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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돌아가셨다 해도 "골프 끝내고 갈게." 하는 조크가 생겨났을 정도로 재미있는 골프. 재미는 진지함과 함께 할 때 가치를 지닌다. 알고 보면 골프처럼 에티켓을 요구하는 스포츠도 없다. 호쾌한 드라이버와 그린에서의 긴장...골프는 신사들의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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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모던골프 1993년 5월호>  



봄은 즐거운 사랑의 계절


이윽고 봄이 왔다. 낮의 기온이 평균 15∼18℃를 오르내리니 이만하면 봄 기온으로서 훌륭하다. 4월 들면서 아침 TV 방송에 연일 꽃소식이 전해지니 제주도 유채꽃, 남해 동백꽃, 진해 군항제, 하동 벚꽃 등 필름도 다양하다.

필드에도 봄이 왔다. 중부지방 골프장의 그린이 파란 빛깔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3월 하순부터인데, 4월로 접어드니 페어웨이 잔디에도 파란 싹이 돋아난다. 중순이 되면 연초록, 하순에는 순수한 초록색으로 뒤덮일 것이 틀림없다. 완연한 봄인 것이다.

문학에서의 봄은 출발이요 만남이며 탄생이자 부활로 나타난다. 봄은 방향으로 볼 때 동쪽에 해당하고, 빛깔로 볼 때 초록에 해당하는데, 이는 모두 새로운 출발과 관계가 있다. 고전 소설에서 남녀 주인공이 만나 인연을 맺게되는 시간적 배경을 보면 대개 봄이다. 헤어졌던 연인이 다시 만나게 되는 계절도 봄으로 설정되는 경우가 많다.

춘향전에서 이도령과 성춘향이 처음 만나는 시기도 봄이며, 그들이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는 계절도 이듬해 봄이다. 이와 같은 배경 설정은 봄이 화려하고 아름다운 계절이면서 시작의 계절이라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현대 소설인 김유정의 동백꽃이나 '봄봄'같은 작품도 만나서 인연을 맺는 시간적 배경은 봄이다.

고시가 중에서 정극인의 '상춘곡'은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돌아와 아름다운 자연 속에 몰입하는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를 노래한 작품이다. 고려가요 '동동'과 조선시대 '농가월령가'등에서의 봄의 노래도 만물이 소생하여 새 출발하는 아름다움을 봄을 배경으로 그리고 있다.

워즈워스는 '봄의 숲에서 솟아나는 힘은, 이 세상의 악과 선에 대하여 어떠한 현자보다도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고 하였고, 에머슨은 '일기'에서 '봄철의 모든 숭앙은 사랑으로 연결된다'고 하였으며, 하이네는 '봄'이라는 시에서 '봄은 즐거운 사랑의 계절'이라고 읊었다.

봄은 그렇게 아름다움과 희망과 새출발이 가득함으로서 노래를 만든다. 노래가 없는 봄은 봄이 아니다.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에서와 같이 허무함과 슬픔이 짙게 드러나는 봄은 진정한 봄 일수 없다.

봄은 봄이되 냉랭한 봄

기다리던 봄은 왔다. 가로수 길옆에서도, 도로에 깐 돌 틈에서도 파릇파릇 새싹이 돋고 있다. 겨우내 각지로 흩어졌던 나그네들이 봄이 되어 고향으로 몰려들 듯 골퍼들이 움츠렸던 가슴을 펴고 필드로 모일 계절이다. 필드는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새로운 만남과 출발로 온통 술렁거릴 때다. 필드를 상상해 보라. 티 그라운드에서부터 화사한 봄꽃들이 티샷하는 골퍼의 희망을 한껏 부추기지 않겠는가.

그런데 93년, 필드의 봄은 그렇지가 못하다. 새로운 만남도 출발도 없고, 희망도 꺽였다. 고향 떠난 나그네들은 한하운의 '보리 피리'에서처럼 '봄이 와도 돌아가지 못하는 고향'을 애달픈 심경으로 노래할 뿐이다.

