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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언제 읽어도 우선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 위선이나 불의에 대항하여 정의를 세우면서 인간성을 옹호하고 정신을 이끄는 따위는 다음 이야기입니다. 잔잔한 물결처럼 다가와 가슴을 파고드는 반취 이기윤의 소설들에는 독특한 향기가 있습니다.

단편
2013.08.25 21:06

사람의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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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사람의 사랑 이야기

 

 

 

1

 

사람의 사랑이야기를 들려줄까? 아니지. 사람은 감정의 노예라는 사실을 먼저 알아야 될 것 같구나. 너나없이 사람은 감정의 노예란다.

세상을 살다보면 기쁨과 즐거움으로 가득 찬 시간과 만나기도 하고, 슬픔과 괴로움으로 가득 찬 시간에 시달리기도 하지. 기쁨과 즐거움의 원인이 되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 그중 가장 크고 깊은 기쁨의 원인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그건 사람이란다. 슬픔과 괴로움의 원인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뼈아픈 슬픔의 원인이 되는 것 역시 사람이야.

빼어난 산수나 절경 바다를 위시한 풍광을 대하며 큰 감동과 기쁨을 경험할 수 있고, 더위나 추위 같은 자연 현상으로 심한 괴로움을 당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러나 사람으로 말미암아 생긴 기쁨처럼 삶을 보람되게 하는 일은 없고, 사람으로 말미암아 생긴 괴로움처럼 뼈 속 깊이까지 사무치지는 않는단다.

 

사람은 누구나 엇갈리는 두 가지 감정 사랑과 미움을 느끼며 살아가게 되어 있어. 세상에는 사람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이 무수히 많지. 그러나 생각해 보렴. 사람을 사랑할 때처럼 모든 정을 쏟아가며 좋아하는 것이 다시없지 않니? 싫어하고 미워하는 것도 많아. 하지만 마찬가지로 사람을 싫어하듯 그토록 집요하게 미워하는 것도 다시없단다.

 

사랑과 미움의 갈등이 심각하다 못해 처절해지는 것은 내가 그 대상이 되었을 경우야. 사람에 대한 증오의 감정이 마침내 나 자신에게까지 미쳤을 때 사람으로서의 심기는 절망의 늪으로 빠지고 말아.

 

그런데 이상도 하지. 사람에 대한 미움과 환멸의 골이 깊어지는 것은 그만큼 사람에 대한 사랑과 기대의 뫼가 높기 때문이니까. 자신에 대한 증오와 실망이 지나친 것 역시 알고 보면 자신에 대한 애착과 희망이 지나치기 때문이란다.

욕심이 죄야. 많은 경우 미움의 감정 바닥에는 욕심의 심리가 깔려 있는 거니까. 사람은 자신의 소망을 방해하는 사물을 싫어하기 마련인데, 나를 방해하는 것이 사람일 경우에 미움의 감정이 발동하는 거야.

 

그래서 인류의 스승들은 욕심을 버리라고 간곡히 당부하였단다. 그러나 과연 욕심이라는 것이 버릴 수 있는 심리일까? 욕심이 있기에 도전이 있고 창조가 있으며 사는 재미가 있는 것 아닐까?

동양의 성현들은 말을 바꿔 소아(小我)를 버리고 대아(大我)를 살리라고도 했어. 욕심이란 다름 아닌 소아에 대한 애착에 연유하는 폐쇄의 심리요. 의욕이란 남과 더불어 공동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대아(大我), 즉 개방의 심리와 상통하기 때문이라고.

 

문화가 발달하고 문명이 발전하면서 개인의 자아가 눈을 뜬 것은 당연한 추세요 이성의 발전이라고 봐야겠지. 강자의 굴레에 묶여 다수의 약자들이 종속의 지위를 벗어나지 못한 봉건의 풍토는 극복되어야 마땅한 것이었고, 자아에 대한 개인의 자각은 역사적 전진을 위한 필수의 원동력이었고

개인의 자아의식이 소박한 개인주의라는 인생관을 초래한 것도 그럴 수밖에 없는 논리의 전개였을 거야. 그러나 그 개인주의가 소아주의(小我主義)로 굳어져 가는 것은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지. 개인적 자아에 대한 애착이 정도를 지나쳐 사람들이 하나둘 이성을 배반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야.

 

이성(理性)이 발달된 사람들을 참 지성인이라고 보아야 해. 이성이 발달한 사람들은 사리에 맞지 않는 욕심을 부리지 않을 것이고, 감정에 사로잡혀 남을 미워하지도 않을 것이니까. 철학자들이 이성의 덕을 높이 찬양한 것은 아득한 옛날부터의 일인데, 그러나 아직도 사람들은 여전히 감정의 노예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2

 

사랑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알아야 해. 인생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명예나 재물보다 사랑이라는 것부터 깨달아야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이 뭐겠니. 현실을 사랑하고 현재에 충실한 것. 그 쉬운 일이 곧 실천하는 사랑이야. 깨달음이 없는 사람에는 그 쉬운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로 바뀌는지 아니?

밤에 잠이 안 오거나 할 때 생각해 보렴. 성공한다는 것과 삶의 목적을 충족시키는 것은 다른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니? 인간성의 성숙은 사랑하는 정도와 공동체에서 이루어진다는 것도 알아야 해.

역설로 말하면 이해가 쉬울지 모르겠다. 가장 큰 비극은 죽음이 아니란다. 사랑 없는 삶이지.

부담 없이 음식을 섭취할 수 있는 건 식욕이 있을 때뿐인 것과 마찬가지로 해악 없이 유익하게 인간과 사귈 수 있는 건 사랑이 있을 때뿐인 거야.

그러면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 못할 때는 어떻게 하는 게 좋겠다, 떠오르는 게 있겠지? 그래. 차라리 조용히 있는 게 바람직하겠지. 사랑이 없으면 소망이라든가 목적도 없는 거니까.

빛의 초점을 맞추면 에너지가 생기듯 사랑이 있고 초점이 맞춰진 삶만큼 강력한 힘은 없단다. 사랑하는 이를 살리기 위해 달리는 자동차에 뛰어들어 맞설 수 있는 힘 그런 힘이 곧 불가사의할 수도 있는 사랑의 힘이야.

