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로 내 삶은 당신이 있어 행복했습니다.

by 반취 posted Jun 2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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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평가가 늘 궁금했습니다.

당신이 있어 행복했기에 그랬습니다.

이제는 그 궁금함을 내려놓겠습니다.

그리고 작별인사를 하겠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시력이 감퇴하고 기억이 희미해지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작별하게 되어 꼭 하고픈 한마디조차,

멀쩡한 정신에서 하지 못하고,

눕거나 사라지는 일이 벌어질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칠십 줄에 올라서니 실제로 주변에서 무시로 일어나는 현상이기에

드문 일도 아니요 특별한 일도 아님은 아실 겁니다.


작별인사를 미리 했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겠지만

마음만은 한결 가벼워질 것 같습니다.

인사 후에는 만나고 악수를 해도 짐이 되지 않고,

어려운 말로 이야기하는 일도 없어지겠지요.

우리끼리 얘긴데 라든가, 이건 비밀인데 하는 따위,

은밀한 대화도 필요 없어지고 말입니다.


건강에 결정적인 이상이 생겨서 드리는 인사는 아닙니다.

인생이란 상상 이상으로 기묘한 것임을 익히 체험한

반취 가슴 한편에는 아직도

숨겨진 세계를 만나고 싶은 꿈이 웅크리고 있습니다.


인생이 실없이 끝났다고 허탈해할 사람도 아닙니다.

방향만 바꾸면 지금도 얼마든지

새 출발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또 한쪽에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진심으로 고마웠다는 작별인사는 미리 해두어야겠습니다.

실제로 나는 삶이 어려울 때면

당신과 함께 했던 시간을 떠올리며 극복했습니다.

모두에게 사랑받을 필요는 없어.

좋은 사람 한둘 만 곁에 있었으면 되는 거야. 하면서 말입니다.


진작 깨달았어야 했습니다.

조용하고 소박한 삶이,

끊임없이 불안에 얽매이며 성공을 추구하는 것보다

얼마나 더 큰 풍요와 기쁨을 준다는 것을 말입니다.


진실로 내 삶은 당신이 있어 행복했습니다.

그리움으로 뜨거워지는 가슴을

보듬고 또 보듬으며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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