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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돌아가셨다 해도 "골프 끝내고 갈게." 하는 조크가 생겨났을 정도로 재미있는 골프. 재미는 진지함과 함께 할 때 가치를 지닌다. 알고 보면 골프처럼 에티켓을 요구하는 스포츠도 없다. 호쾌한 드라이버와 그린에서의 긴장...골프는 신사들의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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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판 경제의 효자, 스릴만점의 빼어난 코스들

이기윤/소설가

 

 

차라리 골프 철폐령이 어떨런지

해가 바뀌었음에도 골프수난이 계속되고 있다. 문민정부 들어서면서, 임기 중 골프 안 하겠다는 대통령의 한마디가 일파만파로 골프장과 관련산업을 어렵게 만들더니, 막바지에 이르러 한층 파고를 높이는 듯 하다. 일년에 두 번 이상 골프채를 들고 나가면 국세청에 통보한다니, 또 하나 해외토픽감이 아니고 무엇이랴.

나라 경제가 어려운 판에 사치성 여행이 늘어나니 이를 규제하겠다는 것은 언듯 타당한 발상으로 들릴 지 모른다. 그러나 그 발상을 부추기는 것이 골프를 백해무익한 운동으로 보는 편견이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도대체 문민정부에게 골프란 어떤 존재일까.

관광을 국책사업으로 추진하는 세계는 지금 이시간에도 골프장 건설이 한창이다. 전자업계가 반도체 개발에 승부를 거는 것 만큼이나 관광업계는 골프에 비중을 두고 있다. 골프만큼 가득율 높은 장사가 없는 것이다. 일찍 눈 뜬 나라들은 일찌감치 유휴지를 온통 골프장으로 만들어 국토도 아름답게 다듬고 외화도 벌어들이는 일거양득을 실현했다. 영국미국은 멀리 있어 논외로 친다해도 이웃까지 무시할 수는 없다. 일본은 작년에도 160곳이나 새로 오픈했고, 홍콩과 합쳐질 중국 신천에도 이미 30개나 만들어졌다. 여기 그치는 게 아니라 금년 중 10개가 더 오픈될 예정이다. 비좁은 홍콩땅에도 기존 골프장 외에 36홀짜리 쟈키클럽이 지난 해 신설 오픈했다. 사이판에도 94년 라오라오 베이 골프리조트 오픈에 이어 96년 또 하나 세계수준 골프장 킹 피셔 골프링크가 문을 열었다.

이웃은 이렇게 골프장을 만들어 싼 값으로 우리를 유혹한다. 골프채 못 갖고 나가게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들은 혼마미즈노캘러웨이 등 한국인이 좋아하는 메이커 제품을 새 것으로 다량 비치하여 염가에 빌려주겠다는 전문을 여행사들에 보내고 있다.

이웃의 움직임은 그렇게 현실적이고 재빠른데 우리 형편은 어떠한가. 골프장이 모자라 오지에 있는 것까지 부킹전쟁이 치열하니 관광객이 끼어들 틈이 없고, 평일이나 주말이나 인파 끓는 것이 똑같으니 평일 주말 요금 차이도 없어졌다. 게다가 각종 세금은 엄청나게 매겨 그 부담이 결국 소비자에게 돌려지니 이젠 정말 검소하게 골프 즐기던 사람들은 못하게 되고 돈 많은 사람, 큰소리 치는 잘난 사람들만 할 수 있게 되었다. 문민정부들어와 그린피는 2, 회원권은 3배까지 올랐다. 돈 있는 사람은 국내에서 치고 돈 없는 사람은 해외로 나가야 하는 이상한 현상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재빨리 시장의 불균형을 파악한 여행사들이 다투어 해외투어를 개발해 놓으니 이제 그 길 마저 막아 여행사까지 울리고 있다.

이런 식으로 골프를 몰아부쳐서는 안 된다. 골프가 그렇게 백해무익한 운동이라면 어찌 이 시대의 지성이 한결같이 예찬하며 즐기겠는가. 제발 부정적 선입견을 버리고 냉정한 눈으로 다시 봐 주기 바란다. 한 번 배우면 쉽게 놓지않는 마력의 근원이 어디 있는가를 진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골프를 하는 사람들은 골프가 인생과 사회발전에 보탬이 되면 되었지 독소는 아니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골프계 종사자도 하나 둘이 아닌 국민일진대 어찌 이리 이 방면만 함부로 다룰 수 있단 말인가.

장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해 외국인 내장객 수는 약 124,000명이고, 이들이 뿌린 돈은 9천만불 정도로 95년 일년동안 골프공 만들어 수출한 외형과 맞먹는 액수이다. 이를 다시 가득률로 환산하면 삼척동자인들 나은 쪽을 가리지 못할까.

