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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맑게 하고 소화를 돕는 차. 차는 인간에게 무한한 활력을 주며 오묘한 사색의 숲으로 인도한다. 성품이 부드러워 늘 마셔도 부작용이 없는 인생의 반려. 색향미를 음미하며 눈을 감으면 나도 모르게 조금씩 용서와 이해와 조화의 심미안이 열린다.

차생활입문
2002.02.02 03:42

입문 - (2) 차의 유래와 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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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茶)는 지성인의 벗

우리나라 대표적 다서(茶書)의 하나인 초의선사(草衣禪師) 동다송(東茶頌) 첫머리는 이렇게 차의 유래를 전합니다. 동다송은 물론 우리나라 차(東茶)를 노래한 글입니다.  
"후황가수배귤덕 수명불천생남국(后皇嘉樹配橘德受命不遷生南國)"
후황을 절대자 - 곧 한울님입니다. 한울님께서 귤나무의 덕을 지닌 아름다운 나무를 전하니, 옮겨서 살지못할 명을 받아 남쪽에서만 자란다는 말입니다. 동다송은 다음과 같이 이어집니다.

密葉鬪선貫冬靑 눈보라와 싸우는 빽빽한 잎사귀 겨우내 푸르고
素花濯霜發秋榮 가을에 핀 하얀 꽃 서리 맞아 빛을 더하네  
姑射仙子粉肌潔 고야산 신선같이 희고 맑은 살결 속에
閻浮檀金芳心結 염부주 단금같은 고운 마음 맺혔네
沆瀣漱淸碧玉條 이슬에 씻긴 가지 벽옥같이 푸르니
朝霞含潤翠禽舌 아침 안개 머금은 잎은 푸른 새의 혀와 같구나  
天仙人鬼俱愛重 하늘 신선과 사람,귀신이 모두 애중히 여기니  
知爾爲物誠奇絶 진실로 너의 됨됨이 기절하구나
炎帝曾嘗載食經 염제 일찌기 맛 보고 식경에 적으니
醍糊甘露舊傳名 제호 감로와 더불어 그 이름 전해 오네

19세기 중반에 저술된 동다송이 특히 빛나는 것은 당시 다인들의 풍토가 "우리나라 차는 중국의 차에 미치지 못한다"고 여겼는데 선사는 반대로 우리의 다품(茶品)이 더 월등함을 노래한데 있습니다.

선사는 동다송 이전에 만보전서(萬寶全書)에서 다신전을 등초한 일도 있습니다. 다신전(茶神傳)을 통해 다도(茶道)를 정리하고 차를 직접 만들기도 한 체험에서 우러나온 값진 노래입니다.

선사는 또 "고래성현구애차 차여군자성무사(古來聖賢俱愛茶 茶如君子性無邪)"라고 했습니다. 옛부터 성현이 모두 차를 사랑했으니 차는 군자와 같아 사기가 없기 때문이라는 말입니다.

실학자 다산(茶山) 정약용 선생은 고적한 유배지 생활에서 "음다흥 음주망(飮茶興 飮酒亡)"을 외쳤습니다. 차를 즐기는 민족은 흥하고 술을 마시는 민족은 망한다고 했습니다. 신라 고려 조선으로 이어지는 문화사에서 차의 덕(德)을 노래하고 공(功)을 예찬한 시인 묵객들은 당대를 대표하는 지성이었습니다.

중국 3대 기서의 하나인 삼국지연의는 유비현덕이 어머니께 드릴 한 줌의 차를 구하기 위해 멀고 위험한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고운 최치원 선생이 당나라 유학 중 고국을 왕래하는 사람만 있으면 어머니께 보내드린 것도 차입니다. 역사의 오랜동안 차는 효(孝)의 상징이자 귀감이기도 했습니다.

최초의 기록은 8세기

차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시기를 삼국사기는 828년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삼국사기 신라본기 흥덕왕 3년조에 …흥덕왕 3년 당 사신 대렴(大廉)이 차종자를 가지고 왔다. 왕은 그 종자를 지리산에 심게 했다. 차는 선덕왕때부터 있어왔는데 이 때에 와서 성해졌다…고 했습니다.