그런 강한 사랑은 결코 무()에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야. 마음 내키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사랑의 감정을 억지로 가질 수는 없기 때문이지. 우러나야 해. 우러나는 마음으로 모든 걸 바쳐 노력할 때 비로소 이루어지는 거야. 신비주의가 아니야. 이성적 사람이 되어야 사람다운 사랑은 비로소 이루어져. 감정에 바탕을 둔 사랑은 경계해야지. 그런 사랑은 엷고 얕기 때문이야.

 

누구나 인정하듯 사람은 불완전한 존재란다. 너도 나도 마찬가지지. 그러나 불완전함에도 불구하고 열정을 가지고 사랑해야 해. 비판하면서 이상을 추구하는 것은 성숙하지 못한 행동이야. 이상에 대한 노력 없이 현실에 안주하는 것도 자기만족일 뿐이고. 성숙함이란 이런 것들 사이의 긴장 속에서 사랑을 실천하며 사는 거야.

무엇을 하느냐는 상관없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지 않니? 중요한 것은 현재의 삶에 얼마나 사랑을 쏟고 있느냐가 되어가고 있어. 변하지 않는 진실은 하나이기 때문이지. 그 진실이란 건 사람은 사랑받아야 하고 사랑받기를 원한다는 것이야.

 

3

 

사람의 사랑은 어디서 어떻게 시작될까. , . 사랑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는 걸 먼저 짚고 넘어가야겠구나. 남녀의 사랑도 있고, 부부의 사랑도 있지. 부모 사랑, 자식 사랑, 친구 사랑, 이웃 사랑, 동물을 키우는 사람에겐 동물애도 있어. 어떤 이는 자연을 끔찍이 사랑하기도 하지. 산 사랑, 바다 사랑모두 사랑이야.

그중 가장 인류의 역사와 문화에, 또 생활과 풍습에 큰 영향을 주는 사랑을 꼽으라면 뭘까? 그래. 두말 할 것도 없이 남녀, 이성 간의 사랑이겠지?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고 희망하고, 또 누구나 최소한 일생에 한 번 이상은 경험하는 로맨틱한 사랑

그런 로맨틱한 사랑 이야기는 사람이 사는 사회 어디서나 피어나게 되어 있어. 남자는 여자를 좋아하게 되어 있고, 또 여자는 남자를 사모하게 되어 있으니까. 그것이 세상을 움직이는 에너지의 실체야. 사람만 그런 것이 아니야. 동물은 물론이고, 생명 있는 것은 모두가 그 에너지 생성에 일조를 해.

동물의 세계 사례를 들어 볼까? 수놈이 있어 구애 행동을 할 때는 자신의 장점이나 아름다움을 실제보다 훨씬 더 과장하는 게 일반적이지. 이성을 유혹하려면 자신을 보여 줘야 하고, 상대방은 그것을 알아봐야 하겠지?

성 선택이 생물 진화의 원동력 중 하나라고 주장했던 진화론자 찰스 다윈은 수컷과 암컷의 선호는 아름다움에 대한 내적 감각에서 나온다고 했어. 그것은 시각(視覺)일 수도 있고 후각(嗅覺)일 수도 있다고 하면서 말이야.

포유류나 조류는 자기가 좋아하는 특징을 가진 이성을 보면 친하게 지내자는 신호를 보이며 따라다니고 보호 행동을 해. 그게 곧 구애 행동이야. 수소는 발정기에 접어든 암소를 보면 발로 땅을 긁고, 머리와 목을 땅에 문지르며 자신을 과시하고, 등과 어깨 위로 흙을 던지고 머리를 낮추고 숨을 씩씩거려. 암소를 가깝게 따라다니거나 나란히 서기도 하면서 그 암소를 보호하려 하기도 하지. 그리고 자주 암소의 생식기를 핥거나 오줌 냄새를 맡아.

수탉은 암탉을 보면 평소보다 매우 과장되게 몸을 높여 걸으며 주위를 돌고, 땅을 쪼거나 긁으며 암탉에게 신호를 보내. 때론 날개를 치며 소리를 낸 다음, 한쪽 날개를 낮추고 경쾌한 춤을 추듯 목을 쭉 빼고 발을 짧게 끌며 옆으로 비켜 돌면서 암탉을 한쪽으로 몰기도 하지.

 

이처럼 소나 닭은 발정기에 접어들면 짝을 차지하기 위해 에너지를 집중해. 구애 행동은 종마다 매우 다양한데, 얼마 전까지는 이러한 구애 행동을 성 충동(sexual drive)과 구별하지 않고 포함된 개념 내지 같은 것으로 이해했어. 그러나 구애 행동은 성 충동과 차이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고 제법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어. 물론 넓은 의미로는 성 충동의 일부겠지만, 사랑을 얻으려는 행위는 교미 자체만을 목적으로 하는 성 충동과는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는 거야.

 

사람도 같겠지? 사랑은 특정인을 특별하게 생각하면서 시작되는 거니까. 마음으로 점찍은 그 사람에게 관심을 집중하다보면 그의 허물은 과소평가하게 되고 좋은 점은 과대평가하게 돼. 자연적으로 그렇게 돼. 서양에서는 이를 핑크 렌즈(pink lens) 효과라고 하는데, 우리말로는 눈에 콩깍지가 씌었다.’고 해. 그런 때에 사랑을 방해하는 장애가 생기면 사랑의 열정이 급속히 뜨거워지기도 하지.

진실로 사랑하는 사이가 된 뒤엔 서로 떨어져 있으면 불안을 느껴. 반대로 같이 있을 때는 감정적으로 일체가 되어 심장 박동, 땀 분비 등이 같아지며 대화를 나눌 때 뇌파가 일치하기도 한다고 해. 영원히 같이 있고 싶고, 상대에게 맞추기 위해 좋아하는 것도 바꾸고 생활 습관도 얼마든지 바꿀 용기가 샘솟지. 심지어 상대방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희생할 수도 있게 되고, 극단적으로는 죽음도 받아들일 수 있게 돼. 그렇게 보면 사랑이란 게 정말 위대하다고 느껴지지 않니?