서둘러 못쓰는 땅을 골프장으로 개발하고 골프에 관련한 각종 세금을 내리는 등 조처하며 건전한 스포츠로 육성해야 한다. 그렇지않고 자꾸 애물취급하며 물리적 힘으로 고통이나 줄 바에야 차라리 임기 중 골프 철폐령을 선포하는 것이 어떨런지.

 

세계 수준의 이름난 골프장만 4

태평양 한가운데 미크로네시아에 있는 작은 섬 사이판. 거제도 면적이 374, 강화도가 300인 것과 사이판의 122를 비교하면 그 크기가 짐작될 것이다. 마리아나제도 15개 섬 중 괌 다음으로 크며, 관광지로서의 사이판은 괌보다 더 아기자기하다.

5만명으로 추산되는 사이판 인구 중 10%는 한국인이다. 원주민이 가장 많고, 다음일본인이며, 한국인, 필리핀인 순이다. 관광객은 일본인한국인미국인 순이며 근래와서 호주인 관광객이 눈에 띠게 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곳의 상권은 대부분 일본인들이 가지고 있다. 오색 투명한 바다와 밀가루같은 고운 모래사장을 가진 마나가하섬도 전체가 일본기업 소유이며 호텔 골프장 등 주요 관광시설이 일본인에 의해 만들어져 경영되고 있다.

섬 남단 국제공항 인근에 자리한 코랄 오션 포인트 리조트클럽(COP)은 사이판에서 가장 훌륭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역시 동경에 본사가 있는 ()수와소 소유여서 일명 수와소클럽으로 불린다. 잔디 테니스코트, 올림픽 경기장 수준의 수영장, 헬리콥터 투어 시스템도 운영하며 103개의 객실, 다양한 전문 식당에다 밤 12시까지 개장하는 다원화된 휴식센터이다.

여기, PGA 프로골퍼 래리 넬슨이 설계한 18홀 파 72의 전장 6,500야드의 골프코스는 아시안 PGA투어 코스 중 가장 어려운 참피온쉽 코스로도 유명하지만, 기량 향상을 열망하는 골퍼들의 훈련장으로서도 각광받는 곳이다.

이 빼어난 코스는 거친 용암석이 깔린 해안을 따라 87년 만들어졌다. 넓은 용암석 지대를 뒤덮은 타간타간수풀의 벌목과 새로운 나무의 식재가 골프장 건설에 가장 어려운 작업이었다. 좁은 페어웨이와 세찬 바닷바람이 때로 흠이 되지만, 각 홀이 연출해내는 아름답고 독특한 배경이며 호화로운 버뮤다 잔디. 바다 빛에 물든 에메랄드빛 그린 등은 가히 환상적이다. 끝없이 밀려와 부서지는 파도, 싱그러운 수목 사이에서 지저귀는 열대 새들. 게다가 9홀은 나이터 시설이 완벽해 밝은 조명아래 이국의 정취와 골프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낭만까지 제공한다.

여기도 각 홀마다 이름이 있는데(1. 참조) 한홀 한홀 그 이름을 음미하며 라운딩하면 좀더 감칠맛이 있다. 1번 숙명은 겸허한 도전을 귀뜸한다. 약간 좌측으로 굽어진 홀이지만 바람이 볼을 페어웨이 중앙쪽으로 움직이게 도와준다. 세컨샷은 더욱 겸손해야 한다. 그린을 넘기명 OB이기 때문이다. 2번은 가늘고 긴 깃털을 의미하듯 가장 어려운 홀의 하나이다. 정확한 드라이버에 승부를 걸어야만 한다. 3번은 만만한 거리지만 그린 양옆에 깊은 벙커가 위협적이다. 5번홀은 미사일 타법을 구사하여 볼이 고속열차처럼 빠르게 호수를 건너도록 쳐야 한다. 6번홀은 당하고 나면 여간 황당한 것이 아니다. 스스로 강도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강도를 만나기 쉬운 홀이다. 곧 바로 멋지게 날아가는 공을 바람이 강도로 돌변, 한순간에 나꿔채 OB지역으로 보내버린다. 때문에 드라이버보다는 롱아이언으로 안전한 티샷을 하는 것이 낫다. 7번홀을 상어만이라고 한 것은 정면에서 부는 바람이 자주 소용돌이 치기 때문. 평상시보다 한두클럽 길게 잡고 소용돌이 바람을 피하는게 지혜이고 9번은 행운이 따르면 웬만한 아마추어도 버디를 낚을 수 있는 기쁨의 홀이다. 가장 좁고 험한 홀은 13번홀. 역시 열쇠는 정확도일뿐 요령이 통하지 않는다. 14번홀은 가장 아름다운 홀이다. 벙커로 둘러싸인 조그만 그린, 휘몰아치는 바람은 여인의 앙탈같고, 깊숙히 파고들어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는 축복이거나 위로와 같다. 15번을 지옥의 연못이라 한 것은 연못의 마녀가 볼을 끌어당기기 때문이다. 16번 천국, 17번 행운을 거쳐 18번 홀의 이름은 코스 설계자인 넬슨의 꿈이다. 좌측으로 휘었는데 바람이 방해하는 게 아니라 도와준다. 마무리가 즐겁도록 배려한 홀인 것이다. 종합하면 크게 세가지다. 바람이 친구같은 홀과 원수같은 홀. 그리고 우직하게 정확도로 승부해야 하는 홀다. 이 스릴 넘치는 코스에서 필자는 89타나 쳤다.

