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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가도 사람이 산다. 살아가는 근본 모습도 같다. 다만 역사와 환경이 다름에서 풍습과 생활형식이 다를 뿐이다. 여행의 참 목적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이해하는 것으로 상식을 넓히고 지혜와 슬기를 익혀 나름대로 구김살 없는 풍요한 삶을 구가하는 데 있다.

수상
2002.02.02 04:58

수상 - 경제적인 여행

조회 수 7033 추천 수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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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한 친구가 극장구경을 시켜 준다기에 좋아라, 따라 간 적이 있다.  한참을 걸어 극장 앞에 이르니 친구 왈, 이게 ××극장이야, 하고 깔깔 웃는 게 아닌가. 지금이나 그때나 조금 둔한 나는 영문을 몰라 멍한 눈망울로 친구를 보았다. 그는 더욱 깔깔거리며 "내가 극장구경 시켜준댔지 영화구경 시켜준댔냐"는 것 아닌가. 그제사 말 뜻을 알아차린 나는 피식 웃었다. 속았다기 보다 나를 놀린 것이다. 그러나 그가 밉지 않았다. 그 속에 담긴 맑고, 순수하고, 장난스럽지만 정다움 때문이리라.

지금 생각해도 그것은 아름다운 일화다. 하지만 어린이들 세계에나 있을 법한 일이다. 그런데, 이렇게 어린이 세계에서나 통할 이야기가 어른 세계에도 있음을 보고 아연할 때가 있다. 어른의 지능이 어린이 수준으로 낮아진 것인지, 아니면 고도의 지능을 가진 일단의 무리가 상식의 허를 찌르는 것인지 모르지만 한 번쯤 재고할 필요는 있는 우스개 일들이다.

보통 유럽을 여행하는데는 6개국 14박 15일을 잡아 2백6십6만원 정도가 적정하다. 적정하다는 것은 볼 것 대체로 보고 적당한 자유시간에다 쉬기도 하며 여행기분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90년 기준) 파리 → 암스텔담 → 런던 → 마드리드 → 로마 → 쥬리히 → 서울이 통상 코스라고 보고, 혹 비엔나나 프랑크푸르트가 추가된다면 2백
9십만원 정도가 될까 싶은데, 만약 이보다 값이 비싸다면 틀림없이 특별 프로그램이 있을 것이다. 호화 유람선을 탄다던지 월드컵 축구를 관광한다던지 하는 식의….

일반적인 상식은 이러한데 어떤 여행사가 똑같은 코스를 50만원 싸게 해 준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다. 50만원이나 싸다 하니 사람은 쉽게 모였다. 사람이 쉽게 모이는 것은 대부분 여행 경험이 없기 때문였다. 경험은 없는데 널리 퍼져있는 유언비어(?)는 많이 들었다. 누구는 비행기 요금을 30% DC 받았네, 누구는 50% 요금으로 어디를 다녀왔네 하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은 것이다.

마치 여행사가 일반에게는 폭리를 하면서 특정인에게 특혜를 베푸는 것 같아, 요금을 잘 분석하면 박리다매하면 그렇게 낮아질 수도 있다고 믿는 것이 근래의 풍토인 셈이다.  

쉽게 모인 사람들은 쉽게 출발했다. 유럽여행을 가는 팀은 대개 첫날 밤을 비행기 안에서 보내게 마련이다. 3만피트 하늘 위에서의 그 첫날밤을 얼마나 가슴 설레이며 기다려 맞았을까. 캄캄한 기창 밖을 보며 잠도 안 자고 가 첫 기착지인 파리에 닿는다.
그리고 파리에서부터 시비가 벌어진다.  파리의 유명한 에펠탑을 그냥 전세 Bus를 타고 지나치는 것이다. 여행자들이 왜 그냥 지나치냐고, 내렸다 가자고 항의를 하니 스케쥴에 그냥 멀리서 보며 지나치는 것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 에스코터의 답.

에펠탑 광장에 내려 사진도 찍고 탑 위에 올라가 보기도 하고, 하려면 일인당 얼마씩 비용을 따로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거야말로 극장구경 시켜준댔지 영화구경 얘기는 안했다, 와 다를 게 없는 일 아닌가.

여행을 마쳤을 때, 결국 그 팀 참가자들이 지출한 총액은 일반적인 액수보다 훨씬 많았다. 그리고 유명 관광지에서 마다 시비가 벌어지는 바람에 즐겁지도 못한 여행으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

아직은 경험이 풍부하지 못한 상황에서 빚어진 한토막 에피소드라 할 수 있다. 한마디 한다면 한국 여행업계가 여행자를 대상으로 폭리를 취하던 시대는 이제 지났다는 사실이다. 경쟁이 그만큼 치열해 졌고, 여행에 익숙해 졌다. 파격적인 가격이란 있을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진짜 경제적인 여행은 다른 방법으로 찾아야 한다.  

여행을 하는데는 건강 시간 돈 이렇게 세가지가 있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그 중에서 돈을 제일 큰 문제로 삼는다. 건강은 자신있고, 시간까지는 낼 수 있는데 돈이 없다는 것이다.

옛날,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하던 시대에는 특정 물건을 사다가 국내에 와서 팔아 여행비를 뽑는 사람도 많았다. 그것은 글자 그대로 옛날 이야기가 되었다. 근자에는 경비 절약을 위해, 단독 여행을 시도하는 경우도 많다. 무전여행이든, 아르바이트 여행이든 배낭 하나 달랑 메고 떠나는 여행객이 늘고 있다. 그러나 그건 30세 이하의 젊은이나 한 번쯤 시도할 여행이지 나이든 입장에서는 힘들고 어색하다.

누구나 할 수 있는 현명한 방법으로 나는 '어디를 가건 기록을 할 것'을 권한다. 어떤 이는 '글을 아무나 쓰냐?'고 펄쩍 뛸 지 모른다. 그러면, 맞아요 글은 아무나 쓰는 거에요. 라고 말해줄 것이다. 그림을 비유로 보자. 처음부터 거창한 풍경을 그리고 인물을 묘사하는 것을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잉크병 하나를 놓고 그것을 그리라면 못 그릴 사람이 없을 것이다. 거기서부터 그림이 시작되는 것이라면 어려울 것이 무엇인가. 의지나 노력 여하에 달린 것인지 인간의 능력은 무한한 것 아닌가.

더구나 근래의 풍토는, 이제껏 문인에게 지배당해 오던 통념에 일대 반란이 일고 있다. 직업적인 글장이에 의한 세련되고 깔끔한 문장보다는 아마츄어의 ― 덜 세련되었지만 ― 성실하고 정직한 표현이 각광받는 시대다.

사진이 어렵다면 어디를 가건 그 고장의 풍물을 담은 그림엽서가 있으니, 그것을 사 오면 훌륭하다. 한치의 미화도 과장도 없는 정직한 체험의 기록이라면 얼마든지 환영할 잡지사 출판사가 즐비한 시대이다. 그렇게 하여 베스트셀러가 - 하나, 당신의 의해 탄생한다면, 당신은 그것을 경제성에 비견하겠는가?  잘하면 스스로 놀랄 정도로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어보니 유명해 졌다'가 될지도 모른다.
베스트셀러가 안되면 또 어떤가. <1988년 월간 TTJ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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