 

4

성감대라는 게 있지. 이성에 관심을 갖게 되면 제일 궁금해지는 게 그거란다. 남자는 여자의 신체 어느 부위를 자극했을 때 성적 흥분을 느끼는지. 또 여자는 남자의 어느 부위를 자극했을 때 성적 흥분을 느끼는지 궁금해 죽겠는 거야. 목적은 뻔하지. 상대의 성적 욕망을 불러일으키거나 성적 쾌감을 얻게 해주고 싶은 거니까. 성교육에선 이 성감대 이야기가 빠질 수 없겠지?

여자의 신체에서 가장 성적으로 민감한 부위는 과연 어디일까? 남녀가 같이 있는 자리라면 여자들이 침묵하는 가운데 남자들의 확신에 찬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게 되어 있어. 허벅지 안쪽요, 입술, 귓불이요, 가슴 아닐까요, 음핵이죠 뭐. 목덜미요!

그렇다면 남자의 신체에서 가장 성적으로 민감한 부위는 어디일까? 이때도 여자들은 침묵하지. 남자들은 합창을 해. 성기요! 하고.

 

일반적으로는 접촉으로 자극되는 신체 부위를 성감대라고 불러. 일차 성감대와 이차 성감대로 나누기도 하는데 여자의 음핵, 대음순, 소음순이나 남자의 고환, 음경과 같은 성기 쪽을 일차 성감대라 하고, 입술이나 귀, 머리카락, 겨드랑이, , 엉덩이, 허벅지 등 주변을 이차 성감대라고 해. 그런데 이건 모든 사람이 다 같은 게 아니야. 사람마다 반응이 다르고, 특히 남녀 간 차이는 엄청나게 크단다.

 

성이 개방된 나라에 가보면 성을 주제로 한 박물관도 있고, 성인용품 백화점도 많지. 그런 곳에 가 보면 남자와 여자의 성감대를 알려주는 모형이 있어. 남자 모형 앞에 놓인 벨을 누르면 나지막한 신음과 함께 성감대에 빨간 불이 들어오는 거지. 남자의 경우는 열 곳 정도 불이 켜지는데 음경과 고환에 몰려 있어. 반면 여자의 신체 앞에 높인 벨을 누르면 민망할 정도의 끈적끈적한 신음과 함께 입, , 목덜미, 겨드랑이, 가슴, , 엉덩이, , 성기, 허벅지 등 다양한 곳에 불이 들어와. 여자는 남자와 달리 몸 전체에 성감대가 퍼져 있기 때문이야.

성감대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끈적끈적한 신음을 듣기 위해서인지 어디서나 여자의 성감대 모형 앞은 관람객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단다.

 

이런 식의 접근이 아니더라도 성감대에 관한 넘쳐나는 정보를 통해 사람들은 상대를 자극하려 애들을 많이 써. 그런데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음은 모른단다. 자기는 성감대로 알고 자극하지만, 상대는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거든. 모든 행위에는 앞뒤 순서와 차근차근 절차가 있는 법인데 이를 무시하고 뛰어넘거나 앞서가면 불쾌하지 않겠니? 충분히 분위기를 잡은 뒤 입맞춤을 하거나 해야지 다짜고짜 입맞춤부터 하려고 들면 되겠니?

성감대라는 용어를 말초신경으로만 여기면 안 돼. 성에도 원초적 본능이랄까, 근원적 작용 같은 게 있으니까 그걸 잘 숙지하고 활용해야 진실하고 깊은 사랑을 할 수가 있어.

 

원초적 본능은 남자는 양이고 여자는 음인 음양론에서 출발해. 언제 어디서나 여자는 사랑받기를 원하고 남자는 사랑을 주려고 하지. 여자는 받는 게 주는 거고, 남자는 주는 게 받는 거라는 근원적 차이가 있으니까 여자의 은근한 유혹은 남자의 점잖은 프로포즈와 같은 거야.

남자의 성을 자극하는 감대는 사실 첫째가 시각(視覺)이야. 남자는 눈으로 보는 것으로 강한 자극을 받지. 야한 동영상을 보면 남자들은 엄청 흥분해. 미니스커트랄까 하체 노출이 심한 여자를 보는 것으로도 자극은 충분하고. 가볍게는 여자의 가슴과 가슴 사이 움푹 파인 곳을 살짝 보는 것만으로도 남자는 눈부셔하며 성적 흥분을 느끼니까. 잘생긴 여자의 귀엽게 웃는 모습, 남자가 궁금해 하는 홀(hole)을 감추고 있는 예쁜 엉덩이 남자는 이런 대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얼굴이 벌게져.

다음은 후각(嗅覺)이야. 여자의 살 냄새, 머리 냄새 따위에 남자는 강하게 이끌리지. 여자들이 어떻게 하든 예쁘게 보이려 하고 암내라든가 좋지 않은 몸 냄새를 없애려고 향수를 사용하는 이유가 이런 타고난 본능에서 비롯되는 거야. 물론 지나친 화장이라든가 성형까지 하는 등 억지로 꾸미고 짙은 향수를 뿌린 것보다는 타고난 것을 잘 가꾼 아름다움, 자연적인 내음이 더 좋겠지. 남자에게 여자는 결코 인물이 위주가 아니야. 타고난 모습을 정성으로 가꾼 위에 세련된 매너와 공손하게 다듬어진 언행(言行)이 얹어지면 얼마든지 남자의 사랑을 받을 수 있어. 그러면서 살 내음, 생머리 내음 따위를 풍긴다면 남자들은 정신 못 차리지.

