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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돌아가셨다 해도 "골프 끝내고 갈게." 하는 조크가 생겨났을 정도로 재미있는 골프. 재미는 진지함과 함께 할 때 가치를 지닌다. 알고 보면 골프처럼 에티켓을 요구하는 스포츠도 없다. 호쾌한 드라이버와 그린에서의 긴장...골프는 신사들의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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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골프 1994년 10월호

트인 창공을 향해 마음껏 날려보는 티샷-


■재미 골프의 한계

48회 생일을 맞은 미국 대통령의 소망이 "쉰 살 되기전에 80타를 깨는 것" 이라고 했다. 골프천국의 대통령다운 소망이 아닐 수 없다. 국정이 바빠서 임기 중엔 골프 안 하기로 선언한 우리 대통령과 좋은 대조를 보이는 한마디이기도 하다.

"50 되기 전 싱글 진입이 소원 운운…" 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미국 땅에는 "싱글"이란 말이 없는 것을 알겠다. 사실 싱글은 "예찬의 용어"가 아니다. 가족도 친구도 업무도 다 팽겨치고 혼자 골프에 미쳐 골프장에서 산다고 해서 싱글이다. 별로 좋은 소리가 아닌 것이다. 그러니 골프 잘하면 존경받는 미국 같은 나라에 그런 용어가 있을 까닭이 없다. 미국에서는 그저 "로우핸디캐퍼" 정도로 70대 골퍼를 불러주며, 그것을 최고의 영예로 여기고 있다.

2천만명이나 되는 골프인구 중에서 - 또 1만5천개소 이상의 골프장이 있어 (한국은 80여개소에 불과하다) 전국 어디에서나 20분이면 컨트리클럽에 도착해 골프를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생활화 되어있는 나라에서 -그러나 지정한 플레이로 100타 이내를 치는 사람은 1할이 채 안 된다고 한다. 골프는 그만큼 될 듯 하면서도 안 되는 까다로운 운동인데, 10년 구력에 80대 초반을 맴돌며 70대를 넘보기 시작한 클린턴 대통령의 골프실력은, 적어도 그 나라에선 대단한 수준임에 틀림없다.

그가 70대를 기록하는 순간 백악관에선 불꽃놀이가 벌어지고 미국 전역의 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선 샴페인이 터지지 않을까.

■한국인의 훌륭한 재능

그런 미국인들에 비하면 한국 사람들의 재능은 감탄할 만 하다. 내 주변의 친구동료들만 보아도 골프 구력 2년이면 대개 90 안팎에서 논다. 백을 깨뜨리지 못하는 친구가 열 중에 한 둘이라면 "싱글" 진입하는 친구는 열 중 셋, 넷 된다. 진반농반의 허튼 소리로라도 "아예 직업을 바꾸라"는 소리를 해줘야 하는 경우가 흔한 것이다.

체격이 좋아서일까? 클럽이 좋아서일까? 한국의 골프장이 유난히 짧고 아기자기하며 여성적이어서 스코어가 잘 나오는 것일까. 내 생각에 그것은 정신력인 것 같다. 붐이 일고, 건강과 출세와 사교를 위해 안 하면 안 되는 필수의 운동이어서 너도나도 해야된다면 남보다 먼저 잘하겠다는 정신력, 집착력이 한국인에게는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재미도 있지 않은가.

대학을 가야만 하는 사회라면 입학을 위해 수단방법 가리지 않듯, 골프를 해야만 하는 사회라면 여가선용과 사회생활(?)을 온통 골프장에서만 하는 것이다. 도대체 골프 안 하는 가족과 함께 있는다거나, 친구를 만나 시간을 보내는 것은 희생에 가까운 일이 되다.

무엇엔가 한가지에 미치는 것을 멋으로 여기는 풍토에서 비롯되는 일이라 할 수도 있는데, 어쨌든 한국인의 골프에 대한 적성, 재능은 칭찬 받을 만큼 훌륭하다고 평가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세계적인 선수가 나오지 않는 것은 골프를 잘못 인식하고 받아들여, 골프 인구는 기하급수로 늘어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진정한 의미에서의 대중화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결코 체육행정당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하나같이 "명문클럽" 또는 "고급사교장"만을 지향해온 골프장 사업자들, 그리고 골프를 전유물로 삼고 싶어한 일부 부유층과 권력층 모두가 심각한 모순을 안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시장이 더욱 개방되고, 외국 회사들이 스폰서 하는 국내 골프대회가 늘어남에 대비해서라도 한시바삐 번성하고 시정해야 할 사안이 아닐까.

