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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 주인, 반취입니다. 99년 4월 개설하였으나 아직도 이것저것 올리는 작업이 진행중입니다. 재미있거나, 유익하다 싶으면 이웃에 알려 널리 방문하게 하여 주십시오. 그리고 반취에게 하실 이야기나 보내실 서류(원고청탁서 등) 모두 이 게시판을 활용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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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취(半醉)의 즐거움을 부정하는 사람들의 나라

 


지난 호에서 갑오년 푸른 말 이야기를 하는 중 반취동산 이야기를 한 토막 섞었습니다. 손님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의 하나가 반취(半醉)’의 뜻이 무엇이냐는 거였기에 말입니다. 그 글을 읽고는 빙긋 웃으며 필자(반취)를 보는 사람이 꽤 많았습니다. 제일 간단하고 명쾌한 답은

 

저희 집에서는 반만 취해서 가시라는 뜻입니다. 반쯤 취했을 때가 가장 즐겁지 않으신가요?” 라는 말입니다. 그 말에는 아무도 토를 달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서라도 한 권 드리면 이내 반취가 필자의 아호(雅號)임을 알게 되고, 그러면 질문이 다양해지고 상황에 따라 이런저런 답이 나갑니다.

 

­제가 술을 즐기다 보니 늘 반쯤 취한 상태로 평생을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 한 잔만 마셔도 반쯤 취하고, 밤새도록 마셔도 반밖에 안 취하는 저를 보고 사람들이 그렇게 불렀어요. 그걸 아호로 삼은 겁니다.

 

그러면 셋 중 한 사람은 대뜸 쏘아대거나 비아냥거립니다. “그거 당장 고쳐요. 취하면 취하고 말면 말지 어정쩡하게 반취가 뭡니까? 온취라고 하든지 만취라고 하든지. 아니면 아예 미취가 되든지.” 우스갯소리로 반취 상태는 대리운전비도 아깝지 않느냐, 하는 분들이 많은 것입니다.

 

특별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모 아니면 도라는 식의 극단주의(極端主義, Extremism)가 고착화된 사상으로 알게 모르게 (아직도) 만연 되어 있는 것이 우리 사회입니다.

 

아마도 그것은 이데올로기 전쟁의 영향이 컸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공산주의냐 민주주의냐가 마치 삶이냐 죽음이냐, 천당이냐 지옥이냐 처럼 극단으로 편을 가르며 뇌리에 깊이 새겨졌던 것입니다.

 

거기에 우리의 전통사회가 오랫동안 중간이 없는 이원적(二元的) 구조로 내려온 사실이 보태졌을 겁니다. 양반이 아니면 천민이요, 권력의 승자가 되면 모든 것이 생기고, 패자가 되면 아무 것도 남아나지 않는 사회였던 것입니다. 당파싸움이 나라와 역사를 망친 것은, 그것이 국가발전을 위한 정쟁(政爭)이 아니라 사느냐, 죽느냐 생존투쟁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왜 한국인은 그렇게 극단으로 갈라져 생존투쟁을 계속해야 하는 것일까요. 북한이 보여주는 것 역시 권력자들의 생존투쟁으로 보이고. 남한의 대응 역시 별로 지혜롭게 보이지 않습니다.

 

사사건건 첨예하게 부딪치기만 하는 여야 간의 정쟁(政爭)국민 대표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집단 이기주의를 위해 편을 갈라 생존투쟁을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참 안타깝기도 하고 심지어 슬프기까지 합니다. 영 호남은 왜, 누구 때문에, 무엇을 위해 그렇게 일부에서 노력하는데도 결실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연대 출신과 고대 출신은 왜 그렇게 상류사회 점유율을 높이려고 물밑에서 실핏줄 터지는 싸움들을 벌이는지

 

극단주의는 오늘의 우리사회 크고 작은 모든 분야에서 발견됩니다. 특정 인물이나 사상에 사로잡혀 맹목적으로 따르는 데서 비롯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학력은 높아졌다고 하나 깊이가 얕고, 철학도 없어 자신의 소양으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다른 사람의 생각에 근거해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개인이나 소수의 믿음과 관점이 다수의 사람에게 확산되는 사회적 폭포현상(social cascades)이 난무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어떻게, 어떻게 특정인물이 되었다 싶은 사람에게서는 겸손이 사라지면서, 다른 이들이 자기 생각에 동조한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경우 신이 나서 더 극단적으로 움직이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래봐야 대개는 빤한, 같은 소수 이익집단의 지지에 불과한데 말입니다.

