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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맑게 하고 소화를 돕는 차. 차는 인간에게 무한한 활력을 주며 오묘한 사색의 숲으로 인도한다. 성품이 부드러워 늘 마셔도 부작용이 없는 인생의 반려. 색향미를 음미하며 눈을 감으면 나도 모르게 조금씩 용서와 이해와 조화의 심미안이 열린다.

대용차이야기
2002.10.20 02:05

대용차 - 쌍화탕(雙和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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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약(補藥)같은 음료

금세기 중반, 우리나라 개화기의 다방은 현대여성의 서비스를 받으며 커피라는 신식 서양음료를 맛볼 수 있는 멋진 문화공간이었다. 가난했던 시대 서양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했고, 문인 화가 배우 음악가 등 유명 예술인이나 학자 정치가들이 약속없이 모여 고담준론(高談峻論)을 즐길 수 있는 사랑방이기도 했다. 정치 문화 예술만 논한 것이 아니라 사상과 종교, 유행과 취미에 이르기까지 사회생활 전반에 걸친 다양한 정보와 화제를 나누는 장소였고, 나홀로 사장님들의 거리 사무실로 각광받기도 했다. 학생에겐 공부방이 되어 주었고, 청춘 남녀에겐 데이트 장소였다. 또 전화가 흔해지기 전 다방 메모판은 서민들이 갖가지 사연을 주고받는 애환의 게시판이었다.

적어도 70년대말까지 다방이 우리 생활 정서에 끼친 영향은 이렇듯 지대한 것이었다. 가장 흔한 공간이면서 편안함을 주었고 모든 계층의 사람이 부담없이 드나들 수 있는 대화의 공간이었다. 초기에는 일제와 6·25의 아픔과 허탈감에서 벗어나 신민족정서를 형성하는 데 긍정적인 쪽으로 영향을 끼쳤지만, 그러나 차츰 상업주의에 가려 이제와선 그 낭만이 사라진 감마저 있다.  

이때 다방의 주 메뉴는 커피·쥬스·우유였는데 여기 쌍화탕이 끼어있는 곳이 많았다. 국산음료가 등장하기 훨씬 전 쌍화탕은 있었던 것이다. 보약의 대열에 있어야 할 쌍화탕이 어째서 이 시대 다방 메뉴판에 먼저 걸렸던 것일까.

백작약, 숙지황, 황기. 당귀 천궁 계피 감초 등 일곱가지 약재에다 생강 대추를 넣어 3시간쯤 달여 짜내는 쌍화탕은, 한방에선 분명 보약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남녀노소 누구나 피로회복용 음료로 마신 것은 동의보감 이후이다.

허준에게서 비롯되었다는 구전에 의하면 "모든 약은 독이요, 보약도 결국은 마찬가지"라면서, 따라서 "보약을 지을 때도 반드시 진맥을 해야 하고 나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했는데 쌍화탕 하나 만은 예외가 될 수 있다고 하였다.

이에 하룻밤 임금을 모신 궁녀들은 아침이 되면 저마다 정성을 다해 쌍화탕을 달여 임금께 올렸고, 이것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몸이 피곤하거나 정사(情事) 후에 남자에게 달여 주는 풍속이 생겨났고, 이 습속이 뿌리를 내려 음차풍습은 사라졌지만 쌍화탕 만은 여전이 아끼는 풍토를 낳았던 것이다. 백과사전에서 설명하는 쌍화탕의 효능이 이 구전을 뒷받침해 준다.

"쌍화탕은 심신이 노곤하고 기혈이 모두 상한 경우, 또는 방사(房事) 후 곧 힘든 작업에 종사하거나 노동 후 피로한 상태에서 방사를 했을 때, 또는 크게 병을 앓은 뒤에 기가 허하여 식은 땀이 저절로 나는 것을 다스리는 데 탁원한 효능이 있다."

한약재상이 모여있는 경동시장에 가서 '쌍화탕'을 사러왔다면 7가지 본방을 알맞게 챙겨주는데, 이때 백작약의 양만 2배로 달라고 하여 달이면 향기가 매우 좋아진다. 시중 다방이나 국산차 상점에서는 진액으로 농축시킨 액을 파는 데 이것으로는 쌍화탕의 진향 진미를 맛보기 어렵다. 인사동에 있는 조그만 찻집 초당(738-4154)에 가면 고전적인 쌍화탕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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