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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 주인, 반취입니다. 99년 4월 개설하였으나 아직도 이것저것 올리는 작업이 진행중입니다. 재미있거나, 유익하다 싶으면 이웃에 알려 널리 방문하게 하여 주십시오. 그리고 반취에게 하실 이야기나 보내실 서류(원고청탁서 등) 모두 이 게시판을 활용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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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수준 높지만 안목은 인 사람들의 나라

 

 

글을 쓰는 날 반짝 꽃샘추위가 찾아왔습니다. 아침부터 찬바람이 불더니 서울의 낮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고 영동에는 눈이 내린다는 군요. 내일은 영하 4도까지 내려간다고 합니다. 하지만 주말에는 예년기온을 찾을 거라는 군요.

일기예보에서 자주 말하는 평년기온이란 과거 30년간의 평균 기온입니다. 그리고 기후'는 특정지역에서 10년 정도에 걸쳐 나타나는 평균적인 기후의 특성을 일컫는 용어입니다. 따라서 올 겨울이 유난히 추울 것이라거나 비가 많이 올 것이라는 개략적인 예측은 기후를 기준으로 하게 됩니다.

그런데 갈수록 그 기후 변화가 예측을 벗어나는 일이 많아진다는 군요. 날씨의 변화 역시 장비가 첨단화하는 것을 비웃기라도 하듯 예측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합니다.

환절기일수록 더하겠죠. 앞으로 한 달 이상, 적어도 곡우(420)까지는 특별히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어쨌든 봄은 오고 있습니다. 4월의 봄비가 푸근히 내려 대지를 적시고 나무뿌리의 생명력을 일깨우면 봄꽃들이 피어나고 나무에는 싹이 돋고 잎이 납니다.

()나무에도 싹이 돋습니다. 차나무가 많은 보성이나 하동 등 한국의 남부지방은 차 향기에 휩싸입니다.

 

()는 차나무 잎이 원료입니다. 차나무 잎을 더운 물에 우린 것이 곧 우리가 흔히 녹차라고 일컫는 차입니다. 차나무에서 막 따낸 찻잎을 우려 마셔도 그 색과 맛과 향, 그 효능은 대단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차나무가 자라는 현장에서만 가능합니다. 다른 곳에서 마시거나 선물을 하려면 가공과 포장을 잘해야 합니다.

저장 기술이란 곧 차나무에서 따낸 잎에서 수분을 (엽록소가 파괴되지 않도록 하면서) 제거하는 일입니다. 그 수단으로 차를 만드는 사람들은 가마솥에 덖습니다. 덖고 비비고 덖고 비비고를 반복해서 제품화 한 뒤 포장을 함으로써 상품이 됩니다.

 

한국의 기후에서는 410일을 전후해서 내리는 비가 진실한 봄비입니다. 반드시 푸근하게 내려 얼었던 땅을 아주 깊숙한 곳까지 어루만져 줍니다. 그러면 차나무에 싹이 돋기 시작합니다.

물론 지역에 따라 화개 같은 곳은 일조량이 많고 습도가 높은 데다 일교차도 커 다른 지역보다 우전(雨前)차 수확이 며칠 빠를 수는 있습니다.

 

곡우(穀雨)420일입니다. 다인(茶人)들은 곡우 전에 딴 차를 우전(雨前)이라하며 최상품으로 여기고, 새봄맞이 다회에 사용하거나, 고마운 분들에게 선물용으로 많이 활용합니다.

하지만 싹()과 같은 어린잎이기에 양이 많지 않습니다. 봄비가 48일쯤 온다면 그래도 2주일 정도 채취가 가능하지만 10일을 넘겨 14일쯤 내린다면 일주일 밖에 채취할 시간이 없습니다. 따라서 값도 만만치 않습니다. 100g18만원 ~ 39만원을 호가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곡우를 지나서 따는 차는 우후차(雨後)차가 되겠지요. 우후차는 다시 세작(細雀)과 중작(中雀) 혹은 작설차(雀舌茶) 반야차 죽로차 등 일반품으로 자리매김 됩니다.

우후차 중 세작은 곡우를 지나 바로 딴 차이기에 불과 며칠 상관입니다만, 그러나 곡우를 지나면 하루가 다르게 잎사귀가 쑥쑥 커지기 때문에 하루에도 큰 차이가 납니다.

세작의 가격은 우전차의 절반 정도입니다. 그리고 중작의 경우는 세작의 절반 이하 가격입니다. 대중품인 그냥 작설차 반야차 죽로차 등에 이르면 100g당 소매가격이 12,000~20,000원으로 낮아집니다.