 

인간의 모든 조직이나 기능은 생리적으로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적당함을 유지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적당한 것은 중간이요, 이런 자연의 가르침을 다른 말로 하면 반취입니다.

 

몇 가지 필수적인 것을 챙겨보면 체온은 36.5도가 적정입니다. 여기서 1도만 더 올라가거나 내려가면 건강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신종인플루엔자에 걸리면 37.8도 이상을 나타냅니다. 혈압은 수축기 120mmHg, 이완기 80mmHg이하가 정상입니다. 수축기 140 이상이거나 이완기 90 이상이면 고혈압으로 쳤는데 앞으로는 그 기준이 160-100 정도로 높아질 것 같습니다. 맥박은 분당 50에서 100까지를 정상으로 봅니다. 그 이상의 맥박 수는 협심증, 심장병 위험이 높아집니다. 당뇨가 없는 정상인의 혈당 수치는 공복 시 100이하, 식후 2시간은 140이하입니다.

 

모든 생명체는 면역력이나 자연조절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항상성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적정수치보다 적을 때는 문제가 덜한데, 많거나 높으면 하나같이 심각해진다는 사실입니다.

 

자연의 법칙은 수신(修身)이나 처세(處世)에도 꼭 같이 적용됩니다. 말도 적당히 해야 합니다만 이건 수치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기에 어느 선이 적당한 건지를 알 수가 없습니다. 다만 두 사람이 있으면 50%, 다섯이면 20%만 발언하면 그게 적당한 것 아닐까 싶은데, 이 경우도 적은 건 괜찮지만 많은 건 탈이 될 때가 많습니다.

 

섹스도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성인이 되면 적당한 횟수를 해야 쾌적한 건강을 누릴 수 있습니다. 전문지식에 따르면 3, 40대라면 3~5일에 한 번 정도를 적극 권장합니다.

 

성생활이 건강에 이롭다는 것은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사실입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디에 어떻게 좋은지를 물으면 선뜻 답변할 수 있는 이가 많지 않을 뿐이지요. 각종 실험과 보고를 통해 알려진 성생활의 이점은 노화를 막아주고 자신감을 키워주고 심폐기능 강화와 체중조절을 도우며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면역력을 증진시키고 배우자와의 친밀감을 높여줍니다. 그리고 아픈 사람에게는 통증 완화 효과도 있습니다.

 

인체가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조절기능에 영향을 주는 변수도 있습니다. 후천적으로 형성되는 습관이나 중독 현상이 그것입니다. 중독에는 급성과 만성이 있는데 급성은 유해 물질이 신체에서 일으키는 급성 반응으로 인한 상태를 일컬으며, 만성은 오랫동안 유해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발생하는 상태로 직업적으로 많이 발생되고 물리적으로 해결해야만 구원이 가능합니다.

 

반면 갈망, 중독, 탐닉 등 심리적 의존이 있어 계속 물질을 찾는 행위를 하는 습관은 시간이 흐르는 사이 신체적 의존까지 생겨 정신적 건강을 해치게 됩니다. 담배나 술 등 기호품으로 대표되는데 정도를 넘어 남용하게 되면 여기 내성이 생겨 적응을 하다가 점차 심각해집니다. 적응하는 단계까지는 괜찮다 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이로울 수 있지만 역시 과하면 안 좋은 것입니다.

 

좀 더 광의로 해석하면 삶이 있는 현재가 곧 과거와 미래의 중간지대입니다. 과거에 집착하는 것도 미래에 너무 연연하는 것도 현재를 망칠 뿐입니다. 공자 말씀에 알려고 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게 낫고, 좋아하는 것보다 즐기는 게 낫다는 말이 있는데, 알려고 하는 것이 미래라면, 좋아하는 것은 과거, 즐기는 것은 현재입니다.

 

결론적으로 삶에 주어진 모든 조건은 적당해야 생체적으로 쾌청이요, 인품으로는 후덕(厚德)이 됩니다. 지나치다보면 어느 순간 변질되어 극단에 놓이고, 나아가 사느냐 죽느냐, 이기느냐 지느냐의 기로에 서게 되며 결국은 자신을 파괴하고 공격하는 수단이 되어 버립니다. 과유불급이라, 모자란 것도 해악이 다소 적을 뿐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아시겠지요. 적당한 것이 반취요, 반취가 얼마나 좋은 좌우명인지를. 남에게 폐 끼치지 않고 열심히 나누면서 살아 나중에 그런대로 즐거웠노라고 말할 수 있는 인생이 곧 반취가 주는 교훈이요, 목표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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