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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돌아가셨다 해도 "골프 끝내고 갈게." 하는 조크가 생겨났을 정도로 재미있는 골프. 재미는 진지함과 함께 할 때 가치를 지닌다. 알고 보면 골프처럼 에티켓을 요구하는 스포츠도 없다. 호쾌한 드라이버와 그린에서의 긴장...골프는 신사들의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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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골프 1997년 5월호 - 골프산책



5월의 노래

봄이다. 봄은 어디서나 아름답다. 동양에서도 아름답고 서양에서도 아름답다. 꽃이 피고 벌과 나비가 꽃 속의 꿀을 탐하는 봄은 아름다움의 극치이다.

정극인의 상춘곡(常春曲)은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돌아와 아름다운 자연 속에 몰입하는 일체의 경지를 노래한 작품이다. 정학연의 농가월령가, 윤선도의 어부사시사에서도 봄부분은 만물이 새 출발하는 모습으로 가득하다.

문학에서의 봄은 시작이나 만남을 상징한다. 봄은 방향으로볼 때 동쪽에 해당하고 빛깔로 볼 때 초록에 해당하는데 이는 모두 시작과 관계가 있다. 소설에서 남녀 주인공이 만나 인연을 맺게되는 시간적 배경도 대개 봄이다. 헤어졌던 사람이 다시 만나게 되는 계절도 봄으로 설정되는 경우가 많다. 춘향과 이도령이 처음 만난 것도 봄이며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는 계절도 봄이다. 김유정의 동백꽃이나 봄봄도 만나서 인연맺는 시간적 배경은 모두 봄이다.

철학적 사고에서 사계절은 단순한 자연계 순환이 아니다. 겨울은 죽음이요 봄은 부활이다. 소생의 계절, 생명이 탄생하고 약동하는 계절이다. 마냥 푸르고 향기로운 봄… 포근하다 못 해 졸려운 봄, 가슴에 미친 불길을 감춘 봄…

봄이면 새로운 정력이 솟구친다. 봄바람은 "정력바람"이다. "봄 보지 쇠저를 녹이고 가을 좆 쇠판을 뚫는다"고 했다. 그래서 정욕을 춘심(春心)이라 했다. 점잖게 말하면 왕성한 생명력이다.

그러나 덧없는 일 허무한 일을 일장춘몽(一場春夢)이라 했다. 봄 꽃도 한때이다. 봄이 짧게 느껴지면 슬픈 감정으로 이어진다. 이규보는 춘망부(春望賦)에서 사계절중 봄은 유난히 때와 장소에 따라 화창하기도 하고, 슬퍼지기도 하며, 저절로 노래가 나오기도 하고 눈물 흘리게도 한다,고 하였다. 영랑의 5월한(五月恨)을 음미해 보자.

모란이 피는 5월달, 월계도 피는 5월달
온갖 재앙이 다 버러졌어도 내 품에 남는 다순 김 있어
마음실 튀기는 5월이러라
무슨 대견한 옛날였으랴, 그래서 못잊는 5월이랴.  
청산을 거닐면 하루 한 치씩 뻗어오르는 풀숲 사이를
보람만 달리는 5월이러라…(후략)

영랑이 골프를 알았다면 얼마나 더 멋진 노래를 남겼을까.
5월을 맞아 벅찬 희망을 안고 출정(出征)하는 골퍼들. 그들에게 다가오는 한마디 속삭임. 무슨 대견한 옛날였으랴, 그래서 못잊는 5월이랴…

우수한 자질 살리지 못하는 한심한 정치  

타이거 우즈가 마스터즈를 제패했다. 21살의 흑인 혼혈아. 신의 도움이 있어야 우승한다는 대회에서 그는 - 아무리 봐도 - 신의 도움없이 오거스터 내셔널 코스를 마음대로 유린하며 우승했다. 미국 언론은 "61년 역사의 세계 최고 골프장이 이렇게 철저하게 농락당한 적은 없었다"며 흥분했다. 장타(長打) 전술로 임한 그는 드라이버와 숏아이언으로 그린재킷을 차지했다. 신문 방송이 4월 중순에 다룬 이야기를 뒷북치자는 것은 아니다. 한국판 타이거우즈가 그리울뿐이다.

나는 한국인의 재능이 세계 어느 민족에도 뒤지지않음을 믿는 쪽이다. 문화 예술 방면은 물론 정밀한 두뇌 게임, 스포츠에서도 결코 뒤질 자질이 아니다. 다만 전문적 육성이랄까, 교육제도, 환경이 부족하여 타고난 자질을 살리지 못할 뿐이다.

음악의 정명훈 가족, 바둑의 이창호 유창혁 등 일찍이 어려서부터 소질대로 전문적 교육을 받아 세계적 명성을 얻은 사람들이 그 천부적 자질을 증거하고 있다. 농구나 야구 권투처럼 큰몸과 센힘이 절대적 조건인 경우는 어쩔 수 없겠지만 끈기와 집념과 두뇌와 재치로 정복할 수 있는 종목은 얼마든지 제패가 가능하다. 박세리가 3살 때 골프를 시작했으면 지금과 어떻게 다를까. 운동 신경이 둔한 필자도 10살에만 골프를 시작했으면 한창 세계무대에서 뛰고있을 것만 같다.

골프광 클린턴 대통령의 소원은 50세 이전에 80을 깨는 것이었다. 그 꿈을 달성하려다 노먼의 별장에서 다리 부상까지 입었지만 51세인 금년에도 80을 못 깨고 있다. 그는 아무리 바빠도 주말 골프를 생략하는 일은 없다. 연습은 더 부지런히 할 것이다. 구력도 13년이다. 한국인이라면 벌써 싱글에 진입했을 조건이다. 그런데 아직 70대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전체를 보면 2천만명쯤 되는 골프 인구와 1민5천개소 이상의 골프장이 있다. 전국 어느 도시나 20분이면 갈 수 있는 컨트리클럽이 여러개 있고, 퍼블릭은 대개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갈 수 있다. 가히 골프 천국답게 생활화되어 있는데, 그러나 진실하게 100타 이내를 치는 골퍼는 10명 중 1명이 채 안된다고 한다. 평균이 이렇다면 클린턴 대통령의 골프신경은 아마추어로서 대단한 수준임에 틀림없다. 보좌관들도 지지표에 마이너스가 안된다고 믿으니까 발표할 것이다.

그런 미국인에 비하면 한국인의 재능은 감탄 정도가 아니라 경탄의 대상이다. 내 주변에서만 찾아도 40대에 골프채를 잡았음에도 1년만 지나면 90안팎에서 논다. 2년안에 싱글에 진입하는 경우도 비일비재다. 이런 자질의 한국인을 3살때부터 골퍼로 키운다면 세계제패가 그렇게 어려울까.

하나하나 따지면서 돌이켜보면 좁은 안목에서 사리사욕에만 급급했던 정치인들이 한없이 미워지고 먼 옛날이 아닌 우리 시대 과거가 슬퍼진다. 하지만 오늘 태어나는 아이에게도 같은 자질이 있다고 믿어지는 한 미래는 밝다. 지금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기 때문이다.

어쨌든 또 봄이 왔다. 꽃샘추위가 기승부리는 3월도 지났고, 꽃가루 알레르기가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에 범벅돼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4월도 지나 최상의 골프 시즌 5월이 되었다. 춘(春)은 햇볕을 받아 풀이 돋아나오는 모양을 나타낸 글이니 5월의 골프장을 뜻하는 글자다. 5월은 그야말로 골프의 계절이라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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