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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돌아가셨다 해도 "골프 끝내고 갈게." 하는 조크가 생겨났을 정도로 재미있는 골프. 재미는 진지함과 함께 할 때 가치를 지닌다. 알고 보면 골프처럼 에티켓을 요구하는 스포츠도 없다. 호쾌한 드라이버와 그린에서의 긴장...골프는 신사들의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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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골프 1993년 11월호


골프의 결점은 그것이 너무 재미있다는 것-

■골프의 또다른 교훈

"골프의 결점은 그것이 너무 재미난다는 데 있다"는 말이 있다. 재미있기에 인기도 누리고 사랑도 받지만 미움도 생기고 시기와 질투, 비난도 쏟아진다.

골프를 모르는 사람이 미워하고 비난하는 것은 그래도 괜찮다. 몰라서 저지른 죄는 용서할 수 있고 또 골프를 알게되면 언제든지 고쳐질 수 있다. 골프망 국론을 외치던 명사들이 골프를 시작한 이후 아이러니컬하게도 예찬론을 펴는 골프 광이 되어버린 예는 동서고금에 흔하다.

문제는 해도 해도 안 되는 사람들의 매도이다. 10년을 하고도 100을 깨지 못하는 골퍼가, 차곡차곡 쌓인 한(?)과 울분을 모아 매도하기 시작하면 대책이 난감하다. 그들에게 있어 "재미나는 골프"는 생각만 해도 열이 뻗치는 "분노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잘하는 사람을 칭찬해 주는 것이 마땅하건만 오히려 비난하는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나"와 상대적이 되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면 마음을 비우지 못하는 탓이다. 스스로의 부족함을 시인하려 들지 않고 외부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골프 안 되는 이유는 그래서 수백 가지에 이른다.

그런데 골프는 자신감에 의해 좌우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골프가 안 되는 사람은 그만큼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도 약하니 시기 질투 비난 매도는, 그들 생활의 일부이다. 어떤 경우에도 일단은 부정적이기 쉽다. 자신감은 부족하지만 자존심은 강해 무시당하고 싶지는 않으니 강변, 궤변으로라도 자기보호를 하려드는 것이다.

불교에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말이 있다. 삼라만상 오직 마음먹기에 따라 그 모양이 정해진다는 말이다. 이 말을 골프에 적용하면, 세상을 즐겁게 사는 지혜가 필드에서 잉태된다. 남에게 지장 주지 않으면서 자기에게 알맞는 방법을 택해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이젠하워 골프"같은 게 있다. 그린에서 원퍼팅만하는 것이다. 원 퍼팅에 들어가면 무론 기분 좋고, 안 들어가면 무조건 오케이다. 아름다운 자연에 묻혀 좋은 운동하면서 쓰리퍼팅 포퍼팅으로 스트레스 받을 일이 무엇 있느냐는 것이다. 안 되는 퍼팅을 자꾸 하다보면 시간이 걸리고 뒷팀으로부터 무언의 독촉을 받는다. 쫓기듯 18홀을 돌고나면 짜증만 남는다. 그럴 필요는 없는 것이다.

아무리 골프가 나이에 구애 없이 즐길 수 있는 운동이라지만 일반적 시각으로 5, 60대와 2, 30대가 같은 파워, 같은 스피드일 수 없다. 국제적인 룰 외에 각 골프장 별 로칼 룰이 있듯, 그룹별로도 연령이나 직업, 기타 특성에 의해 나름대로의 규칙을 정해 골프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도 훌륭한 방법의 하나이다.

중요한 것은 전체적인 큰 흐름에 지장을 주지 않는 것이고, 동반자간에 합의된 사항을 모두가 잘 숙지하고 지키는 일이다. 큰 흐름이란 미들홀을 기준 하여 한 홀 통과시간을 13분 이내로 한다던가, 뒷 팀 플레이를 위해 앞서 공 친 흔적을 깨끗이 정리해 놓는 예의 같은 것들이다. 샌드벙커나 그린 위의 흔적 등은 특히 말끔해야 한다.

