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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 주인, 반취입니다. 99년 4월 개설하였으나 아직도 이것저것 올리는 작업이 진행중입니다. 재미있거나, 유익하다 싶으면 이웃에 알려 널리 방문하게 하여 주십시오. 그리고 반취에게 하실 이야기나 보내실 서류(원고청탁서 등) 모두 이 게시판을 활용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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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우리나라 이상한 나라

위나 아래나 왜 시작을 끝으로 착각할까

이기윤 (소설가)

 

 

막내딸이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했습니다. 첫 월급을 받더니 엄마 아버지에게 선물을 내놓는 데, 그 모습이 여간 대견하지 않았습니다. 본인 마음이 어떨지는 둘째 치고 아버지로서, 일단 막내까지 사회인으로의 적응을 무난히 시작하였다는 안도감이 들면서 딸들에 대해 일차적 짐을 벗은 것 같았습니다.

가정마다 형편에 따라 기준이 다르겠지만, 소설을 쓰며 딸 둘을 키운 반취는, 아무리 어려워도 부모로부터 내가 받은 것만큼은 자식들에게 해 줘야 한다는 것을 목표로 삼았었습니다. 큰 딸은 물론, 작은 딸까지 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에 출근시키는 것이 일차 목표였던 것입니다. 공부를 더 하고 말고는 각자의 능력과 상황에 맡기겠다고 진작부터 말해왔습니다. 다만 비록 성적이 우수하다 해도 뚜렷한 목표 없이 바로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에는 반대했습니다. 대학졸업장이 사회생활의 보편화된 자격증이니, 그것으로 일단 사회에 적응을 하면서 꼭이 더 공부할 필요를 절실히 느끼면 그때 진학해도 늦지 않는다고 말해왔습니다.

큰딸의 경우는 졸업이 가까워지면서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다는 말을 몇 번인가 했었습니다. 아버지에겐 안하고 엄마에게만 했는데 이유는 취직을 못할 것 같은 두려움에서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졸업을 두 달 남겨두고 취직이 되어 그 말은 흐지부지 되었습니다.

취직을 하더니 딸은 금세 자신감으로 가득해졌습니다. 졸업에 취직까지 되었으니 모든 게 다 잘되었다, 끝났다고 태평스럽게 생각하는 모양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 눈에 큰딸의 직장은 별로 안정된 곳이 아니었습니다. 그때 아버지는 말해주었습니다.

네 인생은 이제 시작이야. 이제부터 네가 네 인생을 스스로 개척해나가야 하는데 시작을 끝으로 착각하고 부족한 현실에 순응하며 안주하면 되겠니. 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지금부터 진짜 고민해야 돼,”

고맙게도 두 딸 모두 아버지의 충고를 받아들여, 두 해 정도 사회생활을 하며 적성을 살핀 뒤 전문화 과정을 추가로 밟았고, 덕분에 보다 안정되고 대우받는 전문직을 갖게 되었습니다.

딸들은 대학에 입학했을 때도 같은 착각을 했었습니다. 합격을 끝으로 여겼던 것입니다. 하긴 일정 수준 이상의 명문 대학 입학을 목표로 얼마나 노심초사하며 많은 밤을 새웠는지 모릅니다.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대학 합격 통지서를 받자 이제 끝났다고 여길 수도 있었을 겁니다.

 

입학이 끝인 줄 여기며 대학생 되자마자 책 던져버리는 학생들

 

교수도 임용만 되면 연구는 뒷전, 신문 방송 사회단체 얼굴 내밀기에만 분주해

 

딸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대부분 입학을 끝으로 여겨 1, 2학년을 낭비하다 시피 보내는 걸 봅니다. 그러다가 학점이 아슬아슬해 제때 졸업을 하네 못 하네 고민하는 케이스도 있지만 우리나란 웬만큼만 하면 졸업학점은 주어지고 졸업장이 주어집니다. 안타깝게도 모든 대학교가 졸업 중심이 아니라 입학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입니다.

입학을 시작으로 보지 않고 끝이라 여기며 책을 던져버리는 풍토는 학생들만의 잘못된 정서일까요? 이렇게 시작을 끝으로 여기는 풍토는 대학에만 있는 풍경일까요? 반취가 보기엔 온통 사회가 시작을 끝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직장도 취직만 하면 끝인 줄 압니다. 공무원이나 준공무원, 대기업 등 평생고용이 보장되는 철밥통 직장에선 입사가 곧 끝으로 착각될 수도 있을 겁니다.

대학사회도 교수만 되면 끝인 줄 여기고 연구는 팽개치고 신문 방송에 얼굴 내밀기나 사회단체활동에 열중합니다. 무사안일, 복지부동으로 버티거나 인기 관리만 하면 해고당하지 않고 평생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을 대비해 노동조합에 한 다리 걸쳐 놓으면 더 든든하겠지요. 하지만 그렇다 해도 어찌 그 게 끝일 수 있을까요. 보다 책임있는 기성사회 일원으로 첫 발을 내딛는 것일 뿐입니다.