여자는 달라. 여자를 움직이게 만드는 첫째 성감대는 청각(聽覺)이야. 고개가 갸웃해지니? 아니면 , 맞다!” 하는 울림이 일어나니? 여자는 자기를 칭찬하는 소리, 또는 안심하게 하는 소리, 나아가 나에겐 이 세상에 당신밖에 없어. 진심이야.”하는 따위 자기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믿음직한 소리에 자극도 되고 흥분도 느껴. 예쁘다, 아름답다, 멋있다 등등 실제보다 높여 칭찬해주는 소리는 기본이고. 흔한 예를 들면 남자들이 야한 동영상을 틀어놓고 싱글싱글 상기된 목소리로 같이 보자고 하지만, 여자들은 그런 거 봐도 그저 그렇고 별 흥미도 없어. 감정이 없어서가 아니라 다르기 때문이지. 여자는 옷을 벗을수록 시선을 받고, 남자는 잘 입을수록 시선을 받는 것과 같은 차이가 느껴지지 않니? 여자가 짝사랑 할 땐 보고도 못 본 척하면서 관심 끌 몸짓을 보이지만, 남자가 짝사랑 할 땐 목소리가 커져. 누가 가르쳐 줘서 그렇게들 하는 게 아냐. 타고나는 거지.

여자는 그렇게 귀가 예민한 만큼 상대의 말에 신경을 많이 써. 말을 많이 듣다보면 이런 말 저런 말이 섞여서 이미 증명이 된 사랑임에도 불구하고 불안을 느낄 때가 많아. 그래서 끊임없이 확인하고 더 믿음직한 말을 해주기를 원해. 상대를 선택할 때 여자는 남자 자체보다 평판에 이끌리고, 남자는 여자 평판보다 외모에 이끌리는 이유라든가, 여자는 자기보다 예쁜 여자와 같이 다니지 않으려 하고, 남자는 자기보다 돈 없는 남자와 같이 다니지 않으려 는 것 따위, 또 여자는 사랑하는 사람을 독점하기 위해 노력하고 남자는 사랑하는 사람의 수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게 되는 근성도 조금씩 이해가 되겠지? 그래. 그러다보니 여자는 남자의 허풍에 속고, 남자는 여자의 외모에 속는다는 농담도 만들어지는 거고 말이야.

그렇게 청각을 충족시켜주고 나서 부드럽게 손을 잡아주면 여자는 거부하지 않아. 청각 다음의 성감대가 촉감인 셈이지. 감동을 줄만큼 청각을 충족시킨 뒤 행해지는 스킨십에 이런 걸 여자들은 영혼이 실려 있는 스킨십이라고 해 여자의 문은 모두 열리게 되어 있어.

그렇게 남자는 시각 후각을 순서를 거치고, 여자는 청각 촉각의 단계를 밟아 가운데서 만나 이루어지는 게 진실한 사랑이란다.

얼마나 이해를 했는지 질문해볼까? 어떤 남자가 있어 시각이나 후각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랑을 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절차를 생략하고 서두른 만큼 남자의 사랑은 거칠고 성의가 없으며 일회적이기 일쑤가 되겠지? 어떤 여자가 있어 청각이나 촉각의 절차가 무시되고 사랑부터 하고 말았다면 그 사랑은 또 어떤 모양이겠니? 역시 마지못해 이루어진 것이어서 진실성을 찾을 수 없으며 따라서 깊이가 없겠지?

진실한 사랑을 나누기 위해서는 이렇게 남녀의 차이를 알고, 한 단계 한 단계 확실히 거치면서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매너와 에티켓이 있어야만 한단다. 그러면 정말 행복하고 마음 푸근한 사랑 속에서 지낼 수가 있어.

요즘 성추행이란 흉한 용어가 많이 나돌지? 여자들은 아무데서나 심한 노출로 유혹하고 남자들은 청각 충족시키는 걸 생략하고 성감대라고 여겨지는 부위에 손부터 갖다 대기 때문이야. 손대서 흥분이 되면 절차 무시한 게 용서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천만에 말씀이야. 절대로 용서되지 않아. 용서는커녕 그것이 성희롱이나 성추행으로 시비에 몰리는 원인이 되는 거란다.

여자들도 좀 조신해져야지. 흔히 외국 여자들은 더 노출이 아슬아슬하다고 항변하는데 우린 선진국을 모델로 비교해야겠지? 영국이나 미국 유럽 사람들 모두 결코 아무데서나 아무 때나 자극적으로 자기를 노출하지 않아. 그렇게 할 수 있는 곳. 초대받은 연회장이나 고급 호텔 만찬장처럼 지성이 숨 쉬는 곳에서만 영화에서 보듯 눈길 끌도록 자기를 노출하는 거지. 그건 행사장 분위기를 살리는 데 일조하는 순기능도 있어. 파티가 끝나면 예외 없이 겉옷을 챙겨 입고, 언제 그랬냐는 듯 조신한 모습으로 돌아가는 걸 알아야지.

 

5

 

사랑과 관계되는 인체의 화학 작용도 들여다볼까? 그 신비함을 과학이 몇 %나 밝혀낸 것인지 모르지만. 과학자들은 우쭐해 있을지 모르지만 아마도 아주 조금, 1%도 안 되는 작은 부분만 겨우 밝혔을 거야. 그런데 그것만으로도 인생의 숙제라든가 사랑에서 생기는 문제들이 상당부분 답을 얻게 된단다.

사랑에는 대체로 세 단계가 있대. 처음에는 이끌림, 둘째는 빠져듦, 셋째는 애착이지. 상대에게 호감을 느끼는 첫 단계에선 도파민(dopamine)이 분비된대. 고통은 빼버리고 행복감만을 전달하는 물질이야. 혈압을 조절해 주고, 중뇌에서의 정교한 운동조절 등에 필요한 신경전달물질이자 호르몬인데 가장 널리 알려진 기능으로는 쾌감즐거움 등에 관한 신호를 전달하여 행복감을 느끼게 한는 거래. 대뇌 변연계에서 이 도파민이 만들어지는 때는 상대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낀다는구나.

물론 적당히 분비되어야 해. 도파민 분비가 지나치게 과다하면 정신분열증이나 조울증의 원인이 되고 반대로 적으면 애착 결여라든가 우울증에 시달리거나 심하면 파킨슨병을 앓을 위험도 있대.