큰 흐름에 쫓기지 않는다면, 기량이 다소 부족해도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조급하게 향상을 꾀하면서 실망하고 분노하고 스트레스 받는 것 보다 한결 명랑하고 의젓할 수 있다. 향상 진도는 좀 더딜지 모르지만 품위와 덕망을 겸비한 멋쟁이 골퍼자리에 도달하는 것은 같거나 오히려 빠르지 않을까. 사회생활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골프가 즐거워지면 일도 삶도 모두 즐거워진다. 시기 질투 원망의 부정적 시각이 긍정적으로 바뀐다. 심미안(審美眼)이 열리면 평범한 일상생활에서 얼마든지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이윽고 그 자신까지 아름다워진다. 해탈(解脫)과 득도(得道)의 길이 골프에도 있는 것이다.

저명한 노의사 한 분이 130타를 치고나서 탄식할 때 캐디가 이렇게 위로했다는 일화가 있다.
"좀 서툴더라도 중단하지 말고 열심히 하십시오. 골프는 건강에 좋은 운동이니까요."
획일적 기준에의 지나친 집착만 버리면 누구라도 금새 너그러워질 수 있다. 칭찬과 격려 그리고 희망을 나누는 아름다움이 필드에 넘칠 때 한국 골프의 미래는 밝아질 수 있다.

■지난 6월 개장한 서서울CC

이달은 서서울CC를 산책했다. 서서울이란 동서울에 대칭 되는 이름으로 서울에서 가까움을 암시한다. 실제로 수도권이라 해도 좋을만큼 가까운 거리에 있다. 보다 가까운 곳에 뉴코리아CC 서울/한양CC 등이 있지만 서서울과 10여분 상관 거리다. 행정구역으로는 "파주군 광탄면 용미리"이지만 "벽제 용미리"라 부르는 게 더 친근감을 준다.

특히 이 지역은 서울 인접지역 중 교통이 편리하면서 자연보존이 비교적 잘 되어 있는 전원 지대로 즐길 곳도 많아 주말이면 행락인파가 성시를 이룬다. 규모 있는 테니스 클럽도 있고 널리 알려진 야외 수영장, 놀이시설을 곁들인 갈비집도 오가는 길가에 있어 인기가 높다.

또한 이곳은 한강 이남의 용인 땅 못지 않게 유택지(幽宅地)로 선호되는 지역이다. 국제공원묘역 백락공원묘역 시립공동묘지 청도공동묘원 천주교공동묘원 등 많은 공동묘역이 있어, 산사람 못지 않게 죽은 사람들도 즐겨 찾고 안주하는 곳으로 성묘 때가 되면 주말이나 휴가철의 수십배 인파가 이 곳을 찾는다.

파주군 하면 또 휴전선에 접한 郡으로써 역사유물과 전적기념물이 많아 전쟁문화유적관광지의 성격을 지닌 고장이다. 판문점 자유공원 통일로 등이 다른 한편에서 이 군의 성격을 대표한다.

서서울CC가 위치한 광탄면 용미리는 이 군의 남동단으로 고양군 벽제읍과 양주군 장흥면에 맞대어 있다. 산맥으로 보면 마식령 산맥과 광주산맥이 말단부에서 만나 손을 잡고 흔들다 멈춘 형상이기도 하다. 철도와 통일로가 문산을 향해 곧게 만들어지기전에는 이 곳이 교통의 요층이었음은 두말이 필요없다.

동국여지승람 파주목 편 역원조에 이르기를 "작은 고을 관아를 요긴한 길목에 지었다"며 광탄 고개에서 서울과 개성 거리가 거의 같아 두서울을 오가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유숙했다고 적고 있는데 거기서 말하는 이곳이 바로 이곳이다. 보물로 지정된 용미리 석불입상이 이 길목에 있어 오가는 행인들을 지켜주었던 것 같다.