이를 근거로 우리나라에 차가 전래된 시기를 서기 828년으로 보는 견해가 많습니다. 그러면 선덕왕 때부터 있어왔다는 차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우리 토산차일 수 있습니다. 흥덕왕 3년에 심어진 것은 중국종의 차나무일 것입니다.

"차는 중국으로부터 전래되었다"라고 단정해서 말하는것은 토산차는 "차가 아니었다"는 사대주의적 발상에 근거합니다. 일연선사의 삼국유사에 나오는 토산차는 흥덕왕 3년보다 60여년이나 앞선 경덕왕 시절입니다.

…경덕왕 23년(765년) 삼월삼짇날, 봄 볕이 따사로운 경주 귀정문(歸正門) 누상(樓上)에서 예정에 없던 다회(茶會)가 열립니다. 몇 해 전부터 나라 안팎에 심상치 않은 불길한 일들이 일어나더니 전날 밤엔 오악삼산신이 궁전 뜰에 현신(現身)했습니다. 경덕왕은 착잡한 마음으로 측근에 신하들을 대동하고 문루에 올라 근자의 괴변을 막고 나라를 잘 다스릴 방법을 의논하다 훌륭한 스님을 찾아 왕사로 모시기로 합니다. 이에 신하들이 한 고승을 모시고 오니 왕은 몇마디 나누지 않고 이는 찾는 스님이 아니라고 돌려 보냅니다.

이 때 남쪽에서 걸어오는 한 스님이 있었습니다.  옷은 다 떨어진 누더기요 등에는 걸망을 짊어졌는데, 멀리서도 인품은 범상치않아 보였습니다. 왕은 그 스님을 누상으로 모시도록 했습니다.

"스님은 누구신가요?"
"소승 충담(忠談)이라고 합니다"
"아아, 기파랑가(讚耆婆郞歌)를 지으신 충담스님입니까?"
왕은 기뻐하며 예를 갖추고 다시 물었다.
"어디에서 오시는 길입니까?"
"소승은 삼월 삼짇날과 구월 구일이 되면 언제나 남산 삼화령 미륵세존께 차 공양을 합니다. 오늘도 차 공양하고 오는 길입니다"

왕은 나에게도 차를 한 잔 줄 수 있는가를 물었습니다. 스님은 이내 걸망을 풀었습니다. 걸망 속에는 차와 다구가 있었습니다. 정성껏 차를 달여 올리니 왕은 훌륭한 맛과 기이한 향기를 극찬했습니다.
"스님께서는 일찌기 기파랑을 찬미한  사뇌가(詞腦歌)를 지었는데 그 뜻이 매우 고상하여 온 백성이 즐겨 노래하고 있습니다. 나를 위하여 안민가를 지어 주십시오"
그러자 충담은 즉석에서 안민가(安民歌)를 지어 올립니다.

…임금은 아버지요 신하는 어머니시라. 백성은 어리석은 아이이니.
백성이 은혜를 모른다해도 어디로 가랴. 모두 이를 깨달아 왕이 왕
다웁고 신하가 신하답고 백성이 백성다우면 나라는 태평하리라…

경덕왕은 크게 기뻐하며 충담을 왕사로 봉하였으나 충담은 두 번 사양하며 끝내 받지 않았습니다. 경덕왕과 충담선사의 이야기는 적어도 8세기 우리나라에 차가 있었음을 시사합니다.

더 올라가면 가락국 김수로 왕과 아유타국 허황옥 이야기가 나옵니다. 허황옥이 꿈의 계시를 받아 김수로 왕에게 시집올 때 가져온 예물 중에 차 종자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수로왕은 김해에 그것을 심게 했다고 합니다. 여자가 시집갈 때 차씨를 가져가 뒤뜰에 심는 풍습(捧茶禮節)은 허황옥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한 번 심어
지면 옮기지 못 하는 것이 여자의 운명과 같다는 뜻입니다.  

범 동양적 설은 세 가지

차의 유래(由來)에 관한 설은 삼황오제 시절로 올라갑니다. 삼황오제의 한분이신 신농은 농사법을 연구해 후세에 전했다 하여 신농(神農)인데, 한편에서는 불을 이용해 물을 끓이고 음식 익혀먹는 법도 전했다하여 염제(炎帝)라 하기도 하고, 합쳐서 염제신농이라고도 부릅니다.

