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어디를 가도 사람이 산다. 살아가는 근본 모습도 같다. 다만 역사와 환경이 다름에서 풍습과 생활형식이 다를 뿐이다. 여행의 참 목적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이해하는 것으로 상식을 넓히고 지혜와 슬기를 익혀 나름대로 구김살 없는 풍요한 삶을 구가하는 데 있다.

수상
2002.02.02 05:01

수상 - hot dog와 보신탕

조회 수 707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한국에도 이제, 세계적인 요리연구가들이 많다. 자칭 요리연구가가 아니라 국제적으로 그 솜씨를 인정받는 전문가가 많아졌다. 요리연구가가 많아지면 "요리평론가"도 등장하기 마련이다. 별미를 찾아 여행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별미를 만들어 식도락을 즐기는 사람도 생겨난다. 그렇게 음식문화가 꽃을 피운다는 일은, 그만큼 생활에 여유가 있다는 것과 같아 여간 흐믓한 일이 아니다.

음식에 대한 흥미는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나기도 한다. 음식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친구를 만나 "아주 즐거운" 식사를 하거나 "진귀한 별미요리"를 맛보았을 때, 그 해박한 지식이 부럽고 맛에다 멋을 보태어 음식을 즐기는 것이 좋아, 관심을 가지면 그것이 곧 흥미가 된다. 일단 흥미가 발동하면, 처음에는 음식을 알려고 노력하고, 다음에는
좋아하고, 마지막은 즐기는 것이 식도락가의 표준 코-스이다.

그러자면 우선 여러 가지 음식을 많이 먹어봐야 되는데, 사람의 양은 제한 되어있어 한꺼번에 이것저것 다 맛볼 수 없으니, 맛과 멋을 즐기는 식도락 경지까지는 어지간한 세월도 흘러야 한다. 경험과 연륜이 쌓여야 이것보다 저게 낫고, 또 같은 요리를 먹으면서도 양념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진미흥취를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런데, 한국의 요리 중 보신탕(補身湯)이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그 속에 있다. "보신탕"이라는 세 글자 속에는, 아무리 뜯어봐도 개(犬)를 뜻하는 표시가 없다. 보신탕이란 몸을 보하는 여러 종류의 "탕"을 총칭하는 용어로 해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허준의 글에 보면 "보신에는 흑염소 고기가 으뜸인데, 구하기 쉽지 않으니 다음은 구탕(狗湯; 개장국)"이라는 대목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국어사전에서 "보신탕"을 찾으면, "몸을 보하는 탕국, '개장국'을 말함"이라고 못박고 있다.  말을 바꾸면 '개장국'이 아닌 음식은 몸을 보하는 음식이 아니라는 해석도 된다. 국어 사전에는 그렇게 쓰여있지만, 요리 연구가 저서에는, "한국 요리편"에도 보신탕이란 없다. 그것은 아주 비도덕적인 것으로, 저 옛날 우리 나라가 미개했을 때 먹었던― 그러나 지금은 없어진 요리 취급을 하고 있다.

요리연구가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요리 평론가"랄까 "별미 여행"을 하는 사람도 보신탕에 대해 글 쓰는 것을 터부(taboo)시 한다. 있다면 자가 비판적이거나 고발성 글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 맛에 일가견을 가졌다는 사람이 최종적으로 찾는 집이 보신탕집이라는 고백은 또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한 때 정부가 나서서 서울 4대문 안에 있는 보신탕 집을 모두 없앤다고 했었다. 그러다 슬그머니 꼬리를 감췄다. 정책(?)을 후퇴시킨 배경에 무슨 속삭임(?)이 있었을까.
내 생각에는 "보신탕"에 죄가 있을 리 없다. 죄가 있다면 우리 것들에 자신을 갖지 못하는― 그래서 남들이 뭐라고 하면 부끄러워하고 감추는― 그런 사대주의 습성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의식에 있을 것이다.

미국의 핫도그(Hot-dog) 이야기를 들어보자. 핫도그는 분명 뜨겁다는 것과 개라는 말의 합성어이다. "hot"라는 단어에 "뜨거운"이라는 뜻 외에 파생적 뜻이 많지만, 그러나 "흥분되는" 혹은 "신나는" 따위의 해석밖에 없다.

"핫도그"는 독일 프랑크프르트 푸줏간 조합원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처음 만들 때 푸주간 주인이, 몸이 길고 다리가 짧은 사냥개 "다크스훈트"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개의 긴 몸과 비슷하도록 소시지를 만들어 이름도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혼합한 다크훈트 소시지'였다. 그것이 미국에 건너와 '핫도그'로 개명되면서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그런데 어쩌다 하필이면 '핫도그'라 부르게 되었을까.