군의 북쪽에는 임진강이 동에서 서로 흐르고 서편에는 한강이 남에서 북서 방향으로 흐르다 만나며 하안평야 곡창지대를 이룬다. 동쪽의 산악, 또는 구릉지대가 서쪽으로 갈수록 완만해지며 평야를 이루는 전형적 동고서저(東高西低) 지형인데 서서울CC는 바로 이러한 지형의 동편구릉지대 32만평 대지에 펼쳐져 있어 서편의 한강과 하안평야, 곡창지대는 물론 주변 수려한 경관을 한 눈에 그림처럼 보게한다.

서서울CC는 이 곳에 땅을 가지고 있던 裵明甲씨와 承相培씨가, 마치 마식령산맥과 광주산맥이 만나 손을 잡듯이 뜻을 하나로 하여 만들어진 멋진 골프장이다. 경영은 골프계에 그 이름이 널리 알려진 李英會 사장에게 맡겨졌다.

■거친 느낌주는 야성의 코스

서울 불광동이나 성산동 목동 등지에서라면 2, 30분에 불과할 거리였다. 인천 만수동에서 가니 행주대교에서 지체되어 1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벽제역을 지나 광탄쪽으로 14킬로미터쯤 가니 서서울CC 입구를 알려주는 표지판이 보였다. 9홀 규모의 퍼브릭 코스인 올림픽과 마주보고 있었다.

클럽하우스는 전망이 매우좋은, 7부 능선쯤에 있어 코스의 7할 가까이를 훤히 볼 수 있었다. 첫 눈에 독특하다 싶은 것은 코스의 낮은곳과 높은 곳과의 표고차이가 심하다는 것과 다른 골프장의 투그린을 합쳐 놓은 것만큼 넓은 원 그린이었다. 원 그린이지만 투 그린 관리하듯 하면 되게끔 되어있어 관리의 어려움도 없을 것 같았다.

전동카 시스템이기에 캐디는 없었다. 캐디가 없으면 코스가 붐벼도 한적해 보이는데, 그게 필자만의 느낌일까. 아무튼 여유가 있어 보였다. 페어웨이는 넓고 길었다. 길이가 길고 전동카 도로가 한편에 있어 언뜻 좁게 느낄 수도 있겠으나 결코 좁지 않았다.

이미 가을이 깊어 잔디는 갈색을 띠고 있었는데, 그 갈색이 도전욕을 부추겼다. 실전에서는 어떤 느낌일지 모르나 만만히 정복되지 않을, 거친 야성을 드러내고 있었다.

아웃코스 출발점의 4개홀과 인코스 도착점의 4개홀 등 8개 홀에는 라이터 시설이 되어 있었다. 밤 플레이 경험은 있지만 새벽 경험은 없었다. 그것도 삼라만상이 고요히 잠든 어둑어둑한 새벽, 라이터 플레이는 상상만으로도 가슴을 들뜨게 했다.

저절로 숨이 몰아쉬어지고 어서 출장하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일었다. 클럽하우스 창을 통해 코스를 보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黃斗基 영업부장이 李英會 사장님을 모시고 와 인사를 나누고 마주 앉았다.

"명문 코스를 만드시고 산책의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하니 李사장은 "아직 명문이라기는 이르지요. 명문을 지향하고 있는 골프장이라는 표현이 적당할 겁니다"하며 겸손하게 말했다.
"서서울CC의 가장 큰 강점은 무엇일까요?"
"거리가 가깝다는 것이지요. 러시아워에도 결코 오는 시간이 문제되는 경우는 없는 곳입니다. 다른 면은 사실 비슷합니다. 신설골프장들 하나같이 코스 잘 만들어 왔고, 정성 다하고 클럽하우스 시설 좋고 종업원 옷 잘 입혀놨고… 배전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 회원권은 인기리에 경쟁적으로 다 팔렸겠군요. 값도 5천만원대로 다른 신설 골프장에 비해 저렴한 편 아닌가요"
"1차 회원 모실 때만 해도 그랬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다 짐작하시잖습니까"
李 사장은 웃음으로 말을 대신했다. 잠시 후 그는 말했다.
"골프 회원권을 사치성 재산으로 여기는 분위기 때문에 주춤하고 있긴 하지만, 일시적일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일시적이어야 하는 일이고 말입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신흥 명문클럽의 회원이 되는 보편적 기준이 기존 명문클럽 어디어디의 회원권을 몇이나 가지고 있느냐에 있다고 했다. 기존 명문클럽 회원권이 하나도 없는 사람은 물론 우선 제외된다. 이에 반해 우리의 현실은 한 사람이 두 세곳 회원권만 갖고있어도 부정한 사람으로 몰아 자금추적이나 세무사찰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아무리 좋게 이해하려 해도 이해되지 않는 일이라고 했다.

