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정신을 맑게 하고 소화를 돕는 차. 차는 인간에게 무한한 활력을 주며 오묘한 사색의 숲으로 인도한다. 성품이 부드러워 늘 마셔도 부작용이 없는 인생의 반려. 색향미를 음미하며 눈을 감으면 나도 모르게 조금씩 용서와 이해와 조화의 심미안이 열린다.

조회 수 1225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효당(曉堂)의 영향으로 인해 진주(晋州)가 중심이 된 영남지방의 차문화는 1970년을 전후해 조직을 갖추고 활동을 시작했다. 경상대 농대의 김재생(金在生)교수, 대아 중·고등학교의 박종한(朴鍾漢)교장, 장석박물관의 김창문 관장, 삼현여고의 최재호 교장 등 지도층 인사들이 앞장서서 효당 최범술을 고문으로 모시고 진주다인회(晋州茶人會)를 발족시킨 것은 69년 말의 일이었다.

진주차인회는 첫 사업으로 이듬해 "한·일 양국의 차 산업 및 다례발전
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국제세미나를 개최하고, 일본의 명망있는 다인들
과 교류를 시도했다. 그런데 주제가 주제인만큼 일본의 차 예절에 상대해
서 한국의 차 예절도 보여주어야만 했다. 이에 진주의 인사들은 머리를 맞
대고 지혜를 모아 ▲조상에의 헌다(獻茶)와 ▲한국인의 생활다례(生活茶
禮)를 보여주었는데, 이것이 일본에 최초로 소개된 한국인의 생활차(生活
茶)하는 모습이었다. 조상에의 헌다는 기존 다례(茶禮) 풍속을 다듬어 정리
했을 것이지만, 한국인의 생활다례를 발표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화하는
데는 많은 고심이 따랐을 것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진주 인사들의 노력은 몇해 안 가 차생활을 부활시키는
것으로써 ▲민족 정신을 고양시키고 ▲예의범절을 살려 한국인다운 인성
을 회복하자는 운동으로 발전하였다.

대아(大亞)중·고등학교 박종한 교장은 "차생활 지도 이념"을 나름대로
정립하면서, 아예 다례(茶禮)를 오민교육(五民敎育) 철학(哲學)에 결부시켜
민성교육(民性敎育)의 지표(指標)로 삼기까지 하였다. 그는 "차생활 역사·
예절"에 관한 교재도 만들었으며, 교장실을 일로향다실(一爐香茶室)이라 이
름하고 그곳에서 직접 차생활을 가르쳤다. 매일 삼십 명의 학생을 일로향
다실에 불러들여 "정신을 맑게 하는 차"를 반듯한 자세로 마시게 하면서
한국인의 전통 예절과 민족 정신을 강의했다. 그의 다회(茶會) 모습은 흡
사 고려도경에 적었던 그 현장을 보는 것과 같았다. .

…다실은 조용했다. 학생들은 두 줄로 나뉘어 서로 마주본 자세에서 허
리를 펴고 어깨가 반듯하게 앉았다. 차는 교장선생님이 직접 내었다. 찻잔
이 고루 놓여진 뒤 교장선생님이 "차를 듭시다"하면 학생들은 각자 찻잔을
들어 소리나지않게 조용히 음미했다 …

삼십 명에게 차가 고루 놓여질 정도면, 먼저 놓여진 잔은 식었을 것이
다. 서긍(徐兢)이 고려도경(高麗圖經)에 적은 그대로 "그래서 다 식은 차를
마신 적이 여러번이었다"는 소리를 대아고등학교 학생들도 할 것 같은 장
면이었다. 그러나 그런 것이 문제일 수 없었다. 차생활교육으로 한국인다운
참된 인간을 만든다는 원대한 가치에서 보면 그건 지엽적인 문제에 불과
했다. 진주의 다인들은 그렇게 모임을 만들고 다례를 정립하며 뜻을 펴 나
갔다.  

서울에도 차모임이 만들어 졌다. 그동안의 왜색시비나 우여곡절은 - 아
직도 이를 비난하는 사람이 다소 있지마는 - 과도기의 피할 수 없는 현상
으로 이해되었다.

일본을 피하려 하지말고 정면으로 돌파하자는 의식이 한편에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차문화사 축면에서만 보아도 정면돌파 외에는 사실 길이
없었다. 문호 개방으로 동서 교류가 시작되며 세계가 새롭게 재편되던 16
∼17세기, 조선은 근시안적 사대주의와 당파싸움으로 열강과 어깨를 나란
히 할 기회를 놓치고 말았지만, 보다 치명적인 이유는 임진·정유 두 차례
의 왜란이었다.