한 점잖은 중년부인이 소시지를 맛있게 먹고 있는데, 마침 옆에 잔뜩 흥분된 개(犬)의 그것이 눈에 띄었다. 순간 그 모양새가 너무도 같은 것에 깜짝 놀라 'Hot-dog! oh
Hot-dog!'하고 비명을 지른 것이 유래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그 부인의 일화가 입에서 입으로 번지면서 "핫도그"는 더 잘팔렸다는 것.

미국문화에 익숙해지기 전 미국인이 '핫도그'를 좋아한다 하니 "그들도 개고기를 좋아하는구나" 착각한 인사도 있었던 모양이다. 한 분이 "핫도그"식사에 초대받아 갔던 이야기를 이렇게 기억했다.
나는 식탁에 앉자마자, 한국의 보신탕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상대편 부인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남편은 흥미 있어 했습니다.
"보신탕이라면 몸 약한 사람이 약으로 먹겠군요"
남편은 간간 그런 질문을 하기도 했습니다.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평소 보신도 보신이니까요"
"아무 개나 다 요리합니까"
"요리가 안될 개는 없지요, 값비싼 애완견은 경제성이 없어 안 할뿐이지요"
이야기하는 중 하나하나 음식이 나오더니, 이윽고 식탁 위의 나이프와 포크가 다 없어지고 디저트까지 먹었습니다. 개고기는 그림자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부인이 '핫도그 맛이 어떠냐'고 물어왔습니다. 나는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했습니다. 그때 남편이 말했습니다.
"아까 드신, 긁은 손가락 같은 소시지가 핫도그" 라고.
순간 내 얼굴은 홍당무가 되고 말았습니다.  

왜 얼굴이 달아올라야 했을까. 성경에 간음도 죄라고 했는데― 보신탕을 즐기는 한국인이, "Hot  dog"라면 사족 못쓰는 미국인에게 죄(?)를 느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1988년 TTJ>
?

List of Articles
번호 카테고리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8 다양한나라 민족이야기 다양한 나라 - 타이완 타이뻬이/ 또 하나, 가깝고도 먼 나라 반취 2002.02.02 6485
27 다양한나라 민족이야기 다양한 나라 - 싱가포르/ 그린 앤드 클린의 정원도시국가 반취 2002.02.02 6239
26 다양한나라 민족이야기 다양한 나라 - 러시아 모스크바/ 전쟁과 혁명, 개척과 식민으로 얼룩진 땅 반취 2002.02.02 6434
25 다양한나라 민족이야기 다양한 나라 - 포르투갈 리스본/ 신대륙 발견 선구자의 후예 반취 2002.02.02 6651
24 다양한나라 민족이야기 다양한 나라 - 노르웨이 오슬로/ 장엄한 피오르드와 빙하와 백야 반취 2002.02.02 7678
23 다양한나라 민족이야기 다양한 나라 - 스페인 마드리드/ 강렬한 태양과 짙은 그림자 반취 2002.02.02 7298
22 다양한나라 민족이야기 다양한 나라 - 이탈리아 로마/ 살아있는 2천년 역사 문화 반취 2002.02.02 6622
21 다양한나라 민족이야기 다양한 나라 - 독일 프랑크푸르트/ 고성의 숲에서 느끼는 중세의 숨결 반취 2002.02.02 6776
20 기행 기행 - 최초의 불교대학 졸리안 유니버시티 반취 2002.02.02 7047
19 기행 기행 - 파키스탄 라호르 포트 반취 2002.02.02 8037
18 기행 기행 - 파키스탄 훈자밸리 반취 2002.02.02 8072
17 기행 기행 - 오스트리아 비나발트(빈의 숲) 반취 2002.02.02 9683
16 기행 기행 - 파리 몽마르뜨 언덕 반취 2002.02.02 7535
15 기행 기행 - 런던 피카딜리 서커스 광장 반취 2002.02.02 7612
» 수상 수상 - hot dog와 보신탕 반취 2002.02.02 7072
13 수상 수상 - 고향, 그 정다운 이름 반취 2002.02.02 6491
12 수상 수상 - 어서 오세요, 미투 미투 반취 2002.02.02 7837
11 수상 수상 - 지구촌, 이대로가 좋지 않은가 반취 2002.02.02 7038
10 수상 수상 - 제16대 대통령 반취 2002.02.02 7349
9 수상 수상 - 우리 나라 이상한 나라 (2) 반취 2002.02.02 6557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Next ›
/ 4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2012 Banchui

Powered by Xpress Engine

abcXYZ, 세종대왕,1234

abcXYZ, 세종대왕,1234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