클럽이 회원을 선택할 수 있을 때 명문은 특징을 지니고 그 가치가 더욱 빛나는 법이라고 했다. 예를들어 외교관이 주류를 이루는 클럽이라던가 의료인 중심의 클럽, 학자 교수 클럽, 또는 예술인이 모이는 클럽 등등 사회적 신분이나 전공,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야 본래의 취지에 합당한 컨트리클럽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컨트리클럽을 축소하면 뜻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즐기는 조기축구회와 같다고도 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당국의 정책 부재, 왜곡된 국민인식 하에서 회원이 클럽을 선택하는 변질된 풍토로 발전했고, 양성화되어 국민적 사랑을 받아야 할 대중 스포츠가 부유층의 사치성 스포츠로 음성화되어 부정적인 측면만 확대 노출시키며, 발전이 아니라 번져 왔다고 했다.

그 결과 한때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지칭되던 골프장 경영은 억압과 고통의 사업으로 인식의 몰락(?)을 가져왔는데 그런 가운데에도 좋은 골프장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신념 있는 애호가"들이 있어 동변상련의 동지애를 나누며 골프에 대한 인식 평가가 바로 고쳐질 날을 기다린다고 했다.

한참 심각하던 李사장은 화제를 돌렸다.
"골프장을 여성에 비유하는 소리 들어보셨나 모르겠습니다"
"들어봤습니다. 골프 황제 아놀드 파머의 지론이죠"
"그럼 아시겠군요. 세상 여자들 다 모양이 다르지요. 그러나 다 저마다의 특징, 매력, 부드러움과 따뜻함이 다르고 여자 싫어하는 남자 없죠. 골프장이 그렇고 골퍼들이 또한 그렇습니다."
"재미있는 비유십니다."
"최고, 명문을 지향하는 경영자들의 노력은 결국 운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우열이 가름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아한 여성이 되려면 미모나 지식 외에 세련된 매너를 필요로 하듯 말입니다. 개인으로는 처세요, 기업으로서는 운영입니다."
"…"
"그러나 그 보다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 아름다운 것을 아릅답게 보아주고, 노력하는 것을 노력으로 인정해 주는 사회분위기일 것입니다. 빨리 그런 분위기가 되어야 겠죠."
그렇게 말한 李사장은 시계를 보며 말했다.
"10분전이니 이제 나가셔야 합니다. 黃부장이 함게 코스를 돌며 안내를 할겁니다."

골프장의 역사나 경영에 있어 해박한 지식과 남다른 철학을 지닌 李英會사장이었다. 아직도 할 이야기는 많았지만 티업 시간이 되어 일어서야 했다. 李사장도 아마추어로는 수준급 골퍼였으나, 자신이 경영하는 골프장에서는 골프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남은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고 우리는 일어섰다.

