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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돌아가셨다 해도 "골프 끝내고 갈게." 하는 조크가 생겨났을 정도로 재미있는 골프. 재미는 진지함과 함께 할 때 가치를 지닌다. 알고 보면 골프처럼 에티켓을 요구하는 스포츠도 없다. 호쾌한 드라이버와 그린에서의 긴장...골프는 신사들의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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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골프 1994년 8월호  

무궁 무진한 골프의 묘미가 살아 있습니다-


■유난스런 불볕 더위

7월 한달 내내 불볕 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댐이 바닥을 드러내고 강줄기가 군데군데 말라붙기까지 했다. 연일 30도가 넘는 건조하고 무더운 날씨의 연속이니 체감온도는 가히 살인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언제까지 이런 불볕더위가 계속될까. 기상대의 일기예보는 마치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비 소식에 있어서만은 빗나가고 있다. 안 온다는 예보는 잘도 맞는데 온다는 예보는 적중이 안 된다. 너무 기다림이 커서 모였던 비구름도 흩어지기 때문일까? 5, 6월만 해도 올해는 비가 많이 오는 주기라며 수해를 걱정했었다. 장마기간도 예년보다 며칠 더 길 것이라고 했었다. 그렇게 예상되던 그 비구름들은 지금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언제나 피해가기만을 기대했던 태풍이지만, 이제는 비바람을 동반하고 한반도를 찾아와 주기를 바라는 입장이 되었다. 물론 A급 태풍은 말고, 아주 약하고 부드럽게, 피해주지 않고 지나갈 C급으로. 그리고, 때늦은 9월에 몰아쳐 불볕에 시달릴 대로 시달린 지친 심신을 이중삼중으로 괴롭히지 말고 늦어도 8월 중순 이내로.

아아, 정말 뜨겁고 덥다. 새벽골프는 좋지만 아침 8시만 넘으면 이슬이 걷히면서 기온이 급상승한다. 뜨끈뜨끈한 페어웨이 위를 덮고있던 이슬이 걷힐 때면 골퍼들은 이상한 기온차, 습도차를 느낀다. 170미터에 불과한 키가 삼등분 사등분되는 듯한 기온 차를 느끼는 것이다. 노인이나 건강이 약한 사람들에겐 이 때가 한낮보다 더 위험하다고 하는데… 그러나 한낮은 강렬한 자외선으로 인해 일광화상을 염려해야 한다. 금년 같으면 일사병도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원기가 떨어져 탈진이나 탈수현상으로 필드에 쓰러지기도 한다.

뇌일혈, 일사병, 일광화상 등 흉칙한 단어를 나열하지 않더라도 피부는 조심해야 한다. 골프장에는 부유 먼지가 적어 같은 시간 태양에 노출하는 것이라도 자외선 투과량이 도심에 비해 많은데, 골프를 하다보면 4, 5시간 노출이 계속되어 피부가 손상되거나 노화를 초래할 수 있고, 심하면 피부암의 원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심한 일광노출 후에는 주근깨나 기미 등의 색소질환이 새로 발생하거나 악화되기 일쑤다. 피부가 거칠어지고 잔주름이 생겨나기도 한다. 다양한 치료법이 개발되어 있다고는 하나 치료보다는 예방이 아닐까.

무슨 일이나 그렇듯이 사고는 "작은 부주의"에서 시작된다. 새벽에 일찍 일어난 경우 수면부족에다 아침식사까지 거르면 그것이 "작은 부주의"가 될 수도 있다. 피부가 심하게 그을려 화끈거릴 때는 얼음이나 찬 우유로 피부가 식을 때까지 냉찜질 해주는 단속도 익혀야 한다. 또 요즘 같은 때는 라운딩 전에 준비운동을 평소보다 많이 해서 몸을 충분히 풀어줘야 한다. 위에 반팔 티셔츠 하나만 걸치는 등 의복이 간단하기 때문에 스윙이 자기도 모르게 커질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주말 부킹은 하늘에 별 따기

그 뿐 아니라, 불볕 더위를 더 실감나게 하는 게 있다. 그린피 인상이다. 회원권 없이 서울 근교의 이름 있는 골프장에서 골프를 즐기려면 종전보다 이삼 만원 더 준비해야 한다. 평일 그린피가 6만원 대, 주말은 7만원대가 되었다. 한양CC 같은데서 주말골프 한번 하려면 최소한 십오만원은 써야 하게 됐다.