도박벽이 심한 사이코패스(Psychopathy) 따위가 도파민 분비 과다로 인한 인격 장애현상이야. 그들은 자기 자신의 삶이 위협당하는 결과가 올 걸 알면서도 벼랑 끝까지 보상을 추구해. 보상에 대한 강력한 집착이 결과에 대한 두려움을 압도하기 때문이지. 한 연구팀이 범죄자를 포함한 일단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심리검사를 실시하고 검사에서 나타난 사이코패스의 특징적 성격 유무와 증세 정도에 따라 순위를 매긴 결과 격렬한 범죄자들이 상위에 랭크되었고 공격적이고 모험을 좋아하는 성격이 그 뒤를 따랐대. 도파민 과다분비로 생기는 두려움의 결여가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거지.

두 번째 단계로 사랑에 빠졌을 때는 또 다른 신경전달물질인 페닐에틸아민(phenylethylamine)이 만들어진대. 중추신경을 자극하는 천연각성제라나. 이성으로 제어하기 힘든 열정이 분출되고 행복감에 빠지는 건 이 물질 때문이지. 이른바 사랑의 묘약이랄까. 흔히 사랑에 빠진 사람이 상대의 단점을 보지 못하거나 보더라도 너그러워지는 것은 이 때문이래. 매너가 불량한 것도 터프해 보이고, 고집이 센 것도 자기 주관이 뚜렷한 것으로 보이는 등등이지. 양말을 벗어 아무 데나 던져놓아도 용서가 되고, 자기 보고 싶은 영화, 먹고 싶은 음식만 앞세워도 서운치가 않아진다는 거야.

분류상으로 페닐에틸아민은 마약의 주성분인 암페타민에 속할 거야 아마.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구름 위에 올라 탄 기분이 된다는 게 절대 과장된 말이 아닌 거지.

다른 각도에서 보면 사람의 미각, 촉각, 후각을 자극하며 비만으로 유혹하는 초콜릿에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비타민 외 약 300여 종류의 화학물질이 들어 있는데 그 중 오감을 즐겁게 하는 핵심 물질이 바로 페닐에틸아민(C8H11N)이야. 양은 0.5~1%에 불과하지만 기분을 좋게 함은 물론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는 거야.

직접적인 방법으로 몸에 페닐에틸아민을 주사해 볼 수도 있어, 그러면 혈당이 올라가고 혈압이 상승하지. 긴장감을 느끼게 해주며, 뇌에서 도파민을 방출하는 방아쇠 역할도 하면서 기분 좋은 상태를 유지하게 해 준단다.

하지만 이 물질 역시 농도가 과다하면 과민반응 보이고 심한 경우 정신분열을 일으켜. 초콜릿을 너무 많이 먹어서 편두통이 나는 게 초기 증상 같은 거야. 과량의 페닐에틸아민 작용이 뇌의 혈관을 조여서 나타나는 현상이니까.

전쟁 중에는 전투기 조종사들의 피로감퇴와 주의력집중을 위해 약물로 사용한 적도 있대. 현재는 마약으로 분류되어 의사의 처방이 없이는 살 수 없도록 분류되어 있지만.

어쨌든 이 물질의 황홀한 기분도 유통기한은 있어. 시간이 흐르면서 몸이 호르몬 변화에 적응하고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내성이 길러지면 효력이 떨어져서 슬슬 상대의 단점이 눈에 들어오고, 둘이 함께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이벤트를 만들어야 즐거울 수 있게 변해. 그러니까 무조건적인 사랑의 봄날은 가고, 페닐에틸아민 작용으로 일어났던 설렘과 흥분의 꽃은 지는 거지.

과학자들은 페닐에틸아민의 마법이 지속되는 시간을 길어야 2~3년이라고 봐. 이 시기가 지나면 다시 열정을 찾기 위해 페닐에틸아민 수치를 높여줄 새로운 이성을 찾는 사람이 생겨나는 거래. 그렇게 뜨겁게 사랑하던 사람이 어느 날부턴가 한눈팔고 다른 짓 하는 것이 사람이 불량해서가 아니라 자연현상이라는 거지.

 

사람의 사랑 세 번째 단계는 애착이야. 이 단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겸손해지고 치열함에서 한 발 물러서는 침착함을 보여. 도파민 다음에 페닐에틸아민, 그 다음 바통은 옥시토신(oxytocin)과 바소프레신(vasopressin)이 이어 받는대.

옥시토신은 연인 사이 애착심을 증가시키기 때문포옹 화합물이라고 부르는데, 여자가 애를 낳는 경우에는 자궁의 수축과 수유를 도와주며 모성애를 발현하도록 하는 물질이야. 오르가슴이라는 성적쾌감을 느낄 때는 남녀 관계없이 혈장에 이 옥시토신의 양이 증가한대. 시상하부 뉴런에서 합성되어 후배부 뇌하수체의 축색돌기로 이동된 후 혈액으로 배출되는 구조인데 일부는 뇌에서도 합성된다나.

바소프레신은일부일처제화합물이라는 별명을 지닌 애착유발화합물이야. 가정의 행복을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물질이지. 지구상의 포유동물 중 약 3%만이 바소프레신 분비 능력을 갖고 있어. 재미있는 것은, 놀랍게도 사람은 여기 포함되지 못한다는 사실이야. 일부일처제 군에 속하지 않는다는 거지. 놀랍지 않니?

바소프레신이 분비되긴 하지만 일부일처 군에 올릴 만큼은 아니라는 거지. 그렇게들 서로 좋아해서 결혼했지만 남녀를 불문하고 삼사 년이 못 가 시들해지고, 삼각관계 사각관계로 얽히고설킬 정도로 생활이 문란해지는 것은 사랑의 화합물 차원에서 보면 하나도 이상한 것이 아닌 거야.

가정법이나 도덕 윤리 같은 게 있어서 가족관계는 유지하지만 부부가 사는 게 아니라 아이 엄마와 아이 아빠로 사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거지. 조물주는 왜 사람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일부일처제 군을 대표하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들쥐래. 어느 정도인가 하면 바소프레신의 사회적 행동에 미치는 영향 연구가 주로 들쥐를 대상으로 하는 정도라니까.

수컷 들쥐는 짝짓기 후에는 자기 짝 보호를 위해 다른 수컷들에게 매우 공격적으로 변하며, 자기 짝에 대한 지속적 애착을 유지한대. 짝짓기 후 바소프레신이 뇌에서 평소보다 많이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결합유지에 시너지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는 거지. 그런데 바소프레신과 옥시토신이 같은 장소에서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 두 호르몬은 매우 가까운 사이 임에 틀림없을 것 같아. 화학구조를 보아도 아홉 개의 아미노산 중 두 개만이 다르더라고.