■아마추어의 명문 선언한 자유CC

이번 호에는 경기도 여주군 가남면 삼군리 산 44번지 - 31만평 대지에 18홀, 전장 6,197미터 파 72의 국제규격을 갖춘 골프장 자유컨트리클럽을 산책했다. 부산에 본사를 둔 자유건설(회장 정주영)이 골프의 대중화에 기여한다는 취지에서 89년 9월 사업승인을 얻고, 12월에 착공한 뒤 4년 후인 93년 5월 8일 개장을 본, 회원제 골프장이었다.

교통은 인근에 유명 골프장들이 있어 어렵지 않았다. 영동고속도로를 이천IC에서 벗어나 장호원 쪽으로 8km쯤 가다가 남에서 여주읍 방향으로 좌회전, 5분쯤 달리니 자유CC 입구였다.

코스를 돌다보면 남쪽 건너 산기슭의 또 다른 골프장에서 골프하는 사람들이 보일 정도로 한일CC(대한항공)와 가깝게 마주하고 있으며, 여주읍 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면 금강CC에 닿을 수 있는 그 가운데였다.

입구를 지나 클럽하우스에 이르기까지 가는 동안 양편 차창 밖에 펼쳐지는 코스의 모습은 언제나 그 클럽의 첫인상이었다. 자유CC 방문에서도 유심히 양옆을 보았는데, 잔디 상태가 양호한 것이 우선 돋보였다. 신설 골프장을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소감-정말 참 잘 만들어진 골프장이라는 감탄은-여기에도 적용됐다.

그런데 문득 이상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1캐디 4백 시스템으로 카트전용 도로가 코스 한쪽에 마련되어 있어 "그런가 보다"했는데 자유CC의 카트는 페어웨이 잔디 위를 누비고 다니는 것이었다. 뉴 골드인 코리아CC 등 두세곳 골프장에 그런 카트가 도입되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경험하기는 처음이었다. 캐디가 운전하는 자동차식의 카트는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편했고 한국실정에도 맞아 보였다.

골퍼는 물론 전 코스를 걷지만, 어디든 공이 있는 곳에 카트가 달려올 수 있었다. 골프채를 몇 개씩 들고 가로로 왔다갔다하는 불편이 없는 것은 물론, 1캐디 4백이면서도 1캐디 1백처럼 완벽한(?) 보조를 받을 수 있었다. 그건 참으로 원하던 광경이었다. 정도이상으로 잔디보호에 신경 쓰는 풍토에서 신선한 충격이었다. 클럽하우스에 도착해 金東喆 총무과장을 만나자마자 카트에 대해 물었다.
"어떻게 저런 선택을 했습니까. 누구의 아이디어로?"
金 과장은 빙그시 웃었다.
"일본 고보베市 '워터 힐즈(WATER HILLS)'라는 명문클럽이 있습니다. 자매클럽이죠. 우리 시스템은 워터 힐즈와 같습니다. 카트도 물론 같습니다."
알고보니 이 획기적인 전동카트 선택을 국내에서 가장 먼저 한 것이 자유CC였다.

또 하나 첫인상에서 이채로운 것은 야외전시장을 방불케 할만큼 조각품이 많은 것이었다. 클럽하우스 앞 뒤 정원은 물론, 각 홀 티그라운드, 그늘집 입구에도 예술성 높은 조각품들이 있어 이 방면에 관심 있는 골퍼들을 즐겁게 했다.

■코스 내에서는 금연?