일본은 그때, 완성된 다도로써 열린 안목을 가지고 있었다. 외국의 것일
지라도 우월한 문화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조선
침략을 통해 한국문화의 우월함을 두 눈과 피부로 확인하였다. 문화 침탈
(侵奪)은 그로부터 본격화 되어 20세기 강점기에 절정(?)을 이루었던 것인
데, 그 수법은 참으로 집요하고 비열하며 악랄한 것이었다.

좋은 것은 다 가져가 저희 것으로 만들거나, 그렇지 않은 것은 철저히
비하(卑下)시켜 버렸다. 조선인의 자주 정신은 물론 개개인의 자존심까지
도 각 분야에 고루 깊은 상처를 주었을 정도였다.

이런 배경에서 우리 것 되찾기를 하는 데 "왜색시비"를 논할 필요는 없
었다. 정면돌파가 가장 지름길이었다. 처음에는 왜색이 섞인다 해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왜색은 저절로 사라질 것이었다. 기질이나 국민성의
차이가 뚜렷하기 때문인데, 시간이 지나도 벗겨지지않는 왜색(倭色)이 있
다면 그건 왜색이 아닌 우리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했다.

다인(茶人)들은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차문화(茶文化) 운동"을 "정신
개혁운동"으로 격상시켜 펴 나가기로 하였다.

72년 청사(晴斯) 안광석(安光碩)을 중심으로 연세대학교 윤병상 교수,
이화여고 안준영(安俊瑛) 교목, 백창성(白昌盛)씨 등이 모여    
죽로회(竹爐會)를 만든 것을 시작으로, 효동원 등 서울에도 동호인 모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차문화 운동과 더불어 골동품(骨董品)이 새로운 관심거리로 급부상하기
시작했고, 따라서 고미술 애호가나 예술인, 전통문화 관련인사들 중 차문화
운동에 가담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여기 여성들이 참여하면서 다례(茶禮)를 상류사회의 고급 놀이화 하는
노력이 겹쳐졌다. 차와 꽃, 차와 도자기는 실과 바늘처럼 불가분의 관계인
만큼 꽃꽂이 연구가와 도예가들도 참여했다. 일부의 왜색시비 제기에도 불
구하고 차 동호인 수는 늘어 79년 쯤에는 전국적인 조직을 만들어도 좋을
만큼 그 수가 많아졌던 것이다.

이러한 때에 국립정신병원의 정신과장 김종해(金鍾海) 박사는 끽다요법
(喫茶療法)을 이용한 정신질환 치료법을 발표해 색다른 관심을 모았다. 그
의 논리는 간단했다.    
  
…인간의 마신다는 행위는 유아(幼兒) 때 형성(形成)되는 덕목(德目)으
로, 원초적인 신뢰감에 직결되기 때문에 모유(母乳)를 충분히 섭취했느냐,
못 했느냐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 일례로 누구든 초조감이나 불안감에 빠
지면 곧 마실 것을 찾게 되는데, 이 때의 마시는 행위는 갈증을 해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신적인 안정까지 가져다 준다. 그렇다면 끽다요법이 정
신질환 치료에 의외로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예방의학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잘 먹고, 잘 마시고, 잘 배
설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러한 "마시는 행위"와 인간 "에스프리(esprit)"와
의 만남이 곧 다도(茶道)인지 모른다. 결론적으로 끽다(喫茶)의 과정은 인
간의 원초적 신뢰감을 회복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73년, 국립정신병원 내에 아담한 다실(茶室)을 꾸며놓고 환자들을
초대해 다담(茶談)을 나누며, 임상 심리학적 측면에서 자신의 가설을 실제
에 옮겨 보았다. 그의 임상 절차를 들어보자.  

…차정신의 요체가 되는 네 가지를 우선 실천에 옮깁니다. 고요하고 청
결한 분위기를 마련하고, 찻물을 경숙(輕熟) 시키듯 환자들의 감정을 편안
하게 만듭니다. 다음엔 차를 달이는데 간을 맞추듯이, 대인 관계에서 적당
한 거리가 필요함을 설득시킵니다. 정신병 환자란 곧잘 "간을 못맞춘 사
람"에 비유되기 때문입니다. 이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중정(中正)입
니다. 환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적당한 감정이입(感情移入)을 시도하는 것
입니다. 그리고 이어서 참선(參禪)을 통하여 삼매경(三昧境)으로 이끌어 줌
으로써, 정신적인 안정을 되찾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에 학계(學界)는 갈채를 보냈다. 서구의 모방에만 연연하던
한국의 정신의학이 이를 극복하려는 시도라고 높이 평가하면서, 김종해 박
사의 연구 결과에 큰 관심을 나타내 보였다.