"내 임기 중에는 절대로 골프를 치지 않을 것"이라는 대통령의 한마디가 찬바람 태풍의 눈이 되어, 한창 꽃 피고 물오르는 봄의 필드를 강타한 것이다.

물론 그 한마디 때문만은 아니다. 새 정부의 의지가 담긴 '조용한 개혁'-즉, 부정부패 척결, 근면성 회복 운동, 사치성 추방운동 등이, 과연 어느 선까지 칼을 휘두르게 될 것이냐가 세인들 초미의 관심사인 때에 나온 대통령의 '말씀'이기에 일파만파의 '한마디'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골프업계가 너무 꽁꽁 얼어붙자, 나중에는 총리가 나서서 '대통령의 뜻은 그게 아니었다'고 해명하고, 또 여당 최고위원이 시위 삼아 필드를 산책하는 해프닝 아닌 해프닝을 연출하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문제의 핵심은 그런 일과성 언행에서 찾을게 아닐 듯 싶다.

골프를 해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보다 더 좋은 운동이 없다고 입을 모으며, 친구나 이웃에 권하는데 주저함이 없는데, 그런 골프가 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거나 새 내각이 들어서서 사회기강을 바로 잡아야할 필요성만 대두되면 단골손님처럼 도마 위에 올라야하고, 이와 함께 공직자들의 골프장 출입이 문제되어야 할까. 도덕적으로 과연 그럴 만큼의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일까?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라면 꼭 무슨 때에 임하여 희생양으로 삼지 말고 인식의 변화이든, 의식의 개혁이든 합당한 수술을 해야 할 것이며, 그렇지 않다면 당국이 개선에 앞장서서 건전한 대중스포츠로 육성 장려함이 마땅하지 않을까. 차제에 당국과 업계가 함께 깊이 있는 토론을 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화제의 신흥명문 신원CC

4월의 필드산책에서는 신원CC를 찾았다. 경기도 용인군 이동면 묵리의 총 52만평 대지 위에 펼쳐진 27홀의 신원CC는 환경 교통 코스 시설 회원관리 등 모든 면에서 초일류를 추구하면서 화제를 모은 신설골프장이다.

골퍼들의 희망인 항상 부킹과 그린피 면제. 재산권 인정에다 이익배당까지를 제시하며 주주회원을 모신 결과 100% 목표를 달성한 것이 신원의 성가를 대변한다.

신원CC는 특히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냈고 이를 실제에 실현하여 좋은 평가를 받았다. 주주회원에게 옛날 어사패와도 같은 마패를 주어, 그 마패를 제시하는 분에게는 규약의 범위 안에서 무조건 부킹과 함게 부킹 양도의 특권까지 주는 마패제도라든가, 캐디를 지정하여 동반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제도라든가, 회원만을 위한 프라이비트 룸의 운영, 컴퓨터를 이용한 온라인 서비스 등은 이제 까지 어느 골프장에서도 실행하지 않았던 새로운 제도였다.

게다가 서울 톨게이트에서 28킬로미터에 불과한 거리. 용인 일대의 빼어난 아름다움과 자연 지형을 최대한 살린 코스 설계 등이 백홀 백색의 느낌을 주어 라운딩마다 새로운 드라마를 연출하는 느낌을 줌으로써 개장과 동시에 거뜬히 명문의 대열에 올라섰다.
그뿐 아니라,
"아무리 자주오셔도 같은 상황을 두 번 만나지 않을만큼의 아기자기하고 정교한 코스"
"탄성이 터질만큼 우아하고 아름다운 코-스"
"골프는 18홀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신원의 19번홀. 멋진 클럽하우스에서 전 코스를 바라보며 골프의 참 멋을 만끽하십시오"
등등, 신원의 헤드라인 한 줄 한 줄은 골프를 아끼고 즐기는 사람들에게 매우 자극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필자가 찾았을 때의 상황은 참으로 좋지 않았다. 신흥 명문 코스에 대한 기대감으로 잠까지 설치며 갔건만 현장 상황은 여간 실망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골프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잘못된 사회 인식에다 문민 대통령의 특별한 개혁의지(?)가 가미된 찬바람의 차가운 정도를 신원CC에서 처음 피부로 느꼈기에 더 실망이 컸는지는 모른다. 어쨌든 그것은 4월의 첫 주말이었고 도움말을 주기로 한 서정복 헤드프로도 감추려하지 않았다. 그는 말했다. "정말로 조건이 안 좋을 때 오셨습니다"하고.