■코스는 18홀 원웨이 방식

코스 산책은 서서울CC의 黃斗基 부장과, 필자와 함께 간 인천 희망 백화점 골프코너 성기상 사장. 같은 희망백화점 카메라 코너 이기상 사장 등과 같이 했다. 전장 6,118미터 파 72의 코스는 만만한 길이가 아니었다. 낮은곳은 해발 백미터 내외의 평지였고 높은곳은 250미터 내외의 높은 구릉에 있었다. 코스내의 표고 차이가 150미터나 되는 경우는 흔하지 않아 기대가 일었다. 홀마다의 변화가 심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캐디 없는 전동카 시스템으로 18홀 라운딩에 4시간 20분이 기준 소요시간이었다. 1, 2번홀 내려치고 3, 4번홀 편편하고, 5번홀 약간 오르막 6번홀 다시 내리막 7, 8, 9, 10번은 오르막이지만 편편한 느낌을 주는 홀이었다. 11번서부터 오르막이 시작되어 13번 홀이 가장 높았다. 사방이 탁 트이고 후방으로는 멀리 한강은 물론 용미리가, 마치 산 정상에 오른 듯 시원하게 한눈에 들어왔다.

14번홀 내리막 15번 홀은 다시 오르막 16번홀 내리막 17번은 워터해저드에 퐁당 이냐 온 그린이냐 갈림의 가시 돋친 숏홀이고 18번 홀은 웅장한 클럽하우스와 거대한 인공폭포가 한눈에 들어오는 환상의 홀이었다.

업다운이 심하여 전동카 시스템이 아니면 힘든 코스일 수 있었다. 업다운은 심한 특성을 감안한 듯 전동카의 성능은 다른 골프장의 그것에 비해 월등 우수했다. 오르막도 씽씽 힘좋게 달렸고 내리막에서는 안전속도로 제어됐다. 한 번 충전으로 54홀을 돌만큼 파워는 넉넉했다.
원 그린이지만 다른 골프장의 투 그린을 이어놓은 듯한 원그린이었다. "온그린"만으로 안심할 수 없는 것이 프로에게서도 쓰리퍼팅 포퍼팅이 비일비재하게 나오는 "시련의 그린"였다. 그린의 모양도 하나같이 허리가 잘룩하여, 한시라도 중간을 끊어놓으면, 투 그린으로도 그 모양이나 크기가 부족함이 없을 것 같았다.

코스는 원웨이 방식였다. 1홀을 출발하면 18홀에서 클럽으로 돌아오게 되어있어 6홀 단위로 그늘집이 있었다.

■힘찬 드라이버는 젊음의 예술

가을로 접어들면서 그렇게 자신 있던 드라이버에 고장이 생긴 나는, 첫 티샷을 4번 아이언으로 했다. 350미터의 미들홀, 내리막이기에 그래도 되겠어서 아이언을 잡았지만 코스가 주는 긴장감도 있었다.

동반자들은 모두, 당연히 드라이버를 잡았다. 젊은 골퍼들의 특징은 미사일처럼 힘차게 뻗어 오르는 드라이버 샷이었다. 치솟는 볼 그 자체가 젊음이요, 자연이라는 웅장한 무대에 도전하는 패기였다.

황부장의 샷은 골프장 영업부장이라는 직함이 부끄럽지 않을 만큼 시원하고 강했다. 연습벌레라는 별명을 지닌 이기상 사장의 샷도, 골프채를 잡은 지 1년도 채 안됐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훌륭했다.

성기상 사장 역시 발안CC 취재 때 동반하면서 소개한 바 있듯 일품의 드라이버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그러나 첫 홀에서 파를 잡은 건 나 혼자였고, 동반들은 보기와 더블보기를 했다.

2번 홀은 530미터의 롱홀이었다. 하지만 역시 내리막으로 아이언만으로 쓰리온을 자신할 수 있기에 아이언만으로 쳐 나갔다. 나의 롱아이언은 웬만한 골퍼 드라이버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 거리는 물론 방향도 정확해 페어웨이 한 가운데 만으로 그린에 갈 수 있었다. 둘째 홀에서도 아이언만으로 파를 잡으니 황부장의 눈이 둥그래졌다. 성사장도 파를 잡고 이사장은 보기를 했다.

