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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 주인, 반취입니다. 99년 4월 개설하였으나 아직도 이것저것 올리는 작업이 진행중입니다. 재미있거나, 유익하다 싶으면 이웃에 알려 널리 방문하게 하여 주십시오. 그리고 반취에게 하실 이야기나 보내실 서류(원고청탁서 등) 모두 이 게시판을 활용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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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우리나라 이상한 나라

승복(承服)을 모르는 사람들의 나라

 

지금은 우리를 단결시키는 것이 분열시키는 것보다 더 위대하다는 사실을 인식할 때입니다.

200012, 미국 대통령 후보였던 엘 고어의 대선 패배시인연설의 서두입니다. 고어의 연설문은 세계를 감동시키며 미국의 정신이 싱싱하게 살아 꿈틀거리고 있음을 만천하에 과시했습니다. 그의 연설은 이어집니다.

나는 조금 전 조지 W. 부시 당선자에게 전화를 걸어 제43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을 축하하고, 그 축하를 철회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나는 가능한 빠른 시간에 그를 만나서 선거운동으로 인한 분열과 방금 끝난 우리들의 대결로 입은 상처를 치유하자고 제의했습니다. 약 한 세기 반 전, 스티븐 더글러스는 대통령선거전에서 패배하자 즉시 에이브러햄 링컨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파적 감정을 애국심으로 승화시킵시다. 대통령 각하, 당신을 돕겠습니다. 의 가호를 빕니다.’
그렇습니다. 나는 똑같은 심정으로 대통령 당선자 부시에게 이제 당파적 감정의 응어리를 제쳐놓고, 이 나라를 영도하는 그에게 의 축복이 내리기를 바란다고 말씀드립니다.
그나 나나 우리가 이처럼 어려운 대결의 길에 들어설 줄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대결은 생겼고 이제 끝났습니다. 우리가 존중해 온 민주주의 제도를 통해서 해결되었습니다.
어느 유명한 법과대학 도서관에 인간이 아니라 아래서라는 표어가 붙어 있습니다. 그것이 미국적 자유의 기본원칙이고, 민주적 자유의 근원입니다. 나는 이번 법정대결에서 그 표어가 지침이 되어주기를 희망했습니다.
이제 미국 대법원은 판결을 내렸고 나는 승복한다고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나는 다음 월요일 선거인단의 인준을 받게 될 이 결과가 최종심이라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래서 오늘 밤, 나는 우리 국민의 단결과 민주주의 힘을 위해서 승복하겠습니다. 나는 새 대통령 당선자를 존중하고, 그가 독립선언문에 나와 있고, 우리 헌법이 확인하고 옹호하는 위대한 비전을 실현시킬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 도와야 할 책임을 수락하고, 그 책임을 무조건 이행하겠습니다.(중략) 역사에서는 대중의 의도에 반해서 뜨겁게 논쟁을 벌이고, 치열하게 싸웠던 대결의 사례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해결에 도달하기까지 몇 주일이나 걸렸던 논쟁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승자와 패자는 모두 그 결과를 조용히 화해의 정신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우리도 그렇게 합시다. 나는 나를 지지했던 많은 사람들이 실망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실망을 애국심으로 극복해야 합니다. 나아가 세계 우리 친구들에게 이번 대결을 미국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징후로 보지 말아달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미국의 민주주의는 난관극복을 통해서 가장 명확하게 그 힘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선거의 이례적인 특성이 차기 대통령의 업무수행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나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믿고 있습니다.
부시 대통령 당선자는 엄청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그를 도와줄 태세가 되어 있는 국민을 가진 나라를 물려받고 있습니다.
나는 우리를 지지해 주었던 사람들에게 모두 차기 대통령을 위해 단결하라고 요청합니다. 이것이 미국입니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될 때는 싸우지만, 대결이 끝나면 대열을 정돈하고 단결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해결하지 못한 차이점을 토론할 충분한 시간이 있겠지만, 지금은 우리를 단결시키는 것이 분열시키는 것보다 더 위대하다는 사실을 인식할 때입니다.
우리는 계속 대립되는 신념을 가지고 있고 또 그것을 포기하지 않고 있지만, 우리에게는 정당에 대한 의무보다 더 높은 것이 있습니다. 이 나라는 미국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나라를 당보다 우선합니다. 우리는 새 대통령의 영도 아래 단결할 것입니다.(중략) 나는 이번 선거운동을 통해 미국을 보았고, 또 그렇게 본 미국을 사랑합니다. 이 나라는 싸울 가치가 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 싸움을 절대로 중지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 밤 끝난 선거에 대해서, 나는 패배는 아무리 심각한 것일지라도 승리와 마찬가지로 인격을 형성하고 영광을 가져올 수 있다고 언젠가 아버님이 하신 말씀을 믿고 있습니다. 이 선거운동은 시작과 마찬가지로, 내 아내와 가족의 사랑, 베트남 전선에서 부통령직에 이르기까지, 긍지를 가지고 봉사한 나라와 에 대한 신앙, 그리고 지난 36일 간 플로리다에서 열심히 일을 해 주었던 사람들을 포함해서, 정말 지칠 줄 몰랐던 선거운동원과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감사 속에서 끝났습니다. 이제 정치적 투쟁은 끝났습니다. 우리는 다시 모든 미국인과, 자유를 위한 싸움에서 우리에게 리더십을 바라고 있는 온 세계 사람들의 공통선을 위한 끊임없는 투쟁에 나서야 합니다. 우리들의 미국 찬양가 아메리카, 아메리카의 구절대로 대서양에서 태평양에 이르기까지 형제의 정신으로 뭉칩시다.(후략)