모래밭에서의 플레이

조건이 안 좋았던 건 우선 페어웨이 상태였다. 아무리 훌륭한 시설과 외형을 갖췄다해도 인력만으로는 안 되는 일이 있다. 페어웨이 잔디도 그중 하나로 양질의 상태가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따라야 한다. 그래서 겨울과 봄 사이 배토(培土)를 하여 잡초를 제거하고 잔디가 촘촘히 자라게 하는데, 이로 인해 페어웨이 상태가 가장 나쁠 때가 3월 하순에서 4월 초순인 것이다.

우리는 마치 사막지대에 만들어진 골프장에서 골프를 하는 기분이었다. 그런데다 입장객 수도 많지 않다 그 크고 멋진 클럽하우스가 텅텅 비어 있었고, 직원들은 하나같이 인사성 밝고 친절했지만 그 표정이 밝지는 않았다. 골프에 대해 여러 부정적인 말들이 만들어지고 번져 가는 것이 골프업계 종사자들의 마음을 어둡게 만드는 게 분명했다.

사람이 간사하다는 것이 새삼 느껴졌다. 입장객이 많아 시끄럽고 밀리면 밀려서 불만이요, 오늘처럼 한가하면 쓸쓸해서 또한 불만이니, 인간의 비위는 어느 때에 만족할까.

아마도 예정했던 동반이 다 왔으면 또 기분이 달랐을 것이다. 동반은 동료인 김금양과 송택용 사장, 김재민 사장 등으로 만년 스크랫치의 호적수들인데 김재민 사장이 전날 밤 다리를 다쳐 불참한 것이다.

언제나 한가지 느낌이지만 나는 셋과 넷에 큰 차이를 느끼곤 한다. 셋은 어딘가 이가 빠진 것 같은 것이, 넷이라야 꽉찬 느낌이 들어 플레이다운 플레이가 펼쳐지곤 한다.

이래저래 신원CC 첫 산책은 쓸쓸함과 엉성함 속에서 출발했다. 신원은 27홀로 "에벤에셀 코스""데이비스 코스""솔로몬 코스"로 나뉘어 있는데 그날 솔로몬 코스는 잔디관리를 위해 크로스한 상태였음으로 우리는 에벤에셀을 아웃코스로 하고 데이비스를 인코스로 삼아 돌았다.

첫 인상은 여러 가지로 엉망이었지만 티업 시간이 되어 에벤에셀의 1번홀 팅그라운드에 서니 기분은 또 달라졌다. 천연의 숲이 있었고 인공으로 만든 거대한 호수가 보였는데, 그것은 전통과 현대의 멋진 조화가 되어 꽤나 아름다운 경치를 보여주고 있었다.

평화롭고 온화한 에벤에셀

에벤에셀 1번 홀은 388야드의 미들홀인데 그린이 아래쪽에 있는 서비스 홀이었다. 드라이버만 잘 맞으면 피칭 어프로치로 간단히 버디를 잡을 수 있는 만만한 홀. 나는 정석대로 쳐 세컨샷에 1.5미터로 바짝 붙였다. 그러나 퍼팅에 실패하여 다 잡은 버디를 놓치고 말았다. 송사장도 파, 금양만 보기를 했다.

2번 홀로 가니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설계였다. 580야드의 롱홀이 지그재그여서 경험이 없는 골퍼로선 어디로 쳐야 좋은지 방향도 잡을 수 없었다. 평탄했지만 난이도는 매우 높았던 것이다. 역시 이런 홀에서는 골프력이 많은 골퍼가 우세했다. 송사장이 더블보기를 범하고 나는 코스따라 지그재그로 헤매다가 파이브온 쓰리퍼트로 트리풀을 범하고 말았는데 금양은 이 홀에서 노련미를 과시. 파를 잡았다.

