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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돌아가셨다 해도 "골프 끝내고 갈게." 하는 조크가 생겨났을 정도로 재미있는 골프. 재미는 진지함과 함께 할 때 가치를 지닌다. 알고 보면 골프처럼 에티켓을 요구하는 스포츠도 없다. 호쾌한 드라이버와 그린에서의 긴장...골프는 신사들의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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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골프 1996년 12월호 - 반취필드산책



골프에도 삼매경이 있다

얼마 전 인천시가 각 구에 1개소씩 골프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신문들은 일제히 이를 대서 특필했다. 골프에 호의적이지 못한 정국 하에서 이와같은 구상은 깜짝 놀랄만큼 대담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발표했던 내용 그대로 추진이 될런지 여부는 차후에 확인될 일이지만, 그것은 "발표"만으로도 가치를 지니는 뉴스였다.

일률적으로 한 구에 1개소 씩이라는 표현은 마음에 안 들지만 바다를 끼고 있는 인천시가 골프장 건설에 관심을 보인 것이 반갑기 때문이다. 해안선의 볼품없고 쓸모없는 땅들을 골프장으로 개발한다면 여러가지로 국토를 살찌우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물론 그것은 인천에 국한시킬 일도 아니다. 동쪽에 주산맥을 두고 있어 경사가 급한 동해안은 그런대로 자연수림이 울창하여 아름다운 경관을 보여주고 있지만 서해안 풍경은 - 몇 곳의 비치나 도시 외에 - 이렇다하게 보여줄만한 곳이 드물다. 특히 우리나라는 간만의 차가 심하여 썰물 때는 지저분해 보이는 곳도 많다. 멀쩡한 내륙 땅에만 집착하여 산전수전 겪으며 만들려 하지 말고, 서해 해안선에서 가능한 지역을 찾아 골프장을 만들어 보는 것도 21세기를 맞으며 생각해볼 수 있는 지혜 아닐까. 세계적으로도 바다를 낀 코스에 손꼽히는 명문이 많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특별할 것 없는 발표가 비상한 관심을 끄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분위기 때문이다. 어쩌다 우리나라에서는 골프장 건설이 환경 파괴의 대명사가 되고, 골프는 국민 총화(?)를 해치는 대표적 사치성 놀이로 비판의 표적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이 열린 세상에서 그런 편협되고, 인위적으로 조작된 오해가 얼마나 오래 갈까. 골프에 부정적 측면이 전연 없다고 할 수는 없으나, 여느 놀이에나 있는 것 이상은 결코 아니다. 도대체 골프가 그렇게 반사회적인 것이라면 골프 인구는 왜 늘어는 것일까?    

"긍정적으로 보면 건설적이지 않은 것이 없다. 그리고 결국은 대중의 희망이 모이는 곳에 미래로 가는 문이 있다"    

막힘은 풀면 되는 것이요, 부족한 것은 연구·노력으로 채우면 되는 것을 왜 우린 숙제로만 두어야 하는걸까. 야당 대표와 국무총리가 어쩌다 골프 한 번 한 것이 그렇게 큰 화제가 되어야 할까? 더 늦기 전에 인식을 바꾸자. 인식만 바꾸면 골프장 건설은 다시없는 환경 미화요, 골프는 즐기면서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 가는 이상적인 놀이가 된다.

- 넉넉잡아 10년이면 환경 효자 노릇할 골프장

돌이켜 보면 90년 이후 개장한 골프장 중, 사실 "좀 심했다" 싶을 정도로 자연을 온통 파헤치고 까뒤집어 만든 곳들이 많았다. 안에서 보면 그런대로 꾸며져 덜 거슬렸지만 밖에서 보면 산이 뭉텅 잘려버린 것처럼 흉해 보이는 곳이 많았던 것이다. 주민과의 마찰 여부를 떠나, 양주나 신원, 천룡, 곤지암, 클럽700, 안성 등이 그런면에서 안 좋은 인상을 주었던 것 같다.  

알고보면 그것은 건설기술 환경의 변화에도 원인이 있는 일이었다. 많은 인력을 투입하여 자연 지형을 최대한 살리면서 코스만을 만들던 시대에는 지금같은 무자비(?)한 공법이 오히려 엄두내지 못 할 일이었다. 그것이 순식간에 반대가 되었다. 인력을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차라리 중장비를 동원하여 통채로 밀어버리고 새로 조성하는 게 나은 -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 시대로 바뀌었던 것이다. 잔디는 물론 홀을 경계짓는 수목까지 모든 조경을 새로 해야만 하였기에 그것들이 뿌리를 내리고 생명력을 확고히 다지기까지는 보통보다 많은 손질과 농약(?)이 필요할 수도 있었다. 그 결과 환경단체의 비난을 피할 수 없었고 주민들이 항의하면 달래고 타협하는 길 외에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되돌아보고 싶지않은 참으로 힘든 기간이었지 않나 여겨진다.  