 

1980년을 전후하여 우리 차 마시기 운동이 벌어졌는데 30년 여 지나는 사이 이제 차를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되었습니다. 전국에 일천 여 다회(차모임)가 있고 사단법인인 차 단체도 예닐곱 개나 되며, 대학에 다도학과가 생기고, 다도대학원도 여러 대학에 개설되었습니다. 물론 다도학 석사 박사도 계속 배출되고 있습니다. 차 시장도 커져 태평양이나 동서식품 같은 대기업이 물량을 주도한지 오래입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봄이면 많은 다인들이 우전을 찾습니다. 한두 달 전에 미리 선금을 지불하고 물량을 확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물량이 많을 수가 없습니다. 지리산 화개동 2000평의 광활한 차밭에서 우전은 20만들면 그 해는 풍작입니다. 200통 정 되는 양이지요, 우전 가운데에서도 아주 어린 싹으로 만든 유차(幼茶)는 한해 10여 통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유차 가격은 50만원 이상으로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4~5월이 되면 어디서 그렇게 많이 만들어지는지 온통 우전차가 전국에 깔립니다.

너도나도 우전차만 찾는 분위기에 깔려 세작은 진열장 한쪽에서 먼지나 뒤집어쓰고 있는 것을 봅니다. 4~5월의 우전차 광풍이 지나 6월 이후가 되어야 비로소 세작, 중작을 찾는 소비자가 생겨납니다.

 

다성(茶聖) 초의선사는 일품의 색향기미는 중작에서 취한다고 했습니다. 차의 성분과 효능도 중작에 가장 많고 높습니다.

우전은 새 봄이 왔음을 자축하며 새 봄의 풋풋한 향기를 나누는데 의미가 있는 것이지, 성분이나 효능은 중작에 현저히 못 미칩니다.

값도 비싼 만큼 100g 짜리 한 통이라면 여럿이 나눠, 각자 다회를 갖고 봄 향기 나누는 정도로 가볍게 즐기는 것이 우전차를 제대로 활용하는 다인입니다.

 

그런데 그런 분위기가 아닙니다. 우전을 선물해야만 제대로 차 선물하는 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전국에 수천 명이나 되는 차 선생님들, 다회 회장님들, 사단법인 차 단체의 이사님들 사이에 우전차 확보 전쟁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여기에 차를 만들어 파는 상인의 포복절도할 이야기가 곁들여집니다.

방방곡곡에서 우전차 주문이 옵니다. 저희 우전차는 18만원입니다. 정직한 생산량은 300통 정도 됩니다. 그 다음 세작이 됩니다. 저희 세작은 우전차 못지 않습니다. 색향미도 낫습니다. 게다가 값은 8만원으로 훨씬 저렴합니다. 그런데 솔직하게 말하고 세작을 권하면 거절합니다. 모두 우전차를 달라는 거예요. 세작은 아예 나가지 않습니다. 견디다 못해 (할 수 없이) 세작을 우전으로 포장해 보내드립니다. 죄를 짓는 거죠. 그런데 반응은 고맙다는 거예요. 나만 그런 게 아닙니다. 그렇게 하는 차 장사가 알게 모르게 많습니다.”

그는 뒷머리를 긁적였습니다. 필자가 물었습니다.

모두 한다하는 다인들일텐데 뜯어서 마셔보면 우전인지 세작인지 알 것 아닙니까?”

차 장사는 웃었습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그런 안목을 가진 다인을 아직 못 봤습니다. 명함은 요란하고 화려하지만 깊이는 없는 사람이 대부분인 거죠. 차를 보고 이게 우전인지 세작인지 구별할 수 있는 다인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포장지에 써 있는 대로 인식하는 정도지요.”

그렇다면 소비자의 믿음을 희롱하시는 거 아닙니까?”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세작은 싫고, 우전만 달라는 데, 정직하게 없다고 해도 안 되고저도 그게 고육지책입니다.”

……?”

() 즉 녹차를 예로 들었습니다만 이와 같은 이상한 현상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얼마든지 발견됩니다.

무엇이 좋다, 최고다 하는 식의 자기 괴시욘 소비자 지식만 있고 내용이나 품질을 판별할 수 있는 안목은 인 것입니다. 적어도 자신이 관심을 갖는 분야의 제품에 대해서만큼은 소비자 안목을 철저히 기르는 범 사회적운동이 시급한 나라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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