3번 홀은 432야드의 미들홀로 양편에 거대한 호수가 있어 마치 물위에 떠 있는 느낌을 주는 홀이었다. 페어웨이는 넓지만 양쪽의 WATER HAZARD가 골퍼를 긴장시키는데, 이 긴장에만 강하게 대처하면 파가 무난한 홀. 금양과 내가 파를 잡고 송사장만 보기를 했다.

에벤에셀은 비교적 페어웨이가 넓고 원만한 코스였다. 골프는 아무래도 올려치는 것보다는 내려치는 것이 부드럽고 그린이 숨어 있는 것 보다는 보여야 안도감을 주는데 그런 면에서 에벤에셀은 무난한 코스였다.

가장 아름다운 홀은 5번 153야드의 숏홀로 거대한 인공호수를 건너 섬에 안착시키는 대담하고도 정교한 샷이 요구되었다. 이럴때면 이상한 불안 심리가 이어 샷이 흔들리는게 경험 부족한 골퍼들이다. 이 홀에서 금양은 환상적인 샷으로 버디를 잡았고 송사장과 나는 흔드림없이 각각 파를 잡았는데 그건 내 생각에 대단히 흡족한 결과였다.

에벤에셀 또 하나의 숏홀은 8번 홀로 230야드의 만만치 않은 거리였지만 등고차가 20미터는 됨직한 아래를 향해 통쾌하게 휘둘러보는 맛이 있어 그런대로 인상적이었다. 9번홀 그린은 자작나무 숲이 병풍을 이루고 있었는데, 조병화 시인의 한폭 유화를 보는 듯 했다. 399야드의 미들홀로 아웃코스의 마지막 승부를 겨루는 홀이지만 아름다움에 취해 마음을 비우게 되는 멋진 홀. 아마도 신원CC의 19번홀 선전은 에벤에셀의 9번홀에서 유래한 것이 아닐런지.

거친 야성 그대로의 데이비스코스

스케줄에 따라 에벤에셀을 마친 우리는 데이비스로 갔다. 데이비스코스는 자연 그대로의 조건을 최대로 살림으로써 인공적으로는 만들 수 없는 생동감 넘치는 언듀레이션이 전 홀에 물결치고 있었다. 그것은 야성으로 거칠게 보이면서 매력도 있었다. 한번 잘 쳐보자는 의욕도 일었다. 하지만 1번홀부터 전방에는 원시림을 연상케하는 숲. 우측에는 호수가 있어 난이도가 높았다. 데이비스 첫홀에서는 약속이나 한 듯 모두 보기를 했다.

2번 홀의 난이도는 감도 잡히지 않았다. 569야드의 롱홀인데 1P 지점의 페어웨이가 처녀 허리처럼 잘룩하니 OB의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게다가 티그라운드는 수면 가까이 있어 물이 조금만 불으면 발이 젖을 듯 했다. 프로도 투온이 어려울 듯 했다. 아니 욕심을 부리다가는 스코어를 망치기 쉬운 홀로 보였다. 젊은 호기를 버리고 노인네처럼 또박또박 쳐보는, 인내와 침착을 공부하는 홀이랄까. 데이비스코스가 특히 어렵게 느껴진 것은 대부분 그린이 숨어있기 때문인 것 같았다.

가장 장관은 6번 홀로, 이곳이 신원CC 27개 홀 중 가장 높은 곳이기도 했다. 그런 만큼 6번 홀에서는 신원CC 전 코스가 한눈에 조감됐다. 416야드의 만만치 않은 미들홀, 산허리를 따라 좌측으로 휜 도그렉홀로 숲을 건너 질러 치고싶은 호쾌한 플레이의 욕심이 솟는 남성적인 홀이었다. 이럴 때면 장타력이 있는 금양은 주저 없이 도전했다. 힘차게 솟아 코스를 따라 도는가 했는데 그만 훅의 각도가 커 OB가 되고 말았다. 두 번째 시도에서 그는 정말 멋진 샷을 보여줬다. 그는 이 홀에서 OB버디를 했고, 송사장은 파. 나는 보기를 했다.

