊은이들이 가르쳐 주는 것은숲이 아니라 치킨전문점일 수도 있다. "비나발트"는 젊은이들 상대의 치킨체인점 상호로 유럽 전역에 많은 점포를 가지고 있다. 금년으로 슈베르트 탄생 2백주년을 맞은 빈은 지금, 다양한 콘서트와 문화행사 준비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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