코스는 여성적이라고나 할까. 깨끗한데다 잔디가 잘 덮여있어 부드러웠다. 교육이 철저한 탓인지 캐디의 친절과 능숙한 서비스도 마음에 들었다. 티업 시간이 되어 1번 홀 티그라운드에 서니 캐디가 인사하며 로칼룰을 알려줬다.
"티 그라운드에는 한 분씩 올라가야 합니다. 코스 내에서는 금연 규정을 지켜주셔야 합니다…"
코스 내 금연 소리가 나오자 담배를 안 피는 필자는 반가웠지만 담배를 피우는 동반들의 눈은 휘둥그래졌다.
"코스내 금연?"
하고 되묻자 캐디는 생글생글 웃었다.
"매 홀 티그라운드에서만은 흡연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담배를 피우며 페어웨이를 걷는 것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또 저희는 7분 간격 티업입니다. 원활한 진행을 부탁드리며 볼이 페어웨이를 벗어났을 때 1인 4백하는 사정상 찾아드리지 못함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7분 간격이라면 넉넉한 시간이었다. 미국 골프장들의 평균 간격이 7분이었다. 간혹 8분 간격을 갖는 골프장이 있는데 그럴 필요까지는 없어 보였다. 따라서 진행이 늦지 않게 협조바라는 것은 무리가 없었다. 그러나 잘못 친 공을 찾아드릴 수 없음을 양해 바란다는 대목은 또 한번 눈을 크게 뜨게 만드는 대담한 로칼룰이었다.

이윽고 첫 홀 티샷이 시작됐다. 동반은 필드산책을 몇 번 같이했던 김인수 박사(치의학), 유호원 씨(풍림농원), 그리고 김병오 씨(사업가)였다.

■목표에 120% 충실한 건설

자유CC는 네 사람 모두에게 초행이었다. 첫 경험에다 '취재'라는 성격이 있어 자칫 '대충'치며 흐트러질 염려가 있어 우리는 작은 내기를 하기로 했다.

내기를 할 때면 의례 핸디 때문에 약간의 실랑이를 한다. 2점만 더 달라거니 안 된다거니 하며 입씨름을 벌인다. 결과까지 그렇게 한두 점 가지고 다투는 상황이면 오죽 보기 좋을까. 십중팔구 나중에는 한두 점이 문제가 아니라 십여 점 이상 벌어지는 것이 보통이니 그때에 가서 한두 점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대충 제안이 있을 때 기분 좋게 수락(?)하는 것이 오히려 그 날의 결과에 보탬되지 않을까.

내 경험으로는 캐디피 정도를 땄을 때가 가장 기분이 좋았다. 반대로 캐디피 정도를 잃었을 때 또한 기꺼이 승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이상의 결과는 어떤 경우든지 부담이 왔다. 따라서 내기는 그런 정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좋지 않을까.

1번 홀은 390미터 하향의 미들홀. 고저 차이가 10미터 정도여서 큰 차이가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홀 전체를 조망할 수 있어 좋았다. 1P 지점 페어웨이 폭이 80미터나 되게 넓었다. 게다가 탁 트인 전망이어서 경쾌한 기분으로 마음껏 첫 티샷을 날릴 수 있었다. 그래도 첫 티샷은 언제나 긴장을 주었다. 긴장을 하기 때문인지 첫 티샷에 미스를 범한 기억은 꽤 오래 전에 사라지고 없었다.

이날도 스타트는 쾌조였다. 필자 김박사 유원장 모두 좋았는데, 핸디 타령을 했던 김 사장은 첫 홀부터 트리플을 하며 헤맸다. 김 박사는 보기, 보기, 보기, 파 보기로 나갔고, 김 사장은 트리플, 더즐, 트리플, 더블 등을 범하다가 5번 홀에 이르러서 양 파 구경을 했다. 필자는 보기, 파, 파, 보기, 파로 순탄하게 나갔고 유원장은 보기도 없고 버디도 없는 이븐을 기분 좋게 지켜 나갔다.

공략이 그리 어려운 코스는 아니었다. 자연지형 그대로의 계곡을 건너도록 힘차게 드라이브 샷을 날려야 하는 홀(5번, 9번 등)이 있어 스릴을 주지만, 대체로 아마추어들이 좋아할 아름답고 평범한 설계였다. 업다운이 적은데다 페어웨이가 넓은 것이 그랬다.