표현이 잘못일까? 아직 여론의 눈총이 부드러워졌다거나, 사업자 측의 힘든 입장이 반전된 것도 아닌데 과거를 회상하듯 이야기하는 것이?

이유가 있다. 웬지 잘 풀릴 것 같은 조짐이 곳곳에서 느껴지기 때문이다. 가을에 앞에 열거했던 골프장 중 몇 곳을 둘러 보았는데 무엇보다 밖에서 보는 경관이 한결 성숙해진 것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예상보다 빨리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불과 3∼5년이 지났건만 큰 상처는 대부분 아물고 본래의 자연 속에 조화를 이루며 원숙한 아름다움으로 거듭나고 있었던 것이다.

잔디 풀 나무 연못 등 장내(場內) 다양한 생명체들이 뿌리를 내리면서 환경오염의 소지도 현저히 줄어들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얼마 지나지않아 "파괴범"으로 죄인 취급받던 입장들이 "재창조의 기수"로 그 평가가 바뀔어질 것이 틀림없었다. 언젠가 그런날이 오리라 예견했던 일이지만 회복이 이처럼 빨리 이루어질 줄은 몰랐던 일이었다.

차제에 영국같은 골프선진국이 골프코스로 도시의 그린벨트를 삼는 것을 신중히 검토해 보았으면 싶다. 일단 파헤친 뒤 다시 자리잡기까지 5∼10년 만 앞을 내다본다면 - 이미 경험했듯이 - 일석이조의 효과는 분명하기 때문이다. 더 늦기 전에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골프장 건설은 쾌적하고 아름다운 미래 건설로 직결되는, 그런 작업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또한 골프장이 수요보다는 많아야 한다. 그래야 골프장들이 환경문제며 사회 여러가지 문제에 적극적으로 앞장서는 풍토가 조성된다.

골프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모든 잡음은 관의 쓸데없는 통제로 인해 골프장이 부족한 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음을 이제금 깨달아야 한다.  

- 섬세하고 부드러운 오이타 BFR골프구락부

지난 달 나가사끼(長崎) 오무라(大村) 컨트리구락부를 소개한 바 있기에 이 달에는 다른 곳을 소개하고 싶었다. 그런데 며칠 전 우연히, 지난 91년 개장한 오이타(大分)의 BFR(佛森里) 골프구락부를 돌아보고 그 아름다움에 매료된 나머지 이를 미룰 수 없었다. 웅대한 주방만(周防灣)에 돌출한 국동(國東) 반도에, 스페인의 골프 영웅 세베 바에스트로스가, 그의 경험과 이상을 실현코자 자존심을 담아 설계했다는 곳인데, 세베의 손길이 이렇게 섬세하고 부드러운가,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시야가 탁 트인 것은 전 코스(18홀)가 바다를 배경으로 만들어져 그렇다 하겠지만 그린을 포함한 페어웨이 전체에 일고 있는 부드러운 물결은 분명, 세베 특유의 손길이었다.

마치 잔디의 바다에 기분좋은 바람이 일어 부드러운 파도를 만들고 있는 것과 같았다. 진짜 바다가 더 잔잔하니 물결 이는 코스가 살아있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물결은 대부분 티 그라운드 100미터 전방 쯤에서 시작되어 그린까지 일정한 리듬으로 이어지고, 그린에 이르러서는 파도가 뭍에 닿아 사그러지는 모양이 된다. 바다를 향해 기어가는 누에의 형상처럼 폭이 좁고 앞뒤로 긴 구부러진 타원의 그린은, 마치 흰물결이 플래트한 해면을 만나 미끄러지듯 주욱 벋어나가다 멈춰버린 그런 모양이었다.

골퍼들이 해변코스에 약한 것은 그린의 라이를 읽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중문CC 등 제주의 골프장에서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세베는 기발하게도 그린 옆에 연못(해저드)을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바다에 둘러싸인 그린은 바다 수면을 참고하여 라이를 읽도록 했고, 바다가 보이지 않는 7개 홀은 그린 옆에 연못을 만들어 해저드 겸 그린 리딩의 기준을 삼도록 한 것이다. 그것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해저드가 되어 "위협"이기도 했고, "세베 바에스트로스의 자상한 친절"이기도 했다.  