시작을 끝으로 여기는 풍토는 전 분야에 만연돼 있습니다. 문학세계도 등단만 하면 끝인 줄 아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작품이 당선되기 전까지는 그렇게 치열하게 매달리던 문학도가 등용문을 통과한 뒤론 쓰질 않습니다.

이유는 많습니다. 등단하기 전에는 등단만 하면 명예(?)가 생기고 여기저기서 원고 청탁이 오고, 출판사에서도 찾아올 줄 알았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으니 맥이 빠질 수도 있고, 또 다른 경우는 어렵게 자전적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두 편이나 두세 편 써서 발표를 했는데, 그 노고에 대한 대가가 도무지 마음에 차지 않는 것이어서 더 쓰고 싶은 의욕을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글 안 쓰는 이름만 올려놓은 시인 소설가로 남게 되고, 그렇게 시작을 끝으로 여기는 작가가 되는 것입니다.

 

시작을 끝으로 여기는 대표적 집단은 선출직 정치인들

 

선거에서의 당선이야말로 시작이지 끝이어서는 안되는 일인데

 

시작을 끝으로 여기는 대표적 집단은 국회의원, 자치단제장 등 선출직 정치인들 아닌가 싶습니다. 선거에서의 당선이야말로 시작이지 끝이어서는 안 되는데 말입니다.

선출직 정치인은 국민이 직접 표를 주어 일을 하게 한 것인 만큼 겸손한 자세와 성실한 마음으로 본인이 뱉은 약속을 지키고 임기동안 직무에 임해야 마땅합니다. 그렇게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뒤 국민들의 평가를 받아 자기를 재정비하는 그런 자세여야 합니다. 그런데 예외 없이 당선만 되면 끝났다고 태도가 돌변합니다. 표를 구걸할 때와는 전연 다른 모습으로 목에 힘을 주고 권위를 앞세웁니다. 임기가 끝나면 또 선거를 해야 한다는 사실도 그건 그때 가서 보면 되지.”하고 뒤로 미루며 정치무대에 오래 남기 위해 연줄 튼튼히 다지기에만 열을 올립니다. 과연 이런 게 바른 자세일까요? 과거어리석고 무지한 백성들을 임금이 다스렸던 왕정시대 관리나 지도자에겐 그런 처세술이 통했을지 모릅니다. 어쩌면 근세에는 식민 치하에서도, 또 군사독재정부 때도 그랬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젠 달라졌다고 봐야 합니다. 국민수준이 현저히 높아졌고 민주주의에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익숙해졌습니다.

정치 수준이 국민 수준을 못 따라 온다는 말이 나온 게 20년도 더 됩니다. 시작을 끝으로 여기는 정치인은 이제 사라져야만 합니다.

돌이켜보면 시작을 끝으로 여기는 착각의 극치는 역대 대통령들이 보여준 것만 같습니다.

대통령이야 말로 당선되는 그 순간 무거운 짐을 지고 앞서 걷기 시작해야 하는 자리인데 말입니다.

후보시절 내놓은 공약을 믿고 기대하며 국민이 선출한 자리입니다. 다만 하나의 공약이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며, 공약을 지켰다고 우쭐해서도 안 되는 자리입니다.

국민이 무거운 짐을 지워준 것이 아니라 자청하여 무거운 짐을 진 자리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당선이 확정된 순간을 시작으로, 이제부터 진정한 신임을 얻겠다는 자세를 보여야 마땅합니다.

대통령이 치적을 남기기 위해 세금을 마음대로 편성하는 막강한 자리가 아니라 세금을 진짜 혈세로 여기고 진실로 다수 국민을 위하는 정책에 투명하게 집행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그런데 과거를 돌이켜보면 역대 대통령이 모두 하나 같이 시작을 끝으로 즉 당선을 끝으로 여겼던 것 같습니다. 전두환 대통령이 축이었던 제5공화국 시절 대통령이 단임제로 바뀐 이후, 더욱 더 시작을 끝으로 여기는 풍토가 심해진 것 같습니다.

투표 전과 투표 후의 모습이 너무나 다른 것입니다. 패한 쪽은 은둔하다시피하며 숨을 죽이고 숨고, 당선자는 국민의 선택이 아니라 하늘이 낸 사람으로 돌변합니다.

공약 파기나 축소 변경을 너무나 가볍게 여깁니다. 역대 대통령이 모두 그랬고, 그 결과 단 한 명의 명예로운 은퇴 대통령을 보지 못했습니다. 바로 전이었던 이명박 정부도 핵심브레인 집단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었고, 대통령도 사대강 후유증으로 아직 편한 마음은 아닙니다. 아무리 단임제라 할지라도 당선이 끝일 수 없고 끝이어서도 안 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다를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을 자처하고, 과거 퍼스트레이디 경험도 있어 배신하는 권력의 뒤끝을 많이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후보시절에는 그렇게 간단하고 분명했던 노인기초연금 공약을 복잡하게 이리저리 비틀며 손질하는 것을 보니 그도 역시 시작을 끝으로 여기는구나 싶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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