나중에 확인해 본 결과 처음부터 "아마추어 골퍼들이 구김살 없이 멋과 낭만을 구가하는 데 최상의 조건을 갖춘 코스"에 초점을 두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자유CC는 처음의 목표를 120% 현실화 한 성공적인 작품으로 여겨졌다.

■계획성 있는 공략 필요

물론 그렇다고 코스가 다 밋밋한 것은 아니었다. 전략적인 의미가 뚜렷한 홀이 6개 정도 되었고, 쉬운 듯 하면서도 공략하기에 만만치 않은 홀이 4개 있어 리듬을 줌으로써 긴장과 편안함을 적절히 교차시키며 다음 홀로 옮겨갈 때의 도전욕을 부추겼다.

특히 돋보이는 것은 어느 홀에서도 티에 서면 그린은 물론 벙커나 장애물을 한눈에 읽을 수 있고, 보다 넓게는 골프장 부지 전체가 조망이 가능하여, 나름대로의 목표를 확실히 설정하여 공략하며 샷의 정밀도를 가늠질 해 볼수 있고, 티에서는 탁 트인 창공을 향해 마음껏 휘둘러 공을 날려보는 상쾌함을 안겨주는 점이었다.

그것은 아마추어들에게 스케줄 있는 공략을 시도하게 하는 멋진 설계였다. 그렇게 보면 자유CC의 모든 홀이 전략적 의미를 담고 있어 신중하고 계획서 있는 공격에는 좋은 결과를 안겨주지만 욕심을 내면 상상 외의 낭패한 결과가 주어지는 함정 있는 설계이기도 했다.

5번 홀과 16번 홀은 심플하면서도 과감하게 암반이 노출되어 있어 이국적인 정취를 느끼에 했고 13번 홀의 폭포 위에 노출되어 있어 이국적인 정취를 느끼게 했고 13번 홀의 폭포 위에 떠 있는 듯한 그린 공략은 쉽게 잊혀지지 않을 추억을 주기에 충분했다.

8번 숏홀(152미터)에서 원 온을 시켰더니 경쾌한 멜로디가 울렸다. 원 온 시키면 그렇게 음악이 울리고 또 분수가 터지고 한다고 하여 그린에 어떻게 그런 장치를 해놓았나 궁금히 여겼더니 내용은 별 것 아니었다. 원온 여부를 확인하고 캐디가 스위치를 누르는 것이었다.

8번 뿐아니라 4번 13번 16번 등 숏홀에는 다 그런 장치가 되어 있었다. 그것 역시 아마추어에게 경기의 묘미를 듬뿍 선사하는 골프장의 배려로 보였다.

이날 플레이 결과는 김박사 89타(44, 45), 김사장 99타(48, 51), 필자 80타(40, 40), 유원장 76타(36, 40)이었다. 김사장을 제외하면 처음 경험하는 코스에서 비교적 좋은 성적을 얻은 셈이었다.

코스가 편안해서였을까? 아니면 내기를 한 탓이었을까? 어쨌든 유원장과 필자는 좋은 기분을 나눠 누리는 의미에서 약간 이긴 것을 다 되돌려 주었다. 유럽풍의 중후한 클럽하우스에서 맥주를 나누며 소감을 이야기하는 19번 홀의 맛- 자유CC 산책은 네사람 모두에게 멋진 추억과 아쉬움을 동시에 심어주어 28일 재 대결을 하기로 약속하게 만들었다.

흠이 있다면 신흥 골프장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조경문제, 즉 역사와 전통을 대변해줄 수목이 코스 내에 없다는 것 정도였는데, 자유CC는 이를 위해 장기적인 조경계획을 추진하는 한편, 단기적으로는 4계절 어느 때나 코스 내에 꽃을 가득 피게 한다는 목표 하에 각종 꽃나무를 한창 식재하고 있었다.

또한 자유CC는 1차 회원모집을 성공리에 마치고 2차 회원 모집에 들어갔는데 "진정한 아마추어를 위한 골프장"을 표방한 만큼 너도나도 그린피 인상하는 때에 그 인상을 보류하고 있고, 회원권도 1차 3,600만원에서 크게 인상하지 않은 2차 4,000만원에 375명을 모집하고 있어 골프계의 겸손한 풍토 조성을 선도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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