아마추어들이 보통 사용하는 레귤러티에서 전장 6,544야드(백티에서는 7,085야드), 파 72는 만만한 거리가 아니었다. 아니, 만만찮은 정도가 아니라 아마추어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거리가 대부분이었다. 4개의 파3홀 평균 거리는 레귤러티에서 180야드였다. 이는 버피나 3,4번 아이언을 잘 구사하는 사람만이 원온 가능한 설계였다. 싱글 소리를 듣는 아마추어라면 모를까, 누가 이런 홀에서 자신있게 클럽을 휘두를까.

파4홀 역시 레귤러티에서 400야드 안팎이 7개나 되었다. 안 보이는데서야 드라이버가 250야드 나가니 어쩌니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 400야드는 2온이 어려운 홀이다.

파5홀은 어떤가. 4개 모두 500야드가 넘는 롱홀이다. 그렇다면 답은 자명해진다. 평소 핸디로 정복이 어려운 코스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희한한 일이 곧잘 벌어진다고 했다. 필자의 경우도 그랬고 세 명의 동반자 중 2명이 만족한 결과를 얻었다. 정관성(신흥골프연습장 대표)씨는 첫 도전에서 76타를 기록했고 핸디 14의 필자는 81타를 쳤다. 또 한 분 최병완(장학진흥재단)씨도 평소보다 나은 스코어로 18홀을 훌륭하게 마감했다.

왜 인지는 알 수 없었다. 막연히 얻어진 답은 분위기가 주는 생동감, 편안함에다 아름다운 경관이 보태져 골프삼매경(三昧境)에 빠지게 함으로서, 의외의 좋은 결과를 얻게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가정하니 진짜 그런 것처럼 믿어졌다.  

어쨌든 정확성과 자신감으로 도전해야 하는 BFR GC는 아웃코스보다 인코스가 더 인상적이었다. 그 중 그야말로 호수같은 바다로 둘러싸인 12번홀과, 세베 머리글자를 딴 "S"자 연못이 그린을 감싸고 있는 17번홀은, 코스 특유의 깊은 맛과 함께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 겨울 골프여행지로 더없이 좋은 곳

BFR GC가 있는 국동반도는 일찌기 독자적인 남만(南蠻) 문화가 개화했던 곳으로 석불(石佛)·석탑(石塔)이 많아 석조 미술의 보고로 불리워지는 곳이다. 나라(奈良) 시대 국동(國東)은 구니사키(國崎)·이미(伊美)·아키(安崎)·구나와(來龜)·다시부(田染)·무사시(武歲) 등 6개 지역으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65개 사찰이 있어 신불(神佛) 연합의 독특한 문화를 형성했던 곳이다. 지금 남아있는 26개 사찰의 가람과 많은 석탑 석불 중 한두곳만 둘러보아도 골프 못지않게 깊은 인상을 받을 것이다.

열해(熱海)와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온천지 벳부(別府)가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있다는 것도 또 하나의 매력이다. 벳부를 중심으로 하마와키(濱脇) 가카이지(觀海寺) 간나와(鐵輪) 묘반(明礬) 시바세키(紫石) 호리타(堀田) 가메가와(龜川) 등 8개 온천이 있어 환상의 벳부 8탕(別府八湯)을 이루는데 온천의 수를 전부 합하면 3,800여개에 이른다.

온천 중에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뜨거운 증기나 진흙을 뿜어내는 곳이 있다. 지옥(地獄)을 생각나게 한다고 해서 지고꾸온센(地獄溫泉)이란 이름이 붙여진 곳들이다. 지하 250∼300미터에서 100℃ 전후의 열탕과 분연이 분출하는데 가쓰마키(龍卷) 긴류우(金龍) 이로이케(白池) 등 10여 개소가 있어 벳부 관광의 하이라이트로 인기가 높다.

기후는 대체로 기온차가 적고 온난한 해양성 기후로 12월이나 1,2월에도 가을같은 날씨를 보인다. 큐슈(九州)의 남쪽은 난류의 영향으로 강우량이 많고 7∼9월에는 태풍의 영향을 강하게 받지만 벳부나 BFR GC가 있는 국동반도는 비가 적고 맑은 날이 많아 겨울 골프여행의 더 없는 적지(適地)로 보인다.(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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