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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언제 읽어도 우선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 위선이나 불의에 대항하여 정의를 세우면서 인간성을 옹호하고 정신을 이끄는 따위는 다음 이야기입니다. 잔잔한 물결처럼 다가와 가슴을 파고드는 반취 이기윤의 소설들에는 독특한 향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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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색하는 삶의 찬가(讚歌)
半醉 李起潤의「인생의 계절」에 붙여
김양수(문학평론가)

반취(半醉) 이기윤(李起潤) 형이 한권 분량의 시집 원고를 내게 불쑥 내밀었다. 문단에 알려진 반취 형은 소설 작가인데 시집이 웬 말인가? 그런데 살펴보니 30년 전에 「사랑스런 내일을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간행이 되었던 시집을「인생의 계절」이라는 제목으로 바꾸어 다시 간행해볼 작정으로 내게 서평을 부탁하는 것이었다. 이 시집을 만들어낼 당시 반취는 갓 30을 넘긴 때였던 것 같다. 그리고 이 시집을 낸 동기는 그때 태어난 딸이 너무 사랑스러운 나머지 그 딸의 장래를 축복하기 위해서 써낸 것이었다. 그런 만큼 이 시집의 의도 속에는 딸의 아름다운 미래를 선도하고 축복하거나, 슬기로 삶을 기원하는 교훈적인 구절들이 많이 보였다.
30대의 젊은 아비가 딸이 태어나자,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럽고 신비하다는 느낌을 갖게 된 나머지, 그 딸의 미래가 찬란하고 아름다운 것이 되어야 한다고 기원하는 심정에서 축복의 노래를 지어 엮어냈던 것이다. 젊은 아비답지 않게 그 뜻이 따뜻하고 갸륵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렇다면 이 같은 심정에서 우러난 시를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 것인가  살펴보게 되었다.

시(詩)라고 하는 것은 삶 속에서 삶의 감동을 불러 일으켜주는 구실을 하는 것이라 볼 때 반취의 경우도 의당히 해당이 된다고 하겠다. 시란 말을 글로 써놓는 것이지만 단순히 말을 글로 써서 전달을 하기 위해서인 것이라면 일종의 의사전달의 구실을 하는 실용성밖에 없는 것이 되지만 시는 단순한 의사전달을 수행하는 실용성에 그치지 않고 시라고 하는 글을 통해서 참 삶의 소리와 뜻을 순식간에 깨닫고 공감하는 작용을 접하게 하는 것이다.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타성에 젖어 잊고 지내던 가운데 삶의 저 깊숙이 가려져 숨어있던 참 삶의 소리와 그 얼굴을 순간적으로 포착하고 공감시켜 주는 것이 시의 힘이고 구실인 것이다. 그리하여 실용적인 일만이 판을 치는 물질 만능주의 세태 속에서 쓸모 한 푼어치 없는 것 같은 시가 그래도 존재 가치를 보여주고 있는 것은 참 삶의 심지를 밝혀 주는 구실을 하고 있다는 것을 체험하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어린 딸을 지극히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젊은 아비의 소중하고 갸륵한 심성과 그 발동의 힘이 시를 쓰게 하는 구실을 하도록 해놓고 있는 것이다. 시집「인생의 계절」은 부제로서「사랑이 넘치는 내일을 위하여」라는 첫 간행 때의 제목을 달고 있다. 그리고는 시집 표지를 넘기자마자 「생각해 보세요 누구에게 삶을 배웠는가를」이라고 하는 제목의 벽두시를 내걸어 놓고 있다.

뿐만 아니라「딸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시로서 이 시집의 시들이 귀여운 딸을 향해 쓴 것임을 강조해 보이고 있다. 벽두 시에서는 삶이란 누가 알려주고 배우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그때그때 실감으로 터득해 갖는 것이란 힌트를 전제해 놓은 다음에 딸에게 귀뜸 하듯이 일러주는 교훈적인 내용으로서 이웃사람과 자기 자신 모두를 잘못되게 하는 이기심을 품지 말고 자기자신의 의무에만 충실한 것이 자신과 가족과 이웃과 나라를 위하는 것이라는 지극히 소박하면서도 실질 명료한 충언을 강조해 놓았다. 그리고 본문 앞에 서시(序詩)를 통해서 삶이란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들고서 양심(良心)을 속이는 일을 하지 않기 위해서 물질을 향한 허욕을 제어하고 벗어버리는 일이 사람다운 삶의 첩경이라고 일러주고 있다. 그런 다음 인생의 노정을 봄(春), 여름(夏), 가을(秋), 겨울(冬)의 4계로 나누어 읊어놓고 있다.