골프장들의 그린피 인상 시기는 각 골프장 사정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겠으나 7월중에는 대부분 확정 시행할 것 같다. 이미 그린피를 인상한 골프장들을 예로 보면, 비회원 그린피는 크게 올린 반면 회원의 이용 요금은 약간 더 받는 정도로 고쳐놓고 있다. 또 수도권에 가까운 골프장일수록 인상폭이 크고, 명문일수록 많이 올렸다. 회원제 골프장에서 회원을 우대하는 회원 중심의 그린피 인상案은 어쨌든 반갑고 당연한 일이다. 그린피만 그렇게 회원중심으로 하지 말고 부킹도 회원중심이면 금상첨화가 될텐데… 어쨌든 이 같은 자율화 차별화는 궁극적으로 골프장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가능하게 해줄 것으로 보인다. 그린피 인상에도 불구하고 회원이든 비회원이든 골퍼가 몰리는 골프장은 명문임을 자부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그린피 인상에 실패하는 골프장은 경영을 혁신해야 한다. 올 여름은 이렇게 조심할 게 많고 위험하고 덥고 힘든데도, 그래도 필드는 골퍼들로 가득하다. 주말 부킹은 여전히 하늘에 별따기처럼 어렵기만 하고.

회원권을 사려는 사람이 있다면 신규 골프장 것을 사라고 권하고 싶다. 클럽운영도 많이 연구 발전된 회원중심의 운영을 하겠지만, 우선 골프장들이 잘 만들어져 있다. 어려운 시기에 정말들 아름답게 잘 만들어 놓았다. 천안의 EXPO컨트리클럽도 그랬다.

■충남 연기군의 엑스포CC

엑스포CC는 충남 연기군 전의면의 50만평 대지 위에 건설된 27홀 규모의 골프장이다. "엑스포"하면 대전EXPO를 떠올려, 골프장도 대전에 있는 것 같고 엑스포 조직위원회와 무슨 연관이 있는지 공연히 궁금해지는데, 알고 본 즉, 별다른 관련은 없었다. 위치도 대전이 아니고 독립기념관이 인근에 있을 정도의 천안 바로 아래였다.

다만 엑스포CC의 모기업인 대전의 영진건설(주) 李種完회장이 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있을 당시 대전 엑스포가 열렸고, 따라서 범시민 추진위원장을 역임한 인연으로 대전엑스포 조직위원회와 협의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했다.

거리도 생각보다 가까웠다. 지난 몇 달간 천룡CC 충주CC 등 충청도의 여러 골프장을 산책했는데, 그에 비하면 가깝고 편리했다. 특히 경부고속도로를 천안IC에서 벗어 나와 엑스포CC로 향하는 1번 국도는 고속도로 같은 국도여서 막힐 곳이 없었다.

강남 기점으로 약 1백km. 대전에서 약 60km. 유성에서 약 50km. 공주에서 약 30km. 조치원에서는 18km 거리에 있어, 인근의 도시 어디서나 교통은 수월했다. 그러나 엑스포CC는 산중에 있었다. 엑스포CC경내에 진입하면 산과 숲, 그리고 호수와 하늘이 보일 뿐이었다. 다만 하나의 민가도 보이지 않았다.

지대가 높지도 않았다. 낮은 곳이 148m 높은 곳이라 해도 185m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첩첩 산중을 연상케 하는 깊은 계곡이 코스 내에 있었다. 참으로 절묘한 지형에 건설된 골프장이었다.

클럽하우스에서 코스가 훤히 보였다. 문득, 엑스포CC는 첫 방문임에도 불구하고 생소하지 않은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클럽 하우스부터 그랬다. 새 건물이면서도 편안했고, 낯설지 않았다.

정감(情感)이라고 할까. 실내 분위기에서 특히 그런 것이 느껴졌다. 그것은 어쩌면 영진 건설의 노하우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기왕이면 코스에서도 같은 분위기가 느껴지길 바랬다.

일행의 기분은 새로워졌다. 처음 경험하는 골프장에서 잘 쳐보고 싶은 심리였다. 엑스포CC 願??동반자는 30년 구력으로 노익장을 과시하며 싱글핸디를 유지하고 있는 김인수 박사(동산치과원장)와, 역시 싱글인 유호원 원장(풍림농원)이었고, 엑스포CC의 서충현 경기과장이 코스 안내를 겸해 조인했다.