 

2000년 미국 대선 때 엘 고어는 전체 득표수에서 조지 W 부시를 앞서고도 선거인단 수에 밀려 분패했습니다. 플로리다주에서는 법정까지 가는 재검표 소동이 있었습니다. 많은 미국인이 고어를 안타깝게 여기고 있던 때에 엘 고어의 패배승복 연설은, 그의 말대로 승리에 못지않은 인격을 형성해주고 영광을 안겨 주었습니다.

하늘을 찌를 듯 치솟은 그에 대한 인기는 차기 대통령 자리를 약속하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고어는 2004년 대선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대신 기후변화 등 환경 분야에 몰두했습니다. 노벨평화상이 그에 주어진 것은 그에 따른 보상이었습니다.

한 번 국민의 심판을 받았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겸허한 마음, 그래야 더욱 참신하고 유능한 인재가 등장해 사회를 새롭게 이끌어 갈 수 있다는 믿음이 미국 정치의 전통이 된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입니다. 엘 고어 이전에 월터 먼데일, 마이클 듀커키스, 밥 돌, 존 케리, 존 매케인 등 우리 기억에도 있는 어떤 패배자도 대통령이여, 다시 한번을 외친 사람은 없었습니다. 지난 해 오바마에게 패한 밋 롬니의 선택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 사정은 그렇지 못합니다. 역대 한국 대선을 돌이켜보면 대통령 자리를 노리고 김대중은 4, 이회창은 3, 김영삼과 이인제는 2회 출마했습니다. 한 번 출마했던 나머지 사람들은 대권의 꿈을 버리지 않았을까요?

 

다수 보다 소수에 끌려 다니는 민주주의, 승자 보다 패자의 목소리가 더 요란하게 나라를 흔들어 대는 이상한 나라

 

승복할 줄 모르기 때문입니다. 패배자로서 스스로를 치유하는 방법을 모르고 허탈감과 좌절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당사자보다 그를 밀었던 집단이 더 승복을 외면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마치 돌출하는 안건마다 벼랑 끝으로 몰고 가며 대화를 하려면 대가를 지불하라는 북한 정권의 정치술을 배워가는 것만 같습니다.

나라의 가장 큰 선거 풍경이 이 모양이니 그 다음의 총선, 교육감 선거,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는 물론 대소 선거가 모두 승복을 모르고, 그렇게 불복이 만연한 나머지 사회 전반을 오염시켜 어떤 법원의 판결에도 불복, 선생님 말씀에도 불복, 시험 결과에도 불복이 만연한 사회가 되었습니다.

 

불복을 정당화하는데 필수적인 수단은 승자의 약점, 불법, 탈법을 끝까지 찾아내고 한편에서는 공약불이행 압박하는 것

 

불복을 정당화하기 위해 필수적인 것은 승자의 약점, 허점, 불법, 탈법을 끝까지 찾아내고, 한편에서는 공약불이행 사례를 추적하여 고발하고 압박하는 것들임은 당연한 수단이겠지요.

그러다보니 다수보다 소수에 끌려 다니는 민주주의, 승자보다 패자의 목소리가 더 나라를 흔들어대는 이상한 나라가 되어버렸고, 그 틈새에서 언론은 불난 집에 기름 끼얹으며 독자를 구경꾼으로 모아가는 걸 즐깁니다.

물론 미국과 한국을 똑같은 잣대로 재단할 수는 없습니다. 과거 온전한 민주주의가 아니었던 한국의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공감이 갑니다. 그러나

국민들은 말합니다. 우리가 언제까지 거대 선거에서의 패배자와 조직이, 마치 승복의 대가를 받아내기 위해 조장하는 듯한 혼란과 분열을 보면서 참아야 하는지를 묻습니다. 승자와 그 조직의 대응도 한국의 정치 지성을 의심케 하는 수준입니다. 여의도를 수준 미달의 이상한 사람들이 차지해서 나라를 가지 말아야할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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