염제신농은 이외에도 만가지 약초를 씹어 그 효능을 일일이 기술하는 등 약과 의술 향상에도 힘썼는데 하루는 독초를 잘못 씹어 온 몸에 독이 번져 죽기 직전에 이르렀습니다. 이 때 한 나무가지가 너울너울 춤을 추는걸 보고 그 잎을 따 먹으니 몸에 퍼져던 독이 풀렸습니다. 그 나무가 바로 차나무였다고 합니다.

다음은 달마대사 이야기입니다. 달마대사가 참선을 하는데 졸음이 와서 눈이 자꾸 감겼습니다. 그러자 대사는 "이것은 눈시울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라며 양 눈시울을 뚝뚝 떼어 뒷뜰에 던졌습니다.

그랬더니 이튿날 뒷뜰에 나무가 하나 솟았고, 그 잎을 달여 마시니 잠이 멀리 달아나더라는 것입니다. 뒤뜰에 솟은 것이 차나무였습니다. 이후 차잎은 승려들의 수도용 음료로 널리 사랑을 받았습니다.

중국 역사에 올라있는 명의(名醫) 편작에 관한 설도 있습니다. 편작은 모두 8만 4천에 이르는 약방문을 알고 있었는데 가르침을 통해 직접 제자들에게 전수해 준 것은 절반에도 못미치는 4만 가지에 불과 했습니다. 그리고 비명에 죽었습니다.

제자들은 편작의 비명횡사도 슬펐지만, 더 이상 의술을 전수받지 못하게 된 것도 슬퍼 열흘 밤낮을 무덤 앞에 엎드려 울었습니다. 그랬더니 무덤에서 한 나무가 솟았는데 그 나무 잎에 신비한 성분이 가득하였습니다. 제자들은 연구를 거듭하여 스승의 미처 전수하지 못한 나머지 약방문을 터득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차의 기원이나 유래에 관한 이야기는 이외에도 많으나 그  내용은 대개 비슷합니다. 해독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거나 잠을 멀리 쫓고 심신을 맑게 하여 준다는 이야기들입니다.

불후의 고전 다경(茶經)

차에 대해 글을 쓰는 일은 당(唐)의 육우(陸羽)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8세기 중엽에 발표된 육우의 茶經 3편은 최초의 문헌이자 완벽하고 정밀한 고전으로 오늘날에도 보배롭게 읽혀지고 있습니다.

육우(陸羽)는 다경을 남김으로서 육자(陸子)로 불리우며 공자 맹자와 격을 같이 하게 되었습니다. 궁성(宮省)으로부터 아래 읍리(邑里)에 이르기까지 제사나 손님 접대, 잔치 때 먼저 차를 내는 풍습은 더 엄격한 범절(凡節), 즉 절차를 갖게 되었습니다. 육자 다경은 총 10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 근원(一之源) 2) 도구(二之具) 3) 만들기(三之造) 4) 그릇(四之器) 5) 달이기(五之煮) 6) 마시기(六之飮) 7) 옛일(七之事) 8)생산(八之出) 9) 기타(九之略) 10) 도해(十之圖) 등 입니다.

그리고 뒤에 덧붙이기를 "차의 좋고 나쁨은 구결(口訣)에 있다"고 하였습니다.
"책에 실린 바는 오히려 조잡하여 차를 예술로 삼기에 하급이다. 천하의 지극한 도리를 글씨나 종이·먹 사이에서 얼마나 구할손가"  하였던 것입니다.

다경(茶經)은 세계 최초의 다서(茶書)이자 불후의 고전으로 다인(茶人)이 되려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必讀書)였습니다. 통일신라도 그 영향을 받아 차(茶)는 군자(君子)의 기질과 덕(德)을 지니고 있어 맑고 곧은 예지(叡智)와 함께 관용(寬容)의 미덕을 기른다 했습니다. 따라서 다인(茶人)이란 맑은 인격과 고매한 학덕과 예(藝)를
고루 갖춘 "그 시대의 지성"을 일컫는 관칭대명사였습니다. 살아서는 물론 죽은 뒤 명정(銘旌)에도 다인(茶人)으로 기록되는 것이 최대 영예인 그 시대 지식계층의 이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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