■4백 1캐디 시스템

우리는 南코스와 西코스를 돌았다. 南코스 9홀은 3,075m 파 36의 정확한 샷이 요구되는 아기자기하고 섬세한 코스였고, 西코스 9홀은 3,125m파 36으로, 다소 넓은 플래트 하여 보기플레이어 정도의 아마추어 골퍼들이 마음껏 휘둘러 공을 날려볼 수 있는, 그런 설계였다.

남코스의 상징은 2개의 거대한 연못이었다. 9개홀 중 4개홀이 대형 연못과 연결되어 호반에서 플레이하는 것 같은 정취를 느끼게 했다. 또 하나 북코스는 산악지형을 이용한 도전적이고 남성적인 코스라고 했다. 3,250m 파36의 9홀은 웅장하면서도 홀마다 전연 독립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주어 회원들이 제일 좋아하는 코스라는데, 이날은 닫혀 있었다. 남코스 서코스 북코스의 특징을 분석해보면 엑스포CC는 초심자부터 싱글에 이르기까지 모든 골프인들이 폭넓게 즐길 수 있는 골프장이었다.

카트는 유도선에 의해 운행되고 리모콘으로 조정하는 4백 밧데리카트였다. 캐디교육이 얼마나 철저한지 1캐디가 4명의 골퍼를 훌륭하게 커버하면서도 여유가 있었다. 우리 중에 헤매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일까? 거리는 미터로 표시되고 있었는데, 홀마다 거리가 파를 잡기에 만만치 않았다.

어떤 험한 지형, 악천후에도 흔들리지 않는 싱글로 필자의 새로운 목표가 되어있는 유호원 원장은 이날 따라 보기 보기 보기 보기로 5홀까지 보기 행진을 했다. 1번홀 파, 2번홀 파, 3번홀 보기, 4번홀 보기로 나간 필자는 모처럼 유원장을 이겨보는 희망을 품었다. 김인수 박사도 보기 보기 파 파를 기록하여 노익장을 과시했고 서충현과장은 엑스포CC 경기과장 답게 버디 보기 파 파를 기록, 이븐 스코어로 나갔다.

그런데 유원장은 5번 홀과 6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았다. 그리고 필자는 8번 미들홀에서 더블보기를 범함으로써 41타로 아웃 9홀을 마감해야 했다. 유원장은 보기를 6개나 했으면서도 연속 버디에 힘입어 40타였다. 아직 그를 이길 기량은 못되었다. 남코스에서 필자가 잡은 파 5개 중 3개는 버디 찬스였는데 성공하지 못했다. 승부욕이 약한 탓일까? 서너타 뒤졌다면 체념도 쉽겠지만 1타 뒤진 것은 왠지 아쉬웠다.

■아쉽지만 오늘은 그만

서코스에 들어와 1번 홀에서 동반은 모두 파를 했다. 이때 필자의 버디 퍼팅이 기분 좋게 성공했다. 동점이 된 것이다. 오늘은 이겨보자고 마음먹었다. 이어 11번 145미터 숏홀에서는 전원이 파를 했다. 그러나 12번홀 (서코스 3번)에서 유원장은 다시 버디를 잡고 필자는 보기를 하여 2타 차이를 벌어졌다. 이 2타 차이를 끝내 따라잡지 못하고 18홀을 마감했다.

서과장은 토탈 78타로 마감했고, 유원장은 79타로 간신히 70대를 지켰다. 김인수 박사만이 불볕더위 때문인지 스코어가 저조했다. 하지만 스코어를 떠나 훌륭한 캐리어의 골퍼였다.

코스는 참으로 조용했다. 멀리 한국의 전형적인 산악이 사방을 에워싸고 있을 뿐이었다. 아쉬운 게 있다면 이제 막 완성된 골프장인 탓에 코스 내에 큰 나무가 없어 그늘이 없다는 점이었다. 페어웨이이며 그린, 티 그라운드의 잔디는 모두 훌륭했다. 다만 조경만이 한두 해에 이루어지지 않아 신설 골프장의 티를 내보이고 있었다.

그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캐디는 조금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소수 정예 회원제를 목표하는 만큼, 회원을 진짜 왕처럼, 정성을 다하는 친절로 모시겠다는 의지의 교육 덕분으로 보였다. 하긴 골프장의 직원들은 모두 90도 각도의 인사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필자가 버릇이 되어 캐디 캐디 하는데 엑스포CC에서는 캐디라 부르지는 않았다. 새 이름은 "그린 도우미"였다.