 

어쨌든 이 두 물질이 여운을 즐기며 애착심을 증가시켜 준다고 해. 뜨거운 사랑의 행동이 지난 후 다소 마음이 진정되는 가운데 활발하게 분비되는 호르몬들이니까. 도파민과 페닐에틸아민에 이끌렸던 몽롱한 상태에서 깨어나 제 눈에 콩깍지를 거두고 본연의 자리로 돌아와 보낸 시간들에 애착을 갖게 한다는 거야.

 

적당해야 하는 건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도 마찬가지야. 적당할 때 진정한 애착이 생기며 감동을 주는 이야기(story)가 만들어지는 건데 일반적으로는 바소프레신이 현저히 부족하니 사람의 사랑은 애초부터 문제를 가지고 있는 거지.

그런데 절묘한 보충 요법이 있어. 부족한 바소프레신을 어느 정도 대신해 주는 것이 만족이라는 감정인 거야. 참 신기하지? 어떻게 사람을 그렇게 만들었는지

만족은 기대라든가 욕심과 반비례하는 거야. 도파민이 욕심을 품게 하고 페닐에틸아민이 기대를 키운다면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은 나는 나다식 체념의 미학을 체득하게 도와줘. 그래야만 애착 단계에서 지극히 인간적인 참다운 멋을 맛볼 수 있으니까.

체념에서 체()는 자세히 살펴 안다 는 뜻으로 의역하면 욕심을 거두고 자신을 아는 것을 말해. 일상에서의 체념은 삶의 조건에 대하여어느 정도의 항복약간의 슬픔많은 깨달음을 동반하는 마음가짐이 되는 거지. 체념은 굴복이 아니라 아픔의 기억을 내면화 해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 전략적 선택이기도 해. 따라서 체념에는 다시라는 말이 없어. 힘의 논리에 따라 포기한 삶은 언제든 다시 시도하지만 체념은 어떤 경지에 도달하거나 체득한 것이기 때문이야. 깨달음을 얻는 일에 용이함이란 있을 수 없지 않니?

그런데 불행하게도 사람에겐 만족이라는 의식도 부족해. 부부 관계가 원활치 못한 이유는 108가지(?)나 늘어놓지만 즐거운 이유는 10가지도 꼽지 못하는 정도야. 만족도가 약한 사람의 사랑은 1단계 2단계를 거쳤다 해도 3단계로 가지 못하고 사각지대에서 방황하게 십상이야. 좋아하는 것도 아니요, 그만 둔 것도 아니고, 애착이 있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가 되어버리는 것이지. 그 사이 아이가 생기면 앞에서 말한 대로 부부가 사는 게 아니라 아이 엄마와 아이 아빠가 사는 이상한 가정이 되어 버리는 거야.

그러니까 노력해야 해. 언제나 긍정적이고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랑에 임할 필요가 있어. 행복하다는 건 삶을 충분히 음미하는 것이라는 걸 명심해. 뭐니 뭐니 해도 삶에 있어서 최고의 기쁨은 사랑하는 사람끼리 눈길과 숨결과 온기를 나누는 데 있음을 깨닫고.

언제나 어디서나 항상 자기를 돌아보며 반성하고 노력하면 심미적 정신적 만족을 느껴 즐거울 수 있고 애착을 키워갈 수 있게 돼. 이제 확실히 알겠니?

사랑의 세 단계를 넘어서서 지속적인 사랑은 그런 노력과 깨달음에서 만들어지는 엔도르핀이 지켜줄 거야. 엔도르핀은 진통제의 하나지. 진통제가 무엇인지는 설명이 없어도 되겠지? 왜 엔도르핀을 진통제라 하는지도. ㅋ ㅋ

 

, 그렇다면 짝은 어떻게 만나질까? 그저 하늘의 뜻에 맡기는 수밖에 없을까? 이 질문에는 일차적으로 유전적 선택론이 가장 넓게 받아들여지고 있어. 인간은 알게 모르게, 보다 건강하고 보다 총명한 후손이 태어나 자랄 수 있게 자기와 다른 면역계를 지닌 유전자를 갖고 있는 사람을 택하게 되어 있어. 인간 진화론의 근간이기도 한데, 이 때문에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남녀가 부부가 되어 평생을 사는 일이 생겨나는 거야. 물론 유전자가 전연 다른 사람들은 아니지. 어느 정도는 비슷한 짝을 찾아 결합하게 된다고 할까.

부부에 있어 성격이 많이 다르다고 해도 참고 이해하며, 오래 살다보면 점차 닮아가는 이유도 그 때문이야. 그런데 그보다 사랑의 각 단계에 완전히 다른 화합물 군이 관여한다는 사실은 정말 놀라운 일이지 않니? 다시 말하면 사랑은 마음의 움직임도 있겠지만, 그 보다는 몸에서 생성, 소멸되는 화합물이 좌우한다는 이야기니까.

내 몸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

하는 말은 그래서 생겨나는 거란다.

물론 이것이 최종 연구 결과는 아니야. 앞에서 지적했듯 인체의 신비를 과학이 얼마나 밝혀냈느냐 가 열쇠겠지. 1% 도 안 되느냐, 30% 정도 밝혀냈느냐

 

사랑의 수명

 

그럼 사랑의 수명은 얼마나 될까?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앞의 이야기에서 그리 길지는 않다는 짐작은 하겠지?

사람의 타고난 속성은 한 곳, 한 사람하고의 만족으로 안주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을 거야. 이것이 인생을 고해(苦海)에서 방황하게 하는 진짜 원인일 것도 같구나. 마치 그렇게 높고 험한 산을 힘들게 올라갔음에도 정상에 머무는 시간은 길어야 몇 십 분일뿐 이내 내려오고 싶고, 그리고 내려와서는 다시 다른 산 올라갈 궁리를 하는 산악인처럼 말이야.

남녀 간의 사랑이 그래.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 해도 자연 생리에 맡겨놓으면 사랑의 수명은 불과 3년 정도에 불과해. 그게 과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란다.