해남(海南)에서도 차회가 만들어졌다. 해남차인회의 중심인사는 극작가
김봉호 씨, 해남종합병원의 김제현 원장, 대흥사(大興寺) 북암(北庵)의 용
운 등이었다.

해남인사들의 차인회 결성은 진주나 광주, 서울과는 그 성격이 달랐다.
그곳은 다신전·동다송을 저술한 초의(艸衣)의 본향(本鄕)이며, 초의의 법
손(法孫) 응송(應松)이 건강하게 생존해 있었다. 그는 초의가 사용하던 다
구(茶具)며 차생활에 관련한 자료와 유적을 상당수 가지고 있었다.

응송이 보관하고 있던 초의의 자료들은 김봉호 씨에 의해, 왜색이 섞이
지 않는, 한결 순수한 우리 것으로 새롭게 발표되었다.(문학사상·75년) 더
구나 그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 시대 마지막 풍류객"이란 소리를 들을만
큼 한국적인 이야기에 해학과 풍자를 곁들여 유려한 문체를 구사하는 시
나리오 작가였다. 자연히 그의 글은 효당 때와는 반응이 달랐다.  

김봉호 씨는 이어 초의선집을 발간했다. 혼자만의 작업은 아니었다. 한
학자 김두만 씨가 번역을 도왔고, 자료는 응송이 제공했으며, 용운이 분류
를 도왔다. 이 초의선집 발간으로써 해남차인회는 전국에 알려졌고 김봉호
씨는 다계(茶界)에서 크게 주목받는 사람의 하나가 되었다.  

해남차인회는 그 열기를 이어 "일지암(一枝庵)복원"을 추진했다. 초의가
기거했던 일지암이 당시 터만 남은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일지암만 사라진
게 아니라 다산초당도 그랬다. 하지만 우선 일지암을 복원하여 다인들의
성지(聖地)로 만드는 것을 추진했다.      

해남의 이러한 움직임은 설득력이 있어 전국의 호응을 얻었다. 전국의
다인들이 해남으로, 대흥사로 모였고, 여기서 전국적인 모임은 태동(胎動)
했다. 앞을 내다보는 사업가에겐 이때가 차산업에 뛰어들 때였다.

?

List of Articles
번호 카테고리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2 차생활입문 입문 - (10) 커피 세례식과 차의 종교색 반취 2002.02.02 9462
31 차생활입문 입문 - (9) 차는 세계인의 음료 반취 2002.02.02 10148
30 차생활입문 입문 - (8) 성분과 효능 반취 2002.02.02 9069
29 차생활입문 입문 - (7) 정성과 공경심으로 빚는 색향미 반취 2002.02.02 8034
28 차생활입문 입문 - (6) 다회법은 문화인의 기본예절 반취 2002.02.02 7878
27 차생활입문 입문 - (5) 다도 삼매경과 인정의 나눔 반취 2002.02.02 9580
26 차생활입문 입문 - (4) 양생의 선약 반취 2002.02.02 8551
25 차생활입문 입문 - (3) 맛있게 우리는 법 반취 2002.02.02 8096
24 차생활입문 입문 - (2) 차의 유래와 다경 반취 2002.02.02 9420
23 차생활입문 입문 - (1) 다실로 초대합니다 반취 2002.02.02 8671
22 기타 기타 - 깨달음의 차문화 - 동서양의 비교 반취 2002.10.20 10137
21 대용차이야기 대용차 - 쌍화탕(雙和湯) 반취 2002.10.20 9430
20 한국차문화사 한국의 차문화/ 그리고 남은 이야기 banchui 2002.02.02 9920
19 한국차문화사 한국의 차문화/ 86 88과 월간 다원의 부침 banchui 2002.02.02 8328
18 한국차문화사 한국의 차문화/ 일지암 복원과 차의 날 선언 banchui 2002.02.02 10272
17 한국차문화사 한국의 차문화/ 차운동 일선에 나선 승려와 여성 banchui 2002.02.02 9276
16 한국차문화사 한국의 차문화/ 우리 것 인식 새롭게 한 차운동 banchui 2002.02.02 11695
» 한국차문화사 한국의 차문화/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차모임 banchui 2002.02.02 12257
14 한국차문화사 한국의 차문화/ 효당 최범술과 의재 허백련 banchui 2002.02.02 12657
13 한국차문화사 한국의 차문화/ 손탁의 커피하우스와 조선의 차와 선 banchui 2002.02.02 164563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Next ›
/ 3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2012 Banchui

Powered by Xpress Engine

abcXYZ, 세종대왕,1234

abcXYZ, 세종대왕,1234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