사이판에는 이외에도 3곳 국제규격 골프장이 있다. 호주의 골프스타 백상어(그렉 노만)가 설계하여 9410월 개장한 라오라오베이 골프리조트 (36) 북부 산악지역에 위치한 마리아나 컨트리클럽 (18) 지난 해 개장한 킹피셔 골프링크 등이다. 킹피셔골프링크가 상징하는 물총새는 미크로네시아 행운의 새이다. 석회암으로 형성된 정글지대 안에 새로운 조경으로 완성한 세계수준의 골프코스로 열대섬 특유의 희귀한 식물군과 꽃나무들이 코스를 장식하고 있다.

사이판의 골프장은 모두 리조트클럽에 속해 있다. 따라서 해당 호텔을 이용하면 그린피를 2030% 디스카운트 받을 수 있다. 요금은 리조트 이용객(In Guest) 90100, 아웃 게스트 115150불 정도이고 클럽 렌탈비용은 2025, 신발도 빌려주는데 10불 받는다. 유념할 것은 캔슬 차지(Cancel charge)가 있다는 점이다. 관광객 덕분에 살아가는 사이판에서 이 골프장들은 효자 중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괌과 더불어 사이판을 찾은 한국인의 수는 지난 해 30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본의 야욕 그대로 남아있는 곳

괌과 사이판은 망망한 태평양 가운데 떠 있는 섬으로 이웃해 있지만 역사는 갈렸다. 마젤란이 발견하여 3백년 이상은 같은 에스파냐 식민지였지만, 미국에스파냐 전쟁 후 인 1898년 괌은 미국령이 되고 사이판을 포함한 14개 섬은 독일에 매각되었다. 독일은 가라판 항구를 중심으로 서해안을 개발, 야자나무 재배에 힘썼으나 타산도 맞지않고 관리가 어려워 1924년 일본으로 하여금 위임경영토록 했다. 소위 일본의 남양위임통치가 그것이다.

일본은 이를 전진기지로 만들었다. 진주만 공격과 동시 괌을 점령한 것은 사이판 주둔 일본군이었다. 괌이 점령당한 기간은 3년에 불과했지만 사이판은 20년 이상 일본 수중에 있었다. 2차 대전에서 항복하는 그날까지 최후의 항전을 벌였고, 항복 소식이 전해지자 남아있던 수천명 군인들이 덴노헤이카 반자이를 외치며 절벽 아래 바다로 투신해 죽은 곳이다. 치열했던 전쟁의 잔해도 녹순 모습으로 도처에 그대로 남아 있다.

이러한 근대사적 인연으로 사이판에는 괌과 달리 동서문화가 얽혀있고 한국인의 원혼도 짙게 서려있다. 에스파냐 시대에 개발되어 지명은 에스파냐식이 되었고, 독일시대에는 야자나무 재배지였으며 일본 위임통치시대에는 어업기술 보급과 함께 사탕수수 재배가 성행했다. 2차 대전 때는 전진기지로 참혹한 전쟁을 거친 뒤 미국식 민주주의가 도입되어 오늘의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의 70%가 일본인인 것은 이런 역사성에 기인한다. 경제논리가 아닌 정치적 사업으로 현대판 경제식민지화 한 대표적인 곳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사이판은 23세에게 시들 수 없는 일본 정신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역사의 현장으로 제철을 만나면 수학여행이 줄을 잇는다.

우리에겐 어떤 곳인가. 태평양전쟁 당시 1만여명이 강제 징용되어와서 그중 절반 이상이 여기서 희생되었다. 수를 알 수 없는 꽃다운 한국의 딸들이 정신대라는 이름으로 끌려와 짐승처럼 시달리다 비참하게 죽어간 곳이다. 이런 사실에 대해서 우리는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가. 뒤늦게나마 이들 원혼을 달래고자 사이판 북단에 태평양전쟁 한국인 희생자 위령탑이 세워져 멀리 조국 쪽을 향해 당시의 설움을 토해내게 된 것 정도를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작은 섬이지만 인상적인 골프코스와 많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사이판. 과거에 지나치게 연연하는 것도 바람직한 자세는 아니겠지만, 그러나 그 반대도 그러하지 않을까. “반자이 절벽이나 일본인을 위한 충혼탑 앞에서 천치같은 얼굴로 취해 히히덕 거리는 한국인 모습만큼은 어쩐지 좋게보이지 않았다. 당국자들이 뭐라고 하든, 차라리 진지한 자세로 골프치는 사람들이 한결 괜찮아 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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