최근에 발표된 미국 코넬대 인간행동연구소 신디아 하잔 교수팀의 연구결과도 보조를 같이 해. 남녀 간 애정이 얼마나 지속되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2년에 걸쳐 다양한 문화집단에 속한 남녀 5천 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실시했는데 가슴 뛰는 사랑은 18~30개월이면 사라진다고 결론을 내렸거든. 아무리 첫눈에 반했다 해도 만난 지 2년이면 대뇌에 항체가 생겨 사랑의 화학물질이 더 이상 생성되지 않고 줄어들거나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밝혔어. 사랑의 감정이 변하는 것은 성격이나 인간성의 문제가 아니라 자연 현상이라는 사실을 슬프지만 이해해야 해.

예외가 없는 건 아냐. 예외 중에서도 아주 특별한 예외를 꼽으라면 한찬 사랑할 때 한 쪽이 죽는 거야. 그래서 상대성이 없어지면 죽을 때까지 영원한, 진실한 사랑을 할 수가 있어. 그런 사례들이 가끔 있지 않니? 죽은 배필을 잊지 못하는 애절한 사랑이야기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뇌를 MRI로 촬영해 보면 사랑은 보상 체계, 즉 쾌락 신경계의 작용이라는 걸 알게 된다고 해. 보상이란 건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즐거움을 느낌으로써 그 행동이 강화되는 과정으로 생명체의 생존과 관련되는 것이지. 음식, , 섹스 등이 일차적인 보상이라고 한다면 돈, 음악, 아름다운 얼굴, 좋은 촉감 등은 이차적 보상이라고 할 수 있을 거야.

보상은 본능(本能)과는 다른 거지. 본능이란 아기가 엄마 젖을 빠는 것과 같이 가르쳐 주지 않아도 나타나는 행동으로 학습과 반대되는 개념이야. 경험을 통해 어떤 목표를 향해 나아가게 하는 동기(motivation)를 제공하는 거지.

따라서 보상 회로가 활성화된다는 것은 상호 협력 행동이 쾌락이라는 보상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의미해. 사랑의 열정은 기분을 좋게 하고 행복감을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때로는 황홀감을 느끼게 해 주는데 보상을 기대할 수 없는 상태가 되면 사람의 사랑이 아닌 상상의 사랑으로 넘어가는 거야. 원하는 것만 상상하니까 영원할 수 있는 거, 이해돼지?

사랑은 감정보다 동기가 다양하다는 특징이 있지만 표정은 없어. 대개는 동기를 의지로 조절하기는 어려우니까 사랑은 곧 운명이다 하고 여기지. 동기는 참을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생각해 보렴. 성욕은 아무리 강렬할지라도 시간이 지나거나 상황이 바뀌면 변하지?.사랑은 그렇지가 않아.

성욕이 거부되었다고 해서 자살하거나 살인하지는 않지만, 사랑이 거부당하면 스토킹, 자살, 살인 등을 일으키고 돌이킬 수 없는 우울증에 빠지기도 해. 사랑의 힘은 이처럼 성욕보다 훨씬 강렬한 것이란다.

 

이야기 중에 빠진 것이 있네. 구애 단계인 끌림(연애)에서 도파민과 함께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도 관여하는 걸 빼먹었어. 노르에피네프린이 활성화되면 각성, 에너지 상승, 식욕 감소, 주의 집중, 기억력 상승 등과 같은 효과가 나타나지. 왜 그런 거 있지? 애인과 같이 있으면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땀이 나고, 손발이 떨리는 것 같은 게 바로 노르에피네프린의 작용이야. 애인과 나눈 대화 하나하나가 뚜렷이 기억되고, 몸짓이나 냄새까지도 오랫동안 기억되는 것 역시 노르에피네프린이 집중력을 향상시키기 때문이지.

 

사랑할 때 뇌에서 흥분되는 부위가 있으면 반대로 기능이 떨어지는 곳도 있게 마련이라는 이야기도 마저 해야겠지? 기능이 저하되는 부위는 이마엽과 편도야. 이마엽의 기능이 떨어지면 판단력이 흐려지지. 그래서 소크라테스는 사랑이란 올바른 판단력을 마비시키는 비합리적인 욕구라고 했고, 플라톤은 사랑으로 인한 판단력의 저하는 신에서 나온 것이고 이성이 판단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했어. 또 니체는 사랑은 항상 정신착란을 동반한다고 했고.

판단력 저하는 선택적이어서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판단력만 주로 떨어져. 그리고 편도 기능이 떨어지면 공포를 덜 느끼게 되는데, 남자가 사정할 때 편도의 기능이 일시적으로 마비되고 애인 사진을 보고 있을 때도 편도의 활동이 감소한다고 해.

 

결론적으로 남녀 간의 뜨거운 사랑은 일시적인 것이 보통이자 정상이라는 슬픈 이야기가 돼. 보통 18개월에서 30개월 사이에 자연 발생적으로 항체가 생겨 사랑의 화학물질이 더 이상 생성되지 않는다고 했잖아. 그 때문이지.

사랑의 수명을 늘리는 방법은 없을까? 아니 그보다, 사랑에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강하고 수명이 긴 사랑은 무엇일까? 그런 사랑을 찾아 연구해 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제안이 되지 않을까?

6

 

두 말할 것 없이 그건 모성애(母性愛)란다. 신화를 한 토막 떠올려 볼까?

한 여인이 풀어헤친 머리에 벗은 발로 들판을 헤매고 있었어. 정신을 반쯤 놓아버린 채 누군가의 이름을 애처롭게 부르는 그녀는 뜻밖에도 만물의 어머니이자 대지의 여신(地母神)인 데메테르였어. 목숨처럼 귀하게 여기던 딸을 잃어버리자 슬픔에 반쯤 정신이 나가버려 가엾은 어미 신세가 되어버린 거야.

미친 듯 산과 들을 헤매던 데메테르는 땅이 갈라진 틈에서 딸 페르세포네가 매고 있던 허리띠를 발견했어. 페르세포네의 아름다움에 반한 저승(冥府)의 왕 하데스가 대지를 갈라 그녀를 지하세계로 납치해가는 와중에 떨어뜨린 것이었지. 그제야 딸이 저승에 있음을 깨달은 데메테르는 분노하며 외쳤어.

