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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언제 읽어도 우선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 위선이나 불의에 대항하여 정의를 세우면서 인간성을 옹호하고 정신을 이끄는 따위는 다음 이야기입니다. 잔잔한 물결처럼 다가와 가슴을 파고드는 반취 이기윤의 소설들에는 독특한 향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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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서울경제 2000년 6월 29일자에 있습니다.



얼마 전 한국소설가협회 주최 독서캠페인에 대한 강평이 마포에서 있었다. 지난 6개월 동안 소설가들이 모교이거나 고향 학교를 찾아가 100여권의 도서를 기증하며 책읽기 캠페인을 벌였던 것이다. 정을병 김지연 이문구 김주영 김녕희 이경자 등 120명의 소설가가 캠페인에 참여, 120개 농어촌 학교를 방문했다. 대상이 농어촌 학교였던 것은 그 지원자금이 농어촌 진흥기금이었던 탓이다.  

대상이 전국적이어서 반향도 매우 컸다. 한창 만화와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책을 가까이 하는 동기를 강하게 부여했다는 점에서 돋보였고, 특히 모교를 찾아간 작가에겐 새삼스런 긍지와 함께 창작의욕을 다시 다듬는 계기도 되었던 것 같다.

이날 발표는 학생, 교장, 작가 순으로 이어졌는데 이구동성으로 피력한 내용은 이런 훌륭한 행사가 단발에 그치는 일없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과, 우리 교육제도 이대로는 안 된다는 비판이었다. 학교 교육이 온통 입시위주여서 독서다운 독서가 외면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 원통한 것은 문학도 수능의 한 과목으로 전락해버린 현실이었다.

독서는 인간사회 공통의 예의와 질서를 익히고, 거칠어지기 쉬운 심성 다듬어 조화를 해치지 않는 사람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특히 문학은 자기만의 좁은 세계 벗어나 다양성 포용하며 살도록 사고의 폭을 넓히는데 기여한다. 그로 인해 창의력이 움트고 가능성이 숨쉬며 지혜가 성숙하는 법이기에 교육과는 동반 관계이지 상하나 경중으로 구별되어서는 안 되고, 평생 교육보다 평생 독서가 더 강조되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문학이 대학입시의 한 과목으로 위축된 느낌은 참으로 슬펐다.  

문학의 위축은 정부의 지원 정책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문화관광부가 정부예산의 1%를 확보하면서 사실 문학지원도 활발해졌다. 생활이 어려운 전업작가 창작지원금은 지난 해 1, 2차를 합쳐 200여명이 1천만원씩 받았고 금년에도 3차 150여명에게 주어질 전망이다. 자존심 강한 원로문인 지원책은 따로 강구되는 듯 하고 문학단체에는 보다 효율성 있는 새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어느 항목도 역시 단발성 일뿐, 자생력을 갖게 하는 따위 구조적 지원은 없다. 게다가 기준이랄까 조건이 여간 구차하지가 않다.

불우한 문학인으로 약간의 연금을 받으려면, 집도 없어야 하고 배우자는 물론 직계 가족의 수입도 없어야 한다. 문학성이나 지명도보다 불치의 지병이라도 있는 게 한결 유리한 것이다.  

요즘 한창 접수하고 있는 창작지원금 3차 지원대상 선정기준도 1, 2차보다 강화돼 그보다 나을 것이 없다. 수준 이하로 가난한 재산상태를 소상히 밝히되, 문학성은 인정받아야 하니, 문학에는 귀재이면서 생활에는 비현실적이어야 하는 것이다.      

더 이상의 방법을 찾지 못하는 당국자의 고충을 모르는 건 아니다. 이만큼의 기준을 마련하는데도 수 차례 단체장이나 전문가 자문회의 따위를 거쳤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사례들이 우리 문학을 더 어려운 풍토로 몰고 간다는 점이다. 사고력 증대를 위해 다양한 독서를 즐기는 게 아니라 오로지 대학 입시를 위해 일부 추천된 작품만으로 공부(?)한 학생들은 소기의 목적 달성 후 문학을 멀리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소설이 잘 팔리지 않는 나라에서 소설 쓰며 사는 작가의 갈등은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진다. 그러다 보니 자꾸 약해지는 의지를 정부에 기대게 된다. 비록 단발이라도 지원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그런데 그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문학 발전에 무슨 기여를 할까. 소위 '문학정신'에 입각해서 말한다면 받은 작가보다 못 받은 - 혹은 안 받은 - 작가가 자존심을 지켰다는 면에서 더 나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왜 이 나라에선 문학의 백년대계가 이리 요원한 것인가.

문화의 세기라는 새 천년 들머리에 적어도 다음 두 가지 정도는 깊이 생각해 보자고 제안하고 싶다. 첫째는 각 시(市) 도(道)마다 별 특색 없이 운영하는 무용단 합창단 연극단 등 시립 ― 혹은 도립 ― 예술단 구성의 핵심에 월급 주는 작가단도 운영하는 일이다. 임기제로 하면 무리 없을 것이다. 그리하여 각 지역 고유의 문화 예술을 꽃피울 특색 있는 컨텐츠가 만들어지면, 공연 활동의 의미가 보다 뚜렷해지고 경쟁력도 갖추며 순회 공연이나 상호 교환 공연도 활발해질 것이다.  

둘째는 정부 슬로건 "읽으면 행복합니다. 전국민 책읽기 운동"에 걸맞게 모든 사회단체가 힘을 합해 어른들이 책을 읽도록 사회 풍토를 개선하는 일이다. 그동안의 독서캠페인이 대개 청소년 중심이었던 점을 반성할 필요가 있다. 어른은 책을 안 보면서 아이에게만 권했던 꼴이다. 백 마디 권유 보다 책 읽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어려울 것이 없다. 우선 노인정마다 서가를 두도록 하여 노인들이 책 읽는 모습을 어디에서나 보여주면 시작으로 훌륭하다. 그것이 문학 활성화에 기여하고 나아가 작가에게 활로를 열어주면, 문학 천년대계의 든든한 디딤돌은 마련될 것으로 믿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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