날은 정말 더웠다. 35도는 됨직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서코스 9홀을 마저 마쳤을 때 서과장은 말했다.
"북코스 마저 돌겠습니까?"
임시 닫았지만, 취재를 위한 산책이니만큼 원한다면 돌자는 제의였다. 나는 동반자에게 물었다. 시간은 18홀 마친 것이 12시여서 충분했다. 평소 같으면 더 돌자고 먼저 청할 유원장이었다. 36홀도 마다하지 않는 노익장 김인수 박사였다. 그렇게 골프를 좋아하는 동반자들이 선뜻 응락을 안했다.

남은 9홀 마저 돌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볼 때, 선뜻 응락이 안 되는 것 같았다. 정말 더워도 너무 더운 금년 여름이었다. 아무도 "오늘은 그만…"소리를 하지는 못하고 발길은 클럽하우스를 향했다. 그래서 북코스는 차를 타고 돌았다. 살피건대 북코스야 말로 무궁무진한 골프의 묘미가 숨쉬고 있는 설계였다. 코스 안쪽으로 들어 갈수록 계곡과 연못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고도의 지적인 공략을 요구하고 있었다.

한 홀 한 홀이 독립되어 있는 듯한 분위기도 좋아 보였다. 남코스 서코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웅장하고 수려한 주변 산새도 골프의 맛을 더해주는 천혜의 조건이었다.
"어때, 더 할까요?"
"그럴까요?"
필자와 유원장이 눈짓을 나누는데 김박사가 쐐기를 박았다.
"오늘은 그만해. 아쉬움이 남는 게 좋지. 그래야 또 오고, 또 오게 되는 거라구."
안내하던 서과장이 씨익 웃었다 무슨 말인가를 대신하는 웃음이었다.

엑스포CC는 4년여의 공사기간을 거쳐 이번에 개장을 본 27홀 회원제 골프장으로, 신설 명문 중 회원의 품위와 권익을 최대한 존중해 주는, 최상의 조건들을 두루 제시하고 있다. 27홀 규모에 777분 회원만을 모시며, 회원만이 부킹 가능한 제도를 택하고 있다. 회원은 약간의 세금만 지불하는 것으로 다른 비용은 부담이 없는 것도 파격적이라 할 수 있다.

회원에 대한 독특한 서비스의 하나는 지명인 제도가 있다는 것이다. 회원이 지명하는 1인에 한해 준회원 대우를 한다는 것인데, 엑스포CC의 준회원 대우란 기존 골프장의 회원 대우와 같았다. 코스가 한 눈에 보이는 목욕실에서 목욕을 끝내고 레스토랑에 마주 앉았다. 무엇이 먼저든가. 시원한 맥주 한 잔 아니던가.

맥주 맛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언젠가 춘천CC에서 느꼈던 충격적인 생맥주의 맛-그것과 같은 환상적인 맛이었다. 비결은 알맞은 냉장 보관에 있었다. 글라스까지도 "최적"이라는 온도의 냉동실에서 꺼내오고 있었다. 조영기 부장 윤주병 계장 등 엑스포CC의 여러 간부들과 한 자리에 앉아 코스에 대해서, 날씨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간부들은 한결같이 자신감이 넘쳤다.
"이제 조건은 충분하다. 운영의 묘만 살린다면 우리 나라에서 손꼽히는 명문으로 인정받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고 장담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송도영 사장이 회원들에게 약속한 의지를 전했다.
"명문은 하나에서 열까지 회원 중심으로 운영해야 합니다. 작은 틈도 생겨서는 안됩니다. 회원수가 많으면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가 그만큼 어려워지므로 우리는 소수회원제를 택했습니다. 회원들이 자유롭게 골프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대표적인 명문으로 엑스포CC를 운영할 것입니다."

코스 내에 그늘이 없는 게 흠이었다. 무더운 여름, 불볕더위 속에 코스를 돌아 유난히 그게 두드러졌는지 모르지만 코스 내에 큰 나무들이 없는 것이 흠이었다. 그러나 필자가 느끼기에 엑스포CC는, 우리가 바라는 만큼 코스 내에 나무가 자라기 전에 명문의 반석 위에 올라설 것으로 보였다.

대전 엑스포가 나라의 발전에 한 역할 했듯이 엑스포CC는 우리 나라 골프문화 발전에 한역할 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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