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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 주인, 반취입니다. 99년 4월 개설하였으나 아직도 이것저것 올리는 작업이 진행중입니다. 재미있거나, 유익하다 싶으면 이웃에 알려 널리 방문하게 하여 주십시오. 그리고 반취에게 하실 이야기나 보내실 서류(원고청탁서 등) 모두 이 게시판을 활용해 주세요.

2006.10.03 13:04

조금이 주는 풍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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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이 주는 풍요

  창문을 여니 새벽바람이 가을 기운을 전합니다. 눈을 드니 흰 구름 둥실 떠 있는 9월의 맑은 하늘이 보입니다.

  해가 뜨고 파란 하늘이 드러났음에도 8월처럼 후끈거리지 않습니다. 세월의 위대한 힘이 지옥의 열기와도 같은 폭염을 밀어낸 것이겠죠. ‘아, 견뎌냈구나!’ 짧은 탄성과 함께 그것이 아내의 사랑 덕분임을 생각하며 감사드립니다.

  한층 높고 깨끗해진 하늘에 아내 모습을 그려봅니다. 아내의 맑고 차분한 눈을 보면 세상의 모든 지식이 그 안에 감춰져 있는 것만 같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아내가 태어나면서가 아니라, 그 눈에 하늘이 생겼을 때부터 있었는지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모든 것을 포용하고 용서하고 사랑하며 기다려주는 풍성함. 아내가 있기에 희망을 잃지 않고 시련을 견뎌내고 있음을 고백합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며 내 나름의 목표를 향해 세상을 항해했는데, 예기치 못한 거센 풍랑을 만나 난파선이 되어버리니, 일순간에 모든 게 사라지고 나는 버려졌습니다. 혼돈에서 헤매다 정신을 되찾았을 때 나는, 결코 내가 원한 적이 없는 환경, 낯선 사람들 틈에 놓여 있었습니다. 어쩌다 이렇게 설명조차 할 수 없는 처지로 내몰렸는지. 나아갈 길도 헤쳐갈 힘도 잃은 상태였습니다. 다만 당신이 변함없이 곁에 있음을 알려주어 내가 살아있음을 느낄 정도였습니다.

  좁은 방에서 고통의 시간을 보내다보니 차츰 고통 역시 살아있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삶의 모습임을 알게 됩니다. 추울 때는 너 자신이 추위가 되고, 더울 때는 너 자신이 더위가 되어라, 그러면 잊는다는 선인의 말씀을 떠올리며 나 자신이 고통이 되어보니 신기하게도 새 삶의 의지가 솟는 것 같습니다. 삶이 한계영역에 다다랐음을 자각하니 인생이 새로운 차원으로 인식된다고나 할까요. 글로 설명할 수 없는 심미적 체험이지만 이제까지와는 다른 각도에서 나를 볼 수 있도록 내면이 변화하는 것을 느낍니다.

  사람이 얼마나 조금만 소유하고도 살아갈 수 있는지에 관심을 가져봅니다. 움직일 공간도 조금, 선택의 폭도 조금, 누릴 수 있는 자유도 조금, 가진 것도 조금, 소식 나누는 사람도 조금… 그러다가 함께 지내는 사람들을 보니 그들이 곧 풍요한 삶을 영위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모든 게 아주 조금뿐인 상황에서 서로 돕고 양보하고 위로하는 마음들이 더없이 아름답습니다.  

  문득, 먹는 것도 조금이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곤충도 성충이 되면 유충 때보다 훨씬 적게 먹는다는 사실이 깨달음처럼 머리를 스칩니다. 식욕이 왕성했던 애벌레나 게걸스러운 구더기나 나비가 되고 파리가 되어서는 한두 방울의 감미로운 음료로 만족하며 살아가지 않던가. 인간에겐 왜 그런 변화가 없는 걸까요. 육체라는 허물을 벗어 던지기 전에는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유충 같은 존재이기 때문일까요. 생각이 그에 미치니 끼니마다 진수성찬 차려놓고 먹고사는 것이 별로 가치있어 보이지 않습니다. 보다 간결하고 위생적인 식사방법이 있을 것만 같습니다. 음식의 참 맛을 아는 사람은 대식가가 될 수 없다는 식도락자의 말이 잠언처럼 귓가를 맴돕니다. 우리를 살찌게 하고 병들게 하는 것은 음식이 아니라 식욕이라는 지적이 진리처럼 다가옵니다.

  모든게 조금뿐일땐 활동 범위도 제약되어, 덕분에 가장 의미있고 중요한 경험만 하게 되는 잇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실증인 셈입니다. 자신의 순수성을 회복함으로써 이웃의 순수성도 알아보게 되듯, 내게 주어진 조그마한 공간을 웃음소리와 진지한 대화로 채우고자 노력하니 음산했던 골짜기에 생기가 넘실거립니다. 빈한한 삶이 오히려 숭고하게 여겨지며 과거가 반성됩니다. 가진 것이 넉넉했을 때 없어도 좋은 것들을 잔뜩 샀던 일들이 후회스럽습니다. 영혼을 위한 필수품을 사는데는 돈이 필요없음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조금만으로 사는데 익숙해지면서 이제까지와는 다른 삶이 한편에서 새로 시작되는 것을 느낍니다. 어린 초목처럼 싱그럽고 순결하고 밝은 삶의 시도입니다. 곧 평온이요 상쾌한 아침 같은 희망입니다.

  그리고보니 아침은 모든 죄가 용서되는 시간이라는 철리도 감지됩니다. 잡초 같은 악덕도 아침에는 숨는 법이지요. 아무리 부도덕한 죄인이라도 아침에는 본래의 순결한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아침의 모습이 인간의 원형이요 나팔꽃처럼 아침마다 피어나는 삶의 꽃 아닐까요. 재능이나 영웅적 행위, 성취, 사랑, 봉사 등은 아침의 참모습 뒤에 열리는 열매들일 겁니다. 아침의 순결한 모습은 거울 속에서 틀림없이 풍요로 나타날 것입니다.

  조금에 익숙해져 사는 것보다 더 큰 풍요는 없을 듯 싶습니다. 이 곳에서 지내는 얼마간의 시련에서 조금이 주는 엄청난 풍요를 만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축복일 것입니다. 세상에, 문명이란 것이 간단한 삶을 얼마나 복잡하게 만들었던가요. 그래서 너나없이 바쁘다고 외치며 살아가게 만들지 않았던가요. 그런 것을 여기서 이제야 깨닫게 되다니!

  아침의 희망 위에서 아내와 마주앉아 뜨거운 커피를 마실 날이 어서 오기를 기다립니다. 남은 삶에서는 눈에 띠는 세상의 화려한 행렬 속에 끼어 걷기보다는 우주의 창조주와 함께 뒤안길을 걷고 싶습니다. 아내를 그분 옆자리에 놓아보며, 그분이 지켜보는 앞에서 아내와 함께 낮과 밤을 감정의 변화없이 기쁘게만 맞을 수 있는 그 날이 어서어서 오기를 기다립니다. 저만치 가을의 풍요가 넘실거리는 들판을 건너오고 있는 그 날이 ‘조금’에 익숙해진 눈에 점점 선명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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