나는 계속 아이언만으로 쳐 나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러나 문득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아니 내가 늙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음의 상징인 드라이버에 자신을 잃다니… 드라이버는 젊음의 예술이요, 아이언은 경력의 노련함이라는 표현이 떠올랐던 것이다. 마저 말한다면 "퍼팅은 돈"이라 했다.

까짓 휘어지면 어떻고 공중으로 쳐 올려 엔젤 Raper가 되면 어떠냐. 드라이버에 골프 치는 맛의 반은 있는 것 아니냐. 하는 반성이 일었다. 3번 홀서부터는 다시 드라이버를 잡았다. 점수 관리가 필요한 기록경기도 아니고 내기골프도 아니니 마음 편히 휘두를 수 있었다.

400미터 도그렉의 미들에서 친 드라이버 샷은 불안하게 코너의 기슭에 떨어졌다. 골프를 좌우하는 것은 역시 자신감이라는 사실에 재음미되는 순간이었다. 3번 홀에서는 성사장이 버디를 잡는 개가를 올렸고, 황부장 파. 이사장 보기를 한데 반해 필자는 더블보기를 했다. 아이언만으로 쳤으면 절대 더블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러나 계속 드라이버를 잡기로 했다. 잠시 감각을 잃어 흔들리나해도 어떻게든 극복해야 할 과제였다. 취재를 위한 산책에서 좋은 스코어를 함께 얻으려는 것은 욕심이다. 마음편하게 휘두르며 베스트를 다해 보자고 스스로 다짐했다.

홀이 거듭될수록 한 홀도 긴장을 풀고서는 플레이할 수 없음이 느껴졌다. 요소요소에 도사리고 있는 벙커, 적당히 배치된 대형 폰드들은 필히 넘고 극복해야 할 장애물로 대담성과 정교함을 동시에 요구했다. 적극성이 부족하면 고비를 맞아 고배를 마시는 일을 거듭해야 했다.

4, 8, 13, 17 번의 숏 홀은 그린전면에 대형폰드(워터해저드)나 러프지역이 있고, 거리도 180내지 200미터로 만만치 않아 집중하지 않으면 파는 고사하고 보기도 힘들었다. 코스 중간이나 그린 주위의 언듀레이션 또한 골퍼를 편하게 해주지 않는다. 그린은 또 얼마나 까다로운가…

그러나 인코스에 이르면 홀이 고지대에 배치되어 있어 수려한 주위경관을 즐기며 플레이 할 수 있었다. 건너 야산에 서 있는 용미리 석불입상이 뚜렷하게 보였고 멀리 한강과 주변 하안평야 곡창이 그림 같은 아름다운 전원 풍경을 보여주며 마음을 풍요롭게 해 주었다.

결국 이날 라운딩 결과 성사장이 91타로 그중 나았고, 황부장이 92타, 이사장이 94타였다. 필자는 96타라는 어마어마한 숫자를 그렸다. 그러나 그러면 또 어떤가. 샤워를 끝내고 19번 홀인 클럽하우스 레스토랑에 마주 앉으니 들어가려다 만 퍼팅도 재미있는 화제요 온통 즐거움만 남는다. 7번 홀에서 18미터 긴 퍼팅이 성공하여 버디를 잡았을 때 기뻐하던 이사장의 천진한 모습. 성사장도 버디를 잡았고 황부장도 하나 있는데 필자만 멍든 날이었다. 근간 재도전으로 자존심을 회복해야만 되는 과제를 얻은 날이었다.

여느 때 같으면 헤어질 무렵 한숨을 흘리기도 했다. 즐거운 시간 다 지나고 집에 돌아갈 길 생각하며 흘리는 한숨이다. 그러나 서서울CC에서는 그런 한숨이 필요 없었다. 가깝기 때문이었다. 그건 정말 멋지고 신나는 발견이었다. 지금의 가라앉은 분위기만 벗어 넘기면 서서울CC의 인기는 놀라운 속력으로 치솟을 것이 불을 보듯 빤히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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