천하에 다시없는 배덕하고 잔인한 대지여. 내 너에게 은혜를 베풀어 만물을 소생케 하고 열매를 맺어 후손을 보도록 살펴 주었는데, 너는 내 가슴에 비수를 꽂는구나. 그 음험한 틈을 열어 내 딸을 빼앗아 갔으니 나도 더는 네게 호의를 베풀지 않겠다. 이 대지 위에서 다시는 어떤 생물도 소생할 수 없을 것이고, 어떤 어미도 더는 자식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서슬 퍼런 분노 앞에 대지는 무참히 말라갔고, 그 위에서 삶을 이어가던 모든 생명체도 속절없이 스러져갔어.

모든 게 말라 죽어가는 대지와 생명을 보다 못한 신들이 저승의 왕 하데스를 설득해 페르세포네를 내놓게 했어. 하지만 그녀는 이미 지하 세계의 음식인 석류를 먹어 그곳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운명이 되어 있었어.

신들의 왕 제우스가 판결을 내렸지. 페르세포네에게 일 년 중 아홉 달은 지상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 수 있지만, 나머지 석 달은 명부로 돌아가야 한다고. 데메테르는 어쩔 수 없이 이 판결을 받아들였는데, 그런데 딸이 지하 세계로 돌아가야 할 시기가 다가오면 다시금 대지에 대한 보살핌을 거두어들이는 것으로 자신의 분노를 표현했어. 이후 대지가 얼어붙는 겨울이 생겨난 거야.

 

이렇게 강렬한 모성애는 여자가 태어나면서 지니게 되는 어머니로서의 천분을 총칭하는 말이야. 여자는 자기 체내에서 태아를 키우고 분만한 뒤 그 생명을 독립적인 인간으로 발달시켜야하는 사명이 있으며, 그를 위한 신체적 기능과 정신적 특성을 가지고 있어. 모성은 사춘기에 급속하게 성장해서 기능으로 분화 발달하고 성숙기에 그 기능을 수행하도록 되어 있어.

아이가 사춘기가 되면 다 컸다는 생각에서 슬슬 부모의 관심과 보살핌을 부담스러워하기 시작하지? 이제 다 컸는데 왜 아직 아이 취급을 하는지.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라는 인정을 왜 자꾸 뒤로 미루는지 의아해 하곤 하지.

답은 시간에 있어, 그런 의문을 품었던 시절의 두 배만큼 나이를 먹고, 자신이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마음이 되고 나면 부모의 그런 행동이 지극히 당연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거야. 부모가 되면 아이를 따로 떼어 생각한다는 것이 무척이나 어려워지는 거야.

 

미국의 한 연구팀이 쥐를 이용해서 시험을 했어. 세 구획으로 나뉜 상자의 가운데 칸에 쥐를 넣고, 오른쪽에는 코카인(도파민을 분비시켜 쾌감을 느끼게 하는 대표적인 약물), 왼쪽에는 막 태어난 새끼들을 넣어 쥐가 어느 쪽에 더 관심을 보이는지를 관찰했지. 보통 이런 식의 상자 안에 쥐를 넣어두면 코카인이 있는 오른쪽 방에서 시간을 보내게 마련이야. 그런데 막 새끼를 낳은 쥐는 달랐어. 제 새끼가 아님에도 새끼들은 코카인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어미를 끌어당겼어. 결국 그 쥐는 새끼들과 시간을 보냈어. 새끼와의 접촉하는 동안 어미의 뇌에서 도파민을 분비시키기 때문에 코카인보다 더 강력한 유인 요소가 되었던 거야. 사람도 마찬가지래. 2008년 미국의 한 연구팀은 아이의 웃는 얼굴이 엄마의 뇌에서 도파민 분비를 증가시켜 엄마를 행복하게 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어.

 

옥시토신(oxytocin)도 모성애에 영향을 주는 물질이야. 옥시토신은 그리스어로 빨리 태어나다라는 뜻인데, 자궁의 근육을 수축시켜 진통을 일으키고 젖 분비를 촉진하는 호르몬이야. 아기를 낳은 직후 다량으로 분비되지. 임상에서는 옥시토신의 이런 특징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출산을 유도하는 유도분만제로 사용하기도 해.

그런데 최근 과학자들은 출산 시 분비량이 늘어나는 옥시토신이 자궁뿐 아니라 뇌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아냈어. 역시 쥐를 이용해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새끼를 낳아본 적이 없는 처녀 쥐에게 옥시토신을 주입하니 남의 새끼를 보듬고 나오지도 않는 젖을 물리며 이들을 보살피는 모성 행동을 보였다는 거야.

사람도 마찬가지로 엄마의 몸속에 옥시토신의 양이 늘어나면 모성 행동과 아기에 대한 애착심리가 늘어나는 것이 관찰되었다고 해.

다시 말하면 옥시토신이 정신적으로도 강한 모성애를 느끼게 하고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주어 여자를 엄마로 바꾸어 놓음은 물론 사랑의 화신을 만드는 전천후 호르몬이라는 거야.

그렇다면 출산을 하지 않는 남자는 어떻게 자식에게 애착을 가지게 될까? 남자의 경우는 아내의 출산을 전후해 바소프레신 수치가 높아지는 것이 관찰되었대. 바소프레신은 옥시토신과 유사한 분자 구조를 가지고 있는 물질이라고 말했지? 설치류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바소프레신의 증가는 남자 역시 아빠로 변신시키며 나아가 부성 행동의 증가로 나타나는 것이 확인되었다는 거야.

 

그렇다면 말이야. 호르몬 변화를 좀 더 연구 분석하고, 현재까지 알려진 사람의 사랑중 가장 강렬한 모성애를 잘 활용하면 부부간 사랑의 수명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안도 찾아지지 않을까? 자라나는 아이들 어렵게 이혼 같은 거 없는 사회 만들고, 나아가 삼각관계다 사각이다 지저분하게 바람피우는 싹도 완전히 잘라버리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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