보통은 청소년시절을 봄으로, 중년시절을 여름으로, 장년시절을 가을로, 그리고 노년시절을 겨울로 비유해서 표현해 놓고 있는 것으로 여기기가 쉬운데 (어느 부분에서는 그러한 인상을 감지하게 하는 구석이 없지 않아 있기는 해도) 반취의 시는 대략 30년을 한 주기로 인생의 계절이 돌아간다는 것으로 새롭고 독창적인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면서 해마다 성장하는 삶의 장면들을 봄, 여름, 가을, 겨울에 견주어 표현해 놓고 있다.

쉬운 단서로서 <겨울>을 다룬 자리에서 딸이 자기 아이를 출생해서 키우게 되는 반가움을 털어놓는 대목이 그것을 밝히고 있다.
만약에 겨울 대목이 일반에서 이야기하듯 인생의 만년인 노년기를 다룬 것이라고 하면 딸이 아이를 잉태하고 생산하는 예고가 나올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시집에서 다루어진 4계절은 인생연대의 단계적 순서로 취급된 것이 아니고 30년을 한 주기로 하여 4계절의 각 계절적 특성을 삶에 접목시키며 형상화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계절의 특징에 해당하는 인생사의 경우와 장면들을 끌어내어 그때마다의 경우에 맞추어 늘어놓고 있다.

<봄> 계절에서는 젊음의 환희를 다루어 보이고 있는데 봄은 만물이 태어나는 계절이라는 데서 생명의 태어남의 설레임과 환희를 중심으로 노래하고 있다. 삶의 시작은 태어나는 데서부터 진행되는 것이기에 <봄>의 항목에서는 싱싱한 유소년기의 감성적인 설레임을 만끽하는데에만 머물지 않고 생이 비롯되는 태어남의 환희에 더 많은 무게가 실려지고 있다.

<여름>으로 넘어가서는 성숙으로 달리는 계절, 푸르름이 무성한 풍요로운 계절에 임해서 모든 경우에 치우치지 않는 조화로서 삶에 맞서 순리를 따라 살아가는 길을 찾기에 땀흘려 얻은 노력만이 참삶이라는 것을 다지고 있는 것이다. <가을>로 접어들면 걷어 들이는 계절에 있어서도 사색의 수확엔 더 무게를 두어야 한다고 일깨우고 있다. 가을걷이 같은 수확은 언제나 기대한 것보다 결과가 흡족하지 못한 것이 실상이기에 열매 없는 걸음에 이르는 길에서 기대치를 이루지 못하였다고 하여 그릇된 길로 빠지지 말라는 충언을 들어 놓고 있다. 이는 비단, 가을걷이 때만이 아니라 모든 일의 성사가 기대한 만큼의 결실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미리 예정하여 오로지 노력이 있을 뿐이지 실망과 그릇된 행위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깨달음을 권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삶을 이끌어가는 묘체는 물량의 수확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색의 넓이와 깊이가 늘어나는데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데 중점이 두어지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겨울>에 들어서서는 삶의 중요한 부분이 피나는 노력과 아낌없는 단련을 중시하며 강조하고 있는 것이지만 그와 못지않게 휴식의 효과 또한 중요한 것임을 밝혀놓고 있다. 살아 움직이는 과정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긴요한 것이 휴식과 거기 따른 정리라고 하는 것을 들어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겨울>은 인생 삶에 있어서 다함없는 노력과 부단한 활동을 이어가면서 한편으로 느긋한 휴식과 정리의 시간이 필수적인 과제라는 것을 강조해 놓았다. 휴식과 정리를 통하여 모색의 행위가 주어지는 것이고 <겨울>은 모색의 계절이 지니는 실속의 결실을 맺게 한다는 것이다.

<종시(終詩)>에서는 마치 선시(禪詩)의 한 대목에서처럼 푸른 옷을 입은 동자(童子)를 내세워 허망한 삶의 과정을 허망하지 않게 마무리 지어가는 보행의 연속으로 묘사해 보이고 있다.
  
본래, 교훈시는 문학성이 떨어지게 마련인 것이지만 이 시집의 경우는 교훈시를 내세우고 있으면서 그것을 면하고 있는 것이, 단순히 귀여운 딸아이를 향한 찬가가 아니라 작시자 자신이 깊은 사색과 삶에 대한 관찰력을 가지고 발견하고 터득한 체험 수련의 결과를 노래한 시라는데 볼거리가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딸을 위해서 딸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시이면서도 사실은 자신을 향해서 들려주는 노래이기도 한 것이다.

서른 살의 아비가 갓 태어난 딸에게, 혹은 두 번 인생의 계절을 견디어낸 예순 살 노인이 만년에 자녀에게 도란도란 들려주는 교훈시인 동시에, 삶은 서로 손을 잡아주며, 잡은 손의 따뜻함 잊지 않으면서, 함께 모색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환희의 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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