내가 보기를 하고 더블보기를 하는 것은 퍼트 때문이었다. 웬지 요즈음 퍼팅 실력이 뚝 떨어져 여간 속상한 나날이 아니다. 농반진반 보약(?)이라도 한 재 먹으면 나아질까.

또 하나 근래에 생긴 고민으로 꼬리가 휘는 현상이다. 나의 드라이버는 아는 사람들은 다 인정 해줄 만큼 곧고 거리도 있었다. 따악― 소리와 함께 힘있고 곧게 솟구쳐 올라가는 드라이버샷은 자화자찬해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훌륭했는데 요즈음 자신감을 잃었다. 빨리 이 슬럼프에서 벗어나야 할텐데…

데이비스 8번 홀에서는 통쾌한 샷으로 585야드의 롱홀을 투온 시켰다. 동반들이 모두 버디를 확신했다. 나도 믿었다. 그러나 쓰리퍼트로 파에 그치고 말았다.

9번 홀은 대개 올라가는 홀이 많은데 데이비스의 설계는 내려가는 홀이었다. 그린 주위에 샌드벙커가 많아 호락호락하지는 않지만 보기플레이어가 파를 잡는데 어려운 홀은 아니었다.

돌아보니 뭉클, 애정이 솟는 코-스

여러 가지 티업 전의 기분은 황량했으나 코-스를 돌고 난 후의 느낌은 풍요로왔다. 18번 홀을 긑내고 19번 홀(클럽하우스)로 향하는 느낌이 그랬다. 마음을 비우고 쳐서 그런지 한 두홀 무너진 홀이 있었지만 모두 80대를 기록했다. 금양이 86. 송사장이 88. 내가 89를 쳤다.

11시에 티업하여 4시간 10분이 경과한 오후 3시 10분에 플레이를 끝냈는데, 할 수만 있다면 솔로몬 코스를 마저 돌로 싶은 충동을 강하게 느꼈다. 솔로몬 쪽을 바라본 뒤 우리가 돈 코스를 되돌아보는데 돌 때와는 전혀 느낌이 달랐다. 야성의 거친 남성이 아니라 조용히 미소짓는 여성이었다. 과연 신원CC는 만날 때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와 줄 것같은 믿음이 들었다. 그렇다면 이 코-스는 한번 돌아보고 글을 쓴다는 것이 무리가 아닐까. 이제 5월이 되면 한결 어른스런 성장으로 우리를 맞을텐데.

에벤에셀은 에벤에셀대로 평온한 코스라는 개성이 너무나 뚜렷했고, 또 데이비스는 데이비스대로 남성을 한껏 자극하여 대담한 도전을 하도록 부추기는 특징이 있었다.

보통의 골프장들이 저마다 코스의 독특함과 개성을 내세우지만 신원CC에서 느끼는 것은 그 정도가 달랐다. 아직 돌아보지 못한 솔로몬 코스는 어떤 경험과 느낌을 안겨줄까. 솔로몬이라는 이름이 성경의 솔로몬 왕에서 따온 것이라면 엄청난 지혜와 슬기를 요구하는 것이 아닐까.

신원이 자랑하는 19번 홀에 앉아 하루의 산책을 정리해 보았다. 봄이건만 "빼앗긴 들"처럼 냉랭한 기운 속에서, 또한 사막을 연상케하는 모래벌판에서 돌았지만 "신원CC는 과연 명문"이라는데 이의가 없었으며 솔로몬 코스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참으로 여러 모습으로 다가올 신원CC를 그려보았다.

"최악의 조건이 이 정도라면 보통 때는? 아니 최상의 조건일 때는?"
그것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 오를 환상의 산책이 될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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