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언제 읽어도 우선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 위선이나 불의에 대항하여 정의를 세우면서 인간성을 옹호하고 정신을 이끄는 따위는 다음 이야기입니다. 잔잔한 물결처럼 다가와 가슴을 파고드는 반취 이기윤의 소설들에는 독특한 향기가 있습니다. |
기타
2005.01.26 16:17
기타 - 김진흥 시화집에 「여가」에 붙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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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한 사랑의 열매
높은 산과 깊은 바다를 봅니다. 한없이 넓고 두터운 사랑과 믿음을 만납니다. 전설과도 같은 아름다운 이야기를 읽고 듣다보면 그리움이 뭉게구름처럼 피어납니다. 먼저 간 아내를 그리워하는 김진흥 선생이 마음의 붓으로 쓴「여가(餘暇)」에서 피어나는 향기입니다.
그리움은 사랑입니다. 구분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사랑을 에로스(ers)다 아가페(agap)다 필리아(philia)다 하고 나눕니다만 선생에게는 그런 구분이 필요 없습니다. 모든 것을 합한 위에 동양적인 인(仁)과 자비(慈悲)를 더 얹어도 오를 수 없는, 수미(須彌) 같은 사랑이요 아승기겁(阿僧祇劫) 변치 않을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자상하고 정성스럽고 사랑스러웠던 아내는, 조그만 체구에 어울리지 않게 치열한 작가 정신으로 큰 발자국 하나를 한국 문학사에 남겼고, 다른 하나의 발자국은 지아비 마음의 영토에 영원히 새겨 놓았습니다.
지금 두 분은 함께 사십니다. 고인은 살아남은 이에 의해 그림자가 되었고 살아남은 이는 고인에 의해 그림자가 되어 육체도 아니요 혼도 아닌 중간 세계(冥界)에서 함께 사십니다. 명계의 그림자는 우리의 분신으로 삶의 정수이자 생명을 대변하는 실체입니다. 두 분은 그렇게 우리 곁에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어두운 땅으로의 여행을 준비하는 지도 모릅니다. 자신보다 상대가 더 그리운 나머지 망아황홀(忘我恍惚)을 부단히 구하여 한참 영혼과의 일체화를 이루어 가고 있는 중인지도 모릅니다.
죽음으로의 여행이 두려운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에로스의 철학자 플라톤도 ― 죽음이 필연적인 것이라면 ― 결국은 삶보다 죽음이 바람직하다고 결론을 내렸던 일이 있습니다. 언 듯 다가오는 감정은 이별일 수 있지만 생각을 바꾸면 그것이 우리가 열망하는 영원한 삶일 수 있습니다. 두 분을 함께 존경하는 우리가 진실로 구하는 참 만남의 장이 되는 것입니다. 「여가」에 알알이 박힌 그림 하나, 산문 한 줄이 그 「참 만남」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보입니다. 가뭄에 시달리는 마른 영혼들의 사회에 단비 같은 「여가」는 우리 모두에게 지극한 사랑의 열매로 기억될 것입니다.
높은 산과 깊은 바다를 봅니다. 한없이 넓고 두터운 사랑과 믿음을 만납니다. 전설과도 같은 아름다운 이야기를 읽고 듣다보면 그리움이 뭉게구름처럼 피어납니다. 먼저 간 아내를 그리워하는 김진흥 선생이 마음의 붓으로 쓴「여가(餘暇)」에서 피어나는 향기입니다.
그리움은 사랑입니다. 구분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사랑을 에로스(ers)다 아가페(agap)다 필리아(philia)다 하고 나눕니다만 선생에게는 그런 구분이 필요 없습니다. 모든 것을 합한 위에 동양적인 인(仁)과 자비(慈悲)를 더 얹어도 오를 수 없는, 수미(須彌) 같은 사랑이요 아승기겁(阿僧祇劫) 변치 않을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자상하고 정성스럽고 사랑스러웠던 아내는, 조그만 체구에 어울리지 않게 치열한 작가 정신으로 큰 발자국 하나를 한국 문학사에 남겼고, 다른 하나의 발자국은 지아비 마음의 영토에 영원히 새겨 놓았습니다.
지금 두 분은 함께 사십니다. 고인은 살아남은 이에 의해 그림자가 되었고 살아남은 이는 고인에 의해 그림자가 되어 육체도 아니요 혼도 아닌 중간 세계(冥界)에서 함께 사십니다. 명계의 그림자는 우리의 분신으로 삶의 정수이자 생명을 대변하는 실체입니다. 두 분은 그렇게 우리 곁에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어두운 땅으로의 여행을 준비하는 지도 모릅니다. 자신보다 상대가 더 그리운 나머지 망아황홀(忘我恍惚)을 부단히 구하여 한참 영혼과의 일체화를 이루어 가고 있는 중인지도 모릅니다.
죽음으로의 여행이 두려운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에로스의 철학자 플라톤도 ― 죽음이 필연적인 것이라면 ― 결국은 삶보다 죽음이 바람직하다고 결론을 내렸던 일이 있습니다. 언 듯 다가오는 감정은 이별일 수 있지만 생각을 바꾸면 그것이 우리가 열망하는 영원한 삶일 수 있습니다. 두 분을 함께 존경하는 우리가 진실로 구하는 참 만남의 장이 되는 것입니다. 「여가」에 알알이 박힌 그림 하나, 산문 한 줄이 그 「참 만남」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보입니다. 가뭄에 시달리는 마른 영혼들의 사회에 단비 같은 「여가」는 우리 모두에게 지극한 사랑의 열매로 기억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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